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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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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보는 미시세계의 물리학

원자단위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산화물의 이해와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학의 미래

작성자 : 장소연 ㅣ 등록일 : 2023-08-23 ㅣ 조회수 : 770 ㅣ DOI : 10.3938/PhiT.32.024

저자약력

장소연 교수는 2020년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코넬대학교 응용물리학과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전자공학연구소(Research Laboratory of Electronics)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23년 8월부터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산화물 박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celesta@snu.ac.kr)

Using Scanning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STEM) to Study Oxides and Future Outlook on 4D-STEM

Celesta Soyeon CHANG

Oxides can host a variety of physical properties including metallicity, ferroelectricity, piezoelectricity and superconductivity. As lattice structures or defects at nanoscale are responsible for exhibiting certain properties, scanning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becomes an important characterization tool for oxides. Here we first introduce what oxides are, and proceed to show several examples where microscopy can aid our understanding of oxides. Moreover, with the development of electron microscopy detectors, the concept of four-dimensional scanning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will be briefly introduced. Examples using this method and its future outlook will be discussed further.

들어가며

주사투과형전자현미경은 지난 70년간 분해능의 한계를 극복하며 발달해왔다.1) 현재 기술로는 0.5‒1 옹스트롬(Å)에 해당하는 원자 간의 거리를 손쉽게 관찰할 수 있고,2) 최근에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해 0.39 옹스트롬의 기록적인 해상도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3) 이와 같은 해상도의 발전은 물질의 격자 구조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었는데, 오늘날과 같이 반도체 소자 집적도가 높아지고, 메모리 소자 하나의 크기가 1 나노미터를 바라보고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배경에는 전자현미경을 통한 분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앞서 소개된 연구들이 나노 입자 또는 2차원 물질들에 중점을 둔 것과는 달리, 필자는 박사 과정부터 단결정 및 박막 형태의 다양한 3차원 산화물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3차원 격자구조에서는, 2차원 물질보다 더 많고 다양한 원자들이 결합을 하고 있다. 때문에 오비탈, 스핀 그리고 격자 구조 안에서 원자들의 위치 변화에 따라 훨씬 다채로운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물론, 그만큼 다양한 결함들도 함께 존재한다. 이런 결함들이 물성을 약화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결함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Fig. 1. Examples of atomic scale scanning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A) Gadolinium Gallium Garnet (Gd3Ga5O12). Gd and Ga atoms are shown by bright contrast aligned in a certain way that it resembles a tile of flowers. Magnified image on the right is overlaid by green and purple atoms for Ga and Gd, respectively. (B) Annular bright field-STEM image of Beta-phase Ga2O3 observed along [010] zone axis show both Ga and O atoms. Here the darkest circles are Ga atoms and the small, less dark circles attached to each Ga atom correspond to oxygen atoms. (C) A STEM image showing a cross-section of the heterostructure where Ca2RuO4 is grown on LaAlO3 by molecular beam epitaxy.Fig. 1. Examples of atomic scale scanning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A) Gadolinium Gallium Garnet (Gd3Ga5O12). Gd and Ga atoms are shown by bright contrast aligned in a certain way that it resembles a tile of flowers. Magnified image on the right is overlaid by green and purple atoms for Ga and Gd, respectively. (B) Annular bright field-STEM image of Beta-phase Ga2O3 observed along [010] zone axis show both Ga and O atoms. Here the darkest circles are Ga atoms and the small, less dark circles attached to each Ga atom correspond to oxygen atoms. (C) A STEM image showing a cross-section of the heterostructure where Ca2RuO4 is grown on LaAlO3 by molecular beam epitaxy.

이 같은 3차원 물질들 중에는 지구에서 제일 흔하게 존재하는 원소인 산소와 결합되어 만들어진 산화물이 있다. 이 글에서는 흔하지만 낯선 산화물에 대해 먼저 간략히 소개한 후,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3차원 산화물을 분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지식에 대한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고자 한다. 발전된 해상도를 이용한 원자 단위 영상법(imaging)으로 본 재료의 구조(그림 1), 결함과 결정학적인 정보 분석에 대한 예시와, 화학적 분광학을 통한 원소분석 및 화학적 결합의 성격을 파악한 사례를 언급하고자 한다. 덧붙여, 최근 향상된 검출기를 설명하고, 이어서 각광받고 있는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향후 기대되는 연구에 대한 의견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물리학자가 본 산화물

우리가 마시는 공기,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 제일 많이 존재하는 원소는 산소이다. 산소는 반응성이 커서, 대부분의 원소와 결합하여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물질을 생성한다. 화학적으로 산소 이온(O²⁻)을 가지고 있는 화합물을 통틀어 산화물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원소와 어떻게 결합하였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 물성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산화물은 엄청난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학계에서 제대로 연구된 산화물은 자연적으로 존재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산화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화물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실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산화물에는 녹슨 나사 표면에 생성되어 있는 산화철(Fe2O3), 알루미늄 캔의 주재료인 산화알루미늄(Al2O3)이 있으며, 여름 필수품 중 하나인 무기 자외선 차단제(무기자차)에 사용되는 징크옥사이드(ZnO)와 티타늄디옥사이드(TiO2) 등도 있다. 특히 금속산화물의 경우 안정성이 높아, 반도체의 기반 물질로 많이 쓰이므로 대다수의 전자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트북이나 텔레비전 화면 언급 시 자주 등장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emitting diode, OLED)의 경우, 이를 구동케 하는 트랜지스터(transistor)가 인듐–갈륨–아연 산화물(In–Ga–Zn–O)로 이루어져 있다.

산화물이 물리학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원소들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전자기, 광학 및 자기적 성질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물성 스펙트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절연체, 반도체, 금속, 초전도체, 유전체, 압전체, 다강성(multiferroicity) 및 비선형 광학 효과까지 수많은 물리적 특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전자공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산화물은 주로 자연적으로 생성되므로 돌의 형태, 즉 덩어리 산화물(bulk oxide)로서 많이 존재하는데, 단결정이 아니라서 균일한 물성을 갖지 못하거나, 크기나 부피면에서 반도체 공정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보통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작은 단결정(single crystal)을 성장시킨다. 또는, 분자살 켜쌓기 시스템(molecular beam epitaxy), 펄스 레이저 증착법(pulsed laser deposition) 등 여러 물질 성장법을 이용해 얇은 산화물 박막을 성장할 수도 있다.(단결정과 산화물에 관심있는 독자는 물리학과 첨단기술 2022년 5월호4)와 2017년 1/2월호의 서울대 노태원 교수님 기고문을 참고하기를 권한다5)).

여기서 산화물 박막이란, 원하는 산화물을 기존의 주어진 물질, 또는 기판(substrate) 위에 수 나노미터에서 몇 마이크론 단위의 두께로 얇게 성장시켜 만들어진 물질을 의미한다(그림 1). 주로 기판물질과 박막물질이 다른 산화물 이종접합구조(oxide heterostructure)를 형성하는데, 위아래 물질의 격자 상수가 맞지 않아 생긴 결함, 계면을 따라 존재하는 2차원 전자 기체(2-dimensional electron gas, 2D EG), 계면 위아래로의 전하 이동(charge transfer) 또는 원자 섞임(intermixing) 등 계면에서의 다양한 물리적 현상들이 새로운 연구로 이어져 왔다. 또한, 덩어리 산화물에서 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을 만드는 경우, 양자 크기 효과로 인해 상전이 온도의 변화, 새로운 위상 상태 등 덩어리에서의 물성과 다른 새 물성이 관찰되기도 한다.6)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산화물 연구

우선, 앞서 소개된 나노 입자 또는 얇은 2차원 물질들과는 달리, 산화물은 부피가 있는 물질이라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위한 시편 제작 방법도 상이하다. 한두 원자층으로 이루어진 2차원 물질의 경우 주로 구멍이 많은 그리드(grid) 위에 얹어 제작한 뒤 평면 방향(plan-view)으로 관찰한다. 수 나노미터 단위의 부피를 가지고 있는 작은 나노입자의 경우, 탄소나 질소 단일막으로 덮여있는 그리드 위에 무작위로 뿌린 뒤 다각도에서 관찰한다. 반면, 산화물은 대부분 전자선이 투과하지 못할 만큼 두껍기 때문에, 전자선이 투과할 수 있는 두께인 10‒100 나노미터가 되도록 사포로 갈 듯이 역학적 세련법(mechanical polishing)7)을 이용해 얇게 만들거나, 집속 이온 빔(focused ion beam, FIB)8)을 이용해 얇은 단면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시편제작을 한다. 따라서, 아래 소개되는 예시 모두 얇게 세공된 가로 단면을 관찰한 결과임을 언급하고 넘어간다.

Fig. 2. (A) Image of ErMnO3, viewed along the P63cm [11̅0] zone axis. Negatively charged tail-to-tail domain can be observed. The brighter Er atomic positions show the ferroelectric trimer distortions, with a color overlay of the phase according to (B) six possible structural domains according to the phase Φ. The dots represent Er atom positions. Figures reprinted from http://pubs.acs.org/doi/full/10.1021 /acs.nanolett.7b01288. Further permissions related to the material excerpted should be directed to the ACS.Fig. 2. (A) Image of ErMnO3, viewed along the P63cm [11̅0] zone axis. Negatively charged tail-to-tail domain can be observed. The brighter Er atomic positions show the ferroelectric trimer distortions, with a color overlay of the phase according to (B) six possible structural domains according to the phase Φ. The dots represent Er atom positions. Figures reprinted from http://pubs.acs.org/doi/full/10.1021/acs.nanolett.7b01288" target="_blank">http://pubs.acs.org/doi/full/10.1021/acs.nanolett.7b01288. Further permissions related to the material excerpted should be directed to the ACS.

첫 번째로, 높은 해상도를 이용하여 물성을 파악하게 된 에르븀망간산화물(ErMnO3)의 사례를 보자. 구조적인 위상결함을 가진 물질로 알려져 있었으나, 어떠한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해 다양한 강유전성 구역벽(ferroelectric domain wall)과 굴절선(vortices)이 나타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높은 각도 고리형 암시야-주사투과전자현미경 검출기(high angle annular dark field, HAADF-STEM)로 얻은 피코미터 단위의 해상도를 가진 사진을 통해(그림 2), 에르븀(Er) 원자의 위치가 점진적으로 양성 극성(↑↑↓, +P)에서 음성 극성(↓↓↑, −P)으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9) 여기서 극성의 반전(검은 화살표)은 강유전성 180° 구역벽의 존재를 의미한다. 이처럼 원자 각각의 위치를 피코미터 단위로 파악함에 따라,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강유전성 구역벽과 위상상태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Fig. 3. (A) Pd interstitial agglomerates are formed along the atomic step at the interface (red arrow). Figure reprinted from Phys. Rev. Mat. 6, 093401 (2022). (B) EELS elemental mapping across the modified surface cross-section shows Pd nanoclusters and cobalt oxides formed in the surface layer. Figure reprinted from ACS Energy Lett. 4(9), 2185–2191 (2019). (C) Atomic scale EELS mapping on Pb2Ru2O7/Sm2Ti2O7 heterostructure. Due to different energy loss regions, the mapping was done separately for Pb& Ru and Sm, Ti, then combined to form a full picture as shown on the right.Fig. 3. (A) Pd interstitial agglomerates are formed along the atomic step at the interface (red arrow). Figure reprinted from Phys. Rev. Mat. 6, 093401 (2022). (B) EELS elemental mapping across the modified surface cross-section shows Pd nanoclusters and cobalt oxides formed in the surface layer. Figure reprinted from ACS Energy Lett. 4(9), 2185–2191 (2019). (C) Atomic scale EELS mapping on Pb2Ru2O7/Sm2Ti2O7 heterostructure. Due to different energy loss regions, the mapping was done separately for Pb& Ru and Sm, Ti, then combined to form a full picture as shown on the right.

전기전도도에 영향을 주는 결함을 연구한 사례에는 팔라듐 코발테이트(PdCoO2)가 있는데, 이 물질은 팔라듐(Pd)으로 이루어진 2차원 원자층과 코발트 옥사이드(CoO2)로 이루어진 층이 적층된 형태로 존재한다. 세 가지 다른 원소로 구성된 산화물임에도 불구하고, 덩어리 시료의 저항은 놀랍게도 기초원소로만 구성되어 있는 구리나 은과 비슷한 낮은 값을 가진다.10) 그런데, 이 물질을 사파이어(Al2O3) 기판 위에 박막으로 성장시키면, 박막의 저항값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다.11)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기판의 표면에 단층이 있는 경우 박막 성장 시 단층을 기준으로 양옆에 다른 구역(domain)이 생성됨을 확인했다. 또한, 금속층의 연속성을 방해하며 가로지르는 격자 틈새원자(interstitial)가 구역 벽을 따라 존재함으로써 전기전도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12)(그림 3).

한편, 주사투과전자현미경 아랫부분에는 분광기가 존재하여 화학분석도 가능한데, 팔라듐 코발테이트 덩어리(PdCoO2 bulk)의 촉매로의 사용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수소발생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을 시험해 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의 상태가 변화하면서 반응성이 더 커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 에너지손실 분광법(electron energy loss spectroscopy, EELS)을 이용하여 보이는 구조에 존재하는 원소들을 분석해본 결과, 수소가 발생하면서 원자 간의 결합이 끊어져, 표면에 생성된 금속 덩어리와 작은 나노입자들이 각각 팔라듐과 코발트임을 확인했다(그림 3). 여기서 팔라듐 금속 덩어리의 격자상수가 본 팔라듐 덩어리보다 커서, 넓은 표면적으로 인해 반응성이 커짐을 확인하였다. 한편, 분광스펙트럼 모양 분석을 통해 나노코발트입자의 경우 Co2+ 이온을 가지는 CoO 입자로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13) 그림 3에서는 이와 같은 화학분석방법으로 Pb2Ru2O7/Sm2Ti2O7 이종접합구조 물질에 대해 원자단위의 원소지도를 얻은 사례를 잘 보여준다.

새로운 투과전자현미경 검출기의 등장

Fig. 4. (A) Conventional STEM detector configuration. Depending on the information needed, the detectors can be inserted one at a time. Charge coupled device (CCD) is shown on the bottom, with an insertable beam stopper. (B) An example showing a beam stopper used during diffraction pattern acquisition to block the direct beam to prevent damaging of the CCD camera.Fig. 4. (A) Conventional STEM detector configuration. Depending on the information needed, the detectors can be inserted one at a time. Charge coupled device (CCD) is shown on the bottom, with an insertable beam stopper. (B) An example showing a beam stopper used during diffraction pattern acquisition to block the direct beam to prevent damaging of the CCD camera.

원자 단위의 작은 크기로 밀집된 전자선은, 시편을 통과하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운동량을 보존하며 전방으로 탄성 산란(elastic scattering)되는 전자가 있고, 수많은 원자들과 충돌하여 비탄성 산란(inelastic scattering)되는 전자, 후방 산란(backward scattering)을 하거나, 시료 내부에서 생성된 이차 전자(secondary electrons)도 있다. 전통적인 STEM 검출기는 보통 고리나 원과 같은 환형(annular) 구조(그림 4)를 가지고 있으며, 시편과 상호작용한 모든 전자들 중 전방 산란된 전자들의 일부만 검출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게 된다. 이때 검출기의 위치나 모양에 따라 기록할 수 있는 전자들의 양과 그 성격이 제한적이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해야만 한다.

한편,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일반 TEM 및 회절무늬 분석에 사용되는 검출기로는, 디지털 판독기가 결합된 신틸레이터(scintilator)를 토대로 하는 전하결합소자(CCD)가 있다. 이 검출기는 전자 감도(sensitivity)가 좋지만, 전자를 검출하는 속도(frame rate)와, 검출된 전자를 수치화하는 디지털 판독 속도(readout rate) 모두 주사 속도(scanning rate)보다 느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검출할 수 있는 전자의 최소, 최대 개수의 범위를 의미하는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가 좁은 편이다. 실험 시 최대 개수 이상의 전자가 검출기로 들어오게 되면, 십만 개의 전자가 도달하는 경우나 이십만 개의 전자가 들어오는 경우 모두 똑같은 값으로 수치화되며, 너무 많은 전자가 검출기에 도달하는 경우 검출기 픽셀의 한계 수용범위를 넘어 검출기가 영구손상될 수도 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해를 응시하는 경우 빛의 세기가 세므로 태양의 정확한 테두리나 표면을 볼 수 없지만,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가 우리 눈보다 넓은 망원경을 이용하면 표면의 세밀한 특징들을 관찰할 수 있다(3년 전 보도된 하와이 이노우에 망원경을 이용해 얻은 태양 사진을 찾아보기 바란다). 또한, 태양을 몇 초만 보고 있어도 눈의 수용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포화상태(saturation)에 도달하기 때문에 눈을 감아도 잔상이 생기는데, 전하결합소자도 마찬가지로 잔상이 생기고 더 나아가 타버리거나 손상될 수 있다. 덧붙이자면, 회절되지 않고 시편을 그대로 통과하는 직접 빔(direct beam)은 운동량을 잃지 않아 에너지가 크고 전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회절 무늬를 얻을 시 검출기 픽셀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빔 스토퍼(beam stopper)를 사용하는 것을 여러 논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그림 4).

회절하거나 산란된 전자들은 시편과 상호작용하면서 수많은 정보를 지니게 되는데, 검출기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전자들 중 일부만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편에 대한 정보 손실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STEM으로 얻어지는 수렴 빔 전자 회절(convergent beam electron diffraction, CBED) 무늬의 경우, 빔의 수렴각도(convergence angle)에 따라 원으로 확대되어 회절하게 되는데,14) 이 원 안에는 결정의 대칭성, 결함, 또는 시편의 내부 전자기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긴다. 이는 전자가 회절할 때 원자들과 상호작용하며 미세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생기는 세밀한 회절무늬를 기존의 검출기로는 충분히 기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회절 무늬에 대한 연구는 그 중요성에 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10년 사이 하드웨어 개발과 더불어 기존의 STEM 검출기나 전하결합소자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어,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Medipix/Timepix,15) EMPAD,16) Canvas, Stela 등의 여러 검출기가 회사마다 상용화되어 등장하게 되었다. 새로운 검출기는 우선 판독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무엇보다 전자선과 시편 사이에서 상호작용한 전자들을 전부 기록하여, 시편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다이내믹 레인지가 커지면서 격자 정보를 담고 있는 직접 빔의 회절무늬, 즉 중앙 디스크(central disc) 안의 세밀한 무늬까지도 자세히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 방법을 이용한 연구

전통적인 STEM검출기를 이용할 경우, 전자선의 주사 위치마다 검출한 전자들을 1차원의 값으로 변환시켜 기록하기 때문에, 3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학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최근에 발전된 검출기는 실공간(real space)에서 전자선이 주사하고 있는 2차원적인 모든 위치에 대해, 역공간(reciprocal space)에서 생성되는 2차원의 회절무늬를 모두 기록하게 되므로, 이를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이용하여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까?

Fig. 5. (A) 4D-STEM detector configuration shows a flat detector covering all areas, which is different from conventional annular, or circular detectors. Magnetic deflections (converted from milliradians to Tesla) for 50 nm Co specimen on silicon nitride in (B) x- and (C) y-directions. Black scale bar represents 4 μm. Figures (B) and (C) are reprinted from Microsc. Microanal. 22, 237–249 (2016).Fig. 5. (A) 4D-STEM detector configuration shows a flat detector covering all areas, which is different from conventional annular, or circular detectors. Magnetic deflections (converted from milliradians to Tesla) for 50 nm Co specimen on silicon nitride in (B) x- and (C) y-directions. Black scale bar represents 4 μm. Figures (B) and (C) are reprinted from Microsc. Microanal. 22, 237–249 (2016).

검출기 성능이 발전하기 이전에도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 방법을 이용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어 왔다.17) 회절무늬를 분석함으로써 주로 결정 공간군(crystal space group)과 시편의 두께를 찾는 실험에 많이 사용되었으며, 회절무늬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격자구조 내부의 변형(strain)을 알아내기도 했다. 향상된 검출기로 인해 편리해진 부분은, 기존의 다양한 모양을 가진 여러 개의 STEM 검출기를 단 한 개의 검출기로 대체함으로써, 검출된 모든 전자들 중 필요한 전자들을 선별하여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그림 5).

이번에는 전자가 내부 자기장이 존재하는 시편과 상호작용하여 회절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하를 가진 전자는 로렌츠 힘(Lorentz force)에 의해 경로에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전자선이 주사된 각 위치마다 회절되어 검출된 전자들의 휘어짐의 정도와 방향을 벡터화시켜 본뜨기(mapping)하면, 시편 내부 자기장을 시각화할 수 있다16)(그림 5). 참고로, 이때 센 자기장으로 조절되는 렌즈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시편 내부의 순수 자기장을 관찰하기 위해 대물 렌즈의 전원을 끄고 실험하는데, 이를 로렌츠 현미경학(Lorentz Microscopy)이라고 한다.18)19) 로렌츠 현미경학은 역사가 깊은 기술이지만, 발전된 검출기로 이전보다 훨씬 세밀한 자기장 정보를 알아낼 수 있게 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 방법의 미래

세밀한 회절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정보의 한계, 즉 기존의 해상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국소화된 전자선으로 형성된 회절 패턴에는 위상 정보가 담겨 있는데, 전자선이 주사됨에 따라 변화하는 간섭패턴을 통해 위상 차이를 검출하는 접근 방식을 타이코그래피(ptychography)라 한다.20) 위상차이를 고려하여 회절패턴이 생성된 시편의 격자 전위(lattice potential) 정보를 역으로 유추해낼 수 있는 기술이므로, 전통적인 회절 한계에 제약을 받지 않아 매우 가까운 원자 간의 거리도 시각화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해상도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 보고된 바 있는데, 연구진은 두 장의 몰리브덴 황화물 시트(MoS2 sheet)가 서로 약간의 각도를 이루도록 겹쳤다. 이로써 같은 시트 안에서 실제로 결합을 이루고 있는 이웃 원자와의 다양한 결합 길이부터 시트끼리 겹쳐져 매우 가깝게 결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2차원 투영길이까지 관찰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자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 시편을 이미징하였을때 얻을 수 있는 해상도는 0.98 Å에 그쳤지만, 타이코그래피를 이용 시 0.39 Å의 향상된 해상도를 얻을 수 있음이 보고되어 세계 최고의 해상도로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다.3) 허블망원경의 발전된 해상도가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별들을 밝혀내며 천체과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듯, 향상된 해상도를 통해 얻어진 지식이 새로운 과학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바이다.

여기서 또 주목할 것은, 얇고 손상되기 쉬운 2차원 물질을 분석하여 높은 해상도를 얻어냈다는 점이다. 보통 유기물질이나 2차원 물질들을 기존 STEM 방식으로 이미징할 때, 낙-온(knock-on)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자선 에너지(~80 keV 이하)와 짧은 노출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해상도가 크게 감소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특히, 검출기의 판독 속도가 느리다 보니, 전반적인 실험 시간이 길어져 시편 손상이 잦게 일어났다. 그러나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 방법을 이용하면 낮은 전압과 전류를 사용하더라도 시그널에 대한 감도가 증가하여 보다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빨라진 정보처리기술로 시료가 손상되기 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활발하게 연구되지 못했던 고분자(polymer)나 세포 조직과 같은 약한 유기물 시편에 대한 심층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바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높은 전자선에 노출시켜 정보를 얻어내야 하는 실시간(in-situ) 실험을 하는 경우 엄청난 이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위해 개발된 검출기는 고작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향상된 검출기를 통해 처음으로 얻어낸 빅데이터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면이 많고,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여 분석하는 방법 또한 많이 발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앞으로 시간이 지나며 분석방법이 성숙된다면, 시편의 물성분석에 대한 자유도(degree of freedom)가 늘어나 훨씬 재미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맺음말

산화물은 190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핀과 같은 2차원 물질이 매스컴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다 보니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게 된 것이 항상 안타까웠다. 실제로 물리학계에서 산화물을 연구하는 연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산화물에 대해, 또 산화물 연구를 뒷받침하는 주사투과전자현미경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코미터 단위의 원자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경이로운 일인데, 이제는 발전된 검출기를 통해 작은 격자 구조 안에서 원자 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잠재적 역량이 많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베일에 감춰졌던 시편의 다양한 물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욱 흥미롭고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각주
1)D. A. Muller, Nat. Mater. 8, 263 (2009).
2)P. E. Batson, N. Dellby and O. L. Krivanek, Nature 418, 617 (2002).
3)Y. Jiang, Z. Chen, Y. Han, P. Deb, H. Gao, S. Xie, P. Purohit, M. W. Tate, J. Park, S. M. Gruner, V. Elser and D. A. Muller, Nature 559, 343 (2018).
4)S. Khim, Phys. High Technol. 31(5), 10 (2022).
5)W. J. Kim, S. Y. Kim and T. W. Noh, Phys. High Technol. 26(1/2), 7 (2017).
6)D. G. Schlom, L. -Q. Chen, X. Pan, A. Schmehl and M. A. Zurbuchen, J. Am. Ceram. Soc. 91, 2429 (2008).
7)P. M. Voyles, J. L. Grazul and D. A. Muller, Ultramicroscopy 96(3-4), 251 (2003).
8)L. A. Giannuzzi and F. A. Stevie, Micron 30(3), 197 (1999).
9)M. E. Holtz, K. Shapovalov, J. A. Mundy, C. S. Chang, Z. Yan, E. Bourret, D. A. Muller, D. Meier and A. Cano, Nano Lett. 17, 5883 (2017).
10)P. Kushwaha, V. Sunko, P. J. W. Moll, L. Bawden, J. M. Riley, N. Nandi, H. Rosner, M. P. Schmidt, F. Arnold, E. Hassinger, T. K. Kim, M. Hoesch, A. P. Mackenzie and P. D. C. King, Sci. Adv. 1, e1500692 (2015).
11)J. Sun, M. R. Barone, C. S. Chang, M. E. Holtz, H. Paik, J. Schubert, D. A. Muller and D. G. Schlom, APL Materials 7, 121112 (2019).
12)C. S. Chang, J. Sun, S. Khim, A. P. Mackenzie, D. G. Schlom and D. A. Muller, Phys. Rev. Mater. 6, 093401 (2022).
13)G. Li, S. Khim, C. S Chang, C. Fu, N. Nandi, F. Li, Q. Yang, G. R. Blake, S. Parkin, G. Auffermann, Y. Sun, D. A Muller, A. P. Mackenzie and C. Felser, ACS Energy Letters 4, 2185 (2019).
14)A. R. Lupini, M. P. Oxley and S. V. Kalinin, Science 362, 399 (2018).
15)D. Jannis, C. Hofer, C. Gao, X. Xie, A. Béché, T. J. Pennycook and J. Verbeeck, Ultramicroscopy 233, 113423 (2022).
16)M. W. Tate, P. Purohit, D. Chamberlain, K. X. Nguyen, R. M. Hovden, C. S. Chang, P. Deb, E. Turgut, J. T. Heron, D. G. Schlom, D. C. Ralph, G. D. Fuchs, K. S. Shanks, H. T. Philipp, D. A. Muller and S. M. Gruner, Microsc. Microanal. 22, 237 (2016).
17)C. Ophus, Microsc. Microanal. 25, 563 (2019).
18)K. X. Nguyen, X. S. Zhang, E. Turgut, M. C. Cao, J. Glaser, Z. Chen, M. J. Stolt, C. S. Chang, Y. -T. Shao, S. Jin, G. D. Fughs and D. A. Muller, Phys. Rev. Appl. 17, 034066 (2022).
19)Z. Chen, E. Turgut, Y. Jiang, K. X. Nguyen, M. J. Stolt, S. Jin, D. C. Ralph, G. D. Fuchs and D. A. Muller, Nat. Nanotechnol. 17, 1165 (2022).
20)P. D. Nellist and J. M. Rodenburg, Acta Crystallogr. A 54, 49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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