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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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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물리교육에의 초대: 교육과정, 물리교사, 물리학 교구

장(field) 보러 갑니다: 마트에서 찾은 전자기학 교구

작성자 : 조광희 ㅣ 등록일 : 2023-10-09 ㅣ 조회수 : 671 ㅣ DOI : 10.3938/PhiT.32.027

저자약력

조광희 교수는 2005년 서울대학교에서 과학교육(물리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특별시시교육청 중등학교,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근무한 후 2010년부터 조선대학교 물리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예시 적합성, 과학과 교육과정, 전자기학 교육, 시각적 표상, 과학교육 연구 논문 작성법, 셀프스터디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khjo@chosun.ac.kr)

Supermarket as a Treasure Trove of Teaching Aids for Electromagnetism

Kwang Hee JO

One of the reasons why electromagnetism is difficult to learn is that the fundamental elements of electromagnetic phenomena are invisible. In addition, there are relatively few teaching aids for university-level electromagnetism lectures compared to elementary and secondary schools. This article is about my experience of making teaching aids, easily purchased at supermarkets, and using it in college lectures. I hope these attempts will be helpful in electromagnetism education.

들어가며

학생들은 전자기학을 어려워 한다.1) 중등 과학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전기 단원을 가르칠 때 마주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전자기적 현상이 설명되니 얼마나 신기하냐고 하면서 혼자 들떠있는 초임 교사와 선생님의 노력은 인정하겠으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던 학생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반물리학, 전공 전자기학 등을 맡아 강의해보니, 전자기학이 필수인 공대생이나 사범대 물리교육과 학생도 역시 힘들어했다. 이유는 여럿이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경우, 수학적 계산과 물리학적 개념 사이의 연결을 힘들어하는 경우, 물리학적 개념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점은 ‘안 보임’이었다. 물론 전자기 현상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찰이나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맨눈으로 볼 수 없다. 고전역학도 결코 쉬운 학문이 아니지만, 그나마 역학은 물체를 들고 보여주면서 “이게 여기서 이렇게 움직이고….”가 되는데, 전자기학은 여기부터 막혔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전자기학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필자에게는 이 문제가 늘 고민이었다.

물리교육 전공자의 부담

모든 강의가 다 만만하지 않지만, 물리학 강의 준비는 더 부담이 크다. 대학원에서 과학교육(물리) 전공을 한 까닭에, 수강생이 내게 무언가 특별한 방법을 기대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면서 강의를 준비한다. 혼자만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필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물리학을 효과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라는 생각이 거의 강박관념처럼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세부 전공인 물리교육 강의보다 전공 물리학 강의 준비에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필요했다.

앞서 학생이 전자기학을 어려워한다고 언급했지만, 고백하건대 필자도 전자기학이 어렵다. 잠깐 학부 시절로 돌아가 보면, 군대까지 마친 터라 이제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복학한 첫 학기에 전공 전자기학을 들으면서 좌절감을 맛보았다. 특히 앞부분에 나오는 gradient, divergence, curl. 이 삼총사와의 만남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식대로 하면 계산은 하겠는데, 이게 무언지 왜 사용하는지 쉽게 이해되질 않았다. 중등학교에서 배웠던 힘(force) 중심의 설명체계가 대학에서는 장(field) 중심의 설명체계로 바뀌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수학적 도구를 도입하였는데, 필자는 여전히 힘의 관점에서 해석하려고 했었다. 안 보이는 장(field)을 봐야 했지만, 여전히 보이고 움직이는 힘(force)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마트에서 찾은 멸치망의 교구화: \(\oint {\overrightarrow{\textsf{멸치맛}}} \cdot d\,\vec{a} \propto \textsf{멸치}_{\textsf{맛}}\)

‘눈에 안 보이는 전기장과 전하 사이의 관계를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가우스 법칙에 관한 강의 준비를 하다가, 기분 전환도 할 겸, 마트에 갔다. 거기에서 우연히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멸치망(그림 1)을 보았다. 망이기에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다 보였고, 걸쇠를 이용해 내용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닫을 수 있었다. 멸치가 망 안에만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이, 나오는 국물 중에서 멸치 맛(향)의 총량은 일정할 것이다. ‘멸치 국물 맛은 망의 크기나 모양에 상관 없이, 망 안에 있는 멸치 개수에 비례한다’라는 생각은 ‘닫힌 가우스 면을 통과하는 전체 전기 선속은 가우스 면 안에 있는 총 전하량에 비례한다’로 이어졌다.

\(\oint {\overrightarrow{\textsf{멸치맛}}} \cdot d\, \vec{a} \propto \textsf{멸치}_{\textsf{안}}\) “와, 이거다!”

Fig. 1. Mesh strainer as a teaching aid for Gaussian surface.Fig. 1. Mesh strainer as a teaching aid for Gaussian surface.

강의실에서 멸치망을 꺼내는 순간, 학생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킥킥 웃는 학생, 이게 뭐 하자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눈이 커진 학생….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생기 없는 표정이 아니었다.

Fig. 2. Roll comb as a teaching aid for electric field lines of charged cylinder. Fig. 2. Roll comb as a teaching aid for electric field lines of charged cylinder.

여기에 하나 더. 가시형 롤 빗(그림 2)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빗살이 표면에 수직으로 나와 있는데, 이는 원통형 도체의 전기장선 모양과 유사하다. 이 또한 2차원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기존 교재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Java 등을 이용한 전산 시늉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강의 중에 갑자기 롤 빗을 뒷주머니에서 꺼내 머리를 빗고 나서 하는 설명에 학생들은 더 열렬히 반응하였다.

물론 수식을 소개하고 오개념 유발 가능성을 말하면서,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강의가 끝난 후에도 학생들이 이 마트 교구를 기억하고 있었다.

예비 교사 교육에 접목

사범대학 물리교육과에 근무하고 있기에 가르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자는 가르치는 방법을 또한 가르쳐야 한다. 소위 말하는 교사교육자의 이중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교구 창작 활동을 예비 교사 대상 강의 중에 시도해 보았다. 전자기학 공부만으로도 힘든데 전자기학 교구까지 만들라고 하니, 강의 안내를 하는 내내 학생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에서는, 특히 사범대에서는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참여한 수강생들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초기에 수강생들은 힘들어했다. 수강생 본인이 특정 개념을 잘 알지 못 함을 깨닫고 이를 알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교구를 만들면서 개념을 이해하고 다시 교구를 수정하는 순환적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수강생 대다수가 공통으로 어려움을 호소하였지만,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나다니면서 보는 모든 것이 교구로 보인다고 자기 성찰지에 적은 학생도 있었다. 점차 교구가 제 모습을 갖춰 가면서, 학생들의 반응은 뿌듯함으로 바뀌고 있었다.[2]

[수강생 A] ‘전자기학과 관련된 교구에 대해 발표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되었지만, 하고 난 뒤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수강생 B]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교구를 조금씩 완성해가니 우리 자신이 정말 과학자가 된 느낌을 받았다. (중략) 우리가 만든 교구를 후배, 선배, 교수님 앞에서 설명을 할 때 생각했던 것만큼 멋진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말못할 정도로 뿌듯했습니다. 교구를 만들면서 전자기학이라는 과목에 한 걸음 더 갈 수 있었고 이 교구를 통해 앞으로 우리의 후배들이 전자기를 재미있게 공부할 생각을 하니 하... 교수님 그래도 어렵겠죠? 그래도 저희보다는 쉽게 배울 거라 확신합니다.’

예비 교사의 교구 창작품

Fig. 3. A teaching aid for the gradient.Fig. 3. A teaching aid for the gradient.

다음 두 사례는 수강생의 작품이다. 마트에서 랩과 이쑤시개 등을 사서 만들었다. 첫 번째 작품은 기울기 벡터(gradient)의 방향을 보여주는 교구(그림 3)이다. 언덕 모양에서 어느 방향이 기울기 벡터의 방향인지 질문하면, 일반적으로 접선의 방향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3) 그런데 책이나 칠판은 평면이기에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진처럼 수수깡 위에 랩을 씌우고 이쑤시개 모양의 막대로 기울기 벡터의 방향을 직접 제시할 수 있는 교구를 제작하였다. 이를 제작한 이OO 군과 박OO 군은 물리학회에서 직접 포스터 발표를 통해 자신이 만든 교구를 학회원 앞에서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들의 설명을 듣다가 방향이 틀렸다고 말했던 대학원생이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와서 오히려 자신이 오개념을 알게 해주어 고맙다고 했단다.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발표 소감을 말하던 제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두 번째 작품은 전하가 고른 구형 물체의 전기장과 이를 감싸는 가우스 곡면을 보여주는 교구이다. 이는 가우스 법칙의 가장 대표적 사례인데, 대체로 교재의 본문에는 3차원 ‘구’로 적혀 있지만 정작 그림은 2차원 ‘원’으로 제시된다. 전하가 고르게 퍼진 도체구의 전기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함은 수식적으로 깔끔하게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전기장의 방향이나 크기, 전기장선과 발산(divergence)의 관계 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4) 또는 물리학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수학 계산 결과만 남아 있곤 했다.

Fig. 4. A teaching aid for the Gauss’s law on a uniformly charged sphere.Fig. 4. A teaching aid for the Gauss’s law on a uniformly charged sphere.

실제 본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형 스타이로폼에 균일한 간격으로 이쑤시개를 꽂고 이를 감싸는 구조체(그림 4)를 만든 수강생들이 있었다. 이 교구는 도체구의 전기장선을 3차원으로 보여주기에, 가우스 법칙을 가르치면서 여전히 필자가 강의 중에 사용한다. 수강생들로부터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호평을 받는다. 두 사람이 같이 열심히 만들었는데 한 사람은 현재 공립학교 교사로, 다른 한 사람은 과학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진로 결정에도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리라.

주의 사항과 수강생 의견

교구나 비유물을 사용할 때는 항상 오개념이 생기거나 강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5) 교육하고자 하는 목표 개념과 교구(또는 모형, 비유물)의 속성이 모두 일대일로 대응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모터를 이용한 물의 순환으로 전기 회로를 설명하면, 전위차에 의한 전류 등을 설명하기에는 편하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은 오개념(예를 들어, 전기도 물처럼 연속적으로 흐른다, 호스 구멍으로 물이 새듯이 전선 피복이 벗겨지면 전기도 무조건 샌다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도 교구를 이용한 수업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학생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모형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개념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남긴 강의 평가에서도 이러한 의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강생 C] 전자기학이라는 수업은 학생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저는 많이 생소하면서도 어려운 과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저희를 위해 직업 수업에 이해하기 쉬운 물품들을 제작하고 만들어서 보여주어서 이해하기 비교적 쉬운 것 같다.

[수강생 D] 여러 가지 예시를 들어주셔서 이해가 쉬움.

나오며

이제 다음 주면 개강이다(필자는 방학 중에 글을 쓰고 있다). ‘교수’라는 직업은 연구자와 교육자의 양면성을 모두 요구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이중성이 가진다. 세상을 연구 문제투성이로 보던 연구자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 다시 세상 만물을 교구투성이로 보는 교육자로 변신해야 할 시기이다. 어떤 분은 이 두 가지를 놀라울 정도로 잘 병행하지만, 독자 중에는 필자처럼 학기 중에는 교육에, 방학 중에는 연구에 더 집중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학기 중 모드’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오늘도 마트에 갔다가 교구 하나를 찾아 강의 중에 사용할 계획을 짜면서 혼자 기뻐하고 있다.

교육 경험이 많은 선후배 동료 교수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기만의 교구, 비유, 예시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 자료들이 특정 사이트를 통해 모이고 공유된다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연구 방법을 거쳐 교육 효과가 검증되면 더욱 좋겠지만, 검증이 아직 덜 된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일단 모아둔다면 연구의 출발점도 될 수 있고 특히 신임 교원에게 디딤돌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AI 교육의 시대, AR이나 VR을 넘어 MR(혼합 현실), XR(확장 현실), SR(대체 현실)을 논하는 시점에서 이런 시도는 자칫 뒤처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에듀테크는 결국 콘텐츠에서 비롯되고, 초중등 과학(물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의 물리교육에 대한 자료나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에 여전히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연구 중에, 또는 강의 준비 중에 고민하다가 이 글을 보신 분이 있다면, 바람도 쐴 겸 저처럼 마트에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어쩌면 여러분도 마트에서 우연히 무언가를 찾으실 수 있고, 아니면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물리학을 가르치느라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각주
1)J. Choi, D. Jeon and I. Lee, Sae Mulli 59, 217 (2009).
2)K. Jo, Teach. Educ. Res. 59, 445 (2020).
3)K. Jo, New Phys.: Sae Mulli 63, 1364 (2013).
4)K. Jo, New Phys.: Sae Mulli 65, 900 (2015).
5)H. Shin, H. Seok H and J. Park, New Phys.: Sae Mulli 72, 4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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