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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에 빠진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
작성자 : 김항배 ㅣ 등록일 : 2023-12-28 ㅣ 조회수 : 623
김항배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이학박사로서,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영국 랑카스터대학교,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관측하는 국제공동연구인 Telescope Array (TA)가 지상 검출기 배열을 통해 검출된 우주선 중에서는 가장 높은 244 EeV의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이 검출됐음을 발표했습니다.1)2) 이 글에서는 이번 검출이 갖는 의미와 이와 관련된 초고에너지 우주선 연구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주선(cosmic rays)은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말하며 성분은 주로 양성자와 원자핵입니다. 양성자의 질량에너지에 해당하는 109 eV 근처의 낮은 에너지 대의 우주선은 대부분 태양이 내뿜는 태양풍에서 기원한 입자이고, 1015 eV까지의 높은 에너지 대의 우주선은 우리은하 내의 초신성 폭발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로 추정됩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에너지가 1018 eV (1 EeV) 이상인 우주선을 말하며, 우리은하 밖에서 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에너지인가 하면 현재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얻을 수 있는 양성자의 최대 에너지가 1013 eV (10 TeV) 정도인데, 그것보다 대략 100만 배 이상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양성자나 핵을 이 정도 에너지로 가속할 수 있는 엄청난 가속기가 우주에 있다는 것인데, 그 가속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은 21세기 과학의 중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
우주선의 선속(flux)은 에너지가 커질수록 대략 에너지의 세제곱 분의 1에 비례해서 줄어드는데, 초고에너지 우주선에 이르면 선속이 1 km2당 100년에 1개보다도 작습니다. 그래서 이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1,000 km2 이상의 넓은 면적을 관측할 수 있는 지면 검출기 배열이나 대기 형광 망원경을 써야 합니다. 현재 이런 거대 검출기 배열 실험으로는 북반구(미국 유타주)에 Telescope Array (TA), 남반구(아르헨티나 멘도사)에 Pierre Auger Observatory (PAO)가 있습니다. 그림 1은 지면 검출기 배열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검출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삽화입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지구 대기에 진입하면 대기 중의 질소나 산소 핵과 연쇄적으로 충돌하며 수십억 개의 2차 우주선이 만들어져서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지면 근처에 이르면 2차 우주선은 수 km의 범위까지 퍼지는데, 이를 샤워 물줄기가 퍼지는 모습에 비유해서 대규모 대기 샤워(extensive air shower)라 부릅니다. 지면 검출기 배열은 지면에 도달하는 2차 우주선의 주요 성분인 전자나 뮤온을 직접 검출하고, 대기 형광 망원경은 2차 우주선이 대기 분자와 충돌해서 나오는 자외선 대의 형광을 검출해서, 원래의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가진 에너지와 날아온 방향을 알아냅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지면 검출기 배열은 대규모 대기 샤워의 진행 방향에 대해 수직 단면을 관찰하는 방식이고, 대기 형광 망원경은 수평 단면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TA와 PAO 두 실험 모두 교차검증을 위해 지상 검출기 배열과 대기 형광 망원경을 둘 다 운용하고 있으며, 각각의 검출기를 표면 검출기(surface detector)와 형광 검출기(fluorescence detector)라고 부릅니다.
현재까지 검출된 우주선 중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은 1991년 Fly’s Eye 실험에서 검출한 320 EeV의 우주선으로, OMG (Oh My God!) 입자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3) 양성자 하나가 이 정도로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이번에 TA에서 보고한 우주선의 에너지는 244 EeV로 이보다는 작습니다. 그럼에도 사이언스지에 실릴 수 있었던 것은 Fly’s Eye는 대기 형광 망원경으로 검출한 경우이고, TA는 지면 검출기 배열로 검출한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TA는 지면 검출기 배열과 더불어 대기 형광 망원경도 같이 운용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건을 대기 형광 망원경에서 동시에 관찰하지는 못했습니다. 지상 검출기 배열은 하루 24시간 온전히 운용되지만, 대기 형광 망원경은 자외선 영역의 형광이 워낙 약해서 달이 안 뜬 어두운 밤에만 운용되기에, 두 장치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비율은 전체의 10% 내외입니다. TA에서 보고한 우주선에는 아마테라스(Amaterasu) 입자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아마테라스는 일본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여신입니다. 이 입자가 태양에서 온 것이 아니지만, 논문의 주저자인 일본 연구자가 멋을 좀 내고 싶었나 봅니다. 어찌 됐든 그 주저자나 TA 연구팀에겐 태양의 여신이 보낸 행운의 입자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진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내뿜는 천체는 도대체 무엇이고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속이 이루어질까요? 현재 유력한 천체로는 활동성 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내뿜는 제트와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 등이, 유력한 가속 방식으로는 확산성 충격파 가속(diffusive shock acceleration)이 거론됩니다. 전하를 띤 입자를 가속하려면 전기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천체 정도로 큰 규모의 전기장은 전하의 분포를 조정해서 만들기는 어렵고, 주로 전하의 흐름으로 발생한 변화하는 자기장이 만드는 전기장이 그 역할을 합니다. 또한 높은 에너지까지 가속되려면 반복적인 가속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전하를 가둘 수 있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천체가 전하를 띤 입자를 가속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에너지는 자기장이 있는 영역의 크기와 자기장의 세기가 결정적인 한계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림 2는 힐라스 도면이라 불리는데, 지금까지 관찰된 다양한 천체들의 자기장 영역의 크기와 자기장의 세기를 각각 수평축과 수직축으로 잡아 위치를 표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최대 에너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가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 에너지는 어느 정도 어림할 수 있지만,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천체와 가속 방식에 대한 자세한 모형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도 충분한 이해가 없으며, 연구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확산성 충격파 가속은 천체가 내뿜는 입자들이 은하 간 물질과 만나면서 생기는 충격파가 형성하는 자기장과 전기장에 의해 전하를 띤 입자가 반복적으로 가속되는 방식입니다.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내뿜는 제트나 감마선 폭발에 동반되는 강력한 충격파에서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가진 높은 에너지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날아오는 방향에 있는 천체들을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도 있는데, 여기에는 우주선이 전하를 띤 입자다 보니 큰 제약이 따릅니다. 우리은하에도 그렇고, 은하 밖에도 약하긴 하지만 넓은 영역에 걸쳐 자기장이 존재하고, 전하를 띤 입자는 자기장이 있는 영역을 지나면 방향이 휘어져서 원래의 방향에 대한 정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검출된 우주선이 날아온 방향은 실제 우주선의 기원이 되는 천체가 놓인 방향과 다릅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경우 에너지가 워낙 크기에 휘어지는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고, 날아온 방향이 기원이 되는 천체의 방향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것도 현재 관측 결과를 보면 완전 오리무중입니다. 관측된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방향 분포와 앞에서 언급한 유력한 천체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은하 외부의 자기장에 대한 정보는 현재도 그리 많지 않은데, 은하 외부 자기장의 영향이 우리의 예상보다 더 큰 탓일까요.
여기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주에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osmic microwave background) 복사가 존재합니다. 대략 수십 EeV 이상의 에너지를 갖는(이 에너지를 GZK 한계라고 합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우주를 날아오는 동안 우주배경복사의 광자와 상호작용해서(파이온 입자들을 계속 생성하면서) 에너지를 차츰 잃게 됩니다. 그래서 먼 거리(대략 50~100 Mpc로 이 거리를 GZK 반지름이라고 합니다. 파섹(pc)은 천문거리 단위로 1 pc은 3.26 광년입니다.)를 이동하면 GZK 한계 에너지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대부분이 GZK 거리 밖에 있는 천체로부터 온다면, GZK 한계 이상의 에너지를 갖는 우주선은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 관측된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에너지 분포를 보면, 이 예측과 잘 맞습니다. GZK 한계 이상의 에너지를 갖는 우주선의 수는 급격히 떨어져서, 현재까지 PAO와 TA에서 10년 이상 모은 데이터의 수가 수백 개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 수백 개의 GZK 한계 이상의 우주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GZK 반지름 안에 있는 천체로부터 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super-GZK 우주선들의 방향을 추적해서 GZK 반지름 안에 있는 천체들과 대응을 시킬 수 있다면 그 기원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GZK 반지름 안에 있는 천체는 대충 다 조사해봤는데, 몇몇 가능성이 있는 활동성 은하핵이나, 별 생성 은하가 보이긴 하지만,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전체적인 분포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GZK 반지름 안에 있는 천체(물질)의 분포는 매우 불균일한데(우주의 밀도가 평균적으로 균일해지는 거리 규모는 GZK 반지름보다 훨씬 큽니다.) GZK 한계 이상인 우주선의 방향 분포는 어느 정도 균일해 보입니다. 이것들이 GZK 반지름 너머의 먼 천체로부터 왔다면 균일한 분포가 당연하지만, 그렇다면 GZK 한계가 존재한다는 관측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번에 TA가 보고한 아마테라스 입자도 날아온 방향에 보면 GZK 반지름 내에 기원이 될 만한 그럴듯한 천체가 없습니다. 심지어 그 방향은 은하들이 거의 없는 거대 공동(void)이 있는 방향입니다. 그림 3은 아마테라스 입자를 포함하여 TA에서 관측된 GZK 한계 이상의 에너지를 가진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도착 방향과 몇몇 유력한 천체들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필자가 초고에너지 우주선 연구에 뛰어든 게 이제 20년이 넘었는데, 뛰어들 당시에는 PAO와 TA 실험이 10년쯤 계속 진행되면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 문제가 풀리든지, 최소한 실마리는 잡히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미스터리한 입자들의 기원을 밝히는 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상황은 더욱더 오리무중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 어찌해야 할까요.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http://crossroads.apctp.org/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는 정부의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 지원으로 사회적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습니다.
- 각주
- 1)전자볼트(eV)는 소립자와 전자를 다루는 입자물리학과 응집물질물리학에서 많이 쓰이는 에너지 단위로, 기본전하(e=1.6*10‒19 C)를 가진 입자를 1 V의 전압으로 가속했을 때 입자가 얻는 에너지로 1 eV=1.6*10‒19 J입니다. 엑사(E)는 1018(10의 18 거듭제곱)을 나타내는 접두어입니다.
- 2)R. U. Abbasi et al. [Telescope Array Collaboration], Science 382, 903 (2023).
- 3)D. J. Bird et al., [Fly’s Eye Collaboration], Astrophys. J. 441, 144 (1995). Fly’s Eye 실험의 정식 명칭은 High Resolution Fly’s Eye Cosmic Ray Detecto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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