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새 책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작성자 : 이은경 ㅣ 등록일 : 2024-08-02 ㅣ 조회수 : 275
이 책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의 1세대 과학자 30명의 과학 성취와 인생을 담고 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해방과 건국, 한국전쟁, 산업화와 근대화로 이어지는 굴곡진 사회에서 과학자가 되는 길을 개척했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된 과학자 30명이 살아온 이야기는 그대로 한국 근현대사이고, 동시에 고군분투 끝에 이룬 한국 근현대 과학의 자랑스런 발자취다.
전북대 김근배 교수팀은 지난 15년간 한국의 과학기술자에 대해 여러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매년 1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고 170명에 대한 인물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된 <인물열전> 중 첫 권, 자연과학편이 바로 이 책,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이다. 덕분에 이 책은 사실에 기반하여 과학자들의 개인사, 연구, 사회활동을 균형있고 공정하게 다룰 수 있었다. 자료를 새로 발굴해 알려지지 않았던 과학자들을 소개했고, 알려진 과학자의 경우 다채로운 면모를 입체적으로 그렸다. 사진, 친필 편지, 연구일지 등 흔히 보기 어려운 자료들도 풍부하게 수록되었다.
예를 들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자였던 리용규는 25세에 초등 2학년 공부를 시작해 1917년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조선인 최초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만년필용 모란잉크를 개발했다. 해방 직후 수학자 리림학은 남대문 쓰레기 더미에서 <미국수학회보>를 발견했고 수록된 논문의 미해결 문제를 풀어 기고하면서 처음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했다.
물리학자로는 권영대, 조순탁, 이상수, 이휘소가 수록되었다. 이들은 먼저 유학 간 선배로서 미국 대학의 정보를 자세히 편지로 써 보내 후배들에게 ‘유학원’ 역할을 했고, 우주선을 관측하려고 가이거 계수기와 핵건판 검출 장비를 직접 매고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갔고, 광학전공자임에도 연구용 원자로 도입을 이끌었고, 중학교 때 집에서 실험을 할 정도로 화학반 활동을 열심히 했다. 잘 알려진 물리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편저자는 “한두 과학자의 기록은 에피소드일 수 있으나 많은 과학자의 기록은 역사적 서사가 된다”라고 말한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독자들은 겁내지 않아도 된다. 한 편은 30쪽 전후이므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과학자들의 ‘사람 이야기’를 한 편씩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 과학사, 한국 근현대사 책 1권을 읽은 듯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은경(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