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오비탈 전류, 오비트로닉스-스핀트로닉스의 확장
스핀을 배제한 오비탈 홀 효과의 관찰 제안
작성자 : 김상훈·홍순철 ㅣ 등록일 : 2020-12-01 ㅣ 조회수 : 2,836 ㅣ DOI : 10.3938/PhiT.29.036
김상훈 교수는 자성 나노 패터닝 관련 연구로 2014년 연세대학교에서 신소재공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7년까지 일본 교토대학교의 화학연구소에서 Dzyaloshinskii-Moriya 상호작용의 미시적인 원리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현재는 울산대 물리학과에 재직 중이며 스핀과 오비탈의 수송현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anghoon.kim@ulsan.ac.kr)
홍순철 교수는 제일원리계산을 활용한 표면 자성에 관한 연구로 1988년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지금까지 울산대학교 물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교육부 중점연구소 사업을 2009- 2018년 9년간 연구책임자로 수행하였으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7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한국자기학회장으로 자성학 분야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schong@ulsan.ac.kr)
Suggestion for Direct Observation of Orbital Accumulation
Sanghoon KIM and Soon Cheol HONG
The generation of orbital current is an intriguing research topic not only for developing energy-efficient control of spintronic devices, but also for observing new emerging phenomena, such as orbital-to-spin conversion. During the last two decades, many innovative measurement techniques have been developed for discoveries related to conversions between spin flow and natural phenomena such as light, heat, vibration, and charge flow. Observation of the orbital current also requires efforts that should result in many other state-of-the-art discoveries. However, a direct experimental way to observe the orbital current is still missing. In this article, we suggest that X-ray magnetic circular dichroism (XMCD) measurements may be a good candidate for directly observing the orbital current because it is the only way to detect orbital moment selectively. Just like spin accumulation, orbital current can also accumulate at the edge of a system, giving rise to a non-zero orbital magnetic moment. Although the orbital moment generated by orbital accumulation is expected to have a very small value, ~10‒5 μB, precise measurement with high sensitivity will allow direct observation of the orbital current.
들어가는 글
오비탈 홀 효과에 의한 오비탈 전류의 발생은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는 자성 전자 소자의 개발과 더불어 기존에 발견되지 않던 오비탈-스핀 전환 현상, 오비탈 전도 현상 등과 같은 새로운 물리적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연구 주제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물질에 전기장 또는 온도 구배를 인가하거나, GHz 수준의 고주파 격자 떨림을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스핀 전류를 발생시켜([그림 1] 참조) 그와 관련된 새로운 물리적 모델들이 제안되어 왔고,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어 왔다.1) 오비탈 전류도 마찬가지로 그런 시도들이 가능할 것이며, 스핀 전류와의 태생적인 차이로 인해 기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것 또한 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비탈 전류 현상에 대한 실험적 측정결과는 아직 보고된 바 없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오비탈 홀 효과를 실험적으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기존 스핀의 전도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발전해왔던 측정 및 분석 기술들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떼어내고 싶지만… 결국 이용해야 하는 오묘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필자들은 본고에서 오비탈의 흐름만 따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물질의 전도 특성 혹은 자기 커 효과를 이용하면 전자 스핀 효과를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편에서는 물질에 전류를 흘려 오비탈 전류를 형성하되, 관측은 X선 분광학(spectroscopy)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스핀 전류와 스핀 축적
스핀 전류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들이 스핀 축적(accumulation) 현상을 이용하듯이, 오비탈 전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오비탈의 축적 현상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축적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오비탈 측정 방법을 제안하기에 앞서 스핀 축적 현상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스핀이 소멸되지 않게 충분히 폭이 좁은 도선이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때 도선의 가장자리는 스핀 혹은 전하가 통과할 수 없는 아주 단단한 벽처럼 작용하며, 스핀-궤도 결합에 의한 spin-flip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가정이 성립하는 도선에 스핀 전류가 흐른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를 고려해볼 수 있다.2)
i) 전기장에 의한 스핀 분극된 전류의 표류
ii) 스핀 농도 구배에 의한 스핀의 확산
iii) 스핀 홀 효과에 의해 전기장에 수직한 방향으로 흐르는 스핀 전류 따라서, 도선에 흐르는 스핀 전류는 이 세 가지의 총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세 가지 경우 중 전기장을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생성된 스핀 전류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결국 도선의 가장자리에 축적된다. [그림 2]와 같이 도선의 양단에는 서로 다른 분극을 갖는 스핀들이 축적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연구가 보고되었고,3) 이후 스핀 홀 효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1) 오비탈 홀 효과의 경우 역시 앞서 고동욱 박사와 이현우 교수의 글에 언급되었듯이 오비탈 각운동량의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으므로,4)5)6) 오비탈 홀 효과에 의한 도선 가장자리에서의 오비탈 축적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오비탈의 축적을 과연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스핀 축적에 의한 자기모멘트 형성
우리가 실험으로 각운동량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스핀의 경우 스핀 전달 토크에 의한 자화반전이나 자화 공진 현상, 혹은 거대자기저항 혹은 스핀 홀 자기 저항과 같은 전도현상, 자기 커 효과, 자기 원평광 이색성 분광학(X-ray magnetic circular dichroism, 이하 XMCD) 등이 있다.7)8)9)10)11) 이들 측정 방법 중 XMCD를 제외한 다른 방법들은 모두 강자성체와 전도전자가 가진 스핀 각운동량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성체가 가진 국부(localized) 스핀들의 상태를 직접 관측하거나 그것에 의해 발현되는 간접 현상들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즉, 스핀트로닉스에서 발전된 모든 측정이론들은 스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비탈이라는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물리량을 실제 측정해야 하는데, 기존 발전된 측정 방법들은 하필이면 오비탈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스핀의 측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오비탈 홀 효과에 대한 실험 연구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앞 절에 설명한 스핀 축적은 페르미 준위 근처의 상태밀도를 스핀 분극화시킨다. 다시 말해, 페르미 준위 근처의 전자구조에 스핀 불균형(spin imbalance) 상태를 만든다. 이 스핀 불균형에 의한 알짜 스핀밀도는 유효한 자화(effective magnetization)를 형성한다. 이는 파울리의 상자성과 비슷한 상황이 되며 아래 표는 스핀 축적과 파울리 상자성을 서로 비교한 것이다.
스핀 축적 | 파울리 상자성 | |
---|---|---|
스핀 의존성 상태 밀도 \(g_\pm(E)\) | \(g_\pm (E)= \frac{1}{2} g(E\mp \Delta\mu/2)\) | \(g_\pm (E)=\frac{1}{2} g(E\mp\mu_B H)\) |
스핀 밀도 \(N_\pm\) | \(\int dE \frac{1}{2} g(E\mp\Delta\mu/2)f_{FD} (E,\mu_0)\) | \(\int dE \frac{1}{2} g(E\mp\mu_B H)f_{FD} (E,\mu_0)\) |
알짜 자기 모멘트 \(M\) | \(-\mu_B (N_ + -N_- )=\mu_B (\Delta\mu/2)g(\mu_0)\) | \(-\mu_B (N_+ -N_- )=\mu_B (\mu_B H)g(\mu_0)\) |
위 표에서 파울리 상자성에서 얻어지는 알짜 자기모멘트 M으로부터 자화율(susceptibility, M/H)을 구하면 \(\small\chi^P=\mu_B^2 g(\mu_0)\)가 되므로 스핀 축적에 의한 알짜 자기모멘트는 다음과 같게 된다.
\begin{equation} M=\frac{1}{2} \frac{\Delta\mu}{\mu_B} \chi^P \tag{1} \end{equation}알짜 스핀 밀도(net spin population), 즉 다수(majority) 스핀과 소수(minority) 스핀 밀도의 차이를 의미하는 알짜 스핀 화학 포텐셜 \(\small\Delta\mu\)와 파울리 자화율 \(\small\chi^P\)의 곱이 스핀 축적에 의해 유발된 자기 모멘트 값과 정비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관계를 통해 수백 나노미터의 도선에 대략 106 A/m2의 전류를 흘릴 경우 스핀 축적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모멘트 값은 1 T의 자기장 하에 형성된 파울리 상자성의 자기모멘트보다 십 분의 일 수준으로 작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작은 양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방사광을 이용하여 스핀 축적에 의한 자화값을 직접 측정하는 것에 성공하였고,10)11) 이에 대한 설명은 본편 후반부에서 소개하겠다.
오비탈 축적에 의한 비대칭 오비탈 구조
스핀 축적에 의한 자기 모멘트 형성에는 페르미 준위의 스핀 불균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오비탈의 경우엔 상황이 좀 더 복잡해진다. 오비탈 모멘트의 경우 스핀 불균형보다는 전자에 의한 오비탈 점유율(occupation)의 불균형에 의해 형성이 되므로, 오비탈 전류의 축적은 오비탈 점유율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여기서 언급되는 오비탈 점유율이란 궤도 양자수에 의해 결정되는 각 오비탈 준위에 전자가 채워진 정도를 의미하며, 이것의 불균형은 각 오비탈의 상대적인 전자 점유율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입방체(cubic) 구조에서는 격자의 반전 대칭이 보존된 상태이므로 오비탈 점유율이 모든 방향에서 대칭이며, 오비탈에 의한 자기 모멘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입방체라 하더라도 계면 혹은 표면에서는 반전 대칭이 깨져 있어 오비탈 점유율의 불균형을 유발한다. 즉, [그림 3]과 같이 급랭(quench)된 오비탈은 구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반전대칭이 깨지면서 럭비공 형태가 된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오비탈 점유율의 불균형은 오비탈 모멘트를 만들 것이므로 전류를 어떤 물질에 흘렸을 때 오비탈 홀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물질 가장자리에서의 오비탈 축적이 “오비탈 점유율의 불균형을 만드는 상황”을 만든다면 오비탈 전류의 직접적인 관측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오비탈 점유율의 불균형이 물질의 일축 자기 이방성,12) 라쉬바(Rashba) 효과,13) 그리고 쟐로신스키 모리야(Dzyaloshinskii-Moriya) 상호작용이라고 불리는 이방성 교환 결합 에너지14)의 미시적 근원이라고 보고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들 현상들은 모두 오비탈 전류의 축적이 일어날 수 있는 물질 가장자리, 혹은 계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대칭성이 깨진 상황에서 결정장(crystal field)에 의해 재정렬된 오비탈 구조에 의해 다양한 자기(magnetic)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오비탈 전류의 축적은 스핀 축적과는 다르게 오비탈 전류의 축적이 결정장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4)5)6)
XMCD를 활용한 스핀과 오비탈의 구분
XMCD는 엑스선 흡수 분광(X-ray absorption spectroscopy, XAS) 현상을 이용한 방법으로, 스핀과 오비탈을 구분하여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측정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XMCD를 이용하면 오비탈만 선택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측정된 XMCD 스펙트럼 신호에서 스핀과 오비탈의 신호를 구분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sum rule이고,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루기 전에 먼저 XAS가 어떤 원리에 의한 것인지 보도록 하자. 일반 XAS는 물질에 입사된 광자의 에너지가 특정 오비탈과 결이 맞을 때, 물질에 흡수가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광자의 에너지로 인해 내각 전자(core electron)가 가전자대(valance band)의 비어 있는 공간으로 천이가 일어나는데, 이때 전자의 천이 확률은 다음과 같은 페르미 황금률(Fermi golden rule)에 의해 결정된다.
\[P_{fi} \propto \sum_{f,i} M_{fi}^2\cdot(1-n(E_f ))\cdot\delta(\hbar\omega-(E_f - E_i )) \tag{2}\]이때 \(\small (1‒n(E_f ))\)은 가전자대의 비어 있는 자리수의 상태 밀도이고, 델타함수는 흡수과정에서의 에너지 보존을 반영한다. \(\small M_{fi}^2\)은 전기 쌍극자 근사를 통해 \(\small |\bra{f}\pmb{P}\cdot\pmb{A}\ket{i}|^2\)에 의해 결정되는 천이 행렬 요소이다. \(\small \pmb{P}\)와 \(\small \pmb{A}\)는 각각 전자의 운동량 연산자와 X선의 분극을 포함한 전기장 벡터이다. 이때 천이는 쌍극자 선택규칙을 따르는데, 스핀 양자수의 변화 없이 오비탈 자기 양자수는 한 개가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small \Delta m_s = 0, \Delta m_l = \pm 1\)). 예를 들면, L-edge에서 \(\small 2p\) 오비탈의 전자들은 \(\small d\) 오비탈로 천이(transition)를 하고, K-edge에서 \(\small 1s\) 오비탈의 전자들은 \(\small p\) 오비탈로 천이를 한다. 천이는 빈자리가 있는 페르미 준위 근처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X선 흡수 분광에 따라 전자의 천이를 관찰한다는 것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페르미 준위 근처의 전자구조를 관찰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만약 페르미 준위가 스핀 분극되어 있다면, 스핀 \(\small +\hbar/2, -\hbar/2\)의 천이 확률이 달라질 것이다. 이를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XMCD이다.
필자들이 오비탈 홀 효과를 관측하는 방법의 하나로 XMCD를 주목하는 데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스핀과 오비탈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XMCD의 원리는 Stöhr와 Wu가 제안한 2 step model로 이해된다. 다행스럽게도 \(\small 3d\) 전이금속의 경우, 이 과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편광된 X선이 입사가 될 경우를 가정해보자. 첫 번째 단계에선 광자가 가진 각운동량은 \(\small p\) 오비탈의 전자들에 전달된다. 이에 따라 여기된 전자들은 스핀 분극(spin polarization)이 일어난 상태가 된다. 왜냐하면, 편광된 X선 광자의 입사에 의한 내부(core) 전자의 여기 확률은 내부 전자의 스핀의 방향과 오비탈 준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후에 분극되어 여기된 전자들은 최외각 오비탈(이 경우 \(\small d\) 오비탈)의 스핀 분극에 따라 비어있는 준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를 표현한 것이 [그림 4]a이고, 그림 4b는 편광 방향에 따른 Co의 XAS와 두 XAS의 차이(\(\small \mu^- -\mu^+\))로부터 얻은 XMCD 스펙트럼이다.
\(\small 3d\) 전이 금속에서 \(\small p\) 오비탈은 \(\small p_{3/2}, p_{1/2}\)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오비탈에서 스핀 분극 방향이 달라지는데, 이는 스핀과 오비탈이 각각 \(\small l+s\)와 \(\small l-s\), 즉 반대방향으로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 4a에서와 같이 두 edge의 여기 확률이 광자의 편광 부호에 따라 역전된다. 이렇게 각 edge에서 스핀 오빗 결합이 여기 확률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핀과 오비탈의 신호를 구분해 낼 수 있다. Thole과 Carra가 이 원리를 이용하여 sum rule을 수학적으로 유도하였고,16) 오비탈 각운동량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 \left\langle L_z \right\rangle =\frac{2l(l+1)(4l+2-n)}{l(l+1)+2-c(c+1)} \frac{\int_{j\uparrow +j\downarrow} (\mu^- - \mu^+ )}{\int_{j\uparrow + j\downarrow}(\mu^+ +\mu^- + \mu^0 ) } \tag{3}\]이 식에서 \(\small l\)은 가전자대의 오비탈 양자수, \(\small n\)은 가전자대의 전자수, \(\small c\)는 속 준위(core edge)의 오비탈 양자수, \(\small j\uparrow\)와 \(\small j\downarrow\)는 각각 \(\small c+1/2, c-1/2\)인 흡수끝머리(absorption edge)를 의미한다. \(\small \mu^+, \mu^-\)는 각각 우편광, 좌편광된 광자에 의한 X선 흡수 계수이고 \(\small \mu^0\)는 두 흡수 계수의 평균 값이다. \(\small j\uparrow\)와 \(\small j\downarrow\)가 각 흡수끝머리를 의미하므로 위 식의 분자인 적분식은 편광 부호에 따른 XAS의 차이, 즉 두 흡수각을 전부 포함한 XMCD 스펙트럼 전체를 적분한 값이 되고, 분모의 적분식은 편광 부호에 따른 XAS를 모두 더한 값으로 정규화(normalize)의 의미를 가진다. 측정하고자 하는 물질의 양자수와 흡수끝머리를 위 sum rule에 잘 대입하여 XMCD 스펙트럼과 함께 분석하면 오비탈 모멘트를 구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적용 사례는 자성체의 스핀 및 오비탈 자기 모멘트를 보고한 많은 논문들 중, C.T. Chen이 1995년에 Phys. Rev. Lett에 발표한 논문17)을 참고하시길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small 3d\sim 5d\) 금속에서 오비탈은 급랭되어 있어 오비탈 자기 모멘트가 없으나, 대칭성이 깨져 있는 물질의 가장자리 혹은 물질과 물질 사이의 접합 계면에서는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자가 가지고 있는 반전대칭성이 깨지게 되면서 오비탈 들의 혼성화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는 공간적으로 전자분포의 비대칭성을 형성한다. 이에 따라, 시스템은 오비탈 모멘트를 갖게 되며, 측정이 가능해지며 이를 이용하여 물질의 오비탈 모멘트가 측정이 되어왔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오비탈 홀 효과에 의한 오비탈 축적이 시료의 계면 혹은 표면에 국부적인 오비탈 자기 모멘트를 만든다면! XMCD를 이용한 오비탈 전류의 직접적인 관측이 가능할 것이다.
자기 원편광 이색성 분광학을 이용한 오비탈 전류의 직접적인 관찰 제안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오비탈 축적이 되어있는 영역의 흡수 분광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일단 먼저 기존의 측정 방법을 살펴보자. 오비탈 홀 현상과 관련된 명확한 실험결과가 2020년 11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으므로, 기존 연구들은 모두 스핀 축적과 관련이 되어있다. 201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가속기 연구소인 SLAC에서 Cu/Co 계면에서 발생하는 스핀 전류 축적에 의한 10-5 μB 수준의 일시적인 자기모멘트를 측정하는데 성공하였다.10) 이는 일반적인 XMCD의 민감도보다 수십~수백 배 높은 것이다. 이렇게 높은 민감도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방사광의 저장링을 순환하는 전자들의 순환 주기와 시편에 인가하는 전류의 주기를 마이크로 초 수준에서 동기화시켜 스핀 신호만 증폭을 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논문에서는 전류가 시편에 주입되는 순간의 XMCD를 측정한다 하여, transient XMCD 신호라고 정의하였다. 측정의 자세한 내용은 논문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위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듬해에 Peking 대학과 Lawrence Berkeley 연구소는 자성층/비자성층 금속 다층 박막에서 자성층의 세차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스핀 전류를 관측하였다.11) 자성층의 세차운동에 의해 발생된 스핀 전류는 교류 형태인데, 이 XMCD 신호의 진동의 진폭 정도를 통해 스핀 전류에 의한 자기모멘트는 약 6.5×10-5 μB임을 증명하였다. 이는 앞서 설명한 transient 자기모멘트 관측 결과와 비슷한 값을 가진다. 앞의 두 실험을 통해 스핀 축적에 의한 자기모멘트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10-5 μB 수준의 측정 민감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오비탈 전류에 의한 자기모멘트 역시 매우 작은 값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오비탈 전류의 직접적인 관측을 위해서는 측정 시스템의 민감도를 극대화하거나, 기존 관측을 뛰어넘는 10-3 μB 수준의 오비탈 축적에 의한 자기 모멘트를 갖는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스핀 전류를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찰이 충분히 될 만큼의 오비탈을 축적시키려면, 물질에 충분한 전류가 흘러야 한다. 그리고 X선 빔의 크기도 고려를 해야 한다. 소자가 너무 작으면 신호를 관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필자들의 경험상 가장 적당한 크기는 μm 스케일이라고 할 수 있다. μm 스케일의 소자에 정확하게 X선을 입사시키는 것은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필자가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본에서 연구를 진행할 당시, 스핀 홀 효과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모멘트의 측정을 시도한 바 있다. 그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 고민의 흐름을 오비탈을 관측하는 실험을 위해 다시 되짚어 보려고 한다. 아마 비슷한 실험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혹은 반가운 마음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방사광의 빔타임(이용시간)이 다가온다. 시편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XMCD는 원편광된 X-ray의 벡터 \(\small \pmb{L}\)과 자기 모멘트 \(\small \pmb{M}\)의 내적인 \(\small \pmb{L}\cdot \pmb{M} = LM\cos\theta\)에 비례한다. 그리고 오비탈 홀 효과에 의해 발생한 오비탈 전류의 모멘트 방향은 계면과 평행하다. 따라서, 신호를 극대화하려면, 그림과 같이 X선 입사각을 0도 가까이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측정을 위한 X선의 빔 크기가 1 μm라는 사실을 알았고, 최저 입사각은 약 10도라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X선이 닿는 면적은 수 μm2가 되기 때문에 빔 정렬을 위해서 그보다 3~4배 정도 여유를 두고 소자의 크기를 결정한다. 빔이 닿는 면적과 꼭 맞는 수준의 크기로 제작할 경우 스캔하면서 소자의 위치를 놓칠 수가 있다. 소자를 찾는 과정이 그야말로 운동장에서 눈감고 공을 찾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XAS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주로 투과방식, total electron yield, 그리고 Flourescence yield(FY) 방식이 있다. 투과 방식은 지금과 같은 저각 입사방식에 맞지 않다. 빔이 투과해야 하는데, 저각 입사 방식에서는 광자의 투과 깊이가 너무 깊어진다. 그리고 total electron yield 방식은 X선이 입사된 후 core 전자 여기 및 방출에 의해 발생하는 시편에 흐르는 전류량을 측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애초에 소자에 전류를 흘리면서 측정을 해야 하는 스핀 혹은 오비탈 전류 관측실험에 적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측정 방식은 core 전자 여기 및 방출에 의한 2차 X선의 형광(fluorescence)을 측정할 수 있는 광검출기를 사용하는 FY 방식으로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측정을 위한 구성은 [그림 5]와 같이 될 것이다. 과연 FY 방식으로 검출된 XMCD의 민감도가 원하는 수준까지 나올 수 있을까? |
최근에 실제 오비탈 전류를 측정하기 위해 디자인된 실험 결과가 보고되었다.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의 P. Gambardella 그룹에서 진행한 연구로, 해당 논문에서는 오비탈 전류의 관측에 실패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18) 필자들의 견해로 볼 때, 그 이유는 투과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 측정 시 X선을 계면에 수직에 가깝게 입사하면서 계면에 수평방향으로 존재하는 스핀 및 오비탈 모멘트의 변화를 측정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투과 방식의 경우 XMCD 측정 분해능이 가장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측정 구조에 제한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재 XMCD가 전자의 오비탈 자기 모멘트만 따로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만큼, 추후 관련 연구에 중요하게 사용될 여지가 크다. 또한, 앞서 본 특집에 소개된 것처럼 다양한 물질들에서 오비탈 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론적 보고가 있는 만큼, 오비탈 전류 관측을 위한 XMCD 분광학의 활발한 활용을 기대한다.
- 각주
- 1)A. Manchon et al., Rev. Mod. Phys. 91(3), 035004 (2019).
- 2)N. P. Stern et al., Appl. Phys. Lett. 91(6), 062109 (2007).
- 3)Y. K. Kato et al., Science 306, 1910 (2004).
- 4)D. Go et al., Phys. Rev. Lett. 121, 086602 (2018).
- 5)D. Jo et al., Phys. Rev. B 98, 214405 (2018).
- 6)D. Go et al., Phys. Rev. Res. 2, 013177 (2020).
- 7)Sanghoon Kim, Phys. High Technol. 27(9), 26 (2018).
- 8)H. Nakayama et al., Phys. Rev. Lett. 110(20), 206601 (2013).
- 9)C. Stamm et al., Phys. Rev. Lett. 119(8), 087203 (2017).
- 10)R. Kukreja et al., Phys. Rev. Lett. 115(9), 096601 (2015).
- 11)J. Li et al., Phys. Rev. Lett. 117(7), 076602 (2015).
- 12)P. Bruno, Phys. Rev. B 39(1), 865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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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S. Kim et al., Nat. Commun. 9(1), 164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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