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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1-10-21 ㅣ 조회수 : 1,653Exploiting Loss in Non-Hermitian System Based on Hybrid Nature of Exciton and Photon 송현규, 최민호, 우기영, 박충현, 조용훈(KAIST), Nature Photonics 15, 582 (2021). ▲조용훈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단일 마이크로 공진기 기반의 PT 대칭성 붕괴 레이저 개념도. 정육각형 공진기 내부에 형성된 액시톤-폴라리톤에서 엑시톤을 매개로 하여 정삼각형 모드와 역삼각형 모드가 coupling되며, 손실이 조절되는 기판 위에 올려진 마이크로 막대 공진기에서 기판에 의한 손실이 증가할수록(중앙 부분) 작동에 필요한 문턱 에너지가 감소하는 독특한 현상이 관측됨. 어떠한 물리 시스템에서든 손실(loss)은 가능한 최소화되거나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예를 들어, 이득(gain)이 필요한 레이저 시스템에서 손실이 있는 경우에는 작동에 필요한 문턱 에너지가 증가하게 되므로 손실은 가능한 줄여야 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존재하는 PT 대칭성(parity-time reversal symmetry) 및 붕괴 개념을 수학적인 유사성을 통해 광학 시스템에 적용하게 되면, 오히려 손실을 작동에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독특한 광학적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광자로만 구성된 시스템으로 PT 대칭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기본적으로 광자는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합을 매개하기 위해서 공간적으로 분리된 두 개 이상의 광학적 단위구조를 제작해야 한다. 이때, 고유 에너지(eigenenergy)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오차 없이 동일하게 두 구조를 제작해야 하고 이러한 단위구조들에 대하여 손실과 이득을 각각 개별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복잡한 제어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한편, 광자가 진공이나 유전체가 아닌 직접천이형 반도체 내부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성립되면, 반도체 내부의 엑시톤과 광자의 특징을 동시에 갖는 엑시톤-폴라리톤(exciton-polariton)이라는 준-입자를 생성할 수 있다. 엑시톤-폴라리톤은 엑시톤이 갖는 물질적인 성질로 인해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며, 보즈-아인슈타인 응축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 엑시톤-폴라리톤의 생성 온도는 엑시톤 결합 에너지에 의해서 결정되며, 대부분의 반도체 물질에서는 열에너지에 의해 엑시톤이 해리되기 때문에 극저온의 실험환경이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질화물 반도체의 경우 엑시톤 결합 에너지가 상온에너지보다 크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엑시톤-폴라리톤을 형성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의 상호작용이 없는 광자를 이용한 PT 대칭성 구현 방식과는 달리,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엑시톤-폴라리톤을 이용하였으며, 단 한 개의 정육각형 마이크로 공진기 안에 존재하는 축퇴된 서로 다른 고유 모드(eigenmode) 사이의 상호작용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법을 고안하였다. 육방정계(Wurtzite) 결정 구조를 갖는 질화물 반도체를 이용하면 정육각형 대칭성을 갖는 단면을 갖는 마이크로 막대 구조를 성장할 수 있는데, 정육각형 단면을 갖는 공진기 내부에는 에너지가 동일하면서 정삼각형 및 역삼각형 형태의 경로를 갖는 두 개의 고유 모드가 상호작용 없이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질화물 반도체로 제작된 육각 마이크로 막대 구조에서 엑시톤-폴라리톤을 형성하면 엑시톤을 매개로 하여 두 개의 모드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 중 정상각형 모드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역삼각형 모드에 대해서만 손실 크기를 연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나비넥타이 모양으로 홈이 파여진 기판 위에 마이크로 막대 공진기를 올려 놓았는데, 이를 통해 기판에 의한 손실이 증가할수록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에 필요한 문턱 에너지가 도리어 더 작아진다는 특이한 결과를 상온에서 관측하고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규명하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손실이 클수록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증가한다는 일반적인 직관과는 상반되는 결과로서, 기존에 빛을 이용한 PT 대칭성 시스템의 복잡성과 한계를 극복하고, 단 하나의 반도체 마이크로 공진기만으로 PT 대칭성 레이저를 최초로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PT 대칭성을 적용한 시스템은 제거하거나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던 손실을 이용해서 결과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이를 이용하여 기존 레이저의 문턱 에너지를 낮추거나, 비선형 광소자 및 정밀한 광센서 같은 광소자에도 적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빛의 방향성을 제어할 수 있는 비가역적인 소자나 초유체 기반의 집적회로 양자 광소자 등 신개념 소자에 활용될 수 있다. |
Hund Physics Landscape of Two-Orbital Systems 이시헌, 한명준(KAIST), 최상국(Brookhaven National Lab.), Phys. Rev. Lett. 126, 206401 (2021). ▲(a) 훈트 상호작용 증가에 따른 준입자 비중(quasiparticle weight)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는 그림. 훈트 인자(J)가 유한한 값을 가질 때의 그래프(주황색)는 J=0일 때를 나타내는 그래프(검은색)보다 y축의 값이 작게 시작하여 점차 그 크기가 역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전자간 상관관계의 세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y축의 준입자 비중의 관점에서 보면, 그 세기가 커진다고도 작아진다고도 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학자들은 이와 같은 특이한 현상을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을 따라 ‘야누스 효과’라고 부르곤 하는데 훈트 메탈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b) 본 연구에서 제시된 두 개 오비탈을 가지는 베테 격자(Bethe lattice) 허바드 모델의 상도표. 색은 준입자 비중을 나타낸다. 다양한 금속과 절연체상(검은색 영역으로 표시됨, 준입자 비중이 0이 되는 영역)을 구분하여 나타내었다. 구리나 철과 같은 전이금속으로 이루어진 전이금속 화합물 중에서는 쿨롱힘에 의한 전자간 상호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는 이른바 강상관 물질이 존재한다. 이 물질군에서는 강한 전자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모트 절연체(Mott insulator)나 오랜 기간 학계의 난제로 남아있는 비전통적 초전도 현상과 같은 흥미로운 양자역학적 상태가 발현된다. 특히, 지난 2008년 철화합물에서 고온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래로 다중 오비탈에서 일어나는 전자간 상호작용의 효과는 응집물질물리학계에서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최신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다중 오비탈 물질에서는 요동치는 국소적인 스핀에 의해 전자간 상관관계(electron correlation)가 증가하는 이른바 훈트 메탈(Hund metal)이라고 불리는 상이 발현될 수 있다. 이 금속성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성질은 전통적인 페르미 액체(Fermi liquid) 이론이나, 모트 절연체와의 인접성(proximity)에 기반한 시각으로는 설명이 어려웠던 여러 전이금속 화합물의 물리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시각을 제공해 왔다. 무엇보다도 이 훈트 메탈 상은 스핀-트리플렛(spin-triplet) 초전도나 철화합물에서 나타나는 비전통적 초전도 현상과의 관련성이 대두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훈트 메탈 상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개 이상의 오비탈이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KAIST-BNL 연구팀은 동적평균장이론(dynamical mean-field theory)에 기반한 계산을 통하여 두 개의 오비탈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훈트 메탈 상이 존재함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팀은 훈트 메탈이 가져야 하는 성질 몇 가지를 엄밀하게 정의했다. 이 중 주요한 것으로서, 소위 야누스 효과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이는 [그림 (a)]에 표현된 바와 같이, 훈트 인자(Hund coupling)에 의해 전자간 상호작용의 세기가 커지면서 동시에 모트 상전이(Mott transition)가 일어나는 허바드 U의 값(그림 (a)에서 y축이 0이 되는 x축의 값)이 커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전자간 상관관계의 증가가 모트 절연체와의 인접성에 의한 것이 아닌 훈트 인자가 야기하는 고유한 물리 현상에 기인함을 유추할 수 있다. KAIST-BNL 연구팀은 두 개의 오비탈을 가지는 허바드 모델에서, 이 야누스 효과가 발현되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세 개 이상의 오비탈에서 보이는 것보다 약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에 착안하여, 야누스 효과가 일어나는 영역을 ‘약한 훈트 메탈(weak Hund metal)’이라 명명하였다. 이외에도 허바드 U와 훈트 인자 J가 만들어내는 공간 내에서 전자간 상관관계와 관련된 몇 가지 물리량을 기준으로 여러 상관 금속(correlated metal)을 분류하여 일반적인 상도표(phase diagram)를 얻었다.[그림 (b)] 이 발견은 두 개의 오비탈을 갖는 강상관 물질의 물성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이론적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2019년에 발견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니켈화합물 초전도체가 관련된 후보 물질이다. 학계에서는 이 초전도체의 다중 오비탈적 특징에 입각하여 여러 이론이 제안되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약한 훈트 메탈에 기반하여 이 물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
Emission of Spin-Correlated Matter-Wave Jets from Spinor Bose-Einstein Condensates 김경태, 허준혁, 허승정, 최순원, 최재윤, Phys. Rev. Lett. 127, 043401 (2021). ▲(a) 스핀 0의 BEC가 스핀 +1,-1 상태의 결맞는 물질파를 방출한 모습. 슈테른-게를라흐(Stern-Gerlach) 효과를 이용해 스핀상태를 공간적으로 분해하였다. (b) 마이크로파를 가하면, 원자의 이계 제만 에너지 q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트 생성을 위해 스핀 0의 BEC를 준비한 이후 q값을 음수로 조작해 주었다. 초기 스핀 0 상태 원자들은 양자 요동으로 인해 스핀 쌍(+1,-1)을 생성하고 유도증폭을 통하여 제트가 생성되었다. 이때 이계 제만 에너지가 원자의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며, 이 낙차를 크게 만들면 생성된 원자가 응집체 밖으로 뻗어 나가게 된다. (c) 방출된 스핀 +1,-1 원자에 대해 스핀 상관관계함수를 측정한 결과. 상반된 스핀 성분에 대해 180도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스핀이 1인 두 원자가 충돌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각 원자는 3개의 스핀상태(+1,0,-1)를 가질 수 있으며, 초기 원자들이 스핀 0일 때, 충돌 이후 원자들의 스핀은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0,0)과 (+1,-1) 상태만 허용된다. 후자의 경우, 두 원자 중 어떤 입자가 스핀 +1 혹은 스핀 -1 상태인지 알 수 없으며, 생성된 스핀 쌍은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아 (+1,-1)와 (-1,+1)의 중첩상태인 얽힘 상태가 된다. 이 과정은 잘 알려진 현상인 한 광자가 절반의 에너지를 가진 두 개의 얽힌 광자로 나누어지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충돌과정을 스핀 쌍 생성 충돌이라 하며, 생성된 원자들의 스핀 상태는 벨(Bell) 상태라고도 불리는 유용한 상태가 된다. 극저온 원자로 이루어진 보스-아인슈타인 응집체(BEC)는 스핀 자유도가 있으며(스피너 응집체), 스핀 쌍 생성 충돌을 통해 거시적인 원자수의 비고전적(nonclassical) 상태를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원자에 강한 퍼텐셜을 가하여, 생성된 스핀 쌍을 국소적으로 가두었고, 이로써 충돌 과정의 양성 피드백을 유도하였다. 응집체의 결맞음 덕분에, 유도 증폭 과정이 일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스핀 +1,-1의 두 형태 압축 진공 상태(two-mode squeezed vacuum state)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고된 실험의 경우 루비듐87 원자를 사용하였는데, 이 원자의 경우 내재적인 특성으로 인해 스핀 쌍 생성 빈도가 작고, 따라서 외부의 강한 포텐셜이 필수적이다. 광자 실험에 빗대어 보면, 작은 이득률의 비선형 결정을 활용하기 위해 공진기를 이용하는 것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궤도 혹은 모드(mode)에 비고전적 스핀 상태의 원자 앙상블을 준비할 수 있고, 양자 얽힘 및 양자 계측학으로의 응용 등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지난 3월호 특집 기사에 이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DOI: 10.3938/PhiT.30.006). 하지만 생성된 양자 얽힘 쌍은 강한 퍼텐셜로 인하여 공간적으로 국소되며, 따라서 양자정보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비국소적인 측정이나 조종을 위해서는 원자 앙상블을 나누는 등의 과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추가되는 잡음을 없앨 방법은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본 연구실에서는 리튬7 원자로 만든 2차원 스피너 응집체에서 [그림 (a)]와 같이 스핀 쌍 생성 충돌에 의해 물질파가 트랩 외부로 분출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리튬7 원자의 스핀 쌍 생성 출동률은 다른 알칼리 원자에 비해 수십 배 크며, 따라서 큰 운동량을 가진 원자들이 유도 증폭된다[그림 (b)]. 실험 결과는 그림 (a)와 같이 방위각 방향으로 간섭무늬를 보이는데, 이는 방출된 원자들이 결맞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방출과정은 자발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매 실험마다 다른 위치에서 간섭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림 (a)의 스핀 +1,-1을 보면, 중심을 기준으로 반대편에 반대 스핀 성분을 가진 원자들을 찾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돌과정에서 각운동량 보존(스핀)과 선형 운동량 보존(무게중심)이 동시에 성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원자들은 필연적으로 강한 스핀 상관관계를 가지게 된다[그림 (c)]. 본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스핀 상태의 측정 방향에 따른 상관 함수 분석을 통해, 방출된 물질파가 확장된 벨 상태의 특징적인 스핀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비고전적 원자 앙상블의 생성과 동시에 분리가 가능하여,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거시적 양자 얽힘 상태를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Pseudogap in a Crystalline Insulator Doped by Disordered Metals 류세희, 허민재, 박도윤, 김근수(연세대), Nature 596, 68 (2021). ▲(왼쪽) 1960년대 Anderson과 McMillan 등에 의해 이론적으로 예측된 액체 금속의 밴드 구조. (오른쪽) 무질서하게 분포된 알카리 금속으로 도핑된 흑린의 밴드 구조를 ARPES로 측정한 실험 결과. Na의 경우(위쪽) 뒤로 휘는 밴드 분산이 나타나고, K의 경우(아래쪽) 유사갭이 나타난다. 고체물리학에서는 물질 속 전자 파동의 에너지와 파수의 상관관계, 즉 밴드 구조를 바탕으로 전자의 거동을 설명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배열된 결정 고체의 경우 밴드 구조를 비교적 간단하게 기술할 수 있지만, 구성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액체 또는 비정질 고체(유리)와 같은 물질에서는 전자의 밴드 구조를 기술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 자연의 많은 물질이 완벽히 규칙적일 수 없음을 감안하면, ‘무질서한 물질의 전자 밴드구조’는 고체물리학의 근본적 질문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무질서한 물질의 밴드 구조는 1960년대 고체물리학 이론의 중심 화두 중 하나였다. 에드워드(Edwards), 지만(Ziman), 앤더슨(Anderson), 모트(Mott) 등 저명한 고체 이론물리학자들은 액체 금속의 밴드 구조에 관한 모델을 고안하였다. 액체 금속의 자유 전자들이 무질서한 구성 원자들과 충돌하여 다중 산란을 겪는 상황을 생각하자. 그러면 마치 매질에 입사된 전자기파가 복소 굴절률을 갖는 것과 같이 전자 파동은 다중 산란으로 인해 복소 파수 변화(\(\small \Delta k\))를 갖고, 이 변화는 공명 산란 지점에서 극대화된다. \(\small \Delta k\)의 실수부는 전자 파동의 위상 천이에 해당하여 파수를 재규격화한다. 자유 전자의 포물선형 밴드 분산은 그림 왼쪽과 같이 뒤로 휘는 (결정 고체에는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형태로 변형된다. \(\small \Delta k\)의 허수부는 전자 파동의 감쇄에 해당하며, 그림 왼쪽의 회색 영역과 같이 파수의 퍼짐으로 나타난다. 이는 공명 산란 지점에서 전자 파동이 산란자의 퍼텐셜에 갇히는 준 속박 상태(quasi-bound state)의 형성에 해당한다. 이 밴드 구조에서 음의 기울기 부분은 전자 상태 밀도 상에 움푹 패인 부분을 만들게 되는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네빌 모트는 이 개념을 유사갭(pseudogap)이라 명명하였다. 1960년대 이론적으로 예측된 액체 금속의 밴드 구조는 지난 반세기 동안 실험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었다. 본 연구에서는 결정 절연체(흑린)와 도펀트(알카리 금속) 간의 계면 구조에서 액체 금속의 밴드 구조를 발견하였다. 알카리 금속 원자들은 흑린의 표면 층에 전자를 공여하고 이온화된다. 그러면 서로 간의 전자기적 반발력으로 인해 완벽하게 무질서한 분포를 가질 수 없으며, 일정 정도의 평균 원자 간격, 즉 근거리 질서만 갖게 되는데, 이는 액체나 비정질 고체의 전형적인 구조적 특징이다. 흑린에 도핑된 전자들은 인접한 알카리 금속 원자들에 의한 다중 산란을 겪게 되며, 이는 1960년대 이론 모델에서 가정하고 있는 상황에 잘 부합하는 것이다. 무질서한 알카리 금속 원자들이 표면에 도핑된 흑린의 밴드 구조를 측정하기 위해 방사광가속기에 설치된 각분해광전자분광(ARPES) 장치를 활용하였다. 나트륨(Na)을 도펀트로 활용한 경우 그림 오른쪽 위와 같이 뒤로 휘는 독특한 형태의 밴드 분산을 발견할 수 있었고, 칼륨(K), 루비듐(Rb), 세슘(Cs)을 도펀트로 활용한 경우보다 분명한 유사갭(pseudogap)이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도펀트의 원자 번호에 따라 밴드 구조의 재규격화가 달라지는 이유는 도펀트가 만드는 산란 퍼텐셜과 관련된다. 산란 퍼텐셜은 원자 번호에 따라 깊어지기 때문에, 전자 파동의 공명산란이 발생하는 부분파가 Na의 경우 p-wave에 해당하며, K의 경우 d-wave에 해당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본 연구는 1960년대 이론적으로 예측된 액체 금속의 밴드 구조의 주요 특징(뒤로 휘는 밴드 분산과 유사갭)을 실험적으로 발견한 첫 사례이다. 이 결과가 고온초전도체를 포함하여 무질서하게 분포된 이종 원자로 도핑된 결정 절연체의 밴드 구조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사갭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Quantitative Complementarity of Wave-particle Duality 윤태현, 조민행, Sci. Adv. 7, eabi9268 (2021). 1928년 닐스 보어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입자와 파동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상보성 원리’를 제안했다. 당시의 실험적 관찰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었지만 상보성 원리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파동-입자 이중성’과 ‘상보성 원리’를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상보성 원리를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양자역학적 실험 장치를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드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 1.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ENBS 모델에 대한 개략도. 두 개의 비선형 결정에서 발생하는 1542 nm 아이들러 광자의 가간섭 상태 진폭을 주입 레이저의 세기를 독립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자유롭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그 결과 생성되는 두 시그널 단일 광자(810 nm)의 파동성(\(\small V\))과 입자성(\(\small P\))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즉 양자물체의 파동성과 입자성의 상보적인 관계가 정량적인 수준에서 성립됨을 보였다. 본 논문에서는 비선형 양자광학 이론을 기반으로 ENBS(얽힌 비선형 광자쌍 광원) 모델을 개발했고,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양자물체(단일 광자)의 양자간섭 현상을 측정함으로써 상보성 원리에 대한 정량적 설명 및 측정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검증하였다. ENBS 모델을 사용해 상보성 원리를 정량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고안한 양자 간섭계를 간략히 소개한다. 우선 광주파수 빗살 레이저를 두 개의 동일한 비선형 결정에 입사시켜서 각각의 비선형 결정에서 얽혀있는 시그널 광자쌍을 발생시킨다. 동시에 아이들러 광자와 같은 파장의 결맞음 자극 레이저를 각각의 비선형 결정과 상호작용시킴으로써 두 시그널 광자의 순도를 정량적으로 조절한다. 두 레이저 빛이 두 개의 비선형 결정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각 결정에는 시그널 광자와 아이들러 광자가 서로 양자역학적으로 얽히게 된다. 자극 레이저가 없으면 둘 중 하나의 결정에서 만들어지는 양자 중첩된 시그널 광자의 순도가 낮아 이상적인 중첩 상태에 있지 못하게 되어서 파동성이 사라진다. 반대로 자극 레이저 빛이 강할 경우에는 양자 중첩된 시그널 광자의 순도가 높아 광자쌍이 어느 광원에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되고, 파동성이 극대화된다. 즉 자극 레이저의 세기를 실험적으로 변조함으로써 시그널 광자가 어느 광원에서 만들어져서 어느 경로를 이동해 검출기에 이르게 되는지에 대한 경로구분 가능성을 정량적인 방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두 양자 간섭계 팔로 각각 진행하는 두 단일 광자(시그널 광자 \(\small s_1 , s_2\))와 얽혀있는 두 아이들러 광자(\(\small i_1 , i_2\)) 사이의 양자역학적 얽힘 정도를 실험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파동-입자 각각의 배타적 성질을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파라미터 값을 각각 0에서 1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보어의 상보성 원리를 2차원 파라미터 전 영역에서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2. (A) 파동-입자 이중성의 정량적 상보성. 여기서 \(\small |\alpha|\)는 2번 비선형 결정에 가해지는 주입 레이저의 가간섭 진폭이고, \(\small \gamma\)는 1,2번 결정에 가해지는 주입 레이저 가간섭 진폭의 비율이다. 정량적 상보성 원리에서 \(\small P\)는 양자물체의 입자성을 측정하는 경로 예측도, \(\small V\)는 파동성을 측정하는 간섭 가시도, \(\small \mu_s\)는 두 광원에서 만들어지는 양자 입자의 순수도로 양자 얽힘 \(\small E\)와 \(\small \mu _{s}^{2} =1-E ^{2}\)인 관계가 있다. (B) 실험적으로 측정된 간섭 가시도(파란 점)는 \(\small \gamma \ll 1\) 또는 \(\small | \alpha | \ll 10\)인 영역에서 순수상태 가시도(\(\small V_0\))로부터 벗어나, 본문에서 기술한 일반화된 가시도(\(\small V\))로 표현되는 정량적 상보성 원리를 따른다. 보어의 상보성 원리에 따르면, 모든 양자 물체에 대해서 파동성 즉 간섭무늬의 가시도(\(\small V\))의 제곱이 1이 되거나, 입자성 즉 경로의 구분가능성 또는 예측 가능성(\(\small P\))의 제곱이 1이 될 수 있다. 즉 , \(\small P^2 = 1, V^2 = 0\)이거나 \(\small V^2 = 1, P^2 = 0\)일 수 있다. 즉 순수 양자 상태의 양자 물체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등식인 \(\small P ^{2} +V ^{2} =1\)를 만족하며, 자연스럽게 양자 간섭계에서 양자 물체의 총 존재 확률은 항상 1이 된다. 그런데 보어의 상보성 원리를 설명하는 기존 정량적 모델에서는 \(\small P^2 = 0.7, V^2 =0.3\)인 상태, 즉 일부는 입자적 성질을 가지고 나머지 일부는 파동적 성질을 가진 상태로 양자 간섭계를 지나는 양자 물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양자 간섭계에 있는 양자 물체의 총 존재 확률은 1이다. 만일 대칭적인 빔 분할기를 사용한 양자 간섭계 실험에서 이 물체의 경로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는다면 이 물체는 완전히 파동적 성질(\(\small P^2 = 0, V^2 = 1\))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만일 입자적인 성질을 알기 위해서 이 물체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자 양자 간섭계 내에 검출기를 설치하는 순간 양자 간섭계의 동작은 멈추고 더 이상 파동적 성질을 보여주지 않게 된다. 본 논문에서는 100% 입자성 또는 100% 파동성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의 측정을 포함해서 \(\small P ^{2} +V ^{2} =1\) 등식이 유지되면서 \(\small P^2\)과 \(\small V^2\)의 값이 각각 0에서 1까지 변화될 수 있는 하나의 복합적 양자 간섭계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서 보어의 상보성 원리를 새로운 정량적인 수식인 \(\small P^2 + V^2 = 1-E^2\)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여기서 \(\small E\)는 단일 시그널 광자와 아이들러 광자 사이의 양자 얽힘을 측정할 수 있는 파라미터이다. 이 관계식은 매우 일반적이어서, 양자 물체는 파동적 성질을 가지며 동시에 입자적 성질을 가진다는 양자역학적 해석에 잘 부합된다. \(\small P^2 \ne 0\), \(\small V^2 \ne 0\)인 상황에서도 위 관계식은 잘 맞게 된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ENBS 모델에서는 경로 검출기가 직접 단일 광자인 양자 물체와 접촉을 하지 않는다. 즉 단일 광자와 얽힘 상태에 있는 아이들러 빔의 양자상태 겹침 정도를 실험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두 시그널 광자의 경로(또는 발생 위치)를 비파괴적 및 비접촉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본 논문에서 제시한 새로운 정량적 상보성 원리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