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재료 세상의 슈퍼히어로
차세대 레이저 발진체 세라믹의 연구 동향
작성자 : 마호진·김하늘 ㅣ 등록일 : 2021-10-21 ㅣ 조회수 : 2,267 ㅣ DOI : 10.3938/PhiT.30.033
마호진 박사는 2020년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KAIST 응용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20년부터 한국재료연구원 세라믹연구본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나노입자 합성 및 세라믹 소결 공정을 통한 새로운 광학세라믹을 연구 중이다. (hojinma@kims.re.kr)
김하늘 박사는 2010년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재료연구원 세라믹연구본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skykim@kims.re.kr)
State-of-the-art Laser Ceramics for the Next-generation Solid-state Laser
Ho Jin MA and Ha-Neul KIM
Solid-state lasers have aroused many researchers’ interests for a variety of applications in military and industrial fields. Because of the preference for increased output power, Nd:YAG single crystals, which are the most widely used gain media, should be replaced by other more suitable candidates. Polycrystalline sesquioxide ceramics show great potential for use as gain media because their thermal and mechanical characteristics are suitable for use with high-energy laser systems. Recently, novel concepts of the gain media were also introduced. Herein, while briefly looking back on the progress of polycrystalline laser ceramics, we will discuss new interests in host materials and systems.
들어가며
레이저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물어본다면 많은 이들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사용하시던 초록색과 붉은색 레이저 포인터를 떠올리게 된다. 잉크젯 프린터를 대체하여 구매한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거나 대형마트 셀프계산대에서 바코드로 직접 결제할 때나 라섹과 같은 시력 수술 또는 레이저 피부 시술 등을 직접 접하기도 하면서 레이저가 우리 주변에 익숙하게 존재하고 활용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가까워진 레이저이지만, 레이저의 기본적인 발진 원리나 물리적 현상, 어떤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은 레이저 내부에 들어있는 발진체, 그중에서도 다결정 세라믹 발진체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경우는 물리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하는 연구자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볼 수 있다.
Nd:YAG 단결정으로 대표되는 고체 발진체는 이미 상용화가 상당히 이루어져 있으며, 적합한 파장 영역 및 발진 조건에 맞춰 구매가 용이하기에 물리학 연구자들이 레이저 연구를 수행하거나 레이저 시스템을 구축할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료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고체 레이저 발진체로 사용될 수 있는 도핑 이온과 호스트 조성의 다양성이 떨어져 특성을 향상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Nd:YAG 단결정 세라믹으로 대표되는 레이저 발진체를 활용하는 기존 시스템에서 보다 고출력화를 확보하기 위해 발진체 내에 도핑되는 이온의 농도를 증가시킴에 따라 단결정으로 제작 시 결정 내 이온 농도구배에 의한 편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단결정 세라믹의 대면적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단결정 발진체를 다결정 발진체로 대체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다. 다결정 레이저 발진체를 사용할 경우 초기 분말 성형 및 소결을 통한 대면적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 하지만, 이를 발진체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미세구조 내에 결함이 존재할 경우 불필요한 빛의 산란으로 인해 광특성이 저하되고 레이저 발진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내부 결함이 없이 제작 및 가공이 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물질의 공정을 최적화하고 고품질로 제작하여 레이저에 적용하기 위해 요구되고 해결해야 하는 기술들이 상당하다.
본 글에서는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 발진체의 발전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고, 기존 일부 조성으로 제한되어 있던 세라믹 발진체의 물성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새롭게 제시된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국내의 레이저 발진체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결정 레이저 발진체 세라믹의 발전
1964년 진공 용융법과 핫프레스(hot-press) 소결법으로 제작된 Dy:CaF2 소재가 Hatch 연구팀에 의해 소개되면서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의 연구가 시작되었다.1) 초기 레이저 세라믹은 가압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소결이 가능한 핫프레스를 활용하였음에도 현재와 비교하여 최적화되지 않은 공정조건 등으로 인해 150 μm 이상의 큰 결정립을 가졌다. 극저온 환경에서 발진 평가를 진행하였으며, 24.6 J의 임계값을 보였다. 이후 1970년대에는 미국 GE (General Electric)사에서 Nd:ThO2-Y2O3 (Yttralox) 세라믹 로드(rod)를 펄스형 레이저 발진체로 개발하고 적용하였으며, 16~30 J의 임계값과 함께 0.1%의 낮은 레이저 효율을 보였다.
레이저 발진체로 세라믹이 활용될 때 브루스터 법칙(Brewster’s law)을 고려해야 하는데, 사용되는 발진체의 굴절률을 고려하여 빛의 편광각으로 입사할 경우 반사광은 입사 면 수직 방향으로 완전히 편광되어 입사광을 모두 시편 내로 투과시킬 수 있다. 광학 연마와 브루스터 각도를 적절하게 적용하여 시편 표면에서 반사되지 않고 빛이 내부로 들어온다면 이제는 내부 결함이 중요한 산란 요소가 된다. 투명세라믹이 레이저 발진체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결함이 전혀 없는(defect-free) 미세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사용되는 초기 원료의 순도 제어 불충분에 의해 혼입될 수 있는 불순물을 비롯하여 공정상 첨가되는 불순물, 고온 소결 공정 시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결함 요소들이 세라믹 내에 존재할 수 있다. 다결정 투명세라믹의 광투광도에 영향을 주는 내부 요소들로는 잔류 기공, 격자 내 결함(공공), 이차상, 공정 불순물 그리고 결정립계 등이 있다.2)3) 앞서 언급한 요소들 중 미세구조 내에서 투광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굴절률이 1인 잔류 기공의 존재 유무이다.4) 미세한 기공이 극소량 세라믹 내에 잔존하더라도 입사파의 산란을 유도하고 공동(cavity) 시스템에서 빛이 증폭되는 동안 발진체 내에서의 반복적인 광학적 손실을 야기함으로써 레이저 발진을 불가능하게 한다. 레이저 발진용 다결정 세라믹은 원료 분말과 소결 공정 시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완벽하게 제어해야 하므로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아 앞서 소개한 초기 연구결과들의 효율은 높지 않다.
투명세라믹의 분말 제조 기술 및 소결 공정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실제 발진체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특성을 향상시킨 지는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995년에서야 일본 Ikesue 연구팀에 의해 고투광도 1.1% Nd:YAG (Y3Al5O12) 레이저 발진체가 제작되었다.5) 섭씨 1750도의 고온에서 진공분위기 소결을 진행하여 내부에 존재할 수 있는 기공을 충분히 제거한 결과 우수한 광투광도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CW (continuous-wave) 레이저 조건에서 309 mW의 임계 출력과 28%의 발진 효율을 보였다. [그림 1]과 같이 이를 기점으로 이론 밀도를 확보하면서도 대면적 투명세라믹을 제조하는 기술이 일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2002년에는 일본 코노시마(Konoshima) 화학에서 1.46 kW의 출력과 42% 효율을 갖는 발진체를 제작하였는데, 기존에 사용되던 단결정 발진체의 효율(49%)과 크게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다결정 투명세라믹이 단결정을 대체하여 레이저 발진체로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6) 이후 2009년 미국의 노스럽그루먼(Northrop Grumman Corporation), 텍스트론(Textron Inc),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 LLNL)에서 100 kW급의 슬래브형 Nd:YAG 세라믹 발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고출력/대면적화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 발진체 시스템이 발전하였다.7)
고출력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의 발전은 전술무기화뿐만 아니라 레이저 시스템 소형화를 통한 산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국립점화시설(National Ignition Facility, NIF)에서는 Nd:인산염(phosphate) 유리를 레이저 광원으로 적용하여 192개의 빔을 동시 조사하고 수소 핵융합을 구현시키고자 하는 시설이다.[그림 2] 고출력을 요구할 시 대면적 유리의 제작이 필요하며, 낮은 열전도도로 인해 발진 효율이 떨어지는 인산염 발진체를 대체하고자 단위면적 대비 레이저 발진 효율이 우수한 Nd:YAG 투명세라믹 적용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외에도 레이저 입자가속 암 치료기, 고해상도 영상장치 등의 적용을 위한 Yb:YAG 다결정 세라믹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의 HiLASE 센터에서는 금속/합금의 레이저 피닝(Laser shock peening, LSP) 기술에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다중 슬라브 Yb:YAG를 적용한 100 J ‒ 10 Hz 이상급 개발을 진행하였다.9) 10 Hz에서 22.5%의 광전환 효율(optical conversion efficiency)을 가지며 10.8 J/10 ns 레이저 펄스를 얻을 수 있는 Cr:YAG 자연 방출 잡음 흡수체(Amplified spontaneous emission absorber)를 포함한 Yb: YAG 세라믹 레이저 시스템을 제작하였다. 또한, 8.5 mm 두께를 가진 6개의 직사각형 세라믹 슬래브를 활용하여 펄스당 100 J까지 증폭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삼이산화물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
Fig. 3. Thermal conductivity of host sesquioxides as a function of Yb3+ dopant concentration.8)
앞서 소개한 것처럼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은 YAG 소재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는데, 고출력화, 시스템 소형화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세라믹의 열적 물성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였고, 많은 연구자들은 기존의 YAG를 대신할 만한 호스트 물질 후보군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Y2O3, Sc2O3를 필두로 하는 삼이산화물(sesquioxides)이다. YAG와 같이 입방정 결정구조를 갖기에 결정면에 따른 굴절률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 복굴절이 없으며 광투광성이 우수하다. 삼이산화물은 0.2~8.5 μm의 넓은 파장영역대에서 높은 이론투광도를 가지며, 6.0 eV 부근의 넓은 밴드갭(band gap)도 보유해 다양한 이온 도핑을 통한 레이저 발진체로의 적용이 용이하다. 또한, 600 cm‒1 부근의 최대 포논에너지 값을 갖는데, 이는 857 cm‒1의 값을 갖는 YAG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다중 포논 완화(multiphonon relaxation)에 의한 비방사 천이를 줄일 수 있다. 삼이산화물에 도핑되는 원소의 종류에 따라 발진되는 레이저의 파장 영역대를 결정할 수 있는데, Nd3+와 Yb3+ 이온은 1 μm의 근적외선 파장 발진이 가능하며 Tm3+와 Ho3+ 이온 도핑 시 2 μm 근처 중적외선 파장 발진이 가능하다. Er3+ 이온이 도핑이 될 경우 1.5와 3 μm 파장대에서 발진되는 레이저로 활용 가능하다. 삼이산화물의 또 다른 특징으로 [그림 3]과 같이 일반적으로 세라믹 내에 도핑되는 이온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열전도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삼이산화물은 열전도도 저하 현상이 미미하다. 특히 Lu2O3는 Yb 이온이 도핑될 때 열전도도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 Lu 이온과 Yb 이온 간의 적은 질량 차로 인해 도핑 시에 격자 왜곡이 최소화되며 포논의 경로를 방해하지 않아 열 전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11) 열전도도뿐만 아니라 삼이산화물의 고유 탄성률 역시 높아 열충격저항이 YAG 대비 40~80% 우수하므로 고출력 레이저로 활용 시에 열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삼이산화물 다결정 투명세라믹으로 레이저 발진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부 잔류기공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삼이산화물 세라믹을 제작할 때 가압 조건과 치밀화 공정을 동시에 수반하는 핫프레스법이나 가압을 진행하지 않는 진공소결법이 주로 활용된다. 진공소결의 경우 고온의 환원분위기에서 10시간 이상 장시간 소결이 진행되기 때문에 과도한 입성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의도치 않은 결정립 성장은 세라믹의 기계적 물성을 저하시키고, 잔류 기공이 결정립 내부에 갇혀 광특성을 저하할 수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핫프레스나 통전가압법(spark plasma sintering, SPS) 또는 저온 소결 후 추가 공정으로 HIP(hot-isostatic pressing)을 적용하는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다.12)13)
최근에는 단일 조성의 삼이산화물이 아닌 두 가지 이상의 삼이산화물을 조합한 조성의 레이저 세라믹도 소개되고 있다. Yb:(LuxY1-x)2O3 다결정 세라믹은 994에서 1089 nm까지 파장의 조절이 가능하며, 68.1%의 높은 광전환 효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Tm 이온이 도핑된 (LuxY1-x)2O3 세라믹은 SESAM mode-locked 레이저로 제작하여 2.05 μm 파장영역에서의 레이저 발진이 가능하였다.14)15) 삼이산화물 간의 혼합뿐 아니라 보다 많은 원소를 포함하는 고엔트로피 세라믹이 투명세라믹으로 연구되고 있어, 새로운 조성의 혼합이 가능한 고엔트로피 세라믹이 곧 레이저 발진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16)
이방성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
최적화된 공정으로 세라믹 미세구조 내에 기공을 완전하게 제어한다 하더라도 재료의 결정구조가 등방성 입방정(isotropic cubic) 구조가 아닌 이방성(anisotropic)인 경우 결정면 방향에 따라 미세한 굴절률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복굴절(birefringence) 현상이 발생한다.17) 복굴절 역시 빛의 산란을 유발하기에 실제 레이저 발진체로 사용되는 다결정 세라믹은 앞서 서술한 YAG와 삼이산화물과 같은 등방성 구조를 갖는 일부 조성으로 제한되고 있다. 소재가 일부 조성으로 제한된다면 기계적, 열적 특성과 같은 고유 물성이 어느 정도 결정되기 때문에 기존 재료로 획기적인 개념이나 특성을 갖는 레이저를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기존 등방성 구조를 갖는 소재의 물성 한계들을 해결하기 위해 신조성 또는 신개념 레이저를 개발하고자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방성 소재인 알루미나는 우수한 열전도도와 기계적 인성을 지녀 열충격저항(figure of merit, \(\small R_T\))이 기존 레이저 세라믹 대비 뛰어나다. 열충격저항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R_T = (1-\nu) \kappa K_\mathrm{IC}/\alpha E\]각각 \(\small \nu\)는 포아송 비, \(\small \kappa\)는 열전도도, \(\small K_{IC}\)는 파괴인성, \(\small \alpha\)는 열팽창계수 그리고 \(\small E\)는 탄성률이다. 알루미나의 열충격저항은 19,500 Wm‒1로 유리의 1 Wm‒1이나 YAG의 800 Wm‒1보다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에 기존 발진체의 열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알루미나를 고출력 레이저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복굴절에 의한 산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2018년 USDC Garay 교수 연구팀은 복굴절 소재인 Nd: Al2O3의 결정립 성장을 CAPAD (current-assisted pressure-assisted sintering)법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억제할 경우 레이저 발진이 가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비등방성 소재는 [그림 4]와 같이 입사파의 파장과 비교하여 훨씬 미세한 결정립을 가질 경우 결정립계에서의 미에(Mie) 산란을 무시할 수 있게 되어 복굴절 여부에 무관하게 높은 투광성을 얻을 수 있다. CAPAD법은 수 분 단위의 짧은 시간 동안 최고온도에서 소결하면서 높은 압력을 동시에 가하여 치밀화를 확보하고 입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소결공법이다. 연구팀은 1260도에서 소결하여 99% 이상의 상대밀도를 얻으면서도 250 nm 이하로 결정립을 제어하여 결정립계에서의 산란을 최소화하였다. 공정조건을 최적화하여 이방성 소재의 광투광성을 이론 값에 근접하게 끌어올릴 수 있으면, 레이저 발진에 어렵다고 여겨진 소재도 충분히 발진체로의 적용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 일본 NIMS에서는 FAP (fluorapatite) 세라믹의 레이저 발진을 확인하였다.[그림 5]19) Nd:FAP 세라믹은 육방정(hexagonal) 구조로 앞서 설명한 알루미나와 같이 미세구조 내 결정립계에서 복굴절이 발생하는 소재이다. 50 nm의 미세한 구형 초기 분말을 성형한 후 통전가압법을 활용하여 치밀화와 함께 평균 결정립의 크기를 140 nm로 아주 미세하게 제어하였으며, 1 mm 시편 두께에 1063 nm 파장에서 약 88%대의 이론투광도를 가질 수 있었다. 비록 6.5%의 낮은 레이저 효율을 보였으나, 비등방성 세라믹의 초기 연구결과로 새로운 조성의 다결정 세라믹 발진체를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랜덤레이저
일반적인 레이저 시스템에서는 [그림 6(a)]와 같이 공진기(resonator)를 포함한 구조를 가지며, 공진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세라믹을 포함한 발진체는 증폭기(amplifier)로 명명된다. [그림 6(b)와 (c)] 같이 공동의 양쪽에 존재하는 거울을 제거할 경우 발진체가 산란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그림 6(c)처럼 무작위 구조의 산란체로 들어온 입사파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에서 닫힌 경로를 형성함에 따라 탄성 산란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레이저 발진이 발생할 만큼의 강한 증폭이 발생할 수 있는데 기존의 전통적인 레이저 시스템과 구분지어 랜덤(random)레이저라고 칭한다.
랜덤레이저는 기존 발진체 세라믹과 같은 수준의 높은 광학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유리하며, 그동안 제한되어 있던 일부 레이저 발진체 조성에서 벗어나 연구되지 않던 다양한 후보의 조성 및 자유로운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랜덤레이저는 세라믹 분말, 박막, 다공체 세라믹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으며, 현재 유연소자에 적용하기 위한 유기물 박막이나 표면 플라즈몬(plasmon) 효과를 활용한 레이저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20)21)22)23) 하지만 지금까지 랜덤레이저의 실용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구조체 내에서 반복되는 빛의 산란과 반사로 인해 비방사 천이가 발생하거나 충분한 에너지의 흡수가 되지 않아 낮은 출력효율과 방출 빔의 방향성 부재이다. 2021년에는 이러한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그림 6(d)]와 같이 빛 그물 형태로 제작된 다공체 세라믹에 입사광선을 특정한 공간에 가두어 기공과 세라믹 계면에서의 산란을 통해 랜덤레이저의 효율을 개선하면서도 레이저 빔의 방향성을 제어하는 연구가 국내 KAIST에서 발표되었다.24) 기존의 고밀도 세라믹 구조에서 벗어나 75%의 낮은 밀도로 많은 기공을 내포하는 다공체 세라믹을 산란체 발진체로 활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기존 Nd:YAG 레이저와 비교하여 랜덤레이저의 경우 낮은 공간 일관성(spatial coherency)을 보이며, [그림 7]과 같이 간섭 줄무늬(interference fringes)가 확인되지 않는 등 우수한 이미징 능력을 갖춘다. 기존 레이저가 반점(speckle) 패턴을 보이는 것과 달리 확산계를 사용할 경우 랜덤레이저는 작은 반점이 나타나지 않아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산란이 심한 환경에서도 뚜렷한 이미지를 얻기 쉬워 광학 바이오이미징에 활용될 수 있고 피부, 암과 관련된 질병의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25)26) 이외에도 광학바코드, 광학에너지 저장소, 스펙트로미터, 센서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레이저 시스템으로 랜덤레이저의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다결정 레이저 발진체 세라믹의 국내 연구 동향
국내에서는 이론 투광도에 육박하는 우수한 광특성을 보유한 다결정 투명세라믹을 직접 제작한 지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핵심방산소재개발사업을 통해 방위산업용 적외선 투광창/방탄창을 개발하기 시작하였으며, 위 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레이저, 형광체, 섬광체 등 다양한 능동체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최근에서야 진행되고 있다.13)27) 다결정 레이저세라믹 분야는 보다 소수의 연구진으로 초기 단계 정도의 연구결과만 발표되고 있는데 [그림 8]과 같이 한국재료연구원에서 제작한 Nd:Y2O3 투명세라믹을 한동대학교 전용 레이저 발진 인프라를 구축하여 레이저가 발진되는 것을 2019년에 보고하였다. 코노시마 화학사의 제품 대비 88% 수준의 레이저 발진 효율이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레이저세라믹 연구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의미한 발걸음으로 볼 수 있다. 또한, KAIST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소재공학과와 물리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의 고밀도 단일 조성의 투명세라믹을 벗어나 나노복합체, 다공체 세라믹의 레이저 발진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맺음말
레이저 발진을 위한 다결정체 세라믹은 미래형 고출력 전략무기와 같은 군수 산업분야와 의료 및 차세대 핵융합과 같은 민수 산업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이다. 국외에서는 중요성을 인정받아 일찍이 연구 및 상용화가 시작된 반면에 국내는 레이저 장치의 3대 핵심기술인 광학부품, 발진체, 시스템 중에서도 발진체의 연구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상이다. 레이저 발진체 연구의 시작이자 핵심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고순도 세라믹 입자 합성 및 소결 공정을 통한 고품질 투명세라믹 제작 기술은 국내에서 뒤늦게 시작하였지만 꾸준한 연구를 통해 선진국의 연구 성과를 추격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이끌어 나가는 상황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면적 다결정 레이저 세라믹 연구도 국내의 원천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많은 투자와 지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선진국에 대한 기술종속 탈피 및 미래 전략무기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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