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공태양, 인공지능에서 답을 찾다
핵융합 디지털 트윈 기술과 V-KSTAR 개발
작성자 : 권재민·V-KSTAR 개발팀 ㅣ 등록일 : 2022-03-28 ㅣ 조회수 : 1,504 ㅣ DOI : 10.3938/PhiT.31.013
권재민 박사는 2003년 KAIST 물리학과에서 이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핵융합 시뮬레이션과 가상화 기술을 연구 중이다. (jmkwon74@kfe.re.kr)
Digital Twin Technology for Fusion and the Development of V-KSTAR
Jae-Min KWON and V-KSTAR Development Team
We briefly introduce a digital technology for fusion and how the technology is applied to develop the Virtual KSTAR (V-KSTAR). Aiming a comprehensive virtual platform for fusion researches, the V-KSTAR is developed with capabilities 1) to virtualize the KSTAR main device, 2) to handle various fusion data systemtically, and 3) to visualize fusion data in an integrated way. We also discuss the implications of the V-KSTAR for KSTAR researches along with a couple of exmaples to demonstrate the capabilities of the V-KSTAR.
들어가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즉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이들 기술을 통해 우리 일상이 바뀌는 것과 동시에 과학기술 분야의 방법론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핵융합 연구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소개한다. 핵융합 에너지 개발은 거대 장치의 건설·운영을 위한 공학 기술부터 실험 결과의 해석·모델링을 위한 물리 연구를 총망라하는 대표적 거대과학 분야이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적 노력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이들 노력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여기에 핵융합 에너지 개발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최근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핵융합 장치와 같은 대형 플랜트의 정교한 형상 모사와 더불어 장치 운전, 실험, 시뮬레이션 데이터의 통합 표현·분석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핵융합 공학 연구와 물리 연구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 글에서는 핵융합 연구 장치인 KSTAR 토카막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 Virtual KSTAR(이하 V-KSTAR) 개발을 소개한다. 핵융합 물리·공학 연구를 위한 통합 플랫폼으로써 V-KSTAR가 가져야 할 기능과 미래 가능성을 살펴보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핵융합 에너지 개발이 마주한 과학기술적 도전의 극복 가능성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서 론
KSTAR는 초전도 자석을 활용한 토카막 형태의 자기 핵융합 실험 장치이다. 매년 4~5개월에 걸쳐 실험 캠페인이 진행되며, 핵융합 성능향상을 위한 다양한 플라즈마 물성 연구가 수행된다.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데 필요한 초고진공, 초고온 등의 극한 상태는 물리 연구를 위한 플라즈마 상태의 진단, 분석을 매우 어렵고 도전적 주제로 만든다. 관련 데이터의 해석과 모델링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특히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과 예측이 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핵융합 시뮬레이션은 핵융합 에너지에 관한 연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핵융합을 위한 가열, 이로 인한 플라즈마 상태와 거시적 안정성 변화 등 다양한 물리적 현상 모사를 위한 시뮬레이션 방법론이 정립·활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들 시뮬레이션을 통합 활용하는 체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시뮬레이션 결과가 핵융합 장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대형 플랜트와 같이 복잡하고 방대한 3차원 형상 정보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되는 고속 그래픽 기술로 표현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V-KSTAR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핵융합에 적용하는 첫 시도로, 고속 그래픽 기술로 표현된 KSTAR 장치의 3차원 형상 정보에 운전, 실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합해서 표현할 수 있는 기술 확보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핵융합을 위한 장치의 복잡함과 초고온 플라즈마 물리의 방대함을 고려할 때 V-KSTAR는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개발 프로젝트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지난 ’20~’21년의 기간 동안 진행된 초기 개발을 소개하고, 관련 결과가 KSTAR 연구에 주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KSTAR 주장치 가상화
KSTAR 핵융합 설비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토카막을 중심으로 하는 주장치와 주장치를 구동하기 위한 부대설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KSTAR 주장치 가상화를 우선 목표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KSTAR 설계 데이터를 종합하고 고속 그래픽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 축약·변환 작업을 수행하였다. KSTAR 주장치 CAD 데이터는 100기가바이트가 넘는 방대한 규모로, 장치 가상화에 불필요한 상세 정보 제거 등을 거쳐 수백 메가바이트 규모로 경량화가 진행되었다.
경량화된 데이터를 고속 3차원으로 가시화하는 데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널리 활용되는 유니티(Unity®) 엔진을 채용하였다. KSTAR 실험의 핵심인 초고온 플라즈마 발생 영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도록 3차원 쉐이더를 개발·적용하였으며, 더불어 KSTAR 주장치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여러 그룹으로 묶어 필요에 따라 3차원 가상화에 선택적으로 포함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였다.
이상의 가상화 기능은 V-KSTAR의 기본적 요소로 합리적 사양의 컴퓨터에서 적절한 동작 성능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구현된 V-KSTAR 장치 가상화 기능을 시험해보았다. 인텔 i7 2.90GHz CPU와 NVIDIA GeForce RTX 2070 GPU가 장착된 PC에서 138,600,000개의 삼각형과 119,800,000개의 격자점으로 KSTAR 주장치 형상을 초당 9.1 프레임의 성능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고사양 그래픽 카드가 요구되기는 하지만 연구를 위한 플랫폼임을 고려한다면 합리적 수준의 자원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된다.
장치의 가상화를 단순한 3차원 형상 가시화와 구분하는 차이는 가시화된 장치의 속성이나 기능을 모사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기능의 존재 여부, 혹은 더 나아가 기능의 직접적 모사를 위한 시뮬레이션 기능의 통합 여부일 것이다. V-KSTAR의 경우 KSTAR에서 산출되는 장치 운전, 실험 데이터와 KSTAR를 대상으로 수행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갖고 있다.
핵융합 데이터는 운전과 실험, 시뮬레이션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과 형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KSTAR 운전 데이터의 경우 EPICS, 실험과 관련한 진단 데이터는 MDS+라고 하는 데이터 형식을 통해 제공되며 시뮬레이션의 경우 시뮬레이션 코드의 개수만큼이나 다른 다양한 포맷을 통해 제공된다. 이처럼 다양한 데이터 형식은 서론에서 언급한 시뮬레이션의 통합 활용에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이고, 데이터의 통합 처리 기능 구현이 필요한 V-KSTAR 개발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V-KSTAR는 핵융합 데이터를 일관된 형식으로 저장하고 활용하기 위해 HDF5 데이터 포맷을 채용하여 개발되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제공되는 운전, 실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모두 HDF5 형식으로 변환하여 제공하는 독립된 데이터 서버를 갖고 동작하며 미래 확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KSTAR 데이터 가시화
V-KSTAR는 3차원으로 가상화된 KSTAR 주장치에 더하여 다양한 핵융합 데이터를 통합 가시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KSTAR에서 산출되는 운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3차원 가시화할 수 있는데, 그림 3은 KSTAR 실험 과정에서 측정된 플라즈마의 형상과 위치 정보를 3차원으로 가시화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에서 노란색 곡선으로 표현된 것이 도넛 모양을 갖는 플라즈마 단면의 경계이다. KSTAR 운전 과정에서 제어가 진행됨에 따라 반응하는 플라즈마 단면의 모양과 위치가 장치의 구조와 함께 표현되며, 이는 연구자가 보다 직관적으로 KSTAR 운전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상의 실시간 운전 정보는 초당 수십 킬로바이트 수준을 넘지 않지만, 플라즈마 난류의 영상 진단이나 대규모 시뮬레이션 데이터의 경우 작게는 수백 메가바이트에서 경우에 따라 수백 기가바이트에 이르기도 한다. V-KSTAR는 실험 혹은 시뮬레이션이 끝난 후에 이와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통합 가시화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림 4는 그러한 예의 하나로 KSTAR에서 플라즈마의 압력 분포를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3차원 외부 자장 섭동이 만드는 효과를 가시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토카막 핵융합 장치는 플라즈마를 감금 제어하는데 도넛 방향으로 대칭 구조를 갖는 2차원 자기장을 이용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핵융합 플라즈마의 감금 상태를 조절할 목적으로 도넛 방향의 대칭을 깨는 3차원 자기장 섭동을 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해진 3차원 자기장 섭동은 플라즈마의 반응으로 인한 자기장 변형이 더해져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되는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이 필요하다. 시뮬레이션에서 3차원 자기장의 최종 구조가 계산되면 이 결과가 장치의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데 문제가 갖는 3차원 특징을 고려할 때 가상화된 환경에서 관련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4에서 노란색의 작은 점들로 표현된 것이 3차원 자기장 섭동의 포앙카레 단면으로, 앞서 그림 3이 보여주는 노란색 곡선과 달리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특히 자기장 섭동이 토카막 장치와 접촉하는 위치를 3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제 실험에서 3차원 자기장 섭동으로 인해 높은 열속이 집중되는 부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V-KSTAR는 연구자가 관련 분석을 3차원에서 수행하고 3차원 자기장 섭동이 장치에 미치는 영향을 정교하게 예측·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맺음말
이상 짤막하게 V-KSTAR의 주요 기능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핵융합 장치와 플라즈마 물리 현상의 방대하고 복잡함을 고려할 때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현재의 제한된 기능도 KSTAR 운전과 실험 해석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개발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될 예정이다. 장치의 형상에 대한 설계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가상화 연동 기능 구현이 한 갈래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다양한 핵융합 데이터 가시화와 시뮬레이션 연동 기능 구현이다. 이를 활용해 가까운 미래에 핵융합 물리 연구와 공학 연구가 디지털 공간에서 함께 이루어지며 시너지를 일으키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