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할 수 있는가: 소형모듈원자로
SMR 시장의 리드오프, ‘경수형’ SMR
작성자 : 전지한·이태호·강한옥·김종욱 ㅣ 등록일 : 2022-05-26 ㅣ 조회수 : 7,526 ㅣ DOI : 10.3938/PhiT.31.018
전지한 책임연구원은 2002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소형모듈형원자로 안전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chunjh@kaeri.re.kr)
이태호 책임연구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현 SMART개발단장으로, 2000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서 공학박사 취득 후 연구원에서 원전 계통설계 및 검증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thlee@kaeri.re.kr)
강한옥 책임연구원은 경수로형 SMR의 모듈화된 일체형원자로와 전기가 필요 없는 피동안전계통 분야의 전문가로서 최근 SMART와 iSMR의 혁신요소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hanokang@kaeri.re.kr)
김종욱 책임연구원은 1998년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 공학박사를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일체형원자로 기기설계 및 건전성 평가분야의 전문가로 연구를 수행 중이며, 현재 SMART계통기술개발부 부장으로 SMART100 표준설계인가 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 (kjwook@kaeri.re.kr)
Lead-off of the SMRMarket, Light Water SMR
Jihan CHUN, Taeho LEE, Hanok KANG and Jongwook KIM
The world is doing its best to cope with the climate crisis. At a time when it is difficult to drastically reduce electricity consumption, interest in renewable energy is increasing to reduce carbon dioxide. However, renewable energy is fundamentally intermittent and needs to be complemented with other maneuverable measures. As a result, SMR (Small Modular Reactor)’s role is being highlighted for the purpose of replacing coal-fired power plants, desalination of seawater, supplying process heat, and district heating as well as supplementing renewable energy. In particular, it is paying attention to ‘light water’ SMR as the lead-off of the SMR market. Therefore, the technology and advantages of light water reactors, the development status of SMR in Korea, and strategies to enter the SMR market with SMART and innovative SMR are discussed in this paper.
들어가는 말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세계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발전과 산업 분야에서는 전기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가 힘든 상황으로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근본적으로 발전량 자체를 제어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의 대체, 재생에너지 보완, 해수담수화, 공정열 공급, 지역난방 등의 목적으로 원자력계의 관심은 SMR (Small Modular Reactor)에 몰리고 있으며 특히 SMR 시장에 가장 빨리 자리 잡을 리드오프로서 ‘경수형’ SMR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경수형 원자로의 기술 및 장점, 한국형 최초 SMR인 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와 혁신기술을 더한 혁신형 SMR을 통한 SMR 시장에서의 진입전략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경수형 원자로의 기술 및 장점
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현재 운영 중인 442기의 원자력발전소 중 365기, 건설 중인 52기의 발전소 중 45기가 경수로(Light Water Reactor, LWR)이다.1) 비경수형 원자로가 가지는 몇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의 상당수가 경수로인 이유는 물리적 특성이 잘 알려진 물(경수)을 냉각재 및 감속재로 사용한다는 측면과 오랜 운전 경험을 통해 그 성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경수형 원자로의 원리는 원자로 내 핵연료인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냉각재인 물(냉각수)로 전달하여 증기를 생산하고 그 증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이다. 원자로 내에서 물을 끓여 증기를 직접 생산하는 방식의 경수로를 비등경수로라 하며, 원자로 내부를 가압하여 물이 끓는 것을 방지하고 증기발생기를 이차계통(저압부)으로 분리시켜 증기를 생산하는 형태를 가압경수로라 한다[그림 1]. 운전 중인 경수로 중 약 83%가 가압경수로이다. 이처럼 가압경수로에서 열전달 매개체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은 우리 인류의 탄생부터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물질이므로 매우 익숙하다. 운전 경험이 많다는 것 또한 매우 큰 장점이다. 다수의 원전 운전경험을 통해 가압경수로에서 사용되는 기술 및 사고를 대비한 안전설비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가압경수로에 대한 각국의 규제체계는 비경수형 원자로에 비해 매우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고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의 인허가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개발단계에서 상업운전까지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1호기를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수입,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90년대 후반 원자력 기술자립을 달성하였다.3) 현재 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전 중에 있으며 이 중 21기가 가압경수로이다.4)
한국 최초 경수형 SMR, SMART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7년부터 한국형 SMR인 SMART를 개발해 왔다. SMART는 전기출력 약 100 MWe(열출력 약 365 MWt)로 전기출력 대비 대형원전의 1/10 수준의 가압경수로형 일체형 SMR이다. 대형원전과 달리 노심, 증기발생기, 가압기,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원자로를 구성하는 주요기기들을 하나의 원자로 압력용기 내에 배치하는 일체형 원자로 개념을 채택함으로써 주요기기들 간의 대형 연결배관을 제거할 수 있게 되어 대형원전에서 가장 심각한 사고로 고려되어 왔던 대형배관파단사고를 근원적으로 배제하여 그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그림 2]. 일체화시키는 과정에서 기존의 U-tube 증기발생기 대신 나선형 증기발생기를 채택하고 원자로 상부의 빈 공간이 가압기의 역할을 하는 등 공간최적화를 달성하였다.
Fig. 2. Concept of integral reactor and schematic diagram of SMART.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원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압경수로형의 검증된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인허가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었다. 일체형 원자로 개념으로 새로 도입된 안전 및 성능 관련 열전달, 핵연료, 재료 등에 관하여서는 50여 가지의 시험을 통해 자료 생산 및 검증 작업이 이뤄졌다.
SMART는 2012년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여 그 안전성이 입증되었는데 이는 SMR 중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한 것이기도 하다.5)
표준설계인가가 마무리되기 1년 전인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지진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여 원자로 정지가 이뤄졌으나 쓰나미로 인해 침수된 비상디젤발전기의 미작동으로 노심의 잔열을 냉각하지 못하여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원자력계는 전력공급이나 운전원 조치 등에 의존하지 않는 피동안전계통 도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SMART 또한 표준설계인가 이후 완전피동안전계통을 도입하여 현재는 사고 후 72시간 동안 전기나 운전원의 도움 없이 발전소 스스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을 구축하였다[그림 3]. 이는 종합열수력시험장치인 SMART-ITL (Integral Test Loop)을 통해 성능이 검증되었다[그림 4].6)7)
Fig. 4. SMART-ITL.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존의 대형원전에서는 사고 시 펌프를 사용하여 안전주입수를 원자로에 주입하여 노심의 잔열을 냉각시켰다. SMART에서 사용하는 완전피동안전계통의 ‘피동(passive)’은 ‘능동(active)’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전기나 운전원의 능동적인 개입이 필요한 펌프 등의 장치 없이 자연대류, 중력, 압력차 등의 자연법칙에 따라 원자로 냉각이나 안전주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SMART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노심에서 발생하는 잔열이 원자로냉각재의 자연순환에 의해 증기발생기로 전달되고, 증기발생기로 전달된 열에너지는 자연순환으로 피동잔열계통(Passive Residual Heat Removal System, PRHRS)의 수조에 담긴 열교환기의 응축을 통해 제거된다[그림 5a]. 원자로를 관통하는 소형배관이 파단되어 냉각재가 원자로 밖으로 방출되는 소형냉각재상실사고 등으로 원자로 냉각재 수위가 설정치 이하로 낮아지면 원자로냉각재계통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된 피동안전주입계통(Passive Safety Injection System, PSIS)의 노심보충탱크와 안전주입탱크의 두 개의 탱크로부터 붕산수가 중력에 의해 원자로로 주입되어 수위를 노심보다 높게 유지시킨다[그림 5b]. 자동감압계통(Automatic Depressurization System, ADS)은 소형배관파단사고 시 밸브 개방을 통해 원자로 압력을 신속히 감압하여 중력에 의한 냉각수 주입이 가능하게 만든다[그림 5c]. 사고 시 최후의 방벽인 격납건물에 대한 냉각은 기존 대형원전에서는 전기를 사용하는 스프레이 냉각방식이었으나 SMART에서는 사고 시 발생하는 압력차이를 이용하여 격납건물하부영역의 증기를 핵연료재장전을 위해 격납건물 내 비치되어 있는 대용량의 물에 방출 및 응축시켜 격납건물의 압력과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각종 방사선물질을 제거하는 격납건물 압력 및 방사능 저감계통(Containment Pressure and Radioactivity Suppression System, CPRSS)을 도입하였다[그림 5d].
완전피동안전계통을 도입한 안전성 향상 설계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트너십 협력사업을 통해 완성되었으며 현재 피동안전계통을 도입한 SMART100(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SMART와 구분하기 위해 개량형 모델은 SMART100으로 명명)에 대해 규제기관의 표준설계변경인가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SMART와 혁신형 SMR 투트랙 세계시장 진출 전략
현재 세계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으며 안전성이 향상되어 위치선정이 용이하고 부하추종 운전 능력이 뛰어나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SMR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SMART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70여 종의 SMR이 개발 중에 있으며 이 중 30여 종 이상이 경수로형 SMR이다.8) 이는 경수형 SMR을 선호하는 큰 요인으로서 오랜 경험을 통한 안전성 검증과 인허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빠른 시장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경수로형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2040년대까지는 경수로형 SMR이 SMR 저변확대를 위한 리드오프로서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NuScale Power사의 VOYGR, GE-Hitachi사의 BWRX-300, Holtec사의 SMR-160, 영국 Rolls-Royce사의 UK SMR 등이 우리의 경쟁상대이다. 특히 NuScale사는 기존 개발 중인 SMR보다 높은 안전성 목표와 무한냉각 개념을 달성하여 미국 규제기관 NRC의 표준설계인가를 받고9) 2029년 첫 호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표준설계인허가를 받은 SMART라는 SMR이 있으나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후발주자들에 대응하고 발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2021년부터 산·학·연 협동으로 ‘혁신형 SMR(가칭 iSMR)’ 개발을 시작하였다. iSMR은 무한냉각, 모듈화, 혁신 핵연료, 혁신제조기술, 자율운전, 디지털트윈, 통합제어실, 재생에너지 연계의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으며, 계획대로 연구개발이 완료되면 안전성 및 경제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SMR이 될 전망이다.
SMR 시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 등 기존 전력원을 대체하는 시장 외에도 해수담수화, 공정열 공급, 지역난방, 오일샌드 채굴 및 수소생산을 위한 증기공급 등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SMART와 iSMR의 특성에 맞춰 지혜롭게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SMART는 당장 건설이 필요한 시장을 주로 공략하되, 100 MWe급 한 개 또는 두 개로 구성된 형태로 200 MWe 이내의 소규모 발전, 해수담수화, 공정열 공급, 오일샌드 채굴 증기 공급 등의 시장을 목표로 한다. 반면 iSMR 170 MWe급 모듈 4개를 한 세트로 구성하여 주로 신규 발전시장 및 석탄화력 대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
현재 SMART의 경우 표준설계 완성 후에 첫 호기 건설이 이루어지지 못해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iSMR은 경쟁이 예상되는 NuScale사보다 출발이 늦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997년부터 수행된 SMR 설계경험과 40년 이상의 경험을 통해 구축된 원전 설계-기기공급-건설-운영이 모두 가능한 우리의 강점을 살려 노력한다면 빠른 시장진입 및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맺음말
SMR 중 시장진입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수형 SMR에 대해 가압경수로를 중심으로 기술 및 장점을 논의하고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경수형 SMR 현황에 대해 기술하였다.
경수형 SMR은 세계에서 가장 운전 경험이 많은 원자로 형태로 그 안전성과 인허가성이 입증되었다. 국내에서는 1997년부터 개발되어 온 SMART와 SMART에 혁신성을 더해 개발의 첫발을 내딛은 혁신형 SMR이 있고 이들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SMR 시장에 진입을 꾀하고자 한다. SMART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고 사우디와 건설 전 설계 사업을 거치며 바로 소규모 발전, 해수담수화, 공정열 공급, 자원 채굴 증기 공급 등의 시장에 언제든지 진입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iSMR은 2030년대 신규 발전시장 및 노후 석탄 화력발전 대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
- 각주
- 1)Nuclear Power Reactors in the World (IAEA, 2021).
- 2)https://inss.kins.re.kr/inss/.
- 3)White Paper on Nuclear Power(원자력백서)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산업자원부, 현 산업통산자원부), 2004).
- 4)https://npp.khnp.co.kr/.
- 5)K. K. Kim et al., J. Energy and Power Eng. 8, 94-102 (2014).
- 6)J. H. Chun et al., Nuc. Eng. and Des. 277, 138-145 (2014).
- 7)H. Bae et al., Ann. Nuc. Eng. 126, 10-19 (2019).
- 8)Advances in Small Modular Reactor Technology Developments (IAEA, 2020).
- 9)https://www.nrc.gov/reactors/new-reactors/smr/nusca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