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양자 세계의 쩔쩔매는 스핀 이야기
차세대 광학 부유 용융 성장법 소개
작성자 : 김재욱 ㅣ 등록일 : 2022-08-17 ㅣ 조회수 : 1,604 ㅣ DOI : 10.3938/PhiT.31.030
김재욱 박사는 2010년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Los Alamos 국립 연구소,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 Rutgers 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2020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jaewook@kaeri.re.kr)
Advances in Floating Zone Crystal Growth
Jaewook KIM
Optical floating zone (OFZ) method has been applied to grow various materials for semiconducting industry applications as well as basic research on quantum materials. This article describes the OFZ method in detail and briefly introduces two recent advances in floating zone method by incorporating new techniques, namely, laser diode as optical source and high pressure environments. These developments have made it possible to grow materials that were previously challenging in conventional OFZ method and greatly expanded the range of accessible systems to search for exotic quantum phenomena.
들어가며
최근 수년 동안 새로운 양자 물질(quantum material)에 대한 이론적인 예측이 많이 이루어졌다. 특히 고성능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현재까지 알려진 물질의 데이터베이스(Inorganic Crystal Structure Database 등)에 대한 제일원리 계산이 가능해졌으며, 밴드 구조, 디랙(Dirac) 또는 바일(Weyl) 특이점 존재 여부 등이 여러 연구진에 의해 정리된 바가 있다.1) 이에 반해 실험적으로 신물질을 발견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그 속도가 느린데, 그 이유로는 실제 합성된 시료에는 무질서함(낱알 경계(grain boundary), 결정 내 결함(defect), 그리고 화학적 불순물(chemical impurity) 등)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험적인 양자 물질 연구는 앞서 언급한 계산 이론 연구 방법과는 달리 반복적인 합성 시도를 통해 점진적으로 결정의 품질을 향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 물질, 원료의 특성, 그리고 실험적으로 요구되는 물성에 맞게 다양한 결정 성장법이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성장 방법에 대한 소개는 물리학과 첨단기술 2022년 5월호 “단결정 성장법 소개”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 글에서는 단결정 성장법 가운데 고순도의 시료를 성장시킬 수 있는 부유 용융법(floating zone method)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최근에 적용된 신기술과 이를 이용한 양자 물질 연구를 소개한다.
서 론
부유 용융법은 1950년대에 반도체 연구를 위해 저마늄(Germanium)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영역 정제법 (zone refinement)으로부터 파생되어 개발된2)3)4) 이후로 신기술을 위한 소재 개발과 새로운 양자 상태의 탐구를 위한 순수 재료 연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방법은 초콜라스키(Czochralski)법에 비해 단결정의 크기가 작지만 가열된 원료가 액상의 용융 영역을 형성하는데 이 영역이 표면 장력만으로 고체 원료 물질 사이에 떠 있으므로 용기와의 반응에 의한 오염이 전혀 없으며 용기와의 접촉에 의한 응력(stress)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용융 영역이 가열되는 영역을 벗어나면 급속히 냉각되기 때문에 결정 성장 속도가 다른 방법에 비해 빠르다. 이 방식은 다결정 원료를 녹이고 그대로 결정화시키는 조화 용융 방식(congruent melting)뿐만이 아니라 상평형도를 따라 천천히 냉각시키는 방식이나 traveling solvent 방법을 사용하여 부조화 용융(incongruent melting)을 하는 화합물의 합성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광학적인 열원을 사용하므로 원료의 용융 및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상황에 적절하게 조작 변수를 능동적으로 조절하여 결정 성장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유 용융법의 단점으로는 용융체의 휘발성이 높거나 불균일하게 기화가 일어나는 물질은 성장이 어렵고 특수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온도 기울기가 크기 때문에 열적 충격(thermal shock)에 의해 합성된 결정에 변형 또는 금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결정화된 영역 온도를 고온으로 유지하는 후열처리(after-heater) 장치를 사용하거나 합성이 끝난 후 열처리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
부유 용융로의 구조 및 작동 원리
[그림 1(a)]는 광학 부유 용융로(optical floating zone, OFZ)의 개략도를 보여준다. 왼쪽에 나타난 구조에서 열원은 타원형 거울의 한 초점에 자리한 할로겐전구다. 먼저 이 전구에서 나오는 빛이 타원형 거울에 반사되어 위축(upper shaft)에 매달린 다결정 원료봉(feed rod)과 아래 축(lower shaft)에 위치한 종자봉(seed rod)이 만나는 작은 영역(타원의 다른 초점)으로 집중된다. 전구의 출력을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물질의 녹는점에 도달하면 두 봉의 접점이 붉은색의 용융 영역(molten zone)을 형성한다. 이때, 이 영역이 충분히 안정적으로 유지가 된다면 위축과 아래 축 위치를 각각 이송하면서(아래 방향) 종자봉 쪽으로 결정을 성장시킨다. 위축, 아래 축, 가열 영역 모두 밀봉된 영역(이 경우 석영관 내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대기 분위기 조성과 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축의 제어(이송 속도, 회전 속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보통 결정을 성장하는 속도는 안정된 상황일 경우 수 mm/h 정도이지만 휘발성 물질의 경우 수십 mm/h까지 속도를 올릴 경우도 있다. 실제 장비에서는 [그림 2]와 같이 두 개(혹은 그 이상)의 전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z축에 수직한 평면을 따라서 온도의 이방성이 존재하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해 위아래 축(shaft)이 회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구와 거울이 세로로 배치된 장치도 있으며 이 경우 온도의 이방성이 훨씬 적다. 용융 영역을 회전하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은 용융된 유체의 혼합을 더욱 쉽게 만들어 화합물의 균일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보통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여 혼합을 극대화한다.
성공적인 결정 성장을 위해서는 이송 속도(=성장 속도), 회전 속도, 원료의 조성/양, 원료봉의 지름, 원료봉의 수직도(straightness), 원료봉의 밀도 등의 변수 중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만약 안정적인 용융 영역을 형성하였다면 이후의 결정 성장 과정은 이송 속도와 회전 속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용융 영역의 대류, 회전에 의한 원심력 등에 의해 용융 영역과 결정 영역의 상경계가 수평을 이루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저 부유 용융로
원료 및 목표 물질의 조화 용융이 가능하다면 OFZ의 한계는 주로 광원의 출력으로 결정된다. 널리 보급된 OFZ의 광원은 할로겐전구며 도달 가능한 최대 온도는 재료의 광 흡수 형태에 따라 최대 약 2,200℃에 이를 수 있다. 더욱 높은 온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큰 필라멘트를 가지는 고출력의 할로겐전구가 필요한데, 이를 사용하면 용융 영역이 커지고 온도 기울기가 작아지게 되므로 용융 영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논(Xenon) 아크 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활용하면 최대 약 3,000℃의 온도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제논 아크 전구는 낮은 온도의 출력을 정확하게 조절하기 힘들어서 이를 활용한 OFZ는 상대적으로 녹는점이 낮은 소재를 합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광원에 셔터를 부착하여 전구 출력과 함께 밝기를 조절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 예가 있다.5)
최근 십여 년간 레이저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고출력(수 kW 수준)의 레이저 다이오드를 광원으로 활용한 레이저 부유 용융로가 개발되어 상용화되었다[그림 3].6)7) 레이저는 매우 높은 출력 밀도를 가지기 때문에 높은 온도(3,000℃ 이상)에 도달할 수 있다. 또한 레이저 광원은 빛의 직진성이 강하기 때문에 필라멘트 전구를 사용할 때 필요한 타원형 거울을 제거함으로써 광원 조절의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그림 1(a)의 오른편). 마지막으로 레이저 광원은 빔의 면적을 작게 줄일 수 있으므로 원료의 용융 영역의 길이를 수 mm 수준으로 작게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 150℃/mm 정도의 큰 온도 기울기를 이루어(기존의 전구 기반: 약 수십℃/mm) 원료봉, 용융 영역, 결정 사이에 날카로운 경계면을 형성하여 용융체가 원료봉과 결정에 침범하지 않는 안정적인 결정 성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레이저 부유 용융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다강체에서 잘 알려진 물질인 BiFeO3 결정이 있다. 이 물질은 부조화 용융을 할 뿐만 아니라 공융점(eutectic point, 약 770℃)이 녹는점(930℃) 근처에 있으므로 용융 영역이 원료봉이나 시료봉으로 침범하기 쉽다. 하지만 레이저 부유 용융로를 활용하면 높은 온도 기울기로 인해 날카로운 경계면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그림 1(c) 및 [그림 4]에 보이는 단결정들은 필자가 미국 Rutgers 대학교에 재직하던 시절에 연구한 단결정들로 모두 광학 부유 용융법을 통해 합성되었다. 그림 1(c)에 보이는 TbInO3이 물질은 육방결정계 YMnO3와 같은 구조를 가진 물질로써 Tb 이온이 2차원 삼각격자를 이루면서 극저온까지 자성 정렬을 하지 않은 양자 스핀 액상 물질의 후보이다.8)9) 이 물질의 다결정상은 고체반응법을 통해 쉽게 합성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할로겐전구를 사용한 OFZ를 활용하여 단결정을 기르기는 쉽지 않은데 왜냐하면 TbInO3 물질이 높은 휘발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녹는점보다 약간 높은 온도에서 급격하게 분해되어(대부분 InOx) 석영관 내부에 부착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가열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레이저를 광원으로 하면 극복할 수 있는데, 흡착된 물질이 고출력 레이저에 의해 다시 분해되어 제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합성 초기에 레이저 출력을 조절할 필요가 있으나 어느 정도 성장이 안정화(그림 1(b)의 수평적 경계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되면 수 시간 동안 결정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레이저 부유 용융로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단일 파장의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대 온도가 원료봉과 시료봉의 광 흡수 길이, 반사율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다. 특히 금속 시료나 투명한 원료봉의 경우 가열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용융 영역의 높이가 짧아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수준의 원료봉과 시료봉의 지름이 일반적으로 10 mm 이하로 제한되어 합성되는 시료의 양이 일반 OFZ에 대비하여 작은 편이다.
초고압 부유 용융로
고압 성장 용기의 발전을 통해 부유 용융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영역이 최근에 보고되었다. 앞서 예시한 TbInO3와 같이 휘발성 높은 화합물의 증발 손실을 억제하거나 고압에서 준 안정상(metastable phase)을 형성하는 물질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고압 환경이 필수적이다. OFZ에서 높은 압력을 가하기 위한 주요한 제약 조건은 용융 영역에 빛을 집광시키는데 충분한 입체각을 확보할 수 있는 용기의 유무이다. 그림 1(a)에서 볼 수 있듯이 필라멘트 전구를 사용하는 부유 용융로는 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여러 경로를 통해 용융 영역에 집중하기 때문에 고압을 잘 견디면서도 투명한 성장 용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고압 석영 성장 용기는 일반적으로 10 bar의 압력으로 제한되지만 ScIDre사에서는 투명한 사파이어 단결정을 성장 용기로 활용하여 최대 압력이 약 300 bar인 고압 부유 용융로를 개발하였다[그림 5].
이에 반해 레이저를 사용하는 경우 빛의 직진성과 높은 광 밀도를 활용하여 수 mm 지름의 작은 광학 포트로 구성된 고강도의 금속 용기를 사용함으로써 훨씬 더 높은 압력을 가할 수 있다. UCSB의 S. Wilson 교수 그룹은 금속 용기를 사용하여 실제로 675 bar의 압력에서 부유 용융로를 사용하여 Cu2O 단결정을 성장하였다.10) 이 장비는 니켈 기반의 합금(Inconel 718)을 활용하여 용기를 제작하였는데 이 소재는 파괴 인성(fracture toughness)이 높으며, 고온 기계적 성질, 내화학성, 내산화성이 우수하므로 이론적으로 최대 1000 bar의 초고압을 견딜 수 있다. 특히 높은 파괴 인성은 수 mm 수준의 깨짐이 생겨도 파괴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은 석영이나 사파이어가 두께와 관계없이 작은 깨짐이 일어나면 급속도로 전파되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
고압 환경에서 부유 용융법을 구현하는 것은 기존 방법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 부유 영역이 유지되지 않는 물질을 합성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GdTiO3는 용융 영역의 밀도가 높아서 상압에서는 표면 장력에 의해 부유 영역이 유지되지 못하지만 높은 압력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10) 또한 높은 휘발성을 가지는 물질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성장하는 동안 시료의 화학량을 보존할 수 있다. 두 번째, 부유 용융법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스는 그 삼중점에서의 압력을 초과하는 고압 환경 아래서(산소: 50.5 bar) 유체와 비슷한 거동을 보인다. 예를 들어 100 bar의 압력에서 기체 산소는 액체 산소의 약 1/8 정도의 밀도를 지니므로 이상 기체가 아닌 용매로 작용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압 환경 아래서의 OFZ는 합성 중에 화학적 조성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것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 합성법으로 제시되었다.11)
맺음말
부유 용융법의 특성, 장단점, 그리고 구동 원리를 간단히 소개하였다. 그리고 부유 용융법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로 레이저 광원과 고압 환경 장치를 소개하였다. 이러한 기술의 도입은 이제까지 단결정 성장이 불가능했거나 존재하지 않았던 신물질을 합성할 수 있게 하므로 양자 물질 연구에 새로운 동력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의 연구 그룹에서는 본 글에서 다룬 레이저 부유 용융로를 곧 도입할 예정이며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와 더불어 새로운 물질의 양자 스핀 상태를 연구할 계획이다.
- 각주
- 1)N. Regnault et al., Nature 603, 823 (2022).
- 2)H. C. Theuerer, U.S. Patent No. 3060123 (1962).
- 3)W. G. Pfann, Trans. Am. Inst. Min. Metall. Eng. 194, 747 (1952).
- 4)P. H. Keck and M. J. E. Golay, Phys. Rev. 89, 1297 (1953).
- 5)D. Souptel et al., J. Cryst. Growth 300, 538 (2007).
- 6)T. Ito et al., J. Cryst. Growth 363, 264 (2013).
- 7)Y. Kaneko and Y. Tokura, J. Cryst. Growth 533, 125435 (2020).
- 8)L. Clark et al., Nat. Phys. 15, 262 (2019).
- 9)J. Kim et al., Phys. Rev. X 9, 031005 (2019).
- 10)J. Schmehr et al., Rev. Sci. Instrum. 90, 043906 (2019).
- 11)W. Phelan et al., J. Solid State Chem. 270, 705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