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양자 세계의 쩔쩔매는 스핀 이야기
양자 자성 물질의 프론티어
작성자 : 이성빈 ㅣ 등록일 : 2022-08-17 ㅣ 조회수 : 3,553 ㅣ DOI : 10.3938/PhiT.31.027
이성빈 교수는 2006년 동경공업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이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2012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산타바바라에서 응집물질 물리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박사 후 연구원으로 토론토 대학,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였고, 2016년부터 KAIST 물리학과에 부임하여 현재까지 자성의 쩔쩔맴 현상, 양자 스핀 액체 등 다양한 양자 물질 이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ungbin@kaist.ac.kr)
Frontiers of Quantum Magnetic Materials
SungBin LEE
The history of magnetism goes back to earlier than 600 b.c., but only in 20th century, people have started to understand it’s origin. Although the word ‘magnet’ may sound very familiar to you, it’s quantum nature and deep physics leads us to discover amazing phenomena. This article introduces recent frontiers of magnetic materials particularly focusing on ‘magnetic frustration and quantum spin liquids’ and discuss our current understanding.
들어가며
본 특집호에서는 오랜 자성 연구의 역사에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자성 물질의 최첨단 연구 방향을 고찰한다. 자기 모멘트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강자성 물질, 다른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반강자성 물질이 온도에 따라 상전이를 이루는 메커니즘을 넘어, 자기 모멘트가 절대 영도에서도 정렬되지 않는 특이 상인 양자 스핀 액체에 대해 소개한다. 그리고, 양자 스핀 액체가 발현할 후보 물질을 알아본다.
양자 스핀 액체 상태를 연구하고 이해함은 새로운 자성 물질의 발견뿐만 아니라, 양자 역학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와 직관을 한층 향상시킴에 의의가 있다. 양자 스핀 액체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양자 물질 엔지니어링이 물리학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서 론
자성을 지닌 물체인 자석(magnet)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용어이다. 냉장고 문에 붙여진 예쁜 냉장고 자석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어릴 때 자석을 이용한 실험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한 예로 그림 1과 같이 사면체 중앙에 자석으로 이루어진 추를 매달고 밑변 삼각형의 세 변에 자석을 붙여 추를 조금 움직여주면, 척력에 의해 매달린 추가 왔다 갔다 하는 자석 그네가 만들어진다. 이렇듯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석, 더 나아가 자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1920년대에 들어와 전자의 ‘스핀(spin)’이라는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비로소 자성의 근원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전자에는 두 개의 숨을 회전이 존재한다는 울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의 주장에 이어, 전자의 자전 개념으로 그 회전이 시계방향이냐, 반시계방향이냐에 따라 두 개로 나뉜다고 설명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스핀’이라는 전자 고유량을 정의하게 된다. 이후 전자의 스핀은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고전적인 회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유 양자수로 밝혀졌지만, 이미 이름이 정해진 이상 우리는 현재까지도 ‘스핀’이라는 이름으로 자성의 근원이 되는 양자수를 정의하게 된다.
전자 스핀이 양자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슈테른-게를라흐 실험(Stern-Gerlach experiment)은 양자 역학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실험 중 하나로 여겨진다.1) 어떠한 방향으로 관측하든지 간에 전자의 스핀이 무조건 두 개의 값, 예를 들면 +1, -1로 측정되는 이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전자 스핀은 연속이 아닌 불연속 값으로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한 매우 충격적인 결과였다.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은 그 당시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스핀이 양자화된 것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두 개의 양자수가 확률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양자화된 전자 스핀이 한 번의 실험에서는 +1이 아니면 -1인 측정 결과를 주지만, 수만 번, 수백만 번의 실험 통계치는 일정한 확률로 각각 +1과 -1의 결과가 측정된다는 고전 역학적 직관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전자 스핀이 화살표라고 생각해보자. 이 화살표가 관측기기 화살표 방향과 일치하면 +1, 반대방향이면 –1이 나오겠지만, 만약 관측기기를 90도 회전시키면 스핀의 화살표와 관측기기의 화살표가 수직이면 +1, -1도 아닌 0인 값을 얻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양자 스핀은 관측 기기를 90도로 회전시키더라도 여전히 한번 한번의 측정에서는 무조건 +1 또는 -1의 값을 관측하게 된 것이다. 다만, 만 번의 관측 결과를 모두 모아보면 그 중 오천 번은 +1, 또 오천 번은 -1이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양자화되어 있는 전자 스핀이 50%의 확률로 +1, 50%의 확률로 -1 공존한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를 양자 역학적 중첩 현상이라 일컫는다.
고전 물리학의 파동과 마찬가지로, 전자 스핀의 두 양자 상태, +1과 -1이 함께 더해질 수 있는 중첩 현상은 양자 역학의 기본 원리이며, 이러한 중첩 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odinger’s cat)이다. 양자화된 스핀의 +1,-1 상태가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이렇게 확률적으로 중첩된 상태 그 자체가 고유의 양자 상태가 된다는 것이 양자 역학의 기초가 된 것이다. 만약 두 개의 스핀이 존재한다면 하나가 +1, 다른 하나가 -1인 상태와 그 반대인 상태도 서로 중첩될 수 있는데, 이렇게 서로의 양자상태가 항상 반대되도록 얽혀있는 것을 양자 역학적 얽힘(entanglement)이라고 한다. 양자역학의 확률적 해석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며, EPR 역설2)(Einstein Podolsky Rogen Paradox) 등을 통해 양자 역학의 불완전성을 증명하고자 하였지만 끝내 실패하였다. 이후 벨의 부등식(Bell’s theorem)3) 실험은 EPR 역설의 오류를 증명하는 동시에 양자역학적 확률론에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의 우리는 양자역학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물리 현상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전자 스핀의 양자화를 이해함으로써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자 역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전자 스핀의 양자화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아니, 이해한다기 보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물리적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전술한 대로 양자역학과 역사를 함께 해 온 전자 스핀이기에 우리는 전자스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 개의 전자 스핀이 아닌 무수히 많은 전자 스핀이 공존하며 상호작용할 때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쩔쩔맴 현상과 양자 스핀 액체 상태의 메커니즘
서론에서 설명한 전자 스핀에는 두 가지 상태 +1(위로 향하는 스핀), -1(아래로 향하는 스핀)이 존재하며, 전자 스핀들이 어떤 격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가까운 전자 사이에서 스핀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하도록 해야 에너지를 낮추는, 즉 반강자성(antiferromagnetic) 상호작용을 한다고 가정하자. 만약 스핀이 사각격자에 하나씩 놓여있다면, 반강자성 상호작용은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1, -1을 번갈아가며 정렬하는 형태를 만들 것이다.[그림 3(a) 참조] 이런 경우 각 스핀들은 서로 상호작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이 각자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 된다.
반면 스핀이 조금 더 복잡한 격자 구조에 놓여있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카고메 격자구조(Kagome lattice)를 생각해보자. 이 격자 구조는 삼각형 끝마다 다른 삼각형을 이어붙여 만들어진 구조로, 나무로 짜여진 일본의 바구니 모양과 유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경우 만약 가장 가까운 스핀들이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도록 상호작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림 3(b)에서 보듯이 이 경우 한 삼각형만 보더라도 세 스핀이 모두 서로서로 이웃이어서, 그중 한 스핀을 +1로 시작하여 다른 한 스핀을 -1로 정렬시킨다면 나머지 한 스핀은 +1이 되어도 -1이 되어도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세 스핀 중 두 스핀 사이에는 무조건 행복하지 않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쩔쩔맴(frustration)이라고 일컫는다.4) 특히 격자 구조에서 기인하여 기하학적 쩔쩔맴(geometric frustration)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쩔쩔맴 현상은 격자 구조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스핀들의 상호작용이 가장 가까운 스핀이 아닌 조금 멀리 떨어진 스핀들 간의 상호작용도 함께 있는 경우 경쟁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매우 잘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쩔쩔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연 스핀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스핀들 간 상호작용의 디테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 우리는 서론에서 이야기했던 스핀의 양자화, 확률적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스핀은 단순한 고전 역학적 화살표가 아닌 양자화된 물리량으로 확률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하나의 해결책으로 스핀들은 삼각형에서 두 개의 스핀은 +1 하나의 스핀은 -1, 또는 두 개의 스핀은 -1 하나의 스핀은 +1인 다양한 정렬상태를 모두 확률적으로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스핀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에너지를 더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대략 1023개 즉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스핀들이 격자 구조 안에서 서로 반강자성 상호작용을 하고 있을 때, 매우 다양한 스핀 정렬상태가 무수히 많이 중첩되고 얽혀있는 양자 상이 존재하고 이러한 상태는 당연히 하나하나의 스핀만 생각했을 때에는 +1도 -1도 아닌 그 통계치가 0인 값을 가지는, 즉 스핀 정렬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절대영도(~-273섭씨)에서도 스핀 정렬이 일어나지 않는 특이 상태인 양자 스핀 액체 상태가 구현된다. 양자 스핀 액체 상태는 1973년 필립 앤더슨(Phil Anderson)에 의해 이론적으로 처음 제안되었으며,5) 스핀의 쩔쩔맴 현상에서 나타나는 특이 양자 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온도에 의해 스핀의 +1, -1 상태가 열적 요동하는 경우와는 다르게, 양자역학 고유의 얽힘, 중첩상태를 가지며 분수화된 준입자(fractionalized quasiparticle) 등의 직관적이지 않은 여기상태를 가지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는 자성 물질을 찾고 이론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양자 스핀 액체 상태 – 양자 스핀 아이스
양자 스핀 액체 상태로,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6)7) 그 중 한 예로, 삼차원 양자 스핀 액체로 잘 알려진 양자 스핀 아이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스’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스핀 액체 상태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양자 스핀 아이스는 엄연히 양자 스핀 액체 종류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자 스핀 아이스는 어떻게 얽힘, 중첩을 바탕으로 분수화된 여기상태를 가지게 되는 걸까?
1. 파이로클로어 격자 구조와 기하학적 쩔쩔맴
먼저 격자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 설명한 카고메 격자 구조가 2차원 삼각격자의 꼭짓점을 이은 구조라면, 파이로클로어 격자(pyrochlore lattice)는 정사면체의 각 꼭짓점을 이은 3차원 격자 구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연결된 정사면체의 각 꼭짓점에 스핀이 하나씩 놓여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이러한 경우 스핀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카고메 격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든 스핀이 행복한 상황은 이루어질 수 없는 쩔쩔맴 현상이 나타난다. 모두 행복해질 수는 없지만 대신 하나의 정사면체를 구성하는 네 개의 스핀 중 두 개는 +1, 두 개는 -1을 가지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이다. 이때, 두 가지 스핀 상태는 정사면체 중앙을 향하느냐, 그와 반대방향이냐에 따라 +1, -1로 나뉘게 된다. 그림 4(c)에서 보듯이, 그 모양이 마치 물이 얼음으로 되었을 때 산소 원자를 중심으로 한 수소원자의 배열과 흡사하여, 스핀 아이스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한 두 개의 스핀은 안으로, 두 개의 스핀은 밖으로 나온 구조라 하여, 이 구조를 ‘2in-2out’ 상태라고도 부른다.8)
2. 분수 여기상태의 발현
파이로클로어 격자 구조에서 나타나는 기하학적 쩔쩔맴 현상은 다음과 같다. 각 정사면체의 꼭짓점에 놓여진 네 개의 스핀 중 두 개는 +1, 두 개는 -1인 상태를 만족하는 ‘2in-2out’ 상태는 스핀을 모두 더했을 때에 0이 되며, 이러한 상태는 정사면체 하나에 6개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정사면체로 이루어진 양자 스핀 아이스 상태는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되며, 이러한 모든 상태들이 중첩된 하나의 고유한 양자 상태가 되는 것이다.9) 이 경우 당연히 한 꼭짓점에 있는 스핀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얽힘 상태가 각각의 확률로 존재하게 되며 그 어느 방향으로도 정렬하지 않는 정렬 부재의 상태, 즉 양자 스핀 액체를 구현하게 된다. 이제 이렇게 무수히 많은 각각의 경우들이 일정 확률로 중첩되어 있을 때에 여기 상태는 어떻게 기술될 수 있을까?
여기 상태란 말 그대로 들뜬 상태, 즉 절대 영도에서 가지는 에너지가 가장 낮은 바닥상태보다 에너지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한 정사면체의 꼭짓점에 있는 스핀 하나의 부호를 바꾼다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1이었던 스핀을 -1 또는 -1이었던 스핀을 +1로 바꾸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스핀을 포함하고 있는 두 개의 정사면체에서는 네 개의 스핀을 모두 더한 값이 0에서 각각 +2 또는 -2로 바뀌게 된다. 즉 ‘2in-2out’에서 ‘3in-1out’ 또는 ‘1in-3out’으로 바뀌게 된다. 스핀 하나의 부호 바뀜이 두 개의 정사면체에서 동시에 변화를 일으키고, 고유의 중첩 상태로 인해 그림 4(b)에서와 같이 ‘3in-1out’, ‘1in-3out’을 만족하는 각각의 정사면체는 서로 멀리 떨어진다.10) 이는 스핀 하나의 부호 바뀜으로 인한 양자수의 변화가 두 개 정사면체에 서로 나뉘어져, 마치 양자수를 반반씩 나누어 분수화된 양자수의 변화를 각각의 정사면체가 가지고 이동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4(b)에서 초록색, 파란색 공을 포함하는 두 개의 정사면체는 녹색 선을 따라 그 위에 놓여있는 스핀들을 +1에서 -1 또는 -1에서 +1으로 변환시키면서 다른 정사면체에서의 네 개의 스핀 합은 0으로 유지시킨 채 이동이 가능하다. 이처럼 양자 스핀 아이스에서는 고유의 ‘2in-2out’을 만족하는 중첩 상태를 바탕으로, 분수화된 양자 수를 가지는 들뜸 상태가 발현된다.
3. 양자 스핀 아이스가 발현되는 물질 탐색
이러한 파이로클로어 격자 구조는 다양한 물질군에서 발견되는데, 스핀 아이스 물질 후보군은 희토류(rare-earth) 비금속 산화물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A2B2O7의 화학식으로 표현되는 산화물 중 A 위치에 희토류가 자리하고 있는 산화물 군이 스핀 아이스가 발현될 수 있는 후보이다. 특히 프레세오디뮴(Pr), 세리움(Ce) 등의 희토류가 A에 위치하고 4족 원소들이 B에 위치하는 산화물들이 강력한 양자 스핀 아이스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맺음말
양자 스핀 액체 상태는 스핀 간의 경쟁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모두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경우, 스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위 쩔쩔매는 상태에서 발현된다. 양자 역학적 스핀은 이러한 경우 좌절하지 않고 더욱 현명한 방법으로 다양한 스핀 상태를 확률적으로 가짐으로써, 비록 고유한 스핀 정렬은 존재하지 않지만 얽혀있고 중첩된 양자 상태를 나타내게 된다. 또한 양자역학적 얽힘, 중첩을 바탕으로 분수화된 여기 상태를 가진다. 위에서는 한 예로 삼차원에서의 양자 스핀 아이스를 소개하였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스핀 액체 상태가 존재하고, 관련된 물질군 탐색이 최전선 연구로 진행 중이다. 양자 스핀 액체의 발견이야말로 거시적 스케일에서의 양자 역학적 얽힘, 중첩을 실현시키고 응용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 각주
- 1)W. Gerlach and O. Stern, Zeitschrift für Physik 9(1), 353-355 (1922).
- 2)A. Einstein, B. Podolsky and N. Rosen, Physical Review 47(10), 777-780 (1935).
- 3)J. S. Bell, Physics, Physique, Fizika 1(3), 195-200 (1964).
- 4)J. Vannimenus and G. Thouless, J. Phys. C: Solid State Phys. 10, L537 (1977).
- 5)P. W. Anderwon, Materials Research Bulletin 8(2), 153-160 (1973).
- 6)L. Balents, Nature 464, 199-208 (2010).
- 7)L. Savary and L. Balents, Reports on Progress in Physics 80, 016502 (2017).
- 8)S. T. Bramwell and M.J.P Gingras, Science 294, 1495 (2001).
- 9)M. Hermele, M.P.A Fisher and L. Balents, Physical Review B. 69, 064404 (2004).
- 10)C. Castelnovo, R. Moessner and S. L. Sondhi, Nature 451, 42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