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물리학 전공자의 다양한 진로
LG화학 분석연구소 - 라만산란분광법을 통한 전지소재 연구
작성자 : 김자영 ㅣ 등록일 : 2023-05-02 ㅣ 조회수 : 2,854 ㅣ DOI : 10.3938/PhiT.32.013
김자영 책임은 2021년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응집물질분광실험실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21년 12월부터 LG화학 CTO조직의 분석연구소에서 재직 중이다. 현재 라만산란분광법을 통한 전지소재 연구 및 분석 직무를 담당하고 있다. (jayeongkim@lgchem.com)
Analytical Science Research Institute of LG Chem - Battery Material Research with Raman Spectroscopy
Jayeong KIM
Raman spectroscopy is used in a wide range of research fields due to its non-destructive and sensitive detection properties. Because of this versatility, Raman spectroscopy is used not only in the physical field but also in battery research in the chemical field. This article briefly introduces about the Analytical Science Research Institute of LG Chem and two cases for cathode material analysis using Raman spectroscopy. Hopefully this explains how physics is used in chemical companies.
들어가며
물리학과 학위 취득 이후 진로는 크게 기업 및 산업체, 학계 및 연구기관, 정부 및 공공기관 등으로 나뉜다. 그 중 기업체의 분야는 반도체, 전기전자, 신소재, 광학, 재료 등 다양하나 의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현재 물리학과 학, 박사 학위 취득 이후 물리학도의 진로로는 어쩌면 생소할 수 있는 LG화학 전 중앙연구소인 CTO조직의 분석연구소에 입사하였다(2021년 12월). 본 특집에서 회사와 현재 직무에 대한 설명을 통하여 화학회사로의 진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LG화학 분석연구소란
LG화학은 대표적인 화학기업 중 하나이다. 1947년에 설립된 이후 전기전자, 섬유, 화학제품, 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해왔다. 사업분야는 석유화학(바이오플라스틱, 재활용플라스틱, 생분해플라스틱 등), 첨단소재(IT반도체 소재, 종합 배터리 소재, 양극재분리막, 엔지니어링소재 등), 생명과학(글로벌신약개발, 면역항암제, 당뇨병치료제 등)의 다양한 분야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첨단 분야에서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LG화학의 R&D 중 CTO조직은 미래기술연구소, 기반기술연구소, 분석연구소의 3개 연구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미래 기술에 대한 선행적 연구, 연구에 필요한 밑작업에 해당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 물질이나 기술에 대한 분석 연구를 담당하여 사업구조 혁신, 고부가 제품 개발, 공정혁신 및 미래 성장엔진 발굴육성을 목표로 사업전략과 연계된 성과지향적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석유화학제품에서 2차전지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보유 중인 만큼 R&D 수행에 있어서도 화학, 화공, 재료, 고분자에서 물리, 기계, 전기/전자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협업하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분석연구소는 타 R&D 조직이나 사업부에서 물질이나 기술에 대해 분석을 의뢰하면 이를 분석해 결과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발생 이슈들에 대응하여 원인 메카니즘 파악을 통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 수행을 위하여 분석연구소는 대개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들로 구성되고 있다.
라만산란분광법을 이용한 양극재 연구
이러한 분석연구소에서 필자는 라만산란분광법을 이용한 전지소재, 특히 양극재의 분석 연구를 맡고 있다. 학위기간 동안 물리학과 소속 응집물질분광연구실에서 라만 분광법을 통한 반도체 물질의 물성 분석에 관한 연구를 해왔으며 이를 현재 전지소재에 접목시켜 전지소재의 구조 및 성분 분석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1. 라만산란분광법(Raman spectroscopy)
라만산란분광법은 1928년 인도의 물리학자 C. V. Raman이 벤젠 용액의 sideband를 관측하면서 시작되었으며, 1960년대에 레이저가 발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1) 빛이 매질에 조사되면 일반적으로 흡수, 반사, 투과, 산란이 일어나는데 라만 분광법은 그 중 빛의 산란을 이용한다. 물질에 포논 진동(phonon vibration)과 같이 시간에 의존하는 규칙적인 변화가 있다면 이것이 물질의 편극률을 변화시켜, 전자기파인 빛이 들어왔을 때 탄성 산란과 함께 비탄성 산란을 일으킨다. 이때 입사광과 같은 에너지를 가진 탄성 산란을 Rayleigh 산란, 에너지를 얻거나 잃은 비탄성 산란을 각각 anti-Stokes 라만 산란과 Stokes 라만 산란이라고 한다(그림 2). 라만산란분광법은 이 라만 산란된 빛의 에너지 변화량을 읽어, 비접촉적 & 비파괴적으로 물질의 분자의 구조, 결정 구조, 결합 상태, 분자량, 반응 상태 등 여러 성질을 알아낼 수 있어 반도체에서 바이오까지 다양한 소재 분석에 대해 활용되고 있다.
2. 리튬이온 배터리(LIB) 전지소재
스마트폰에서 전기차까지 배터리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간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양극의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배터리가 충전되고 이동한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돌아가면서 방전되며 에너지를 방출한다(그림 3). 이때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의 통로 역할을 해주는 전해질과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아 쇼트가 일어나지 않도록 분리해주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을 리튬이온 배터리의 4가지 구성요소라고 한다.
그 중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에서 중요한 용량 및 전압과 관련된 소재이며, 배터리 원가의 40~45%를 차지하기 때문에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양극은 리튬이온을 포함하며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활물질, 전도성을 높이기 위한 도전재, 그리고 활물질과 도전재가 잘 접착될 수 있게 도와주는 바인더가 섞여 알루미늄 집전체 위에 발려지는 형태로 구성된다. 양극 활물질로는 Ni(니켈), Mn(망간), Co(코발트), Al(알루미늄) 등을 사용하며 니켈은 고용량 특성, 망간과 코발트는 안정성, 알루미늄은 출력특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물질들의 투입 레시피에 따라 양극재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주로 NCM (Li, O2, Ni, Co, Mn), NCA (Li, Ni, Co, Al, O2) 두 종류의 양극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니켈 함량이 80%를 넘어가면서 충방전 시 결정구조가 불안정하여 수명이 저하되기 쉬우므로, 안전성 및 출력 특성 확보를 위해 NCM에 알루미늄을 첨가하여 4원계소재 NCMA가 개발되고 있으며 LG화학 또한 고부가 NCMA 양극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3. 라만산란분광법을 이용한 양극재 분석 연구
NCMA의 개발에 있어서 충, 방전에 따른 결정 구조 변화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 특히 충방전 시 실시간으로 구조변화를 관측하면 퇴화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고, 따라서 안정성 증가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라만산란분광법은 매우 민감하게 물질의 구조적 특징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이므로, 조건에 따른 NCMA의 구조변화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NCMA는 계층구조로, 단위 격자(unit cell) 내의 전이금속과 관련된 두 가지 라만 활성 모드를 가진다. 이는 그림 4(a) 모식도에서 나타낸 것과 같이 샘플 평면과 평행한(in-plane) 진동인 Eg 모드와 평면과 수직한(out of plane) 진동인 A1g 모드이며 라만 스펙트럼 상의 ~460 cm-1, ~530 cm-1 위치에서 각각 나타난다(그림 4(b) 빨간색 선).3)4) 또한 도전재는 ~1335 cm-1(D mode)와 ~1565 cm–1(G mode)에서 전형적인 탄소 물질의 라만 피크를 보인다. 이렇듯 물질의 구성 원소와 구조에 따라 다른 피크 위치와 개형의 라만 스펙트럼을 가지므로 비교적 간편하게 fingerprinting이 가능하다.
그림 4(c)는 NCMA 양극 단면의 광학현미경 사진으로, 알루미늄 전도체 위에 동그란 입자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광학현미경에서 보이는 이러한 물질들에 대해 라만 분석으로 각각의 종류를 배정할 수 있으며, 특정 영역 내에 수백 개의 화소(pixel)에 대한 라만 스펙트럼을 측정한 후 물질에 따라 색칠하면, 점묘화와 같은 각 물질의 분포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양극활물질 라만 피크가 존재하는 350~460 cm-1의 구간에서 세기(intensity)에 따라 색을 입히도록 설정하면 그림 4(d)에서 보이는 양극활물질의 분포 이미지가 얻어진다. 또한 1300~1600 cm-1에 위치한 도전재 피크에 대해 이미징을 하면 도전재의 분포에 대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다(그림 4(e)). 이렇듯 라만 이미징을 이용하면 라만 스펙트럼 상 차이를 가지는 물질들의 분포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으며, 라만 스펙트럼은 다양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미징의 기준을 어떤 차이로 잡는지에 따라 그 활용도를 더 넓힐 수 있다.
물질에 따른 분포뿐만 아니라 한 물질 내에서의 구조 변화도 라만을 통해 분석 가능하다. 전위 가변기를 이용해 전지에 충방전을 걸어주면서 라만 측정을 한다면, NCMA의 전압에 따른 실시간 변화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충방전에 따라 Li이 NCMA에서 빠져나가고 들어가게 되면 NCMA 내부 격자정수가 변화하게 되면서 라만 피크도 변화하게 된다. A1g 모드의 피크 위치에서 더 극명한 변화를 보여주는데 계층 구조인 NCMA에서 Li의 출입은 a-b 평면보다 c축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충전이 되면서 Li이 NCMA에서 빠져나가면 A1g 모드가 높은 주파수로 이동하고, 반대로 방전 시 피크가 적색편이 되는 것을 그림 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라만 분광법은 추가적 장비와 함께 사용하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다양성을 더욱 넓힐 수 있다. NCMA뿐만 아니라 안정성을 강화한 고용량,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대응하여 다양한 양극재에 대해 알맞은 실험 및 분석 방법을 찾아 물성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발전시켜가고 있다
맺음말
물리학은 물질과 자연 현상들의 법칙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니만큼 첨단 과학기술 산업에 있어 넓은 분야에 걸친 활용가능성이 있다. 분석연구소에서도 라만산란분광기뿐만 아니라, 원자간력현미경(AFM), X선 회절 분석법(XRD), 주사형 전자현미경(SEM), 투과전자현미경(TEM) 등 물리학과 소속 연구실에서 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장비들을 사용하여 전지소재, IT소재, 고분자 물질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도구를 사용한 분석에 있어서도 배경지식에 따라 분석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며, 고체물리학, 양자역학 등의 물리학적 베이스는 이러한 도구 활용에 있어 충분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글이 협력 위주의 연구 트렌드 속에서 진로탐색에 있어 시야와 분야를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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