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물리교육에의 초대: 교육과정, 물리교사, 물리학 교구
현장 교사의 물리교육
작성자 : 김민성 ㅣ 등록일 : 2023-10-09 ㅣ 조회수 : 1,559 ㅣ DOI : 10.3938/PhiT.32.026
김민성 교사는 한국교원대 물리교육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정현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경기도물리학교육연구회, 재과만(Sedu21.com), 신나는 과학수업 연구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matamata37@gmail.com)
Physics Teacher Agency for Physics Education
Min-Seong KIM
In the field of middle and high school physics education, teachers must succeed in both “physics education” and “physics as education.” This is because the school classroom is not just a time for learning physics, but also a time for connecting physics to students’ lives “Right here Right now” as an education. Physics teachers are actively interpreting and reconstructing the field with students who change rapidly in society and creating the context of physics education. In this personal and social context, teacher agency is exerted.1) Teacher agency is not just the personal ability of individual teachers to implement policies sincerely or the policies promoted by higher institutions. Teacher agency as a change agent is achieved by creating an environment in which teachers can actively demonstrate their expertise with their own beliefs in a context that encompasses both the personal and social structural dimensions of teachers.2) In order to promote the emergence of physics teacher agency, educational administrative agencies should focus not only on promoting education policies that focus on the individual competencies of teachers, but also on creating a structural context around teachers and teacher networks as important agent in the development and implementation of education policies. The Korean Physical Society, which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development of physics education, needs to expand opportunities for participation in physics education by physics teachers to help expand the network of physics teachers, who are important actors in the network of physics education.
중고등학교 물리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물리학 교육’과 ‘교육으로서의 물리학 수업’ 모두에 성공해야 한다. 학교 수업 현장이 사물의 이치를 배우는 물리학 학습만의 시간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물리학을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교육’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리 교사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학생과 함께 현장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며 물리교육의 맥락을 만들어 가며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교사의 행위 주체성(agency)이 발휘된다.1) 교사 행위 주체성(teacher agency)은 개별 교사의 자발성 또는 상급 기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실행하는 개인적인 능력만은 아니다. 변화 주체로서의 교사 행위 주체성은 교사의 개인적 차원과 사회 구조적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맥락 속에서 교사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능동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환경에 기반하여 성취된다.2) 물리교사가 행위 주체성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 교육 행정기관은 교사 개인의 역량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넘어서 교육 정책 개발과 구현의 중요한 행위 주체자로서 교사와 교사 네트워크를 존중하여 교사를 둘러싼 구조적 맥락 조성에 힘써야 한다.3) 물리교육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물리학회에서도 물리 교사에 대한 참여 기회를 현재보다 더 넓혀 물리교육 네트워크의 중요한 행위 주체자인 물리 교사의 네트워크 확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
물리학을 가르친다는 자부심
고등학교 교사에게 3월은 아이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시간으로 1년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3월을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등학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순간순간 들끓듯이 변하고 있으며 대입 원서를 쓰는 당일까지 그 무엇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존재다. 이런 고등학생들과 의미 있는 상호 관계를 맺는 것은 누구에게도 쉬운 과제는 아니다. 주로 그것을 제일 어려워하는 사람이 부모인 경우가 많은 것이 증거가 된다. 교사가 되기 전에는 당연한 상식이었는데 교사가 된 후 18년 동안 매해 잊은 듯이 깨닫는 것은 대다수의 고등학생에게 학교와 수업이 학습과 성장만의 시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사에게 그런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학교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며 3월은 매주 만나는 10여 명의 수업 교사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본능적으로 결정하는 시간이다. 수업 시간 몰래 수학 문제집을 풀면서 정시 준비를 해도 될 만한 선생님인지, 꼼꼼하거나 무서워서 적절히 수업에 참여하고 좋은 인상을 얻어야 하는 선생님인지 판단한다. 이런 학생들을 잘 아는 교사들은 저마다의 노련함을 키워가며 3월 첫 수업 시간에 전쟁을 준비하듯 공을 들인다. 요즘 논쟁거리가 되는 교권이나 학생 인권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인 “존중”을 수업 시간에 기본이 되도록 하고 1년간 유지하는 것은 경력이 많은 교사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달성해야 하는 과업이다. 이 과업은 1타 강사의 권위, 대학 교수의 학문적 권위, 인기 유튜버의 권위로도 1주일에서 2주일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년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한다.
물리학 교사가 되기로 결심할 때부터 물리학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은 늘 잊지 않았다. 신규 때는 “내가 보는 것을 너희도 보았으면…”하는 자만심에서 시작하였고, 지금은 “너희들이 무엇이라도 본다는 것을 내가 알았으면…”하는 심정으로 그들의 시선에 물리학의 그 무엇인가를 연결 짓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이라도 넓혀주고 싶은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 물리학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1년간 수업 시간에 유지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는데, 3월 첫 수업 때는 물리학의 멋짐을 어떻게든 느끼게 하려고 주입식 강의를 공들여 기획한다. 올해 프레젠테이션에는 일론 머스크가 많은 일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던 비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답한 것을 넣었다.
"생각을 위한 정말 좋은 틀이 있죠. 바로 물리학입니다. [중략] 어떤 것을 근본적인 진실만 남을 때까지 끓여버린 후, 거기서부터 논리를 쌓아가는 겁니다. 유추와는 다른 거죠.”-일론 머스크(TED, 인터뷰 중) I do think there is a good framework for thinking. It is physics [...] boil things down to their fundamental truths and reason up from there as opposed to reasoning by analogy.4) |
“물리학 교육”과 “교육으로서의 물리학 수업”
교사가 준비한 첫 수업 프레젠테이션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많은 학급은 일단 긍정적이다. 사물의 이치를 배우는 학문으로서 물리학 교육의 시작은 일타 강사처럼, 매력적인 물리학 교수님처럼 성공한 것도 같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타고 물리 교사의 부끄러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보여주고, 작년에 좋은 대학에 갔던 선배의 필기 노트도 보여주며, 동기를 유발하고 라포르(rapport)를 형성한다. 그리고 수업 중 지켜야 할 일을 주지시키고, 평가 계획까지 공감하게 하면, 1년간 기획하는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관계를 맺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으로서의 물리학 수업”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성공 확률과는 완전히 독립적인 높은 확률로 디자인한 많은 수업 활동이 실패한다.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공들여 준비한 시범 실험이나 흥미로운 영상에도 시큰둥하고, 생수통 뒤집기 묘기를 이용한 탐구 활동, 핸드폰을 이용한 뮤온 측정 활동, 주차용 볼록 거울을 이용한 마이컬슨 간섭계 만들기, COVID-19 원격교육 시기 때 기획한 집에서 하는 실험 탐구 등.. 교사 스스로 두근대며 준비했던 많은 것들이 기대만큼의 반응과 참여를 끌어내지 못할 때 교사는 좌절하게 된다. 대놓고 엎드려 자는 학생, 수학 문제집을 물리학 책 밑에 넣어두고 눈치를 보는 학생은 그나마 귀엽다.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업의 맥락을 잃고 겉도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엄밀하고 아름다운 학문으로서의 물리학 이전에 현장에서 아이들과 맥락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교육으로서의 물리학 수업”을 실패한 것은 아닌지 좌절하는 것이다. 교사는 전문 학습 공동체 활동이나 연수를 통해 학생들을 이해하는 방법이나 교수법을 배워보기도 하고, 새로운 도구들을 적용해보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언제나 최종 답이나 해결책이 아니라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일 뿐이며 아이들은 그새 변해있고 맥락은 달라져 있다. 그 와중에 교육부에서 교육 정책을 바꾼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책의 배경에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공교육이 전제되어 있고 다시 한번 교사는 스스로 무능력한 것은 아닌지 좌절감에 빠진다. 이러한 교사의 좌절감이 개인의 한계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그 수많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다시 학생들과 현장의 맥락을 파악하고 새로운 교육 활동을 기획하고 끊임없이 실천하는 행위 주체성(teacher agency)을 발휘하여 더 나은 물리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결국 교사만이 문제일까?
교육시스템에서 교사의 행위 주체성(Teacher Agency)
과학 탐구실험은 2015 교육과정에 새롭게 등장한 교과로 고등학교 공통 과목(필수 이수 과목)이다. 1년, 2학점으로 고등학교 1학년이 1주일에 1시간씩 과학실험을 하는 과목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조사발표, 실험 실습, 토의토론, 프로젝트 등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하였다. 교과서 또한 과정 중심 평가를 전제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실제 학교에 적용되기 시작한 2018년, 교육 당국에서 이 과목에 석차 등급을 내도록 지침이 학교에 하달되었다.5)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1주일에 1시간 30여 명과 함께하는 수업을 실험도 하고 탐구도 하며 상대 평가하여 석차 등급을 산출하라는 것은 수행 평가 위주의 실험을 줄이고 지필평가를 실시하라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성취도보다는 석차 등급에 관심이 많아서 동점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만점을 받아도 최하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6) 따라서 학생들의 수행 여부로 평가하는 수행 평가보다는 소수점까지 점수를 낼 수 있는 지필평가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는 과학 탐구실험 과목에 지필고사까지 실시했다. 과목의 본래 성격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과학 교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필자가 속한 경기도 물리학교육연구회를 비롯한 전국의 여러 과학 교과연구회 교사들이 협력적 논의를 통해 “과학 탐구실험 교과의 석차 등급 폐지를 위한 의견서”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서명하여 교육부에 정식으로 제출하였다. 의견서를 제출할 당시만 해도 그 효과에 대해 의심이 있었다. 결국 교육부의 처음 고시대로 되는 것은 아닌지…. 통합사회, 한국사 등 석차 등급을 내는 다른 교과와 형평성을 위해서 과학 탐구실험도 적용해야 한다는 교육부 방침이 강조되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국 교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물론 교사의 의견서에 의해서만 정책이 변경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교육부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전해 들었다. 교사로서 교육정책에 영향을 끼친 처음이자 놀라운 경험이었다. 상위 기관의 하달된 지침에 무조건 따르는 거대한 교육시스템의 최말단 병사가 아니라 중요한 행위 주체자(agent)가 되었다고 느꼈다. 이는 교사 개인이 소유한 능력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교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일련의 맥락에서 행위 주체성(teacher agency)이 성취된 것이었다. 교사공동체는 수업 도구나 방법을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역량개발 도구의 역할만 했던 것이 아니라 맥락을 만들어 내어 교육정책 실현의 주체가 되었다.
물리학I 교과서 집필자 회의
교사1: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필수 탐구 활동에 “여러 가지 고체의 전기 전도도 측정“이 있는데, 탐구 활동하기 전에 “전기 전도도”를 본문에서 정확히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2: 반대합니다. 성취기준에는 “~전기 전도성을 비교하는 탐구를 수행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어요. 전기 전도도는 비저항으로 정의되는 양으로 너무 정량적이에요. 성취기준의 취지는 전기전도성만 비교하라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현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전기전도성 비교 실험을 구성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물리학II도 아니고 만약 본문에 넣으면 검정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교수: 성취기준에 쓰인 용어(전기전도성)와 필수 탐구 활동에 쓰인 용어(전기 전도도)가 다른 게 문제군요. 저도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긴 했지만, 왜 이렇게 됐나 지금 다시 보니 의구심이 드네요. 이 부분 담당 교육과정 개발자님께 어떻게 된 것인지 여쭤봐야겠어요. |
교과서가 집필되는 장면을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공시하면 출판사에서 교수, 교사 등 집필진을 꾸리고 편집팀과 함께 교육과정과 교과서 검정 기준 등의 문서를 바탕으로 교과서가 집필된다. 이때 교육과정이라는 지침서가 존재하므로 교과서 집필이라고 하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오류가 없고 적절한 소재와 그에 맞는 구성을 기획하기만 하면 될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한 과정은 아니다. 현대 사회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교육과정도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과 수많은 문서들(물리학 논문, 물리교육 논문, 국가 발전 계획, 등)을 검토하면서 수많은 논의 단계를 거쳐 나온 합의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물리학 교육과정”이라는 것에 대해 한 명의 마스터가 존재할 수는 없다.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도 집필자는 교육과정 규정력 아래에서 집필자와 연결된 다양한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하며 교육과정을 해석하고 교과서로 구현하는 행위 주체성(agency)을 발휘하게 된다.7) 물론 해석의 과정은 엄격하겠고 여러 전문가가 포함된 시스템에 의해 검정을 거친 후 전국 교육 현장에 배포될 것이다. 이러한 물리학 교육과정의 하나의 해석본인 교과서를 이용하는 물리 교사의 수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교과서대로 살면 된다.”라는 격언에 담긴 순진한 믿음과는 별개로 과학의 역사가 증명하듯 과학 교과서가 늘 옳거나 옳아야만 하는 책은 아니다. 당연히 교과서를 활용하는 교사에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교사나 혹은 물리학자에게서 물리학의 학문적 전통이 권위를 넘어 고지식함으로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기도 한다. 물리학이 자연에 대한 불변의 진리를 발견했거나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믿음도 그 예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대학의 일반물리학 연습문제에는 물체의 질량과 관계없이 자동차의 제동거리는 일정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수직항력에 비례하는 마찰력과 일과 에너지 공식을 이용하면 질량이 늘어나면 마찰력도 늘어나는 수식을 전개하여 문제 풀이를 할 수 있다. 한동안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그렇게 실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실제 도로 현장에서는 무게가 큰 트럭이 가벼운 승용차보다 제동거리가 길다. 그래서 트럭의 제한속도는 승용차보다 더 작다.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기술해야 할까? 또 교사는 학교에서 어떻게 수업해야 할까? 만약 일반물리학 교과서와 다르게 교사가 가르친다면 교사의 수업 내용에 오류를 찾아서 징계를 줘야 할까? 고등학교 물리학 교과서의 개발과정은 기존의 일반물리학 교재를 답습하는 수준과는 다른 여러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장 고등학교 물리교육의 행위 주체자(agent)로서 교사의 경험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를 연구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물리 교사와 함께하는 물리교육
고등학교 현장의 물리교육은 학문으로서의 물리학뿐만 아니라 교육으로서의 물리학도 중요하다. 학교 수업 현장이 삶과 동떨어진 물리학 학습만의 시간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물리학을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교육”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현장에서 하루하루 시시각각 변하는 학생과 함께 물리교육의 맥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물리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사의 행위 주체성(teacher agency)이 발휘된다.
교사 행위 주체성(teacher agency)은 개별 교사의 자발성 또는 상급 기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실행하는 개인적인 능력만은 아니다. 변화 주체로서의 교사의 행위 주체성은 교사의 개인적 차원과 사회 구조적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맥락 속에서 교사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능동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환경에 기반하여 성취된다.
물리학 교육과 교육으로서의 물리학에 모두 성공해야 하는 물리 교사는 개인이 놓여 있는 환경과 맥락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한 명도 같은 학생은 없다. 사전 지식, 동기, 진로, 경제적 문화적 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다 다르며 그 학생 개인과 연결된 수많은 네트워크도 다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한 교실, 한 학교, 한 지역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다양성이란 그 정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성공 여부를 물리 교사 개인의 능력이나 전문성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육행정기관은 교사 개인의 역량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넘어서 교육 정책 개발과 구현의 중요한 행위 주체자(agent)로서 교사와 교사 네트워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교사를 둘러싼 다면적이고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고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예산을 확보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물리학회는 물리과 교육과정 개정 주도, 물리 교사의 학회 참여 지원 등 중등 물리교육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현장의 물리 교사로서 외국의 사례를 보았을 때 아직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8) 물리학회에서는 물리 교사에 대해 참여 기회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엄격한 학술적 패러다임을 넘어 물리교육 현장의 이야기나 물리교육적 어려움을 공유하는 장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의 물리학 전공 수석교사나 활성화된 과학 교사연구회에서 활동하는 교사에게 현장의 어려움이나 수업 사례,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번 물리학과 첨단기술 물리교육 특별호 같은 것도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또한 물리학회 차원에서 물리 교사를 위해서 찾아가는 강연을 마련할 수도 있다. 물리 교사는 모든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배움에 목말라 있다. 물리 교사들 또한 지금까지 활성화된 전국 과학 교사협회,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재미있는 과학수업 만들기9) 등 전국의 자생적 과학교육 연구회처럼 전문성을 바탕으로 동료 교사들과 관계를 구축하여 전문적 경험과 지향하는 목표를 공유하기 위한 소통의 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급변하는 시대에 변화의 주체로서 전문가, 조력자, 연구자 등의 역할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 각주
- 1)Hyekeoung Lee and Heui-Baik Kim, JKASE 41(3), 237 (2021).
- 2)Yongmo You and Misook Kim, KALCI, 20(18), 905 (2020).
- 3)Kyunghee So and Yuri Choi, The Journal of Curriculum Studies 36(1), 91 (2018).
- 4)https://fs.blog/elon-musk-framework-thinking/.
- 5)https://star.moe.go.kr/web/contents/m20103.do?&schM=view&page=1&viewCount=10&id=249&schBdcode=&schGroupCode= (2018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2018.1.31).
- 6)https://www.mk.co.kr/news/society/8450266 (만점이 5등급이라고?…高1, 과학실험 평가 ‘멘붕’ <매일경제> 2018-08-26).
- 7)Eun-hong Lee, The History Education Review 36, 263 (2023).
- 8)Jung Bok KIM, Phys. High Technol. 32(4), 2 (2023), DOI: 10.3938/PhiT.32.008.
- 9)https://k-sta.org/ (전국과학교사협회); https://cafe.daum.net/sedu22 (재미있는 과학수업 만들기); https://osanchem.notion.site/e45399f110fc4ed9bf6d6974d355d8a8 (신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