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극한 제어를 통한 양자 물성 구현
극한 양자기능물질 연구
작성자 : 백현준·박두선 ㅣ 등록일 : 2023-12-28 ㅣ 조회수 : 2,463 ㅣ DOI : 10.3938/PhiT.33.001
백현준 교수는 2016년 서울대학교에서 응집물질실험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8년부터 영국 Heriot-Watt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22년부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2차원 무아레 물질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양자현상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hjbaek@sogang.ac.kr)
박두선 교수는 2003년 일리노이대에서 고체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3년부터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08년부터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극한환경에서 발현되는 신기능 양자물성의 발견 및 메카니즘 규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tp8701@skku.edu)
Study on Extreme Quantum Matter and Functionality
Hyeonjun BAEK and Tuson PARK
Novel quantum-functional compounds that surpass the limits of traditional materials have been proposed. A prime example is the chiral superconductor that is applicable to quantum computing applications, realizing the ‘chiral superconducting state’ where Majorana quasi-particles are implemented. Another example is Kondo-Weyl semimetal, where correlated Kondo physics is intertwined with topological electronic band structure. The emergence of novel quantum-functional materials, which breaks the boundaries of traditional research fields and fosters convergence among diverse disciplines, stands as a key issue in condensed matter research. In this article, we introduce recent progress and future research direction in the study on extreme quantum matter and functionality.
들어가며
본 특집호에서는 극한 양자기능물질과 관련된 연구결과와 연구 동향을 소개하였다. 첫 번째로 본 기고 글에서는 “극한 양자기능물질 연구”라는 제목으로 전통적 양자물질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기능 양자물질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어서 두 번째 글은 “극한 양자물질 이론적 고찰”로서 전자의 상호작용이 강하게 작용하는 동시에 위상적 밴드특성이 있는 다체계시스템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서술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글은 “극한 양자물질 기능성 연구”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제어를 통한 양자기능성의 구현방법 및 그 물리적 특성 연구에 대해 고찰하였다.
최근에 기존 연구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양자기능성 물질이 다체계 극한환경에서 발현될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 그동안 독립적인 연구로 간주되어 왔던 분야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통해 구현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 물질로는 특이 초전도체 및 위상상관물질 등이 있다. 개별적인 스핀/오비탈/전하/격자의 저에너지 자유도 제어뿐만 아니라 얽혀있는 경쟁상호작용의 체계적인 조율을 통해 극한환경에서 구현되는 양자기능물질에 대한 연구를 전 세계의 많은 연구진들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서 론
양자물질은 응집물리의 주요 연구 주제로, 재료과학부터 양자 컴퓨팅까지 다양한 과학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개념이다.1) 최근 ‘고전적’ 양자물질(classical quantum matter)로 분류되는 비정상 초전도(unconventional superconductors), 다강체(multiferroics) 및 무거운 페르미온(heavy fermions)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양자기능성(quantum functionality)에 대한 연구가 속속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해는 응집물리의 주요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양자기능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큰 물질로는 카이랄 초전도체(chiral superconductors), 수소기반 상온초전도체, twist 다층시스템(twisted multilayer systems), 콘도-와일 준금속(Kondo-Weyl semimetals) 등이 있다. 신개념 양자 기능성물질의 특징은 전통적인 연구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구현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격자구조의 대칭성에 기반을 둔 위상물질과 전자의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 다체계 상관시스템(many-body correlated systems)은 각자 고유의 연구 분야로 발전되어 왔으나 최근 이론 및 실험에서의 극한제어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두 분야가 융합된 새로운 양자기능성을 가진 상관성 위상물질(correlated topological matter)의 발견으로 이어졌다.2)3) 스핀, 오비탈, 전하, 격자 등의 저에너지 자유도(low-energy degrees of freedom)의 개별적인 조절뿐만 아니라 얽혀있는 경쟁상호작용(intertwined competing orders)의 체계적인 조율이 가능한 통합적 극한제어(integrated extreme control)가 신기능 양자물성의 구현 및 그 메커니즘 이해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이랄 초전도체는 비정상 초전도와 위상학적 특성이 결합되어 발현된 신기능 양자물질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제어변수인 비등방 압력 인장/압축을 사용한 중첩된 초전도갭의 분리와 카이랄 디바이스 제작을 통한 마요라나 페르미온의 양자컴퓨터 위상큐빗의 구현 등이 카이랄 초전도체 연구의 최대 난제로 대두되었다. 또 다른 예로서는 초전류(supercurrent)의 거시적 양자현상이 상온에서 보고된 수소기반 초전도체가 있다. 초전도의 핵심 증거인 초전류 및 완전반자성(perfect diamagnetism)을 메가바 압력 제어를 이용하여 실험적으로 구현하고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상압 상온초전도를 디자인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다.
단순 전자밴드구조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위상 상관 상태(correlated topological state)는 또 다른 신기능 양자물성의 예시이다. 최근 twist 다층시스템은 위상학적 양자상태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연구되고 있다. Twist 각도 크기를 제어하여 위상학적 평탄 밴드를 구현한 twist 다층시스템은 3차원 벌크 연구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twist angle이라는 정밀자유도(precision degree of freedom) 제어 및 layer-to-layer 간격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하이브리드 압력셀을 이용하여 전자밴드 구조를 극한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외부 전기장을 추가적으로 인가하여 전하밀도를 매우 정밀하게 연속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 다른 연구 플랫폼인 콘도-와일 준금속은 전자 상호작용(electron correlation)과 위상학적 밴드구조가 결합되었을 때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극한물성제어를 통한 위상상관물질의 실험적 구현과 텐서네트워크 등의 새로운 다체계 이론의 개발을 통해 양자기능성 물질의 디자인 및 그 메커니즘 이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래에서는 양자기능물질의 대표적 물질인 카이랄 초전도체와 콘도-와일 준금속의 소개와 향후 연구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카이랄 초전도
카이랄 초전도체는 복소수 형태의 초전도 갭(complex superconducting gap)을 갖고 있으며 모멘텀 공간에서 시계방향 및 반시계 방향의 회전성(chirality)을 갖고 있다(그림 1 참조).4) 시간역전대칭성(time reversal symmetry)이 깨진 카이랄 초전도는 모멘텀이 영인 zero energy에서 자신이 스스로 반입자인 마요라나 모드(Majorana modes) 및 일반 초전도 플럭스 퀀텀의 1/2 크기를 갖는 반-양자 보텍스 등의 특이한 위상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카이랄 p-wave 초전도체의 볼텍스 코어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마요라나 모드는 초전도 큐빗과 달리 외부요소에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양자컴퓨터의 위상 큐빗(topological qubit)의 후보로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초전도갭이 영으로 가는 노드가 있는 non-s-wave 초전도체에 중첩되어 있는 갭이 있게 되면 초전도 응축에너지(condensation energy)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갭의 노드가 제거된 카이랄 초전도가 유도될 수 있다. 다중 페르미 표면이 존재하는 UTe2, UPt3 및 Sr2RuO4 등이 트리플렛 카이랄 초전도 후보로서 거론되고 있으며 중심대칭성(centro symmetry)이 국소적으로 깨지고 시간역전대칭성이 깨진 SrPtAs은 d-wave 기반 카이랄 초전도로 예측되었다. 최근에는 모트 절연체인 1T-TaS2와 반전대칭성(inversion symmetry)이 국소적으로 깨진 1H-TaS2 2차원 단일층(monolayers)이 c-축으로 번갈아가면서 적층된 구조를 갖고 있는 4Hb-TaS2 전이금속칼코겐(transition-metal dichalcogenide, TMD)에서 초전도현상이 2.7 K 이하 온도에서 발견되었으며 카이랄 초전도를 암시하는 시간역전대칭성이 깨진 실험적 결과가 발표되었다.5) 또한 위상학적 밴드구조를 가지고 있는 카고메 격자시스템(Kagome lattice system)인 RVM3Sb5 (R = Cs, Rb, K)에서는 카이랄 전하밀도파(charge density wave, CDW)가 나타나며 이는 저온에서 구현된 초전도 상태와 공존하며 시간역전대칭성을 깨어서 특이한 초전도현상의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도-와일 준금속
Fig. 2. Kondo-Weyl semimetal. (a) Topological phase scheme as a function of symmetry constraints and correlations. (b) Edge mode dispersion of Kondo materials with Kagome lattice. Red points indicate Weyl nodes.
콘도-와일 준금속은 전자 상관성과 위상이 결합되어 발현될 것으로 예상된 새로운 양자위상물질(topological quantum matter)이다.6) 강한 상호작용은 전자를 국소화하며 들뜸에 갭을 만든다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상호작용에 의해 유도된 평탄밴드를 가지고 있는 콘도격자에서는 창발하는 저에너지 들뜸(emergent low-energy excitations)이 mirror-nonsymmorphic 대칭성에 의해 와일 노달-라인 들뜸(Weyl nodal-line excitations)이 페르미준위 근처 콘도에너지(kBTK) 윈도우에서 발현되어 새로운 양자상태인 콘도-와일 준금속이 된다(그림 2 참조). 준금속 콘도특성을 보이는 CePt2Si2, CeRh2Ge2, Ce3Au3In5는 고온에서 디랙노드(Dirac nodes)가 페르미에너지 아래에 존재하는 반면에 콘도온도(TK) 아래의 저온에서는 위상적 준금속특성을 가진 양자상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비열의 온도의존성이 T2을 따르는지 그리고 비열 값들이 일반 준금속 물질에 비해 104‒106배 커지는지 여부가 이 위상상관물질 연구의 주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페르미에너지 근처에서 베리곡률(Berry curvature)이 강화되며 자발적 홀효과(spontaneous Hall effect)가 나타나는 것도 흥미로운 연구 분야이다.
전자상호작용에 의해 유도된 meV 단위의 작은 갭을 가지고 있는 콘도 시스템은 페르미 준위의 위치에 따라서 금속, 준금속, 부도체 등의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며 공간군 대칭성(space-group symmetry)에 의해 디자인된 저에너지 들뜸(low-energy excitations)의 위상 양자특성도 크게 달라진다. 콘도금속 고품질 박막에 이온-액체 게이팅(ionic-liquid gating) 소자를 구현하게 되면 페르미 준위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어스 전압의 크기를 통해 캐리어 도핑을 바꾸었을 때 콘도 금속 특성이 콘도 부도체 특성으로 변화하는 등 시스템의 전자바닥상태(electronic ground state)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창발하는 양자상태로 제시된 콘도 위상부도체 및 콘도-와일 준금속의 벌크합성과 더불어서 PLD (pulsed laser deposition) 방법을 활용하여 얇은 박막을 제작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소자 제작을 통해서 인위적으로 페르미준위를 조절하였을 때 위상적 양자특성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주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얇은 박막의 성공적인 합성은 3차원 벌크에서는 불가능한 terahertz time-domain transmission spectroscopy를 측정하게 함으로써 스핀과 전하가 양자적으로 얽혀(quantum entangled)있는 콘도 위상물질에서 양자임계 전하요동(quantum critical charge fluctuations)과 특이금속(strange metallic behavior)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7)
맺음말
세계 석학 29명이 참여하여 작성한 ‘Quantum Materials Roadmap’ 논문에서는 고유의 새로운 양자물성을 나타내거나 새로운 이론 및 실험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이전에는 탐구되지 못하였던 고체물리학의 핵심연구 분야를 소개하였다.8) 카이랄 초전도, 위상 상관 물질, 양자 스핀 액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물리현상 연구 주제는 물론 초전도/반도체 큐빗, 비틀림 2차원 물질, 마요라나 입자 기반 위상 소자 등 양자 기능성을 탐구하는 주제와 함께 기계학습 기반의 이론 방법론 등이 핵심 연구 분야로 포함되어 있다. 즉 고유의 물리 현상과, 소자적 접근, 그리고 새로운 이론적 방법론이 양자물질 연구에 핵심적 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이론적 방법론과 소자적 접근법을 제어변수 관점에서 도입하여 적용하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양한 초전도 현상을 비롯한 양자물질 고유의 물리현상 규명의 향후 연구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측정/소재/소자/이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이 밀접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새로운 양자물성 연구결과를 대응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각주
- 1)B. Keimer and J. E. Moore, Nat. Phys. 13, 1045 (2017).
- 2)C. Chiu et al., Rev. Mod. Phys. 88, 035005 (2016).
- 3)E. Dagotto, Science 309, 257 (2005).
- 4)C. Kallin and J. Berlinsky, Rep. Prog. Phys. 79, 054502 (2016).
- 5)AK Nayak et al., Nat. Phys. 17, 1413 (2021).
- 6)H. Hu et al., arXiv:2110.06182.
- 7)L. Prochaska et al., Science 367, 6475 (2020).
- 8)F. Giustino et al., J. Phys. Mater. 3, 042006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