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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양자물질 극한 제어 연구

마요라나를 찾아서: 위상 초전도체와 양자 컴퓨터

작성자 : 천상모 ㅣ 등록일 : 2025-05-13 ㅣ 조회수 : 274 ㅣ DOI : 10.3938/PhiT.34.015

저자약력

천상모 교수는 2011년 서울대학교에서 입자이론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R&D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13년부터 포항공대 물리학과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과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강상관계 물질연구단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17년부터 한양대학교 물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위상물질, 초전도체, 강상관 물질 및 양자 연산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angmocheon@hanyang.ac.kr)

In Search of Majorana Fermions: Topological Superconductors and Quantum Computing

Sangmo CHEON

The combination of topology and superconductivity has led to the discovery of topological superconductors—quantum phases that host Majorana zero modes (MZMs), exotic quasiparticles with non-Abelian statistics. These modes offer a pathway to fault-tolerant quantum computation, in which quantum information is stored nonlocally and manipulated via topologically protected operations. We review the theoretical foundations of Majorana fermions, the Kitaev chain, and the mathematical structure of topological superconductors. We highlight their potential realization in semiconductor nanowires and also examine iron-based superconductors, particularly FeTe1-xSex, which uniquely combines topology, correlation, and superconductivity. We also discuss the architecture of topological quantum computation, including braiding-based Clifford gates, magic state distillation for universality, and measurement-based schemes. Furthermore, we highlight how external parameters‒pressure, strain, magnetic field, and temperature‒can be used to control or induce topological superconductivity. As research advances, the search for Majorana states is reshaping our understanding of quantum matter and what it can compute.

서 론

물리학에서 종종 위대한 발견은 강력한 충돌에서 비롯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위상(topology)의 기하학적 엄밀성과 초전도(superconductivity)의 결맞음(coherence)이 충돌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연구 영역인 위상 초전도체(topological superconductor, TSC)라는 분야이다. 기존 초전도체와 달리, 위상 초전도체는 단순히 전자쌍의 형성 방식(예를 들어, s, p, d-wave)으로 구별되지 않고, 파동함수에 내재된 위상 구조에 의해 정의된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기 자신이 반입자인 마요라나 제로 모드(Majorana zero mode, MZM)라는 특이한 준입자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며, 이들은 비가환 통계(non-abelian statistics)를 따른다.1)2)

마요라나 모드는 단순한 이론적 호기심을 넘어, 오류 내성 양자 계산(fault-tolerant quantum computation)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진다. 공간적으로 떨어진 마요라나 쌍의 페르미온 패리티(fermion parity; 전자수의 짝수/홀수)에 정보를 저장하면, 국소적인 노이즈로부터 자연스럽게 보호된다. 이 모드들로 양자 꼬임(quantum braiding)을 수행하면 위상적으로 보호된 양자 연산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오류에 강한 계산 방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이를 구현하려는 다양한 실험 플랫폼이 제안되고 탐색되어 왔다. 스핀-궤도 결합이 강한 반도체 나노와이어와 초전도체 사이의 근접 효과(proximity effect)를 이용한 이종 접합 구조에서는 제로 바이어스 전도 피크(zero-bias conductance peak, ZBCP)나 이상 조셉슨 효과(anomalous Josephson effect)와 같은 마요라나 모드에 대한 신호들이 보고되었다. 이처럼 위상 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 TI)와 초전도체의 하이브리드 구조가 유망한 후보로 꼽혀 왔다. 최근에는 철 기반 초전도체, 특히 FeTe1-xSex이 본질적으로 초전도성과 위상적 표면 상태를 동시에 가지는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3)4)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마요라나 모드로 해석되는 많은 실험 결과들이 사실은 위상성이 없는 안드리브 바운드 상태(Andreev bound state, ABS)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요라나 모드의 명확한 검출과 제어는 여전히 미해결 핵심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 모델, 물질 설계, 실험 기술의 융합은 이 분야를 계속해서 전진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위상 초전도체를 중심으로, 그 이론적 배경부터 물리적 구현, 외부 제어 변수(압력, 자기장, 온도 등)를 통한 위상 상태의 조절 가능성, 그리고 마요라나 기반 큐비트를 활용한 양자 컴퓨팅의 전망에 이르기까지 전체 지형을 조망하고자 한다.

마요라나 페르미온과 위상 초전도체

마요라나 페르미온(Majorana fermion)의 개념은 1937년에 에토레 마요라나(Ettore Majorana)가 디락 방정식의 실수 해(real solution)로서 자기 자신이 반입자인 입자를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5) 원래는 고에너지 물리와 중성미자 이론의 맥락에서 제시되었지만, 이후 이 개념은 응집물질계로 확장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특히 초전도체는 전자와 정공의 선형 결합인 보골류보프 준입자(Bogoliubov quasiparticles)를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어, 입자-반입자 대칭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대칭성 덕분에, 초전도계에서도 마요라나와 유사한, 자가 수반(self-conjugate)되며 공간적으로 국소화된 제로-에너지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1)2)

따라서, 마요라나 제로 모드는 근본적인 입자가 아니라, \(\small\gamma = \gamma^\dagger\) 조건을 만족하고 다른 마요라나 모드들과 반교환(anticommute)하는 준입자이다[그림 1(a,b)]. 마요라나 제로 모드는 위상 초전도체의 결함, 가장자리, 또는 소용돌이(vortex) 핵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반드시 쌍으로 존재한다. 마요라나 쌍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양자 얽힘을 유지할 경우, 이들은 양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2)6)

Fig. 1. Majorana fermion and Kitaev chain. (a) Particle-hole symmetry in complex fermions, represented by the creation c✝ and an- nihilation  operators. (b) Majorana fermions are their own antiparticles, satisfying ✝. (c) Trivial and topological phases of the Kitaev chain. Each orange ellipse corresponds to a complex fermion composed of two Majorana modes. In the topological phase, unpaired Majorana zero modes (1,2) emerge at the chain ends, spatially separated and topologically protected.Fig. 1. Majorana fermion and Kitaev chain. (a) Particle-hole symmetry in complex fermions, represented by the creation \(\small c\) and annihilation \(\small c\) operators. (b) Majorana fermions are their own antiparticles, satisfying \(\small \gamma\) = \(\small \gamma\). (c) Trivial and topological phases of the Kitaev chain. Each orange ellipse corresponds to a complex fermion composed of two Majorana modes. In the topological phase, unpaired Majorana zero modes (\(\small \gamma\)1, \(\small \gamma\)2) emerge at the chain ends, spatially separated and topologically protected.

이러한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골류보프-드젠(Bogoliubov–de Gennes, BdG)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 방법에서는 전자의 자유도를 두 배로 확장하여, 입자-반입자 대칭성을 지닌 해밀토니안을 구성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칭 연산자는 입자-반입자 변환 연산자로, 에너지 \(\small E\)의 고유상태가 존재한다면, \(\small -E\)의 고유상태도 반드시 존재함을 보장한다. 따라서 \(\small E=\) 0인 상태는 자기 자신의 입자-반입자 쌍이 되며, 이것이 바로 마요라나 모드의 정의와 일치한다.

위상 초전도체는 시간 반전 대칭성(time-reversal symmetry, TRS), 입자-반입자 대칭성(particle-hole symmetry, PHS), 카이랄 대칭성(chiral symmetry)의 존재 여부에 따라 소위 Altland-Zirnbauer 분류 체계로 이해된다.7) 일반적으로 PHS만 있는 경우 D class이고, PHS와 TRS가 모두 존재하고 TRS 연산자의 제곱이 ‒1인 경우 DIII class에 속한다. 각 클래스는 1차원 Z 불변량(예: 키타예프 체인)이나 2·3차원에서의 Z2 불변량으로 구분되며, 이는 보호된 경계 상태의 존재를 뜻한다.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비가환 통계이다. 보존이나 페르미온과 달리, 두 개의 마요라나 모드를 교환하면 단순한 위상 변화가 아니라, 바닥 상태의 퇴화 공간 내에서 유니터리(unitary) 변환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small\gamma_1\)과 \(\gamma_2\)가 두 개의 마요라나 모드라면, 이들의 양자 꼬임은 \(\small U\)12 = exp(\(\small \pi\gamma_1 \gamma_2\)/4) 형태의 유니터리 연산으로 표현된다[22페이지, 그림 3(b)]. 이 연산은 다른 쌍의 꼬임 연산과는 교환되지 않기 때문에, 비가환 통계를 갖는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꼬임 기반의 양자 연산은 외부 환경의 작은 방해나 노이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위상적으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2)

이론적으로 구축된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위상 양자 컴퓨터(topological quantum computer) 구현의 기초가 된다. 멀리 떨어진 마요라나 쌍 사이의 페르미온 수(parity)에 정보를 저장하고, 그들의 위치를 바꾸는 꼬임 연산으로 기본 게이트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전도, 스핀-궤도 결합(spin–orbit coupling), 시간반전 대칭의 깨짐 등이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나노선, 위상 절연체, 철 기반 초전도체와 같은 시스템에서 시도되고 있다.6)8)

키타예프 체인: 위상 초전도체의 출발점

위상 초전도체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2001년 알렉세이 키타예프(Alexei Kitaev)가 제안한 1차원 모형에서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구현될 수 있다.6)9) 이른바 키타예프 체인(Kitaev chain)은 스핀 없는 페르미온이 p-wave 초전도 pairing을 갖는 최소 격자 모형이다. 비록 단순한 구조를 가졌지만, 이 모형은 위상 초전도체의 특성과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존재를 명확히 보여주며, 이론과 실험 연구의 출발점으로 널리 사용된다. 이 모형의 해밀토니안은 다음과 같다.

\[H = − \mu \sum_{j} c _{j}^{\dagger} c _{j} −t \sum_{j} (c _{j}^{\dagger} c _{j+1} + h.c.)+ \Delta \sum_{j} (c _{j} c _{j+1} + h.c.)\]

여기서 \(\small\mu\)는 화학 퍼텐셜(chemical potential), \(\small t\)는 호핑 계수(hopping amplitude), \(\small\Delta\)는 p-wave 초전도 결합 세기(pairing amplitude)이다. 계수들의 값에 따라, 이 모형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태를 가질 수 있다[그림 1(c)]. 만약 \(\small |\mu| <\) 2\(\small t\)라면, 체인의 양 끝에 제로 에너지 마요라나 모드를 가지는 위상 상태(topological phase)이고, 다른 경우에는 위상성이 없어진다.6)

키타예프 모형의 핵심 통찰 중 하나는 복소 페르미온(complex fermion)을 두 개의 마요라나 연산자(Majorana operators)로 분해하여 나타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j번째 페르미온 연산자를 2개의 마요라나 연산자로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c_j = (\gamma_{j,1} + i \gamma_{j,2} ) /2 \]

이러한 방식으로 살펴보면, 위상 상태에서 체인의 양 끝에 위치한 마요라나 모드가 공간적으로 국소화된다. 이로 인해 두 가지 바닥 상태의 중첩(ground state degeneracy)이 생기며, 이는 외부 노이즈에 대해 강하게 유지된다. 이와 같은 비국소적 자유도는 페르미온 패리티 보존(fermion parity conservation)과 벌크 갭(bulk gap)에 의해 보호되는 큐비트를 구현한다.2)6)8)

키타예프 체인은 Altland-Zirnbauer 분류에서 D class에 속하며, 이는 입자-반입자 대칭과 1차원에서의 \(\small Z\) 위상 불변량으로 특징지어진다.7) 벌크-경계 대응 원리(bulk–boundary correspondence)에 따라, 이 불변량이 비자명(nontrivial)한 경우 경계에 보호된 마요라나 제로 모드가 존재함을 보장한다. 이 마요라나 모드들은 이론적으로 양자 꼬임과 융합(fusion) 연산을 통해 조작 가능하며, 이는 위상 양자 연산의 기본 구성 요소가 된다.

지난 20여 년간 키타예프 체인을 구현하려는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고 실험이 시도되었다. 특히, 강한 스핀-궤도 결합(spin–orbit coupling)을 지닌 반도체 나노와이어를 s-wave 초전도체에 근접시키고, 여기서 외부 자기장을 가하면, 이 시스템은 사실상 스핀 없는 1차원 p-wave 초전도체로 작동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시스템은 운동 에너지, 스핀-궤도 상호작용, 자기장, 유도된 초전도성 간의 상호작용을 담은 유효 해밀토니안으로 기술되며, 이를 통해 키타예프 체인을 보다 현실적인 조건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6)8) 나아가, 이러한 개념은 2차원 및 3차원 위상 초전도체로 확장되어, p-wave 초전도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모델이 제안되었다. 이처럼 키타예프 모형은 위상 초전도성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실제 물질계에서 이를 구현하고 이해하기 위한 설계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마요라나 페르미온을 향한 실험적 여정

1. 위상 초전도체를 구현하는 세 경로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실현하려는 실험적 접근은 초전도성과 위상 밴드 구조를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4)

첫 번째는 내재적(intrinsic) 위상 초전도체로, 동일한 전자 상태가 p-wave 초전도와 비자명한 위상 특성을 동시에 유도하는 방식이다[그림 2(a)]. 이 접근법은 이론적으로는 우아하고 물리적으로도 안정된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로 p-wave 초전도를 보이는 물질은 매우 드물다. UTe2, Sr2RuO4 등의 후보 물질이 제안되어 왔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Fig. 2. Pathways and control mechanisms for realizing topological superconductivity. (a) Intrinsic topological superconductors, where nontrivial topology and superconductivity coexist in a single material.(b) Real-space proximity-induced TSCs, achieved by coupling a topological insulator or a spin–orbit-coupled nanowire to an s-wave superconductor. (c) Reciprocal-space proximity-induced TSCs, where superconductivity and topological band structure originate from different orbitals in a multiband system. (d) Control of topological superconductivity via external tuning parameters such as pressure, strain, magnetic field, and temperature. These knobs enable experimental manipulation of phase transitions and Majorana states.Fig. 2. Pathways and control mechanisms for realizing topological superconductivity. (a) Intrinsic topological superconductors, where nontrivial topology and superconductivity coexist in a single material.(b) Real-space proximity-induced TSCs, achieved by coupling a topological insulator or a spin–orbit-coupled nanowire to an s-wave superconductor. (c) Reciprocal-space proximity-induced TSCs, where superconductivity and topological band structure originate from different orbitals in a multiband system. (d) Control of topological superconductivity via external tuning parameters such as pressure, strain, magnetic field, and temperature. These knobs enable experimental manipulation of phase transitions and Majorana states.

두 번째 방법은 실공간 근접 효과(real-space proximity effect)를 활용하는 것으로, 위상적 특성을 지닌 물질과 초전도를 접합하여 위상 초전도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그림 2(b)]. 가장 잘 알려진 예는 강한 스핀-궤도 결합을 지닌 반도체 나노와이어(InSb 등)를 s-wave 초전도체를 근접 접합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널링 분광 실험을 통해 나노와이어의 양 끝에서 제로 바이어스 전도 피크(ZBCP)가 관측되었으며, 이는 국소화된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존재를 암시한다. 하지만 유사한 신호는 평범한 안드리브 바운드 상태(ABS)나 결함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어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8)

세 번째 방식은 역공간 근접 효과(reciprocal-space proximity effect)로, 이는 실공간에서의 두 물질의 접합 대신, 하나의 물질 내부에서 서로 다른 밴드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위상성과 초전도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그림 2(c)]. 다시 말해, 위상적 성질을 지닌 밴드와 초전도 갭이 열리는 밴드가 같은 재료 안의 다른 에너지 밴드에서 기원하며, 이로 인해 공간적인 접합 경계 없이 위상 초전도성이 유도된다. 이 접근은 전통적인 접합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이나 경계 문제를 회피하고, 보다 깨끗하고 일관된 실험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FeTe1-xSex 같은 철 기반 초전도체는 s-wave 초전도성과 위상적 디락 표면 상태를 동시에 가지므로, 마요라나 제로 모드 구현에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4)10)

2. Fe(Te,Se): 단일 물질에서 위상과 초전도의 융합

위상 초전도체 후보 중 철 기반 초전도체, 특히 FeTe1-xSex는 단일 재료 내에서 세 가지 핵심 요소—위상 밴드 구조, 초전도성, 전자 상관 효과—를 모두 갖춘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각분해 광전자 분광(ARPES) 실험을 통해 이 물질의 표면에는 Fe의 d 오비탈과 Te/Se의 p 오비탈 간의 밴드 반전으로부터 유래된 헬리컬 디락 콘(helical Dirac cone) 형태의 위상 표면 상태가 존재함이 확인되었다.10) 한편 벌크는 STM과 비열 용량 측정을 통해 s-wave 초전도 갭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조건은 위상 초전도체의 핵심 지표인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실험적 관측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자기장이 가해진 상태에서의 STM 측정을 통해 소용돌이(vortex) 중심에 제로 바이어스 전도 피크(ZBCP)가 나타나는 것이 관측되었다.11) 이 피크는 공간적으로 국소화되어 있고 분리되지 않으며, 외부 섭동에 대해서도 안정적이어서, 전통적인 CdGM (Caroli–de Gennes–Matricon) 상태가 아닌 마요라나 모드로 해석되고 있다.

이후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해석을 강화하는 추가적인 실험 결과가 제시되었다. 터널링 분광을 통해 2\(\small e\)2/\(\small h\)에 가까운 양자화된 전도도가 보고되었으며, 이는 마요라나 모드에서 예측된 공명 안드리브 반사(resonant Andreev reflection)와 일치한다.12)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격자의 불연속점(lattice dislocation)이나 계단(step) 등에서 형성되는 도메인 벽(domain wall)을 따라 진행할 수 있는 1차원 마요라나 모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13) 이 영역에서는 초전도 간극 내부에 평탄한 밀도 상태가 관측되며, 이는 Fu-Kane 모델에서 예측된 헬리컬 마요라나 채널(helical Majorana channel)과 일치한다. 이는 단일 결정 내에서 위상적 양자 연결선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3. 철 기반 초전도체의 위상을 조율하는 힘: 전자 상관

철 기반 초전도체의 특별함은 단순히 위상성과 초전도성이 공존한다는 점뿐 아니라, 이들이 강한 전자 상관성과 multi-orbital 특성을 바탕으로 구성된다는 점에 있다. 특히 FeTe1-xSex에서 위상 표면 상태는 주로 dxy 오비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Fe의 3d 오비탈 중에서도 가장 강한 전자 상관 효과를 받는 오비탈이다. 이로 인해 위상적 특성 자체가 전자 상호작용에 민감하게 의존한다.14)

LQSGW와 DMFT를 결합한 이론 연구에 따르면, 이 물질은 전자의 오비탈에 따라 금속처럼 행동하거나 절연체처럼 행동하는 ‘오비탈 선택적 상태’에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 특히 dxy 오비탈의 전자는 부분적으로 움직임이 억제되어 국소화되는 반면, dxzdyz 오비탈은 여전히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러한 오비탈 간 차이는 표면에서 나타나는 디락 상태의 위치와 선명도, 그리고 위상적 밴드 반전의 강도에 영향을 주며, 이 시스템이 위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적으로도 상관 효과는 조절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Se 농도가 높을수록 위상 특성이 유지되며, Te 농도가 높아질수록 dxy 오비탈의 국소화가 강해져 디락 콘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더불어 압력, 변형(strain) 등의 외부 요인도 위상과 비위상 상태 간의 전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제어 변수(tuning parameter)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철 기반 위상 초전도체는 전자 상관과 위상성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물질로, 단순 밴드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호작용 기반 위상 상태(interaction-enabled topology)를 탐색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4. 마요라나 모드의 검증을 향한 실험적 도전

지금까지의 실험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명확한 검출은 여전히 응집물질물리학의 난제로 남아 있다. 이는 주요 실험 신호들(예: 제로 바이어스 전도 피크, 양자화된 전도도, 비정상적인 조셉슨 효과 등)이 안드리브 상태(ABS)와 같은 비위상적 상태에 의해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3)15)

최근 연구는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진정한 마요라나 모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1) 다양한 터널링 조건에서도 유지되는 양자화된 전도도, (2) STM 탐침의 위치를 바꿔도 유지되는 스펙트럼의 비분열(non-splitting) 특성, (3) 온도와 자기장 변화에 대한 강인함, (4) 이론 예측과 일치하는 공간 대칭성과 밀도 분포

FeTe1-xSex 시스템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실험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단일 측정만으로 마요라나 모드 여부를 단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향후 핵심 과제는 마요라나 모드의 제어에 있다. 즉, 양자 꼬임, 융합 규칙(fusion rule), 비가환 통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샘플 제작 기술과 정밀한 측정 기술뿐만 아니라 마요라나 모드의 제어 기술의 지속적인 향상이 필요하다.

5. 압력, 자기장, 온도 제어를 통한 위상 초전도성의 발현

위상 초전도성은 일부 특이한 물질에서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성질만은 아니다. 압력, 스트레인(strain), 자기장, 온도와 같은 외부 제어 변수를 통해 유도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그림 2(d)]. 이러한 제어 변수들은 전자 구조와 대칭성을 능동적으로 변화시켜, 실험적으로 위상 초전도 상태를 안정화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가 된다.

그중에서도 압력은 가장 효과적인 조절 수단 중 하나다. 예컨대 Cd3As2에서는 약 8.5 GPa 이상의 압력에서 결정 구조의 전이가 일어나면서 초전도성이 발현되며, 초전도 임계 온도가 4.0 K까지 증가한다.16) 이 시스템에서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시사하는 제로 바이어스 전도 피크(ZBCP)와 비정상적인 초전도 paring 특성이 관측되었으며, 이는 위상 초전도 상태로의 전이를 시사한다. 유사하게, Au2Pb 등에서도 압력에 의해 유도된 위상 초전도성이 관찰되어, 상호 독립적인 위상성과 초전도성이 압력을 통해 공존하거나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17) 도핑된 디락 준금속에서의 압력에 의한 격자 변화가 위상 초전도성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였고, 격자의 변화가 초전도 전이 온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이론적 설명이 제시되었다.18)

스트레인도 강력한 제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2차원 물질이나 헤테로구조에서는 기판 불일치 또는 나노 패터닝을 통해 기계적 변형을 인위적으로 가할 수 있으며, 이는 공간 대칭성의 파괴, 밴드 반전 위치 이동, 디락 점 분할 등을 유도할 수 있다. 스트레인은 특히 국소 제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주목받고 있다.

자기장은 위상 초전도체에서 중요한 제어 변수이다. 시간 반전 대칭성이 유지되는 위상 초전도체의 경우 마요라나 쌍(Majorana Kramer’s pair)이 나타나며, 이는 서로 시간 반전 대칭으로 연결된 두 마요라나 모드로 구성된다.19) 이러한 상태는 공간적으로 겹쳐 독립적인 제어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자기장을 가해 시간 반전 대칭을 깨뜨리면, 독립적인 마요라나 모드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자기장은 반도체 나노와이어-초전도체 이종 접합이나 철 기반 초전도체 시스템들에서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유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자기장을 변화시켜 마요라나 모드를 움직여 양자 꼬임을 실현할 수도 있지만, 자기장의 세기가 지나치면 초전도 자체를 억제하거나 위상성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조절이 요구된다.13)20)

온도도 중요한 실험 변수다. 열적 안정성을 통해 위상 모드와 일반적인 저에너지 모드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도를 바꿔도 분리되지 않고 유지되는 제로 바이어스 피크는 위상적 기원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다.21)

이처럼 다양한 외부 변수는 단순한 조정 장치를 넘어서, 위상 초전도 상태를 새롭게 설계하고 실험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물리적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마요라나 모드의 제어, 결합, 연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2)

마요라나 기반 양자 계산: 이론에서 설계까지

1. 마요라나에 저장된 양자 정보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실현하려는 핵심 동기는, 그것들이 위상적으로 보호된 양자 정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기본 아이디어는 두 개의 공간적으로 분리된 마요라나 모드(\(\small\gamma\)1, \(\small\gamma\)2)를 이용하여, 하나의 페르미온 상태를 만들고, 그 상태에 전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0과 1로 구분해 큐비트를 구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비국소적(nonlocal)이기 때문에 열, 전하 요동 등과 같은 국소적 섭동으로는 페르미온 패리티(전자 수의 짝수/홀수)를 뒤집을 수 없다. 패리티를 보존하는 마요라나 기반 큐비트는 4개의 마요라나 페르미온으로 구성되며, 자연스럽게 디코히런스(decoherence)를 방지하는 특성을 갖는다[그림 3(a)].2)

Fig. 3. Majorana fermions and topological quantum braiding. (a) Two pairs of Majorana zero modes forms a nonlocal qubit, enabling quantum information encoding. (b) Braiding of two Majoranas results in a unitary transformation, 12exp(12/4). (c) Topological quantum gates—S, X, and H—can be implemented by braiding four Majorana modes in specific sequences.Fig. 3. Majorana fermions and topological quantum braiding. (a) Two pairs of Majorana zero modes forms a nonlocal qubit, enabling quantum information encoding. (b) Braiding of two Majoranas results in a unitary transformation, \(\small U\)12 = exp(\(\small\pi\gamma\)1\(\small\gamma\)2/4). (c) Topological quantum gates—S, X, and H—can be implemented by braiding four Majorana modes in specific sequences.

또한 전체 시스템의 페르미온 패리티는 항상 보존되므로, 연산은 반드시 짝수 개의 마요라나 모드에서만 가능하다. 이 패리티 보존은 일종의 내장된 오류 필터처럼 작동해, 잘못된 연산이나 노이즈를 걸러내고 안정적인 양자 메모리를 가능하게 해준다.22) 이처럼 마요라나 기반 큐비트는 자연스러운 오류 억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는 기존의 초전도 큐비트나 스핀 큐비트보다 더 매력적인 양자 정보 저장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2. 양자 꼬임과 위상학적 논리 게이트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서로 교환하는 양자 꼬임 연산을 통해, 노이즈에 강하고 안정적인 양자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 이때 양자 상태는, 마치 실을 꼬듯 마요라나 모드의 위치를 바꾸는 순서에 따라 변화하며[그림 3(b)], 시간이나 위치를 정밀하게 조절할 필요가 없다. 그 결과, 제어 오류나 환경 잡음에도 강인한 위상적으로 보호된 양자 연산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양자 꼬임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연산들은 S, X, H (Hadamard) 등과 같은 Clifford 게이트들이다[그림 3(c)]. 이들은 양자 오류 정정 코드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연산이며, 복잡한 제어 없이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Clifford 연산만으로는 모든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T 게이트(\(\small\pi\)/4 회전)나 임의의 단일 큐비트 회전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양자 계산의 보편성(universality)을 확보하려면 추가적인 보완 기술이 필요하다.2)23)

3. Clifford의 한계 및 Universality 확보를 위한 노력

보편적인 양자 계산을 실현하려면 T 게이트와 같은 non-Clifford 연산이 추가되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매직 상태 증류(magic state distillation)라 불리는 기법이다. 이 방식은 Bravyi와 Kitaev가 제안한 것으로, 특수하게 준비된 ‘매직 상태’를 이용해, 기존의 Clifford 연산과 측정만으로 T 게이트와 같은 연산을 간접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24)

매직 상태 증류는 리소스를 많이 소모하는 연산이긴 하지만, 중요한 장점이 있다. 논리 연산(Clifford)은 위상적으로 보호된 방식으로 수행하고, 오류에 민감한 non-Clifford 연산은 매직 상태로 따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오류 내성(fault-tolerance)과 위상 보호의 역할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요라나 기반 시스템에서는 Clifford 연산이 본질적으로 정확하게 구현되므로, 매직 상태만 정밀하게 준비하면 보편적 양자 계산이 가능해진다.

4. 패리티 측정 기반 양자 연산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이용한 양자 연산은 반드시 양자 꼬임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측정 기반 위상 양자 계산(Measurement-Only Topological Quantum Computation, MOTQC)이 또 하나의 유력한 계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방식에서는 마요라나 모드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대신, 두 마요라나 모드 사이의 페르미온 패리티를 특정한 순서로 측정하여 연산을 수행한다.25) 이러한 측정은 결과에 따라 양자 상태를 얽거나 분리시킬 수 있으며, 적응형 측정(adaptive measurement) 논리와 결합되면 보편적인 연산 집합을 구성할 수 있다.

Fig. 4. Microsoft’s Majorana chip and higher-order topological superconductors (HOTSCs). (a) Microsoft’s “Majorana 1” chip designed for topological quantum computing. (b) Schematic of higher-order TSCs: second-order (top) with hinge-localized Majorana modes, and third-order (bottom) with corner-localized Majorana modes.Fig. 4. Microsoft’s Majorana chip and higher-order topological superconductors (HOTSCs). (a) Microsoft’s “Majorana 1” chip designed for topological quantum computing. (b) Schematic of higher-order TSCs: second-order (top) with hinge-localized Majorana modes, and third-order (bottom) with corner-localized Majorana modes.

최근 이러한 아이디어는 실제 칩에도 적용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개한 프로토타입의 ‘Majorana 1’ 칩은 마요라나 모드를 생성한 뒤, 양자 꼬임 대신 패리티 측정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이다[그림 4(a)].26) 이처럼 MOTQC는 마요라나 기반 양자 컴퓨팅의 실용적 구현 경로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5. 확장 가능한 마요라나 기반 양자 컴퓨터를 향해

현실적인 양자 기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험실 수준의 개념을 넘어 확장 가능한 구조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작은 단위를 넘어서 크고 복잡한 양자 회로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설계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요라나 모드를 특정한 나노 장치에 배열하거나, 기존에 잘 알려진 초전도 회로 기술과 결합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접근 방법은 마요라나 모드를 양자 오류를 자동으로 잡아주는 구조에 통합해, 더 안정적인 계산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런 요소들을 정밀하게 만들고 안정적으로 측정하며, 극저온 상태에서 잘 작동하도록 통합하는 것이다. 그동안 각 기술은 따로 개발되어 왔지만, 이들을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도전 과제이다.

전망: 위상 물질의 미래를 향하여

1. 위상 양자 계산을 향한 기술적 도전들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구현과 측정에 있어 다양한 성과들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류 내성 양자 컴퓨팅에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근본적인 과제들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백은 비가환 통계에 대한 명확한 실험적 증거의 부재이다. 제로 바이어스 전도 피크, 양자화된 터널링과 같은 신호들은 마요라나 제로 모드의 존재를 시사하지만, 이들이 가진 위상적 교환 특성을 직접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한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측에 그치지 않고 마요라나 모드를 실제로 제어하고 양자 꼬임을 구현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이론이 예측하는 융합 규칙(fusion rule)과 위상 유니터리 변환(topological unitary transformation)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려면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한 위치 제어, 실시간 페르미온 패리티 측정 및 측정 자체가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기술 등 고난도의 기술적 조건이 필요하다.27)

중요한 도천 중 하나는 준입자 중독(quasiparticle poisoning) 문제이다. 이는 외부에서 들어온 전자가 마요라나 모드의 양자 상태를 바꾸어, 저장된 정보를 망가뜨리는 현상이다. 마요라나 제로 모드가 고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장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정보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핵심 문제는 열역학적 안정성이다. 마요라나 모드를 보호하는 에너지 갭은 열 요동과 환경 노이즈보다 충분히 커야 하며, 따라서 장치는 일반적으로 초저온에서 작동해야 한다. 확장 가능한 양자 장치를 제작하려면, 재료 합성, 극저온 공학, 통합 판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 발전이 요구된다.

2. 고차 위상 초전도체: 새로운 설계 공간

최근 위상 초전도체 연구는 단순히 가장자리나 표면을 넘어서, 꼭짓점(corner)이나 경첩(hinge)과 같은 더 고차원적인 위치에 마요라나 제로 모드가 존재하는 고차 위상 초전도체(higher-order topological superconductor)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그림 4(b)]. 이는 기존보다 일반화된 위상 보호 개념으로, 회전, 반전 등의 결정 대칭(crystalline symmetry)에 의해 새로운 유형의 마요라나 제로 모드가 안정적으로 형성된다.28)

이론적으로는 일부 공간 대칭을 보존한 채 가장자리 상태를 초전도 결합으로 갭을 열면 고차 위상 초전도체가 실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BBH (Benalcazar–Bernevig–Hughes) 모델에 기반한 고차 위상 초전도체는 정사각 격자의 네 꼭짓점에 마요라나 제로 모드가 고립되도록 설계된 대표적인 사례이며,29) 3차원 계에서는 대칭을 유지하는 적층 구조나 영역 경계에서 경첩 모드가 출현할 수 있다.

고차 위상 초전도체의 강점은 마요라나 제로 모드를 기하학적으로 뚜렷한 위치에 국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논리 연산이나 다중 큐비트 융합, 고밀도 양자 회로 설계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도전은 이러한 고차 위상 초전도체 상태를 실제 재료에서 구현하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론과 실험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성공적인 구현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위상 양자 프로세서로 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맺음말

위상 초전도체와 마요라나 제로 모드는 오늘날 응집물질물리학과 양자 기술이 만나는 가장 흥미로운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양자 정보 저장과 연산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락 방정식에서 비롯된 이론적 개념은 이제 실험실에서 구현 가능한 형태로 발전했으며, 비가환 특성과 비국소성, 그리고 노이즈에 강한 특성 덕분에 오류에 강한 양자 계산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이 분야는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다. 키타예프 모델과 같은 이론이 자리잡았고, 나노와이어와 철 기반 초전도체에서는 마요라나 모드의 존재를 암시하는 다양한 실험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최근에는 고차 위상 초전도체처럼 새로운 개념들도 등장해, 위상성, 초전도성, 전자 상호작용이 결합된 새로운 양자 상태들이 활발히 탐구되고 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도 남아 있다. 마요라나 모드의 양자 꼬임을 실험적으로 제어하여 입증하고, 외부 간섭에 의한 전하 들뜸을 억제하며, 확장 가능한 양자 시스템을 구현하는 일 등은 앞으로의 주요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요라나 기반 위상 양자 시스템은 대칭과 얽힘, 그리고 양자 설계의 원리를 실험하고 탐구하는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양자 정보 기술뿐 아니라, 우리가 양자 물질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식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다.

각주
1)X.-L. Qi and S.-C. Zhang, Topological insulators and superconductors, Rev. Mod. Phys. 83, 1057 (2011).
2)C. Nayak, S. H. Simon, A. Stern, M. Freedman and S. Das Sarma, Non-Abelian anyons and topological quantum computation, Rev. Mod. Phys. 80, 108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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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W. Qin et al., Two-dimensional superconductors with intrinsic p-wave pairing or nontrivial band topology, Sci. China Phys. Mech. Astron. 66, 267005 (2023).
5)E. Majorana, Teoria simmetrica dell’elettrone e del positrone, Nuovo Cimento 14, 17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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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C.-K. Chiu, J. C. Y. Teo, A. P. Schnyder and S. Ryu, Classification of topological quantum matter with symmetries, Rev. Mod. Phys. 88, 0350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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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Z. Wang et al., Evidence for Majorana bound states in an iron-based superconductor, Science 362, 333 (2018).
11)D. Wang, L. Kong, P. Fan, H. Chen, S. Zhu, W. Liu et al., Evidence for Majorana bound states in an iron-based superconductor, Science 362, 333 (2018).
12)S. Zhu et al., Nearly quantized conductance plateau of vortex zero mode in an iron-based superconductor, Science 367, 189 (2020).
13)Z. Wang et al., Dispersing 1D Majorana channels in an iron-based superconductor, Science 367, 1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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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T. Karzig et al., Scalable designs for quasiparticle-poisoning-protected topological quantum computation, Phys. Rev. B 95, 2353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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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P. Bonderson, M. Freedman and C. Nayak, Measurement-only topological quantum computation, Phys. Rev. Lett. 101, 010501 (2008).
26)Microsoft Azure Quantum et al., Interferometric single-shot parity measurement in InAs–Al hybrid devices, Nature 638, 651 (2025).
27)D. Aasen et al., Milestones toward Majorana-based quantum computing, Phys. Rev. X 6, 031016 (2016).
28)J. Langbehn et al., Reflection-symmetric HOTIs and HOTSCs, Phys. Rev. Lett. 119, 2464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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