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양자물질 극한 제어 연구
압력을 이용한 극한물성 연구
작성자 : 김재용 ㅣ 등록일 : 2025-05-13 ㅣ 조회수 : 128 ㅣ DOI : 10.3938/PhiT.34.013
김재용 교수는 압력과 온도를 매개로 하는 극한조건에서 발현하는 새로운 물성을 연구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서 현재 교내 고압연구소장, BK사업팀장, 그리고 세계고압학회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kimjy@hanyang.ac.kr)
High Pressure Research on Static and Dynamic Compression
Jaeyong KIM
The interiors of Earth and extraterrestrial planets are composed of extreme environments, with ultrahigh pressures reaching hundreds of gigapascals (GPa) and high temperatures rising to several thousand kelvin (K). These extreme conditions significantly influence structural, electronic, and thermodynamic properties of the planets and composed materials. Therefore, understanding the behavior of materials under high-pressure conditions is expected to be valuable not only for quantum materials research but also in diverse fields such as geoscience, astrophysics, and materials science. In particular, phenomena such as phase transitions, melting curves, and changes in electronic structure are critical for explaining the evolution of planetary cores and for designing new materials. Employing the diamond anvil cell technique is considered especially useful—not only for exploring quantum materials properties under pressure as a variable, but also as the most valid and persuasive experimental approach for replicating the high-pressure, high-temperature conditions of Earth’s interior in a laboratory setting. In this article, recent research on dynamic compression which enables ultrafast measurement of material property changes under ultrahigh pressure and temperature is introduced. Also, notable recent findings on superconductivity in metal hydrides under static pressure are discussed.
서 론
지구와 외계 행성 내부는 수백 기가파스칼(GPa)에 달하는 초고압과 수천 켈빈(K)에 이르는 고온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극한 조건은 물질의 구조적, 전자적, 열역학적 특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압 환경에서의 물질 거동을 이해하는 것은 양자물성뿐 아니라 지구과학, 천체물리학, 재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리라 기대한다. 특히, 상전이, 용융 곡선, 전자 구조 변화 등은 행성 핵의 진화를 설명하거나 신소재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압력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다이아몬드를 앤빌로 사용하는 방법은 압력을 변수로 하는 양자물성을 구현함에 있어 매우 유용할 뿐 아니라 지구 내부의 고압-고온 조건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실험방법으로 여겨진다. 다이아몬드는 경도가 가장 강한 물질이며 열전도성이 낮고 전자기장에 투과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수백만 기압의 압력에 견딜 뿐 아니라 무엇보다 X-선에 투과되기에 구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즉 두 개의 앤빌 사이에 시료를 넣고 조여 주는 방식인 바, 이렇게 다이아몬드 앤빌 셀(Diamond Anvil Cell, DAC)을 이용하면 수백만 기압의 압력과 수천 도까지의 온도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극한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유용한 실험방법이다.
본 논고에서는 정적압력과 동적압축으로 구분하여 초고압-초고온에서 물성 변화를 초고속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동적 압축(dynamic compression) 연구내용을 소개하고 정적압력(static pressure)에서는 최근 보고되는 압력을 이용한 초전도체 관련 대표적인 최근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압력 발생과 압력 연구에 관한 일반적인 개요는 이전 논고(물리학과 첨단기술, 2018년 4월)를 참고하기 바란다.
동적압축(Dynamic compression) 연구
전통적인 DAC 실험은 상대적으로 느린 압축 속도로 인해 비평형 상태, 상전이 속도론, 충격 반응 등과 같은 동역학적 거동을 탐구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DAC에 동적 압축 기법을 도입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동적 압축은 나노초(ns)에서 마이크로초(μs)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 압력을 급격히 변화시켜, 물질의 비평형 구조 변화나 상변화, 상태방정식, 그리고 전이 속도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레이저 구동형 충격압축, 압전 액추에이터 기반 정밀 압축, 그리고 자유전자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 XFEL) 기반 초고속 X선 회절 실험 등 다양한 기법들이 도입되어 DAC 기반의 동적 압축 연구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지구 중심 조건을 모사하거나 새로운 고압상 물질을 발견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DAC을 이용한 동적 압축 기법의 중요성과 실험적 접근 방법을 고찰하고, LLNL, NIF, SLAC, Eu-XFEL 등 주요 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최신 연구 사례를 통해 관련 기술의 발전 현황과 응용 가능성을 정리한다. 나아가 각 실험 플랫폼의 특성과 분석 기법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향후 고압 과학 연구에서 동적 DAC 기법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레이저 구동형 동적 압축
“나노쇼킹(Nano-shocking)”과 같은 초고속 반복 펄스 기술과 “램프 펄스 압축(Ramp Pulse Compression)” 같은 기법으로 DAC 내에서 미리 정적으로 압축된 물질에 추가적으로 고출력 펄스 레이저를 조사하여, 순간적으로 압력을 동적으로 가하는 기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나노초 또는 피코초(ps)의 짧은 레이저 펄스를 통해 충격파(shock wave)나 압력파(pressure wave)를 발생시키기 위해 샘플의 온도를 크게 높이지 않고 테라파스칼(TPa) 단위로 순간적으로 압력만을 극대화할 수 있다.
레이저 기반 실험은 기압축된 DAC 내부의 시편 위에 얇은 금속 박막(예: 알루미늄, 금 혹은 LiF)을 증착하고, 고출력 펄스 레이저(National Ignition Facility 경우 MJ 단위)를 조사하여 열팽창에 의한 충격파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충격파는 시편을 통해 전파되며, VISAR (Velocity Interferometer System for Any Reflector) 및 시간 분해 X선 회절(XRD)을 통해 충격 속도 및 결정 구조 변화가 관찰된다. 이러한 방식은 나노초 수준의 시간 해상도를 가지며 고에너지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충격파 하에서의 용융곡선, 초고속 상변이 그리고 밴드갭을 포함한 전자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극한의 압력 조건에서의 새로운 구조 및 상(phase)을 합성할 수 있고, 압력-밀도-온도 상태방정식(Equation of State, EOS)과 휴고이노트(Hugoniot) 곡선을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수백만 기압-수천 도 조건을 실험실에서 재현하여 지구뿐 아니라 행성 내부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2. 압전 액추에이터 기반 동적 압축
압전 액추에이터를 통해 DAC에 마이크로초 단위의 압력 펄스를 가하여 초당 수백 테라파스칼의 압력 증가율을 구현한다. 유럽자유전자가속기(Eu-XFEL)와 스탠포드선형가속기센터(SLAC)에서 사용되는 기법인 바, 초고속 X-선 펄스(4.5 MHz)를 활용하여 초당 수천 회의 압축 이벤트를 활용한 고압으로 물질의 동적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그림 1). 이는 압전 소자를 통해 시료에 빠르게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수백 마이크로초 내에서 최대 테라파스칼급 압력을 구현할 수 있는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 셀(dDAC)과 XFEL의 고속 펄스를 통해 초고압 상태에서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MHz급 X선 회절 측정 시스템, 그리고 고속 X선 펄스를 이용하여 회절 데이터를 획득하며 압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변화를 시간 단위로 포착하는 AGIPD (Adaptive Gain Integrating Pixel Detector)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1)
![Fig. 1. Dynamic compression of N2.[2] (a) Integrated XRD data, (b) sample pressure and molecular volume of N2, and (c) integrated intensity of β-N2 reflections as a function of time. In (a), solidification of N2 can be observed at ∼220 μs, and G indicates gasket peaks.](https://webzine.kps.or.kr/_File/froala/22b33f3e6f544d7ca3ecea7ddd3e4c6f9394b975.png)
최근 유럽자유전자가속기-고에너지밀도 연구팀들이 수행한 결과에 의하면,2) 금(Au)의 경우 최대 87 TPa/s의 초고속 압축률을 기록했고, 비스무스(Bi)의 동적 압축 실험에서 약 9.1 GPa에서 나타나는 Bi-III에서 Bi-V로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포착했다. 또한 물(H2O)의 경우, 약 2.1 GPa에서 얼음-VI 단계를 건너뛰고 직접 얼음-VII로 결정화하는 현상도 확인했다. 즉, 동적압축실험을 통하여 기존의 정적 압축 기술로는 접근이 어려운 극한 압력 조건에서의 상전이와 물성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실험들은 다양한 시간 스케일과 압축 속도를 통해 고압 환경에서의 물질 거동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게 해주며, 고체물리, 지구 내부 과학, 행성학, 신소재 탐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에는 온도, 압력, 시간 해상도가 통합된 다차원 실험 환경 구축을 통해 더욱 정밀하고 복합적인 고압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적압력 연구
1. 압력이 유발한 초전도성
정적압력 분야에서 최근 가장 의미 있는 연구 결과는 아마 초전도, 특히 수소화물에서의 고온 초전도 현상이라 할 것이다. 물질에 압력을 가하면 원자 간 거리가 줄어들며 결정 구조가 변화하게 되는 바, 전자의 이동 경로와 밴드 구조가 바뀌고, 새로운 전도성, 심지어 초전도성이 유도된다. 또한 외부 압력을 통해 전자 간 상호작용을 조절함으로써 전자쌍 형성(pairing)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BCS (Bardeen-Cooper-Schrieffer) 이론에서 말하는 쿠퍼쌍 형성을 도울 수 있으며, 전자 간 반강자성 상호작용이 중요하게 작용하여 초전도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밴드 폭(bandwidth)이 넓어지고, 특정 에너지 준위에서 전자 밀도(Density Of States, DOS)가 증가하게 되어 페르미 준위 부근의 상태 밀도가 커지며 초전도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위상부도체도 외부 압력에 의해 수송현상이 변화하는 바, SnSb2Te4의 경우 17.1 GPa에서 Tc = 8.2 K를 보이고,3) NaCd4As3 경우도 압력이 유도한 비정질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현함이 보고되었는 바,4) 이는 구조적 전이, 전자구조와 초전도성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시사한다. 또한 전도성과 경쟁하는 밀도파(Density Wave, DW)나 자성 질서(magnetic order)가 존재할 경우, 압력을 통해 이러한 상들이 억제되면 초전도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태로 전이할 수 있다. 10 GPa에서 39 K 근처 갑작스런 저항감소를 보이는 PrNiO10가 이에 해당된다.5) 이러한 연구들은 압력이 물질의 전자구조와 상전이를 조절하여 새로운 초전도 상태를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압력인가에 따른 고온 초전도체 개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 수소다량체와 초전도성
무엇보다 압력을 이용한 초전도 관련 연구는 2015년 150 GPa에서 203 K 초전도성을 보인 H3S를 시작으로6) 다량의 수소를 포함한 수소다량체(polyhydrides)에서의 결과들이다. H3S에서 보이는 높은 초전도성은 전자와 격자(phonon) 간 강한 상호작용으로 유발된 쿠퍼쌍으로 이해되는 바, 수소-초전도성과 관련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가벼우면서 진동수가 높은 수소는 고압 상태에서 높은 밀도의 전자상태를 가진다. 높은 전자상태 밀도는 페르미 준위 근처에서 전자쌍 형성을 촉진하여, 초전도성이 쉽게 발현되도록 한다. 일찍이 H. Huntington이 제시한 이론에 따르면7) 수소는 높은 압력 하에서 원자 간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금속과 같은 성질을 나타내기 시작한다(1935년 그 당시에는 25 GPa를 제시하였음). 이를 금속 수소화(metallic hydrogen)라고 부르며(정확히 말하면 metallic atomic hydrogen) 금속화된 수소는 초전도성을 갖기에 적합한 전자 구조를 형성한다. N. Ashcroft에 따르면 고체수소는 금속성을 나타내면서 자유 전자 밀도가 높아지고 전도성이 크게 증가하여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인다고 제시하였다.8) 실제로 고체수소는 고주파 포논 모드와 강한 전자-포논 결합을 제공하기 때문에 초전도 가능성은 전통적 BCS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실험적으로 고체수소는 I. Silvera 등에 의하여 495 GPa에서 그 가능성을 광학적 반사율 측정으로 보고되긴 하였지만9) 결과의 재연성 부재, 전기저항과 자기장 측정값의 부재 등으로 인하여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대신 다음과 같이 다량의 수소가 함유된 다양한 원소의 수소다량체(polyhydride)에서 높은 초전도성이 보고되고 있다. 란타넘 데카하이드라이드(LaH10)에서의 초전도성(150 GPa, 250 K),10) 니오븀 폴리하이드라이드(NbHn)에서의 초전도성(2024년)11) 외에 희토류 금속과 수소의 결합을 제시한 이터븀 하이드라이드(YbH6)에서의 초전도성(100 GPa, 약 80 K), 마그네슘-이리듐 하이드라이드(Mg2IrH6)에서의 상온 초전도성 예측(5 GPa, 160K)12)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중성자회절 실험으로 접근할 수 없는 높은 압력을 요구하기에 수소함량과 기본구조(local structure)를 방사광 실험만으로는 초전도체 형성을 직접 결론할 수 없으나, 전자수송 측정면에서는 특이적으로 높은 초전도성을 관측하고 있다. 이러한 수소다량체는 금속원소를 다량의 수소가 둘러싸는 포접(clathrate) 구조를 이루는 바 대표적인 Clathrate metal superhydrides13)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그림 2와 같다.
![Fig. 2. Chronological evolution of the superconducting critical temperature (Tc) for various superconductors. The square, circle, and rhombus color blocks represent conventional, cuprate and iron-based superconductors, respectively. The blue stars represent the conventional clathrate metal superhydride superconductors. The pressures required to synthesize these superconductors are represented by blue labels. Inset: crystal structures of covalently bonded hydrogen sulfide superconductor H3S (left panel) and clathrate superhydride CaH6 (right panel). The yellow, pink, black and green spheres represent the S, H, Ca and H atoms, respectively.[13]](https://webzine.kps.or.kr/_File/froala/7f8dd0d2fbab7da2dcf960f1fc55ff02d4a71e88.png)
한편, 이러한 이원계 수소화물들로부터 높은 초전도성을 찾기 위해서는 격자구조, 에너지값 계산 등 이론적 제시가 선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인 만큼 고온 초전도체를 발굴하기 위한 실험적 노력은 구조예측을 포함한 계산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분야 중 하나이다. 본 분야에서 이론적 제시 없이 진행하는 실험은 나침반 없이 항해함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의미 있는” 초전도성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보고되는 조건보다 훨씬 낮은 압력을 필요로 하는 바, 삼원계 수소화물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주기율표에서 이원자 시스템은 거의 실험적으로 수행이 된 상태이며 10 GPa 이하의 저압에서 100 K 이상 초전도성을 아직 발굴하지 못하였다. 이는 자연히 3성분계 시스템으로 연구의 관심을 유도하였다(LaBeH 등). 하지만, 이는 광범위한 시료 선택의 다양성 때문에 (원소의 조합뿐 아니라 조성비까지 고려하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발생하기에) 데이터 기반한 초전도체 탐색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데이터 기반의 접근 방식을 통해 고압 하에서 안정적인 삼원 수소화물 구조를 예측하고, 이들 중 일부가 높은 전이온도를 가질 수 있음을 보였는 바,14)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후보물질 searching system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3. 논란과 계속되는 연구
최근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었듯이, DAC를 이용한 고압 하에서 수소화물에서도 출간된 논문이 취소되는 등 혼란이 있었다. 초전도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려면 저항이 0이어야 하고 내부에서 자기장이 배제됨을 동시에 입증하여야 하는 바, 실제로 수소화합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불확실성은 이전에 연구된 어떤 재료들에서 보다 더 높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재료의 불균일성은 주어진 샘플 내의 일부 영역에서만 초전도일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전극 사이에서 측정된 저항은 전극 사이에 연결된 초전도 경로가 있는 경우에만 사라진다. 절대적 전기저항값 0을 측정함에 있어 통상적으로 20‒30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 시료에 4-점 전극이 200만 기압 단위의 압력에서 절연되거나 통전되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는 섬세함은 숙달된 실험기법을 요구한다. 또한 수소 보급원으로 보통 사용하는 암모니아 보란(BH3NH3)을 레이저 가열을 통하여 시료와 반응시켰을 때 구조 및 반응시료의 균일성 때문에 발생하는 재연성의 부재, 그리고 급격히 저하하는 저항값이 절대 0으로 떨어지지 않는 측정의 어려움 등은 수송측정에 있어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나아가 시료의 자화도를 측정함에 있어 100 GPa 단위의 고압을 가할 경우, 미량의 시료로부터 픽업코일에서 측정하는 자화값(자기감수율)이 너무 작아 (보통 10-7 emu 단위) 노이즈와 섞인 측정값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두 값을 동시에 측정해야 하기에 측정의 정당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J. Hirsch 등이 제기한 내용에 따르면 수소화물에서 나타나는 초전도 현상이 높은 포논 진동에 기인한 BCS 이론에 해당하는지부터 시작하여 자화값 측정의 불확실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는 바, 이는 수소화물에서의 이상적으로 높은 초전도성(288 K)15) 논문을 철회하게 된 직접적인 증거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M. Eremets (작년 11월 작고)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진들은 수소화물이 실제로 초전도성을 가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확신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16)
한편, 이러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측정법이 보고되었다. 최근 N. Yao와 C. Laumann 등이 제시한 질소-공석(Nitrogen Vacancy, NV) 센터 결함을 이용하여 수소화 세륨의 초전도 온도인 91 K까지 측정하였는 바, 이 방법을 다른 물질로 확장하면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탐구에 절실히 필요한 명확성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17)
맺음말
지금까지 다이아몬드를 앤빌로 사용하여 정적, 그리고 동적 고압연구 현황을 살펴보았다. 물성을 변화함에 있어 압력은 물질의 구조와 상태를 (이론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용이하게 변형시킬 수 있는 “깨끗한” 열적 물리변수로서 다양한 응용이 기대되는 물리변수이다. 비록 주먹만한 크기이지만 다이아몬드 앤빌 셀을 이용하면 고압-고온, 고압-저온 등 온도와 연계하여 초강도, 초에너지밀도를 가진 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초전도 등 새로운 양자물성을 관측할 수 있는 바, 양자물질 개발부터 국방소재에 이르기까지 기초연구뿐 아니라 응용성이 다양하다고 할 것이다.
- 각주
- 1)Z. Jenei et al., New dynamic diamond anvil cells for tera-pascal per second fast compression x-ray diffraction experiments, Rev. Sci. Instrum. 90, 065114 (2019), doi:10.1063/1.5098993.
- 2)R. J. Husband et al., A MHz X-ray diffraction set-up for dynamic compression experiments in the diamond anvil cell, J. Synchrotron Rad. 30, 671 (2023), https://doi.org/10.1107/S1600577523003910.
- 3)Y. Ma et al., Pressure-induced superconductivity in SnSb2Te4, Microstructures 4, 2024012 (2024).
- 4)H. Yang et al., Pressure-induced superconductivity in the topological crystalline insulator NaCd4As3, Phys. Rev. B 110, L060509 (2024).
- 5)C. Pei et al., Pressure-Induced Superconductivity in Pr4Ni3O10 Single Crystals, arXiv:2411.08677v1, https://doi.org/10.48550/arXiv.2411.08677.
- 6)A. Drozdov et al., Conventional superconductivity at 203 kelvin at high pressures in the sulfur hydride system, Nature 525, 73 (2015).
- 7)E. Wigner, On the Possibility of a Metallic Modification of Hydrogen, J. Chem. Phys. 3, 764 (1935).
- 8)N. Ashcroft, Hydrogen Dominant Metallic Alloys: High Temperature Superconductors?, Phys. Rev. Lett. 92, 187002 (2004).
- 9)R. Dias and I. Silvera, Observation of the Wigner-Huntington transition to metallic hydrogen, Science 355, 715 (2017).
- 10)M. Somayazulu et al., Evidence for Superconductivity above 260 K in Lanthanum Superhydride at Megabar Pressures, Phys. Rev. Lett. 122, 027001 (2019); A. Drozdov et al., Superconductivity at 250 K in lanthanum hydride under high pressures, Nature 569, 528 (2019).
- 11)X. He et al., Superconductivity discovered in niobium polyhydride at high pressures, Materials Today Physics 40, 101298 (2024).
- 12)K. Dolui et al., Feasible Route to High-Temperature Ambient-Pressure Hydride Superconductivity, Phys. Rev. Lett. 132, 166001 (2024).
- 13)Y. Sun et al., Clathrate metal superhydrides under high-pressure conditions: enroute to room-temperature superconductivity, Natl. Sci. Rev. 11, nwad270 (2024), https://doi.org/10.1093/nsr/nwad270.
- 14)B. Jiang et al., Data-driven search for 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s in ternary hydrides under pressure, Phys. Rev. B 111, 054505 (2025).
- 15)E. Snider et al., RETRACTED ARTICLE: Room-temperature superconductivity in a carbonaceous sulfur hydride, Nature 586, 373 (2020).
- 16)M. Eremets et al., High-Temperature Superconductivity in Hydrides: Experimental Evidence and Details, J. Supercond. Novel Magn. 35, 965 (2022); “Long-Term Stability of Superconducting Metal Superhydrides” Comments on the “Diffusion-driven transient hydrogenation in metal superhydrides at extreme conditions” Submitted to Nat. Comm.
- 17)P. Bhattacharyya et al., Imaging the Meissner effect in hydride superconductors using quantum sensors, Nature 627, 73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