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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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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양자 기술의 새로운 지평: 양자 시뮬레이터와 계산과학의 만남

계산과학에서 양자 시뮬레이션의 활용

작성자 : 김창우·김현우 ㅣ 등록일 : 2025-06-11 ㅣ 조회수 : 34 ㅣ DOI : 10.3938/PhiT.34.018

저자약력

김창우 교수는 2018년 포스텍 화학과에서 이론/계산화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2019년부터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21년부터 전남대학교 화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원자 및 분자로 구성된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화학 동역학 현상에 양자 다체계 방법론을 도입하여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cwkim66@jnu.ac.kr)

김현우 교수는 2014년 포스텍 화학과에서 이론/계산화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16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2022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 화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자 동역학과 화학정보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hwk@gist.ac.kr)

Applications of Quantum Simulations in Computational Science

Chang Woo KIM and Hyun Woo KIM

Quantum simulation is an emerging field of research with great potential in investigating physical and chemical phenomena which are computationally challenging for conventional algorithms. Quantum simulations are generally categorized into either analog or digital depending on their underlying philosophy. This article provides a concise overview of both approaches for quantum simulation, focusing on their applications toward computational science.

들어가며

본 특집호에서는 양자 시뮬레이터와 관련된 연구 동향, 결과 및 전망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양자 기술들을 전통적인 계산과학 및 데이터 과학 방법론들과 융합하여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논의와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본 기고 글에서는 “계산과학에서 양자 시뮬레이션의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실험적 플랫폼들에서 수행할 수 있는 분자 및 소재 계산 연구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서 론

양자 시뮬레이션은 통제할 수 있는 양자 복잡계를 실제 세계에서 실험적으로 재현하여 과학 연구에 활용하고자 하는 분야이다. 양자 시뮬레이터와 고전적(classical)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기존에는 계산 성능의 한계로 인하여 접근이 어려웠던 여러 과학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양자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물질 및 나노 구조 간의 양자역학적 결맞음과 상호작용을 폭넓은 범위에서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양자 시뮬레이션의 적용 범위와 활용 가능성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양자 시뮬레이션은 그 원리에 따라 대략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 기고문에서는 각각의 기법들에 대하여 우선 개괄적으로 설명한 후, 계산과학적 측면에서의 구체적 활용 방법과 추가적인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겠다.

아날로그 양자 시뮬레이션

아날로그 양자 시뮬레이션에서는 연구하고자 하는 양자계와 비슷한 거동을 보이는 실험 장치를 제작한 후 조작 및 측정을 수행하여 결과를 도출하며,1) 이 과정에서 실험 장치의 각 구성 요소와 그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작용들의 물리적 성질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탐색한다. 이러한 접근은 후술할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에 비하여 범용성은 다소 낮지만, 근미래의 기술 수준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며 특정 종류의 상호작용들을 자연스럽게 내재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용성을 가진다. 대표적인 플랫폼들과 활용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중성 원자

우선 광격자 및 광집게로 다수의 중성 원자를 포획하여 냉각한 후, 레이저를 사용하여 전자들을 고에너지 준위인 리드버그(Rydberg) 상태로 들뜨게 한다. 이 경우 원자는 강한 전기 쌍극자를 띠게 되며, 여기 상태의 지속 시간도 마이크로초 수준으로 매우 길기에 개별 원자들 사이에 원거리 상호작용을 도입하여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리드버그 상태의 원자는 주변 원자들의 전자 구조에 영향을 주어 같은 파장에서 들뜨지 않도록 차단(blockade)하며, 이를 활용하면 개별 원자들에 대한 선택적 제어가 가능하다(그림 1 참조). 원자들의 위치에 대한 시각화 및 분석에는 양자 기체 현미경을 사용한다.2)

Fig. 1. (a) The ground and Rydberg states |g> and |r> are coupled by a resonant laser with frequency Ω. (b) The blockade effect exerted by a Rydberg atom (red dot) throughout a sphere of radius Rb. (c) Creation of Rydberg atom arrays of flexible geometries (figure from A. Browaeys and T. Lahaye, arXiv:2002.07413).
Fig. 1. (a) The ground and Rydberg states |g \(\small  \rangle\) and |r \(\small\rangle\) are coupled by a resonant laser with frequency Ω. (b) The blockade effect exerted by a Rydberg atom (red dot) throughout a sphere of radius Rb. (c) Creation of Rydberg atom arrays of flexible geometries (figure from A. Browaeys and T. Lahaye, arXiv:2002.07413).

중성원자들의 스핀과 광격자의 모양을 적절히 선택함으로써 Ising 모형2)이나 Hubbard 모형3) 등에서 일어나는 다체 물리 현상을 모사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며, 모형을 규정하는 상호작용 변수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면 quench로부터 비롯되는 동역학이나 양자 상전이 현상에 관한 연구가 가능하며, 넓게는 고온 초전도 기작의 규명 및 우주론 등의 분야와도 연관을 지을 수 있다.

2. 양자 나노 구조체

열적 요동은 응축 상의 화학계나 나노 크기의 접합부에서 일어나는 입자 및 준입자의 이동을 좌우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양자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우선 계산과학적 모델링에 기반하여 전달 현상에 관여도가 높은 소수의 양자 상태를 선별한 후, 이들의 에너지 및 짝지음을 조절할 수 있는 인공 양자계를 제작한다. 주로 반도체 양자 우물 안의 스핀4)이나 초전도 회로5) 등의 양자 나노 구조체들을 활용하며, 이들은 전기적 자극에 효과적으로 감응할 수 있어 외부에서 통제된 요동을 주입하기 편리하다. 파형 발생기를 사용하여 특정한 통계적 성질을 재현하는 전기 신호를 생성하고, 이를 인공 양자계에 전달하여 섭동을 유발한다.6)

파형 발생기로부터 얻어지는 고전적 전기 신호 이외에 높은 품질 인자(quality factor)를 갖는 마이크로파 도파관(waveguide)의 영점 진동으로부터 양자역학적인 성질을 갖는 신호를 생성할 수도 있으며,7) 상술된 요소들을 실험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복잡계 내의 전달 현상에서 결어긋남(decoherence) 및 산일(dissipation)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량적인 연구를 도울 수 있다.8)

3. 이온 트랩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어 전기장을 통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가진다. 사중극자 덫(trap)을 사용하여 이온들을 공간상에 고정하고 특정한 구조로 정렬시킨 후, 여기에 레이저를 조사하여 개별 이온들의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조작하거나 서로 다른 이온들 사이의 짝지음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조작성을 바탕으로 양자 상전이 및 열평형 상태로의 이행과 같은 통계역학 분야나,9) 일반화된 Dicke 모형의 동역학10) 등 양자광학 분야의 양자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진동수를 갖는 레이저를 반복적으로 조사하여 복잡계의 양자 전달 현상을 묘사하고자 하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그림 2 참조),11) 분자의 전자-들뜬 상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뿔형 교차점(conical intersection) 주변의 기하학적 위상 효과를 실험적으로 시뮬레이션한 사례도 보고되었다.12)

Fig. 2. (a) Electronic transition near conical intersection. (b) Analog quantum simulation of chemical dynamics based on trapped ion and lasers (figure from T. Navickas et al., arXiv:2409.04044).
Fig. 2. (a) Electronic transition near conical intersection. (b) Analog quantum simulation of chemical dynamics based on trapped ion and lasers (figure from T. Navickas et al., arXiv:2409.04044).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에서는 아날로그 양자 시뮬레이션과 달리 양자 논리 게이트를 이용한 범용적(universal) 계산을 수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고전적 컴퓨터를 이용하여 분자 및 소재 물질의 성질을 연구하거나 기계학습 모형을 구축하는 것과 비슷하며, 아날로그 양자 시뮬레이션에서처럼 연구의 대상이 되는 계에 특화된 실험 장치를 제작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은 아날로그 양자 시뮬레이션에 비하여 훨씬 폭넓은 종류의 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은 우선 초기 양자 상태를 준비한 후 양자 논리 게이트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진 알고리듬을 적용하고, 최종적으로 측정을 거쳐 결과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초전도 회로, 이온 트랩, 양자광학 간섭계 등에 기반한 양자 정보 플랫폼들에서 수행될 수 있으며, 계산과학 분야에 구체적으로 활용된 사례들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에너지 계산

계산과학의 유용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분자 및 소재 물질의 특성을 미시적인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물질의 성질을 규정하는 여러 물리량이 파동함수로부터 계산될 수 있으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얻기 위한 연구는 양자역학의 태동기부터 활발히 진행됐다. 변분 원리에 의하면 파동함수를 매개변수화하고 에너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실제 바닥 상태와 근접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양자 시뮬레이터로 시도 파동함수를 표현하고 고전적 컴퓨터를 결합하여 최적화를 수행하는 변분 양자 고유치 계산기(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VQE) 방법론이 제시되었으며(그림 3 참조), 이는 제한적인 양자 자원으로부터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접근법으로 주목받았다.13) 이에 그치지 않고 들뜬 상태 계산으로의 확장이 가능한 방법론이나 향후 가용한 양자 자원이 증가하고 오류 정정 기술이 발전했을 때를 가정한 계산법들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오류 내성(fault-tolerant)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터에서 고유치를 계산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양자 위상 추정(quantum phase estimation, QPE)이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노력이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13) 최근, 종래의 고전적 컴퓨터 기반 양자화학 계산과 QPE를 이용한 계산의 효율을 비교한 결과 QPE가 다항함수적 이득을 보인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14) 원하는 양자 상태를 준비하는 데 드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추가 연구들이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제기되고 있다.

Fig. 3. Calculation of molecular properties based on digital quantum simulation. (a) Adaptive construction of VQE. (b) Application of the algorithm for calculating electronic energies of simple molecules (figure from H. R. Grimsley et al., Nat. Commun. 10, 3007 (2019)).
Fig. 3. Calculation of molecular properties based on digital quantum simulation. (a) Adaptive construction of VQE. (b) Application of the algorithm for calculating electronic energies of simple molecules (figure from H. R. Grimsley et al., Nat. Commun. 10, 3007 (2019)).

2. 분자 동역학

분자 동역학은 물질계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추적하고자 하는 분야이다. 보통 원자핵을 묘사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하여 고전 및 양자 분자 동역학으로 나뉘며, 두 가지 방향 모두에서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이 기여할 수 있다. 고전 분자 동역학의 경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여 분자의 에너지와 원자핵들이 받는 힘을 계산하고 이를 이용하여 물질의 구조가 시간에 따라 바뀌는 과정을 기술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를 열린 양자계의 동역학 시뮬레이션에 활용한 사례가 존재한다.15) 양자 분자 동역학에서는 원론적인 방법인 Trotter 분해법이나 시간 의존 변분 원리(time-dependent variational principle, TDVP)에 따라 파동함수의 시간 변화를 계산한다.16) 이 중 TDVP의 경우 VQE와 비슷하게 매개변수화된 양자 회로를 이용하며(그림 4 참조), Trotter 분해법에 비하여 필요한 양자 자원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하여,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양자 동역학이 고전적 평균장론에 비하여 연산 횟수의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도 보고되는 등,17) 활발한 추가 연구와 발전이 진행 중이다.

Fig. 4. (a) Digital quantum simulation of quantum dynamics based on TDVP with five parameters. (b) Calculation of time-dependent expectation value with TDVP (figure from X. Yuan et al., Quantum 3, 191 (2019)).
Fig. 4. (a) Digital quantum simulation of quantum dynamics based on TDVP with five parameters. (b) Calculation of time-dependent expectation value with TDVP (figure from X. Yuan et al., Quantum 3, 191 (2019)).

맺음말

살펴본 바와 같이 양자 시뮬레이션은 기존의 계산과학 방법론들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가능하게 하여 줄 도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자 시뮬레이션은 본질적으로 다른 형태의 접근 방식을 취하지만, 이들 모두의 활용 범위는 양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차 확장될 예정이다. 양자 시뮬레이션의 적용 가능성과 유용성을 탐색하는 이론적 측면과 시뮬레이터를 제작하고 높은 신뢰도로 제어할 수 있게 하는 실험적 측면 모두가 중요하며, 이러한 방향의 연구들은 궁극적으로 이론 및 계산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이바지할 전망이다.

각주
1)D. Hangleiter, J. Carolan and K. Thébault, Analogue Quantum Simulation: A New Instrument for Scientific Understanding (Springer Nature, Switzerland, 2022).
2)A. Browaeys and T. Lahaye, Many-body physics with individually controlled Rydberg atoms, Nat. Phys. 16, 132 (2020).
3)A. Michel et al., Hubbard physics with Rydberg atoms: Using a quantum spin simulator to simulate strong fermionic correlations, Phys. Rev. B 109, 174409 (2024).
4)G. Burkard et al., Semiconductor spin qubits, Rev. Mod. Phys. 95, 025003 (2023).
5)P. Krantz et al., A quantum engineer’s guide to superconducting qubits, Appl. Phys. Rev. 6, 021318 (2019).
6)A. Potočnik et al., Studying light-harvesting models with superconducting circuits, Nat. Commun. 9, 904 (2018).
7)V. Jouanny et al., High kinetic inductance cavity arrays for compact band engineering and topology-based disorder meters, Nat. Commun. 16, 3396 (2025).
8)C. W. Kim, J. M. Nichol, A. N. Jordan and I. Franco, Analog Quantum Simulation of the Dynamics of Open Quantum Systems with Quantum Dots and Microelectronic Circuits, PRX Quantum 3, 040308 (2022).
9)O. Onishchenko et al., Probing coherent quantum thermodynamics using a trapped ion, Nat. Commun. 15, 6974 (2024).
10)I. Adeo and L. Lamata, Analog quantum simulation of generalized Dicke models in trapped ions, Phys. Rev. A 97, 042317 (2018).
11)R. J. MacDonell et al., Analog quantum simulation of chemical dynamics, Chem. Sci. 12, 9794 (2021).
12)C. H. Valahu et al., Direct observation of geometric-phase interference in dynamics around a conical intersection, Nat. Chem. 15, 1503 (2023).
13)S. McArdle et al., Quantum computational chemistry, Rev. Mod. Phys. 92, 015003 (2020).
14)S. Lee et al., Evaluating the evidence for exponential quantum advantage in ground-state quantum chemistry, Nat. Commun. 14, 1952 (2023).
15)E. S. Gil et al., SHARC meets TEQUILA: mixed quantum-classical dynamics on a quantum computer using a hybrid quantum-classical algorithm, Chem. Sci. 16, 596 (2025).
16)X. Yuan et al., Theory of Variational Quantum Simulation, Quantum 3, 191 (2019).
17)R. Babbush et al., Quantum simulation of exact electron dynamics can be more efficient than classical mean-field methods, Nat. Commun. 14, 405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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