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초평탄 표면을 갖는 금속박막의 수프리머시
초평탄 금속 표면과 경계에서의 물성
작성자 : 김성곤 ㅣ 등록일 : 2020-08-01 ㅣ 조회수 : 2,572 ㅣ DOI : 10.3938/PhiT.29.027
김성곤 교수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 물리학박사 학위를 취득 후,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미국 밴더빌트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고체물리이론을 연구하였다. 2002년부터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물리천문학과에 임용되어 현재 교수로 재임 중이고, 제일원리에 의거한 범함수이론을 사용하여 반도체, 강자성체를 포함한 다양한 신소재들의 전자기적 물성을 연구하고 있다. (sk162@msstate.edu)
Oxidation of Metals
Seong-Gon KIM
Oxides are formed on the surfaces of most metals we use today when they are exposed to an environment suitable for oxidation. The formation of these oxides usually has negative effects that cause severe corrosion problems detrimental to the operation of electronic devices, but it can also have positive effects in that a protective oxide layer that prevents further penetration of oxygen into the material may be formed. Therefore, understanding the effect of oxidation in metals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advancement of modern science and technology. In this paper, we will review the conventional theory of oxidation and present a state-of-the-art model of oxidation based on recent discoveries.
들어가는 말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금속은 산화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에 노출되면 표면에 산화층을 형성한다. 이러한 산화물의 형성은 소재의 심각한 부식을 초래하여 전자기기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산화물로 오히려 부식의 내부침투를 저지하는 보호막을 형성하는 긍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금속의 산화가 소재의 물성에 미치는 영향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금속의 산화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론을 짚어보고 최근 연구로 새롭게 알게된 산화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금속 표면에서의 산화
금속에서 산화물 형성에 대한 기존의 이론은 대체적으로 고체-고체 변환으로 기술된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산화과정의 초기단계에서 금속 표면은 일련의 구조적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산소분자들이 금속 표면에 일시적으로 물리흡착을 한 다음, 더 강하게 화학흡착을 하면서 산소 음이온으로 분리되고 이 산소 음이온들이 금속표면 안으로 침투하면서 고체상의 금속결정을 고체상의 산화물 결정으로 변태시킨다.1) 이러한 고체-고체 변환 산화모델은 초진공상태에서 표면이 완벽한 평면 만으로 이루어진 이상적 실험조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전제로 유추된 모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산화모델에서는 산화가 상당히 진행된 후기에 계속해서 산화를 지속시키는 메카니즘이 명확하지 않다. 산화 후기에 이르러 산화물 상이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속-산화물 경계에서 금속결정의 변태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고체-고체 변환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산소 음이온들이 체적확산을 통하여 표면으로부터 금속-산화물 경계로 공급되어야 한다.2)
이러한 기존 산화모델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산화모델이 최근에 정밀한 동일위치 투과현미경(in-situ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 실험에 의거한 연구에서 제시되었다. 추가원자(adatom)모델로 일컬어지는 이 산화모델은 산소원자가 금속표면 아래로 침투하면서 산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부터 공급된 금속원자가 산소와 결합하여 산화물 상이 밖으로 성장해 가면서 금속표면 위에 산화물 상이 추가되는 것으로 설명하는 모델이다.3) 이 산화모델은 기존의 산화모델에서 요구되는 완벽하게 평탄한 표면을 가진 금속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많은 경우에 계단(step), 선반(terrace) 형태 등의 배위수가 낮은 결함구조가 표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착안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소 음이온은 평탄한 표면 아래로 침투하여 금속상을 산화상으로 직접 변태시키는 것보다 이런 결함구조에서 금속원자와 결합하여 초기 산화물을 형성하는 것이 열역학적으로 더 용이하다. 일단 초기 산화물로 변태된 금속원자는 계단구조에서 쉽게 분리되고 금속표면 위에서 상온의 열에너지만으로도 표면확산으로 쉽게 돌아다닌다. 이렇게 금속표면 위를 돌아다니는 금속원자들은 계단형태와 선반형태가 만나는 안쪽 모서리와 같은 지역으로 축적이 되고 표면에 흡착되어 돌아다니는 산소 음이온들과 결합하여 금속표면 위에 바깥 방향으로 산화물상이 자라기 시작하고 더 많은 산화물이 추가되어 성장을 계속한다. (그림 1) 은 Cu(110)면 위에서 Cu2O monolayer가 자라는 상황을 동일위치 투과현미경 실험에서 관측한 모습이다.3) 이 결과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Cu2O monolayer에 금속원자와 산소 음이온들이 추가되어 산화물 상이 금속표면을 따라 자라나는 추가원자모델의 타당성의 직접적인 증거를 보여준다. 왼쪽 아래의 삽입그림은 산화물의 성장전선을 확대한 모습인데 Cu(110)면의 금속 원자들이 산화가 일어나는 중에도 재배열되거나 흐트러짐 없이 고체 덩어리 내부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림 2) 는 Cu(100) 면 위에서 큰 계단형태를 낀 두 선반형태 구조가 산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Cu2O 산화물은 계단형태와 선반형태가 만나는 안쪽 모서리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Cu(100) 테라스와 평행한 방향으로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관측결과는 Cu2O 산화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침식이 일어나는 계단 모서리(step edge)에서 산화물 성장이 일어나는 곳으로 금속원자는 표면확산을 통하여 움직일 뿐 체적확산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금속 표면에서의 산화는 침투에 의하여 금속 내부로 진행하는 기존의 고체-고체 변환 산화모델에 의거하여 일어나기 보다는 표면결함구조에서의 침식에 이은 금속원자의 표면확산을 통하여 금속 표면에서 바깥쪽으로 성장하는 흡착원자(adatom) 모델에 부합하는 과정으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속표면의 결함구조라고 해서 모두 산소에 의해 쉽게 침식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초평탄면을 갖는 단결정 형태로 성장된 구리 박막에서는 원자 두 층 높이 이상의 계단구조(bi- or tri-atomic step)에서는 예상한대로 산소에 의한 침식이 용이하게 일어나지만 원자 한 층 높이의 계단구조(mono-atomic step)는 평탄한 면과 마찬가지로 산소원자의 침투에 강한 저항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논문을 통해 보고될 예정이지만 이 결과는 결정성장 과정에서 아무리 완벽한 성장법을 사용하더라도 결정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mono-atomic step의 존재를 피할 수 없는데 이 구조를 산발적으로 포함하는 금속표면은 산화에 대한 저항성에 있어서는 이상적인 초평탄표면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동등하게 평탄한 금속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금속 경계면에서의 defect engineering
금속의 산화는 금속표면에서 뿐만 아니라 그래인경계(Grain boundary, GB)와 쌍정경계(twin boundary, TB) 같은 경계면에서도 일어나며 이러한 구조에서의 산화는 표면에서의 산화 과정과 많이 다른 양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GB와 TB는 결정의 성장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생기는 구조이고 재료의 물성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들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현재까지는 이 구조에서의 산화과정에 대하여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우선 GB와 TB의 구조와 형성 메카니즘을 비교 설명하였다. 사전적으로는 TB를 mirror symmetry를 갖는 GB의 하나라고 설명을 한다. 그러나 TB를 GB의 하나로 포함시키기에는 그 구조나 특성이 너무 다르다. GB와 TB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boundary들에 대한 자세한 종류를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적 형태 하나씩만 가지고 차이를 설명하겠다.
GB는 간략히 각 그래인들이 임의의 방향을 가짐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경계에서의 주기성의 깨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림 3) 에서 보듯이 TB는 주기성의 일방적 깨짐이 아니라 주기성의 다른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는 TB가 mirror symmetry를 만족한다고 하였지만 실제 twin boundary는 회전대칭성을 만족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예를 들면 사파이어 기판 위에 구리를 성장할 경우 사파이어(Al2O3)는 \(R \bar{3} \frac{2}{m}\) 구조를 갖는 삼방정계에 속하는 결정이고 구리는 입방구조(cubic)이므로 Al2O3 (0001)면 위에 (111)면으로 자라는 것이 가장 좋은 조합이다. 이때 두 다른 영역에서 다른 층쌓기 순서(stacking order)를 갖는 두 아일랜드들이 자라서 서로 접하게 되면 (그림 4) 와 같은 형태가 된다.4) 이때 서로 다른 아일랜드 사이에는 incoherent twin boundary(ITB)나 coherent twin boundary(CTB)가 형성된다. 여기서 CTB는 거울대칭을 갖지만 ITB는 삼방 회전축 대칭을 만족한다. 이러한 ITB와 CTB는 GB와 달리 금속 내부에 새로운 물성을 가져다준다. 입방구조는 등방성(isotropic)이며 높은 대칭성을 갖기 때문에 anisotropy나 asymmetry에 의해 나타나는 극성(polar)은 기대할 수 없지만 TB에 의해 등방성이나 반전대칭이 깨지면 이로 인해 입방 구조인 구리에서도 새로운 물성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초평탄면을 갖는 단결정 구리 박막에서 특이한 물성들이 몇 가지 발견되고 있다. 보통의 방법으로 성장된 다결정 박막과 다른 점은 GB가 없다는 것이고 덩어리 단결정과 다른 점은 TB가 있다는 점이다. 다결정에서 GB가 물성을 나쁘게 만드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단결정 박막의 경계에 생긴 TB의 존재는 기판과의 흡착도를 증가시키고 돌연 경계(abrupt interface)를 형성하게 하여 오히려 덩어리 단결정에서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물성들이 관측된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논문을 통해 보고될 예정이지만 향후 응집물리학에서나 산업적 응용에서 본질적 결함(intrinsic defect)에 해당하는 TB 등을 어떻게 잘 제어하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은 확실하다.
맺음말
금속 표면과 경계는 산화를 포함한 여러 물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금속 표면과 경계에서의 구조와 물리적 특성의 발현을 관장하는 미시적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금속표면에서의 산화에 대한 보다 정밀하고 정확한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것은 금속 표면의 원자레벨에서 구조를 제어함으로 산화과정의 열역학과 운동학을 조절하여 금속표면의 산화를 기술적 필요에 따라 임의로 변경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물질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역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접근은 새로운 물성의 출현이 아쉬운 현대 응집물리학의 관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주지 않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