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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지어질 차세대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이야기

작성자 : 이주한 ㅣ 등록일 : 2020-09-01 ㅣ 조회수 : 142

저자약력

이주한 박사는 2000년 영국 King's College London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전문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으로 재직 중이다. 포항가속기 상압형 X선광전자분광기 설치운영사업 총사업책임을 맡고 있고, 2019년부터 중부권 차세대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기술타당성 조사사업 총괄책임을 수행했으며 현재 오창방사광가속기 개념설계 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jouhahn@kbsi.re.kr))


결국 오창으로 결정이 났다. 지역 공모가 공지된 3월 21일부터 손에 땀을 쥐게 만들던 유치경쟁 특히 전남의 유치 노력은 맹렬해서 자칫 오랜 기간 준비를 꾸준히 해왔던 충북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심정이 들 정도로 지자체 간의 신규방사광가속기 유치전쟁은 치열했다. 2008년에 신규 방사광가속기가 필요하다고 제안을 하고 당시 충북 오창이 최적지라고 주장했을 적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세상이 달라졌다. 나주, 오창, 춘천, 포항, 4개의 지역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고, 그만큼 국민들이 과학시설에 가지고 있는 애정 역시 강하다는 것을 확인해서 기뻤다. 게다가 일체의 정치적 외압이나 영향 없이 과학자들로만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결정에 의해서 공정하게 결정되었다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대한민국 과학발전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바라본다. 2008년엔 실패했었지만 2017년부터 다시 신규 방사광가속기가 필요하다고 제안을 곳곳에 기회가 닿을 적마다 냈고, 전문가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가속기 기획을 시작했지만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180도 변한 것은 바로 2019년 7월,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 대한수출규제가 계기가 되었다. 모든 것이 바뀌었고 결국 한국의 기본체력이 약하다는 것을 정부도 다시 깨달았고 전격적으로 가속기 구축이 탄력을 받으면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아베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 훌륭한 일을 해준 셈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을 시킬 때 발생하는 엄청난 밝기의 다양한 에너지를 가진 빛들(방사광)을 생성하는 연구시설이다. 그 빛들을 이용해서 극미세 구조를 볼 수 있는 현미경부터, 전자의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관찰하는 다양한 분광장비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신소재를 개발하거나, 실험실에서 하기 어려운 단백질 구조분석을 할 수 있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소자와 신약개발까지 적용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곳이 방사광가속기다. 그 이전엔 과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빛의 종류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부터 적외선 자외선 그리고 특정 엑스선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방사광가속기가 만드는 빛은 자외선 영역부터 엑스선을 넘어 감마선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대의 빛으로, 인류가 이 빛들을 자유롭게 만들고 사용하게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적 의미와 철학적 의미는 놀라운 것이다. 그래서 방사광가속기를 기초과학부터 산업계에 걸쳐서 지원을 하는 거의 유일한 거대연구 기초과학시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림 1. 오창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제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그림 1. 오창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제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방사광가속기의 응용 분야는 물리, 화학, 생물, 반도체, 전기, 전자, 유전공학, 의학 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산업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소재 부품 산업과 관련된 재료공학 연구시설, 환경 이슈 및 의학 연구 관련 시설, 바이오 관련시설, 가속기 관련 부품 산업 시설의 성장과 지역특화산업 융화까지 연결되는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산업계와 연구자들이 방사광가속기를 공동으로 활용하여 실질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그림 2. 방사광 가속기의 주요 산업별 파급효과.그림 2. 방사광 가속기의 주요 산업별 파급효과.

충북 오창에 건설하게 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세계 최고 성능의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포항방사광가속기에서 방출되는 방사광의 빔에미턴스는 최적 상태에서 5.8 nm·rad지만 오창가속기는 0.1 nm·rad가 목표다. 포항방사광가속기 빔보다 1/50 이하로 크기는 줄이면서 오히려 세기는 1000배 이상 밝은 방사광을 배출하는 첨단 방사광가속기를 만들 계획이다. 빛의 크기가 작고 밝기가 밝을수록 더 양질의 빛을 가지게 된다. 그 빛을 만들기 위해서 포항가속기 둘레가 282미터인데 비해서 오창가속기는 800미터에 달한다. [표 1]엔 오창방사광가속기의 주요 사양을 정리했다. 

[표 1] 오창 방사광가속기 주요제원.

오창 방사광가속기 주요제원.
구 분
주요 사양
  Electron Beam Energy
4 GeV
  Beam Emittance
0.1 nm·rad
  Peak Brightness (0.1 nm)
1022
  Circumference (Strorage Ring)
800 m
  Linear Accelerator (Linac)100 MeV
  Number of Cells28 MBA (Multi Bend Achromatic)
  Beam Current200 ~ 400 mA
  Beam Lines40개


그림 3. 원형 싱크로트론 광원 구성도.
그림 3. 원형 싱크로트론 광원 구성도.

방사광가속기의 구성과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일반적 방사광가속기를 소개한다.

① 선형가속기(Linear Accelerator, Linac): 전자총에서 입사된 전자 뭉치(bunch)를 100 MeV 정도로 가속 후 부스터링에 입사하는 장치의 집합

② 부스터링(Booster Ring): 선형가속기에서 전달된 전자뭉치를 4 GeV로 가속하여 저장링에 입사하는 장치의 집합

③ 저장링(Storage Ring): 전자 광학계와 삽입장치를 포함하는 4 GeV로 가속된 전자뭉치를 저장, 이용하기 위한 장치의 집합. 방사광원 구축사업은 ① ~ ④를 포함

④ MBA(Multi Bend Achromat): 피코미터급 원형 싱크로트론 광원 구성에 핵심적인 전자 광학계의 집합

⑤ 삽입장치(Insertion Device): 실험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엑스선을 필요에 따라 발생시켜 빔라인에 공급하는 장치

⑥ 빔라인(Beam line): 삽입장치로부터 발생된 빛을 조건에 맞게 실험 장치로 전달하는 광원에 따른 광학계의 집합. 빔라인 구축사업은 ⑤ ~ ⑧을 포함

⑦ 실험장치(End-stations): 빔라인으로부터 공급된 빛을 활용하여 실험을 수행하는 장치의 집합. 시료 전달장치, 시료 환경장치 및 측정, 분석장비 등의 집합

⑧ 이용자 공간(User Space): 빔라인 광학계 및 실험장치를 작동하여 실험을 수행하고 데이터를 취합, 분석하는 이용자 공간. 일반 이용자는 ⑦, ⑧ 공간에 접근하여 실험을 수행

이상으로 오창 차세대 다목적방사광가속기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마쳤다. 2022년부터 시작해서 2026년 완공, 2027년엔 시운전 및 최적화를 거쳐서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용자지원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신규 다목적방사광가속기는 기존 연구중점 지원을 확장해서, 초기 3:7의 비율로 산업체와 학교-연구소를 지원할 예정이고 궁극적으로 5:5까지 점점 산업체 지원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에필로그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 이다. 지금 가속장치와 저장링 건설하는 인력부터 시작해서 빔라인 구축 및 운영인력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인력들을 다 끌어모아야만 한다. 포항가속기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한국의 인력 POOL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그 깊이와 넓이가 적은 구조라서 가속기같은 대형시설 구축시엔 다 모으고 뭉쳐야 한다. 입지를 결정할 때엔 competition이었지만, 구축할 적엔 Col- laboration이다. 최고의 가속기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연구성과를 산업계와 공유해서 직접적인 경제적 기여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인력선순환구조를 조성해서 청년과학기술인력 육성도 달성해야한다. 4‒5년의 준비기간 동안에 이 모든 계획들이 구체화되고 현실화가 잘 되려면 과학자들이 협력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이 방사광가속기 신규구축이 청년과학자에겐 희망을 그리고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발전 및 경제 발전에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협력과 지혜를 모으는 일만 남았다. 30년 후에, 우리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할 랜드마크 연구시설을 만드는 기회가 우리 세대에게 주어짐에 감사하면서 글을 맺는다.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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