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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물리학, 물리학과, 물리학도, 물리학자: 5년 후를 위한 대비는?

작성자 : 조성래 ㅣ 등록일 : 2020-12-03 ㅣ 조회수 : 2,874

조 성 래

한국물리학회 새물리 편집위원장

울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BK21 사업단장

Effucell 대표

2000년 울산대 물리학과 부임 후 20년간 지방 사립대에서 재직하고 있다. 사회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교육 현장이며, 이는 대학입시에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지방대 물리학과 입시에는 완충 시간 없이 바로 그 영향이 나타난다. 모집정원 축소, 교수 수 축소가 요구되고, 심하면 폐과로까지 이어진다. 출생률 저하에 따라 입학자원 감소에 의한 어려움이 올해부터 시작되었고, COVID 19로 인한 거대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물리학과의 주변 여건이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변화에 매우 민감한 지방대학 물리학과 교수의 관점에서 현 상황을 정리해 보고 향후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현재 상황부터 정리해 보자.

■ 대중 인식

일반인의 관점에서 물리에 관하여 어찌 생각하는지 여러분께 여쭈어보았다.

물리학: 매우 어렵고 복잡한 학문. 4차원, 아인슈타인, 블랙홀, 매트릭스, 스티븐 호킹, 뉴턴의 사과

물리학과: 친구 자식은 권하고 내 자식은 말리고픈 학과. 취업이 어려운 학과

물리학도: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학생. 감성은 부족하고 수리에 강한 학생. 고집이 센 학생

물리학자: 사고가 일반인과 다를 것 같은 사람. 잘 어울리지 못하고 뭔지 모르게 괴팍할 것 같은 성격. 먼 미래 선도형 학자

네이버 지식iN에서 물리학에 대한 인식이 궁금해 검색하다 아래의 대화를 보았고, 재미있어 소개한다.

질문자: 물리학자는 어떤 직업인가요?

답변자: 세상에서 관측되는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 원인을 찾아 인과를 밝히고 설득하는 직업입니다. 어지간하면 선택하지 말라 이 말입니다. 사람들이랑 대화하기가 힘들어져요.

추가 질문: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추가 답변: 평소 사용하는 단어와 대화방식이 달라집니다. 저희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물리학자가 결혼하고 싶으면 상대방에게 물리 얘기 안 하면 된다고요. 문젠 물리가 그 사람 인생의 50% 이상이라는 거죠. 그리고 나머지 반은 농담입니다.

■ 입학자원 급격한 감소 및 물리 기피

우리나라의 연도별 출생자 수는 1970년 1,006,645명/1983년 769,155명/2000년 640,089명/2002년 496,911명/2010년 470,171명/2013년 436,455명/2019년 302,676명이다. 작년에 비해 올해 5만 명의 입학자원이 줄어들었고, 내년에도 같은 수의 학생들이 줄어든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학교 내 물리학과의 입지가 상당히 약화될 것이 예상된다. 대중 인식에서 보듯이, 매우 어려운 학문이고, 더군다나 전공 연계 취업 비율이 공과대학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대학 전반의 위상 저하와 지방대 물리학과의 위축이 매우 우려된다.

■ 비대면 온라인 강의 정착-강사 실직 및 교원 수 감소?

COVID 19가 대학에 미칠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학 1학년생이 수강하는 일반물리학 강의가 동영상으로 대체될 것 같다. 이유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의 학습 효과가 더 좋다는 학생들의 평가결과 때문이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과 외래강사로 일반물리 교육을 진행하는 전문대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 바로 동영상 강의로 대체 시행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몇 개의 수준별 동영상 강의자료로 전국을 커버할 수 있게 되어 일반물리 교재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들 또한 분주히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 듯싶다. 이는 일반물리 담당 강사의 실직과 교원 수 감소로 연결된다. 2019년 8월 시행한 강사법으로 3년의 고용을 보장받았지만, 2022년 7월 이후에는 강사들의 재임용이 염려된다.

■ 물리학의 사회적 역할 감소

알려진 다양한 지식들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어려운 물리 지식도 잘 정리되어 있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Information Highway 시대를 준비하자”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미해결 현상/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물리학의 고유 역할은 여전히 요구되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물리학에 대한 사회의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R&D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고,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시작하면서, 견고한 역할 구축을 요구하고 있긴 하다.

이처럼 여러 측면의 어려움을 두고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하고 자문해 본다. 얻은 결론은 “우리 스스로 역할을 찾고 존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이다. 그것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 안정적인 물리인재 양성

OECD가 내놓은 2020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5천449억3천만 달러로 작년의 세계 12위에서 올해에는 9위로 상승이 예상된다. 고교 졸업생 수가 18년 후엔 지금의 절반이 되고 어려운 학문을 기피하는 세대임을 감안할 때, 제조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물리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겠는가 걱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수, 특히 학부 유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3,963명/2005년 15,577명/2010년 55,739명/2016년 63,104명/2017년 72,032명/2018년 86,036명/2019년 100,201명/2020년 113,000명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외국인을 포함하는 우수 물리 인재를 양성하여 안정적으로 사회에 공급하는 것을 하나의 역할로 생각해 본다.

■ 연구 역량 강화

2004년 무렵 산학협력단 조직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연구 결과물을 특허로 출원하고자 할 때 교수 개인 명의의 출원이 가능하였다. 본인도 2건의 특허를 개인 명의로 출원하여 등록하였다. 그 당시엔 대학교수의 직무는 교육이고, 연구는 직무 외 활동으로 법률적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얘기가 아니다. 바야흐로 기술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대학으로부터 많은 R&D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기대도 더 커질 것이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 도입으로 인한 인력 축소 정책에 대해, 연구 활동과 역량이 없는 물리학과나 물리학자는 존재 이유를 인정받지 못할 것 같다. 강의만으로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시절은 곧 막을 내릴 것 같다. 이에, 연구 역량 강화가 하나의 대책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 창업 마인드를 가져야. 교수부터.

물리학의 연구 주제는 응용과학에 비해 아주 수명이 긴 편이다. 한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는 특성상 배타적 지적 자산을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구 결과물일 수도 있고, 연구 과정에서 얻은 기술 또는 지식일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창업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연구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을 유용한 재화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수와 연구원의 창업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에 특별법으로 겸직이 허용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할 수도 있지”라고 가벼이 생각하면 된다. 마음만 열어 두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물리학을 전공하는 분들은 재주가 아주 많다. 더불어, 물리학의 문제해결 능력은 창업에 적합하다. 또한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만 내면 이를 실현해 볼 수 있는 생태계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다른 우선적 선택지로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본인은 물리학과 교수들의 기술과 창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하나의 중요한 방향으로 생각한다. 정주영 회장의 “해 봤어?” 정신과 물리학자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 대학 간 연합 활동 강화

우리나라 대학에서 물리학과 교수가 30명 이상인 곳은 몇 되지 않는다. 국경이 없는 학문과 기술의 세계에서 50명 이상의 교수진이 즐비한 세계 대학들과의 경쟁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적은 수의 교수로 이런저런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깊이 있는 뭔가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연스럽게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된다. 이에, 분야와 특색이 비슷한 대학 물리학과들끼리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 강의 상호 수강, 연구그룹 구성, 외국기관과의 공동교류 등으로 역부족을 보완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본다.

글을 적고 보니, 현실 부분에선 조금 비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이는 본인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에 기인하며 지금을 살펴보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후반부를 위함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회원 여러분과 가정에 건강과 웃음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한다.

(slcho@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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