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지난호





|

특집

중력의 새로운 이해

양자 중력 관점에서 본 인플레이션

작성자 : 고석태·공진욱·서민석 ㅣ 등록일 : 2020-12-17 ㅣ 조회수 : 1,090 ㅣ DOI : 10.3938/PhiT.29.041

저자약력

고석태 교수는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2002)를 받았고 현재 제주대학교 과학교육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kundol.koh@jejunu.ac.kr)

공진욱 교수는 KAIS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2005)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jgong@ewha.ac.kr)

서민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2012)를 받았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minseokseo57@gmail.com)

Inflation from the Persepective of Quantum Gravity

Seoktae KOH, Jinn-Ouk GONG and Min-Seok SEO

A brief review on inflation is given from the quantum gravity perspective. Using the effective field theory, we discuss quantum fluctuations and how they evolve into classical perturbations. We then list some limitations on de Sitter space model building and unresolved issues of inflation theory, together with persepectives.

서 론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와 우주 거대 구조에 대한 정밀 관측이 가능해진 현재, 우주론 연구는 초끈 이론과 입자물리 현상론은 물론 천체물리학과 천문학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경연장이 된 느낌이다. 우주론 연구가 이처럼 활발해진 밑바탕에는 초신성 관측과 중력파 관측 같은 정밀한 관측이 큰 역할을 수행했지만, 우주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한 가속 급팽창 이론인 인플레이션(inflation) 이론의 성공이 주요한 역할을 했음도 부정할 순 없다. 최근의 연구 동향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이론이 제안된 지 40주년이 되어가는 지금, 본 글에서는 인플레이션 이론의 성과와 현재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자 한다.

그동안 우주론과 관련된 여러 편의 글이 물리학과 첨단기술에 기고1)되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인플레이션 이론으로 한정하였다. 특히 인플레이션 이론의 전체 내용을 다루기에는 제한된 지면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어서 주로 양자 요동과 관련된 내용으로 한정했다.

인플레이션과 양자 요동

Fig. 1. The evolutions of comoving sound horizon and comoving wave vector. Fig. 1. The evolutions of comoving sound horizon and comoving wave vector. 

1980년대 들어 앨런 거스(Alan Guth) 등이 제안한 인플레이션 이론은 빅뱅 우주론으로 기술되는 진화가 일어나기 이전, 우주가 지수 함수적으로 가속 팽창하는 시기가 있어서, 균질 등방한 우주의 초기 조건을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그림 1]은 인과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영역인 우주의 지평선과, 특정한 거리 척도의 진화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우리 우주 안에서 관측 가능한 모든 영역은 인플레이션 동안 우주의 지평선 안에 머물러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 우주가 큰 거리 척도에서 왜 균질하고 등방한지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또한, CMB의 온도 요동과 거대 구조 형성을 위한 밀도 섭동의 초기 조건은 인플레이션 동안 우주의 지평선보다 훨씬 작은 영역에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른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으로 만들어진다고 본다. 이러한 양자 요동은 인플레이션 동안 급격한 팽창에 의해 그 파장이 지평선보다 커지게 되어 고전적인 거동을 보이게 되고, 이후 CMB 관측 등을 통하여 확인되는 10‒5 정도의 비등방성을 잘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동역학과 인플레이션의 유효장론

인플레이션 동안 우주의 크기는 가속하여 커지게 된다. 가장 간단한 경우는 우주의 크기가 정확히 지수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공간의 팽창을 시간에 의존하는 스케일 팩터(scale factor) \(\small a(t)\)로 나타낼 때 그 변화율인 허블 변수 \(\small H=\dot{a}/a\)가 상수가 된다. 이러한 특수한 시공간은 드시터 공간(de Sitter space, dS)에 해당하며, 인플레이션 동안 우주는 dS에 근사하게 된다. dS는 3차원 공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대칭성인 SO(1,4) 아이소메트리를 가지며, 이는 등각대칭(conformal symmetry)과 수학적으로 동등하다.2)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빅뱅 우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 중 시간 병진 대칭성이 깨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small H\)가 더 이상 상수가 아닌, 시간에 의존하는 함수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우주 배경은 dS가 가지는 아이소메트리를 깨게 되며, 이는 힉스 입자의 진공기댓값(vacuum expectation value)을 통하여 게이지 불변성을 자발적으로 깨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동안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진공 에너지를 인플라톤(inflaton)이라는 스칼라장을 도입하여 그 포텐셜로 설명할 때, 인플라톤의 우주 배경에 대한 양자 요동은 힉스 입자의 진공 기댓값에 대한 양자 요동과 그 기술이 매우 유사하다. 시간 병진 변환에 대한 시간 방향의 양자 요동은 계량 텐서(metric tensor)의 양자 요동과 인플라톤의 양자 요동의 조합인, 좌표 변환에 대해 불변인 곡률 섭동(curvature perturbation) \(\small R\)로 

\[ R= \delta (\log[a(t)])- \frac{H}{\dot{\varphi }} \delta \varphi \]

과 같이 기술할 수 있다. R의 동력학은 자발적 대칭성 붕괴가 일어날 때 골드스톤 보존과 게이지 보존의 조합이 슈튀켈베르크 장(Stückelberg field)으로 기술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3) 실제로 작용(action)의 2차 항은

\[ S_{2} = \int {d^{4} x\, a^{3} m_{\pmb{Pl}}^{2} \varepsilon \left[ \dot{R}^{2} -a^{-2} ( \partial_{i} R)^{2} \right]}\tag{1}\]

로 주어지며, \(\small H\)의 시간 의존성을 나타내는 소위 슬로우롤(slow-roll) 파라미터 \(\small \varepsilon = - \dot{H}/H^2\)는 시공간이 얼마나 dS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order parameter에 해당한다. 또한, \(\small\varepsilon\)이 1보다 매우 작은 경우, Goldstone boson equivalence theorem에 의하여 곡률 섭동은 파이온과 같이 질량이 매우 작은 pseudo-Goldstone boson과 매우 유사하게 행동한다.4) 예를 들어 곡률 섭동의 질량은 또 다른 슬로우롤 파라미터 \(\small \eta = \dot{\epsilon}/(H\epsilon)\)를 도입하여 \(\small \sqrt{\eta}H\)으로 적을 수 있고, 1보다 매우 작은 \(\small \eta\)는 그 질량이 \(\small H\)에 비하여 매우 작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곡률 섭동의 유효작용을 chiral perturbation theory와 유사한 형태로 체계적으로 적으면 급팽창 당시 적어도 \(\small H\)보다 작은 에너지 스케일의 물리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특히, 유효작용의 각 항에 주어진 상수들은 인플라톤 및 중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혹은 보다 무거운 입자나 결합 상수가 작은 입자들이 존재할 때 이들이 어떤 형식으로 관측에 반영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유효장론(effective field theory of inflation)5)은 직접적인 관측 증거가 없는 현상을 탐색하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현상에 대한 구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관측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유효작용에 등장하는 각 상수의 크기를 제약할 수 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특정 항의 크고 작음이 어떤 물리적 과정을 거쳐서 결정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주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가장 전통적인 문제로는 \(\small\eta\) 문제가 있다.6) 원래 초중력(supergravity)에 기반한 인플레이션 모형을 만들려는 시도가 가지는 어려움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힉스 입자가 가지고 있는 위계 문제와 같다. 즉, 인플라톤도 힉스와 마찬가지로 스칼라 입자이기 때문에 그 질량은 고리 보정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커다란 양자역학적인 보정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인플라톤이 1보다 매우 작은 \(\small\eta\)값, 즉 작은 질량을 현재 관측과 부합하도록 적어도 우주가 \(\small e\)60배만큼 팽창하는 동안 유지하는 것은 미세 조정의 결과이다. 슬로우롤 인플레이션 모형의 관점에서 이는 인플라톤의 포텐셜이 양자 역학적인 보정에도 불구하고 매우 평평하여 \(\small H\)의 변화량이 매우 작고, dS의 SO(1,4) 아이소메트리는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매우 작게 깨져서 근사적인 시공간의 대칭성으로 존재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에서 \(\small\eta\) 문제는 ‘과연 dS가 양자역학적으로 안정된 시공간인가?’라는 질문의 또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다.

Fig. 2. The evolution of the Wigner function for the time-dependent harmonic oscillator.
Fig. 2. The evolution of the Wigner function for the time-dependent harmonic oscillator. 

양자-고전 전이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동안 섭동의 생성 기작은 전술한 바와 같다. 즉, 인플레이션 동안 양자 요동이 급격한 팽창에 의하여 지평선보다 그 파장이 길어지면 더 이상 상호작용이 불가능하여 고전적인 섭동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서술은 어떻게 양자역학적인 요동이 고전적인 섭동으로 전이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러한 양자-고전 전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섭동을 조화 진동자로 기술할 수 있는 식 (1)과 중력에 의한 비선형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3차 상호작용 이상의 기여를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규격화된 정준 변수(normalized canonical variable) \(\small v\equiv zR\)를 도입하게 되면 (여기서 \(\small z=am_{pl}/\sqrt{2\varepsilon}\)), 곡률 섭동의 양자화를 위하여 \(\small v\)를 양자 연산자 \(\small \hat{v}\)처럼 취급할 수 있고, \(\small \overset{\smallfrown}{v}\)와 그에 대응하는 공액 운동량인 \(\small \overset{\smallfrown}{\pi}\) 연산자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관계식(\(\small [\hat{v}, \hat{\pi}]=i\hbar\))을 만족하게 된다. 양자 연산자 \(\small \hat{v}\)의 해밀토니안은 식 (1)로부터 시간에 의존하는 조화 진동자의 무한 \(\small k-\)모드의 합7)으로

\[{\hat{H}} = \sum_{k} \left[ \frac{1}{2} {\hat{p}}_{k}^{2} + \frac{1}{2}  \omega^{2} (t) {\hat{q}}_{k}^{2} \right]\]

와 같이 주어진다. 해밀토니안의 진공 상태(바닥 상태)는 소멸 연산자와 생성 연산자를 이용하여 구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민코프스키 시공간에서는 시간에 대한 대칭이 있으므로 명확하게 결정할 수 있지만 팽창하는 시공간에서는 시간이 더 이상 킬링 대칭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명확한 진공 상태를 정의할 수 없다. 관찰자에 따라 서로 다른 진공 상태를 선택할 수 있고 진공 상태들 사이에는 보골리우보프 변환(Bogoliubov transformation)을 통해서 연결할 수 있다. 

시간 의존 조화 진동자의 양자 상태의 성질은 위치와 운동량으로 표현되는 위상 공간에서 준-확률 함수(quasi-probability function)인 위그너 함수(Wigner function)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위상 공간에서 위그너 함수가 초기에 가우시안 형태, 즉 \(\small q\)와 \(\small p\)에 대하여 대칭인 상태로 출발하더라도 곧 위그너 함수가 특정 방향으로 (\(\small \Delta p \sim e^r , \Delta q\sim e^{-r}\)) 압착된 (squeezed)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다.8) 여기서 \(\small r\)은 압축 인자(squeezed parameter)이다. 따라서 특정 방향으로 양자 역학의 기본적인 성질인 \(\small q\)와 \(\small p\)의 교환자(commutator)가 \(\small e^{‒2r}\)로 큰 \(\small r\)에 대하여 0에 수렴하게 된다. 교환자가 0으로 수렴한다는 의미에서, 인플레이션 동안 섭동은 고전적인 상태로 진화하게 된다. 단, 압착된 위상 공간에 상응하는 초기 진공 상태는 소위 압착 진공 상태(squeezed vacuum state)로 진화한다. 압착 진공 상태는 고전적 대응 관계가 없는 비고전적인 상태 (non-classical state)로 알려져 있으며, 특정 방향으로 압착되더라도 불확정성 관계(\(\small \Delta q \Delta p \simeq 1/4\))는 만족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2차 작용만으로 고전-양자 전이를 기술하는 것은 여전히 양자역학적인 본질을 남겨둔 채 특정한 측면에서만의 고전적인 양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고전 전이를 다른 측면에서 기술하기 위해서는 2차 작용 이상, 즉 비선형 현상에 의한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결잃음(decoherence) 현상으로,9)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열린 계(open system)는 시간에 따라 비(非, non) 유니터리(unitary) 진화를 하여 결과적으로 관측 가능한 양들이 특정 고유치로 나타나는, 즉 간섭 현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잃음 현상은 밀도행렬의 린드블라트 방정식(Lindblad equation)으로 접근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논의하는 인플레이션의 내용에서, 지평선보다 큰 거리에서 섭동은 일정한 값으로 수렴하는 반면 지평선보다 작은 거리에서 섭동은 매우 빠르게 진동하는 파동이기 때문에 보통 우리의 관심은 지평선보다 큰 영역에 있다. 따라서 결잃음 현상을 적용해본다면 우리가 관심이 있는 열린 계는 지평선보다 작은 영역(외부)과 상호작용하는 지평선보다 큰 영역이다. 그러나 (이전의 공식)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섭동의 선형 진화를 기술하는 2차항에서는 운동량 보존 때문에 특정 파수(wavenumber) \(\small \vec{k}\)를 가지는 섭동은 \(\small -\vec{k}\)의 섭동과만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로 다른 거리 척도의 영역 사이의 상호작용은 2차항을 넘어서는 고차 상호작용으로만 가능하며, 이는 전통적인 우주론적 섭동 이론의 관점에서는 비선형 효과, 좀 더 정확하게는 운동량 보존을 만족하면서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파수 벡터를 가지는 섭동끼리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비정규도(non-Gaussianity)의 기여이다. 중력은 본질적으로 비선형이기 때문에, 물질장에 상관없이 언제나 비선형 상호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선형 상호작용에 의하여 섭동의 밀도행렬은 결잃음을 겪게 되는데, 그에 걸리는 시간은 지평선을 나간 뒤 우주가 \(\small e\)10\(\small ‒\)\(\small e\)20배 정도 팽창하는 동안이다.

dS의 이론적 구현에 대한 한계

인플레이션이 초기 우주의 여러 문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현재 우주도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적 증거가 있는 만큼, 양자 중력의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을 근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정적인(meta-stable) dS가 어떻게 구현 가능한지, 그리고 불안정하다면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는지는 이론적으로 흥미로운 문제라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모형이 가지는 \(\small\eta\)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양자역학적인 효과를 고려한 dS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dS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양자 중력의 좋은 예제로 초끈 이론이 발전되어 왔으나, 여기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dS를 설명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4차원 양자장론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광역 대칭성이 양자 중력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깨지게 된다는 사실로부터, 초끈 이론에서 구현할 수 없는 4차원 양자장론 모형들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모형들을 늪지(swampland)라고 이름 붙였다.10) 이는 양자 중력과 어긋나지 않은 4차원 모형들을 경관(landscape)이라고 부르는 것11)과 대비해서 부르는 것이다. 관측적인 증거로 보면 dS는 경관에 들어갈 법 하지만, 실제 이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령 Kachru-Kallosh-Linde-Trivedi(KKLT)의 연구12)는 강한 미세 조정으로써 dS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미처 고려하지 않은 효과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dS가 자연스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자 중력에 dS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최근 Ooguri와 Vafa 등은 dS 늪지 추측(swampland conjecture)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안을 했다.13)14) 이들은 양자 중력이 허용하는 스칼라장의 포텐셜은

\[m_{pl} \frac{\nabla V}{V} \geq O(1), \quad m_{pl}^{2} \frac{\nabla^{2} V}{V} \leq -O(1)\]

을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라톤이 슬로우롤을 하는 경우 \(\small \varepsilon =(m_{\pmb{Pl}} / 2)^2 (\nabla V/V)^2\)이 되어 첫 번째 조건에 의해 dS는 늪지에 속하게 된다. 또한 비록 양자 중력이 \(\small \nabla V/V\)가 0에 가까운 경우를 허용하더라도 그 구간은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해서 dS가 존재하더라도 매우 불안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small \nabla^2 V\)가 스칼라장의 질량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small \eta\) 문제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설이 초끈 이론이라는 특정 이론의 고유한 성질인지, 아니면 양자 중력이 가지는 일반적인 성질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황 증거가 아닌, 보다 체계적인 논리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Ooguri-Shiu-Palti-Vafa의 논문에서는 또 다른 늪지 가설인 거리 가설(distance conjecture)이 Bousso의 공변 엔트로피 한계(covariant entropy bound)와 결합하면 dS 늪지 가설이 도출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거리 가설에 의하면, 인플라톤과 같은 초끈 이론의 모듈리(moduli) 장들이 플랑크 스케일 정도의 아주 먼 거리를 움직인다면 이들에 의하여 질량을 얻는 입자들이 가벼워질 수 있다.15) 이때 dS를 기술하기 위한 유효 이론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으며, 우주는 가벼워진 입자들로 인해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되면서 면적 법칙으로 주어지는 엔트로피의 한계를 넘어가게 된다. 이는 지평선이 더 이상 그 크기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dS가 변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실, 이 경우 dS의 수명은 가설이 주는 인상과는 다르게 대략 \(\small (H\varepsilon)^{‒1} \log(m_{\pmb{Pl}}/H\)) 정도가 되어 인플레이션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길다.

그러면 dS의 불안정성을 다른 가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만약 dS가 충분히 불안정하다면 자연에서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 몇 가지 있다. 이들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를 양자 중력에서 발견한다면 dS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우선 \(\small \varepsilon\)이 \(\small H^2 /m_{\pmb{Pl}}^2 \)보다 크면 영원한 인플레이션(eternal inflation)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평선 너머의 곡률 섭동은 고전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인플라톤의 고전적인 경로를 교란할 수 있고, 심지어 슬로우롤이 일어나지 않아 \(\small H\)값이 줄어들지 않는 공간이 존재하게 되어 전체 우주는 지수적인 급팽창을 계속 하게 된다.16) 다만 포텐셜이 충분히 기울어지거나 해서 \(\small \varepsilon \)이 \(\small H^2 /m_{\pmb{Pl}}^2\)보다 크게 되면 \(\small H\)가 줄어들지 않을 확률은 극단적으로 줄어들게 되고, 영원한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편 dS가 \(\small H^{‒1}\log(m_{\pmb{Pl}}/H)\)보다 짧게 지속될 경우 플랑크 스케일보다 큰 진동수를 가지는 양자 요동은 지평선 너머로 늘어나지 못하여 계속 양자 요동 상태로 있게 되어, CMB를 통하여 관찰할 수 없게 된다. 이는 trans- Planckian censorship conjecture라는 형태로 제안된 바 있다.17) 이 시간이 특이한 이유는, 블랙홀 열역학에서 scrambling time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Scrambling time은 양자 요동이 고전적인, 즉 통계 역학적인 것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블랙홀의 complementarity와 관련되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18) dS 역시 지평선의 존재로 인하여 열역학적 성질을 가지는 만큼, 이러한 가설에 관한 연구는 dS와 관련된 양자 중력의 이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한계와 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은 원래 CMB에서 관측할 수 있는 극도로 미세하게 조정된 균질 등방성 등의 초기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기작으로 고안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인플레이션 동안 양자 역학적인 요동이 급격한 팽창에 의하여 고전적인 섭동이 되어 인플레이션이 끝난 후 우주 구조의 진화에 필요한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후 현재까지 정밀한 CMB의 온도 비등방성 관측 및 거대한 거리 척도에서의 정확한 은하 분포 관측 등을 통하여 인플레이션에서 예측하는 구조 형성의 씨앗이 된 섭동, 즉 “원시 섭동(primordial perturbation)”의 여러 성질들은 관측 결과와 잘 부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플레이션은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모습을 빅뱅 우주론으로 설명하는데 필요한 초기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기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인플레이션을 통한 우주 초기 조건의 이해가 완결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먼저, 인플레이션은 우주의 초기 특이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2020년 노벨상을 수상한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블랙홀의 특이점을 피할 수 없다는 증명을 확장하여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함께 우주의 초기 특이점 역시 필연적임을 증명하였다. dS를 포함한 인플레이션을 기술하는 시공간 역시 초기 특이점을 가져야만 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초기 우주의 완전한 기술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넘어서는 중력 이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준(准, quasi) dS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기술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러한 시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구체적인 인플레이션 시공간의 구축, 즉 인플레이션 모형은 인플라톤의 포텐셜의 형태만으로도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그에 더하여 (만약 일어났다면) 우리 우주의 초기 조건을 제공한 인플레이션인지 판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를 모두 포함할 수 있을 정도로 지속되어야 하며, 그 동안 생성된 원시 섭동이 현재 관측과 부합하여야 한다는 것뿐이다. 이러한 조건은 인플레이션 모형의 파라미터를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대부분 만족시킬 수 있다. 이는 과학 이론으로서 인플레이션의 반증 가능성, 즉 관측 데이터를 이용하여 인플레이션을 부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또 다른 측면으로, 앞서 이야기한 dS의 불안정성과 구현의 어려움이라는 측면에서, 이론적으로 양의 진공 에너지를 가지는 양자 중력 이론, 즉 dS 또는 준-dS를 이론적으로 양자 중력에서 실현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초기 조건을 기술하는 기작으로서, 결국 현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로 우주를 채워야 한다. 즉 인플라톤의 에너지가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으로 기술되는 일반적인 물질과 암흑 물질 등으로 전이되어야 한다. 이러한 “재가열(reheating)” 과정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우주의 구성 성분 사이의 열적 평형 상태를 포함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재가열 모형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인플레이션의 최종 단계이자 빅뱅 우주론의 초기 단계, 즉 서로 다른 물질들이 열적 평형을 이루고 있는 우주에서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더구나 중력 이외에 인플라톤과 다른 물질의 결합은 구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결합에 대한 원리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플레이션은 표준 우주론 모형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동안 생성된 원시 섭동의 여러 성질들이 현재 가장 정밀한 우주 관측의 결과와 높은 정확도로 부합한다는 사실은 실제 우리 우주의 초기에 인플레이션 시기를 겪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인플레이션은 현재 우리 우주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현상론적인 기작으로서 뿐만 아니라, 아직 미지의 영역에 있는 양자 중력에 이르는 길을 밝혀줄 수 있는 이론적 도구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을 겪는 우주에 대응하는 dS는 높은 대칭성을 가진 특수한 굽은 시공간으로, 이 공간에서의 양자장론은 비교적 이해하기 용이하다. 특히, 실제 우리 우주가 겪었을 인플레이션은 완벽한 dS가 아닌, 그 대칭성이 약간씩 깨져있는 준-dS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풍성한 결과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실재했던 물리적 현상이자 양자 중력으로의 길잡이로서, 인플레이션과 그 양자역학은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물리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각주
1)Jinn-Ouk GONG, Phys. High Technol. 28(12), 2 (2019); Juhan KIM, Ibid. 28(12), 7 (2019); Myung-Ki CHEOUN and Dukjae JANG, Ibid. 26(4), 22 (2017); Jai-chanHWANG, Ibid. 24(3), 17 (2015).
2)K. Hinterbichler, L. Hui and J. Khoury, JCAP 1208, 017 (2012).
3)S. Weinberg, Phys. Rev. D 67, 123504 (2003).
4)V. Assassi, D. Baumann and D. Green, JCAP 1211, 047 (2012).
5)C. Cheung, P. Creminelli, A. Fitzpatrick, J. Kaplan and L. Senatore, JHEP 0803, 014 (2008).
6)E. Copeland, A. Liddle, D. Lyth, E. Stewart and D. Wands, Phys. Rev. D 49, 6410 (1994).
7)A. Guth and S. Pi, Phys. Rev. D 32, 1989 (1985).
8)A. Albrecht, P. Ferreira, M. Joyce and T. Prokopec, Phys. Rev. D 50, 4807 (1994).
9)D. Polarski and A. Starobinsky, Class. Quant. Grav. 13, 377 (1996).
10)C. Vafa, hep-th/0509212.
11)L. Susskind, hep-th/0302219.
12)S. Kachru, R. Kallosh, A. D. Linde and S. Trivedi, Phys. Rev. D 68, 046005 (2003).
13)G. Obeid, H. Ooguri, L. Spodyneiko and C. Vafa, 1806.08362.
14)H. Ooguri, E. Palti, G. Shiu and C. Vafa, Phys. Lett. B 788, 180 (2019),
15)H. Ooguri and C. Vafa, Nucl. Phys. B 766, 21 (2007).
16)A. D. Linde, Phys. Lett. B 175, 395 (1986).
17)A. Bedroya and C. Vafa, 1909.11063.
18)P. Hayden and J. Preskill, JHEP 0709, 120 (2007); Y. Sekino and L. Susskind, JHEP 0810, 065 (2008).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