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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

작성자 : 김덕영 ㅣ 등록일 : 2021-01-15 ㅣ 조회수 : 351

저자약력

김덕영 교수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응집물리이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2009),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캐번디시연구소 고체이론물리 그룹 postdoctoral associate(2009-2011),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CIS, Geophysical Laboratory) post-doctoral fellow(2011-2014), 같은 연구소에서 research scientist(2014-2015)를 거쳐 현재 High Pressure Science and Technology Advanced Research(HPSTAR) staff scientist, 포스텍 화학과 겸직교수로 재직 중이다. (duckyoung.kim@hpstar.ac.cn)


최근 네이쳐에 물리학의 중요한 난제 중의 하나인 상온에서 존재하는 초전도체의 발견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어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상온 초전도 현상은 수십 년간 물리학계가 그토록 바래왔던 발견이고 이 현상을 이용한 여러 혁신적인 에너지 분야의 응용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논문에 발표된 물질은 수소화합물로 지구의 외핵 정도의 압력 조건에서만 상온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 이런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고압물리 분야에서 연달아 상온에 가까운 전이온도를 갖는 초전도 물질을 여럿 발표하면서 고온 초전도체의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워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관련 분야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일러스트
(일러스트레이터: 김민정)

수소는 지구 대기압조건에서 두 개씩 쌍을 지어 분자 형태의 기체상태(H2)로 존재한다. 여기서 온도를 낮추어 주면, 수소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고체로 상전이를 하게 된다. 수소 고체는 절연체이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이란 말인데, 이상한 점은 왜 이런 특성을 가진 수소가 주기율표에서 1족, 그러니까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계열에 속해 있는냐는 점이다. 1족 알칼리 금속들과는 다른데, 왜 수소가 다른 금속들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고 분류가 되었을까? 이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면, “수소고체의 금속화”는 가능할까?

다른 알칼리 금속들은 단원자로 구성된 고체이고, 가장 바깥에 있는 전자 1개가 자유로이 고체 내를 돌아다닐 수 있어서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는 금속이다. 수소도 비슷한 금속이 되려면 우선, H2의 분자구조부터 끊어야 한다. 그래서, 수소가 단원자로 구성된 고체가 되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양성자들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전자들도 구성된 이상적인 알칼리 금속이 될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구상을 처음 논문으로 제시한 건 1935년의 E. Wigner와 H. B. Huntington인데, 그래서 수소의 금속으로의 상전이를 Wigner-Huntington transition이라고도 부른다. 이 분들은 약 20 GPa 정도의 압력으로 수소고체를 누르면, 수소고체가 체심 입방 격자(body- centered cubic)로 구조가 바뀌고, 금속성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 방향성은 맞았지만, 최근 그 예측의 스무 배 이상의 압력(400 GPa 이상)에서 발표되는 논문들도 여전히 수소의 금속화에 대한 명확한 실험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여러 이론적 혹은 간접 실험적 증거에 의해 600 GPa 이상에서는 수소의 금속화가 확실히 생길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수소의 금속화를 물리학 분야에서 관심을 갖는 이유 중에 하나는 상온 초전도체로 강력히 예측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고체물리학 교과서로 유명하신 N. W. Ashcroft에 의해 1968년에, 수소는 고온 초전도체일 것으로 보고되었고, 2011년에 제일 원리에 기반한 계산으로 금속수소가 갖는 초전도 상전이 온도는 최대 764 K일 것으로도 예측되었다. 이 연구들은 일반적인 초전도 원리로 잘 알려진 BCS 이론에 기반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체 내에서 전자와 고체 격자와의 강한 상호작용과 고체 격자의 진동수가 클수록 높은 초전도 전이온도를 기대할 수 있다. 주기율표에서 가장 가벼운 수소금속의 경우에, 알칼리 계열의 좋은 금속성과 동시에 가벼운 질량으로 인한 가장 큰 진동수를 가질 것이기 때문에 높은 초전도 전이온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조금은 장황한 내용을 다른 방법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수소는 분자형태의 고체로 존재할 때 약 10 eV 정도의 에너지 틈(band-gap)을 갖는 절연체인데, 압력을 약 500~600 GPa 정도 주게 되면 10 eV의 에너지 틈이 사라져서 금속이 된다. 10 eV 이상의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수소고체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압력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존 실험에서 가능한 압력에 비해 여전히 높은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조금 우회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2004년도에 다시 N. W. Ashcroft가 제안한 “hydrogen-dense hydride”이다. 수소화합물을 압력 하에 두면, 무거운 원소가 수소에게 외부 압력에 더하여 추가로 압력을 더하는 소위 화학적 압력(Chemical pressure)을 주게 되어 수소가 느끼는 압력은 실제 외부 압력에 비해 더 높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화학에서는 흔히 사용되었던 것인데, hydride를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의 전자가 수소분자의 반결합(anti-bonding)에 전달되어 수소분자들의 공유결합을 약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위에서 수소분자를 깨기 위한 에너지의 절대값(10 eV)을 줄여주는 효과를 주어, 실험실에서 가능한 압력대에서 수소의 금속화와 이와 연계된 초전도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준다. 

최근 몇년 사이에 발표된 고압에서의 초전도 물질들은 이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H3S가 160 GPa에서 203 K, 그리고 LaH10이 188 GPa에서 260 K의 초전도 전이온도를 갖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C-S-H로 구성되어 있는 물질이 270 GPa 근처에서 287 K의 전이온도를 갖는 초전도가 되는 것을 발견하여, 공식적으로 (비록 초고압에서지만)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을 알렸다. C-S-H의 화합물은 아직 그 구성과 구조가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물질을 포함하여 이런 고온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들은 공통적으로 수소가 많이 들어있고 그 수소들이 분자구조가 아닌 단원자금속과 같은 부분격자(sub-lattice)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고체수소에서 보고자 했던 수소의 금속화와 이를 우회하는 방법을 제안한 N. W. Ashcroft의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후 진행되는 연구들은 구조 예측 계산 물리의 방법을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에서 높은 초전도 현상을 보일 수 있는 다른 후보군들을 찾는 것들이 많다. H3S와 LaH10의 경우에, 실험상에서 물질이 발견되기 이전에 혹은 거의 동시에 이론적으로 그 물질들의 구조와 초전도 전이온도 등을 예측한 논문들이 나와서 실험에서의 발견을 견인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제 초고압에서의 상온 초전도체는 발견이 되었기 때문에 그 비슷한 고압 영역에서 높은 전이온도를 갖는 물질을 찾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대에서 고온 초전도체를 찾는 연구가 여럿 진행되고 있다. 필자도 예전에 초전도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액체 질소나 액체 헬륨을 이용해서 온도를 낮추는 것이 가장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자원도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고압 연구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어떻게 샘플의 온도를 상온보다 올려가면서 재야 할지 고민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앞에서 발견된 물질들을 중심으로 전자를 첨가하는 방법(doping)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의 초전도 전이온도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고 관련 연구 또한 진행 중에 있다. 

관련 학회에 다니다 보면, 종종 “고압에서 발견된 상온 초전도체가 대기압에서 존재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듣곤 한다. 이 질문은 초전도체의 응용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의 여러 연구들, 특히 압력을 낮추면서 관련 물리적 특성을 유지하는 연구를 하다보면 결론이 생길 것이겠으나, 몇 가지 해결해야 하는 난관들이 있다. 우선, 수소의 단원자 구조는 고압에서만 존재한다. 이는 앞서 설명한 10 eV의 에너지 혹은 수소화합물의 경우는 그보다 조금 작은 양의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압력 이외에 이 정도 에너지를 전달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온도로 전달될 수 있는 에너지는 녹는 점까지 계산해도 물질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0.5 eV 미만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수소층의 차원을 낮추면서 압력을 가하는 방법 또한 제시되어 관련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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