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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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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0 노벨물리학상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

작성자 : 강궁원 ㅣ 등록일 : 2021-01-15 ㅣ 조회수 : 4,028 ㅣ DOI : 10.3938/PhiT.29.043

저자약력

강궁원 박사는 연세대와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수학했다. 일반상대론을 전공했으며 다년간 블랙홀 관련 이론적 연구를 해오다 2005년부터 한국과학기술 정보연구원(KISTI)에서 수치상대론 및 중력파 분야 연구를 하였고 2021년 중앙대학교로 옮겼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언론홍보 대변인을 맡고 있다. (gwkang@kisti.re.kr)

Penrose’s Singularity Theorem

Gungwon KANG

Penrose’s singularity theorem and its impacts on black hole physics are reviewed briefly.

들어가는 글

2020년도 노벨 물리학상은 영국의 펜로즈(R. Penrose), 독일의 겐젤(R. Genzel) 그리고 미국의 게즈(A. Ghez)에게 수여되었다. 블랙홀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깊게 하고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는 블랙홀을 관측한 과학적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블랙홀 형성은 일반상대론의 확고한 귀결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 펜로즈 선정의 동기이다. 소위 수축하는 별에서의 특이점 정리(Singularity theorem)라고 하는 펜로즈의 1965년 업적을 언급한 것이다. 블랙홀이란 개념은 1916년에 출현했지만 근 50년이 흐른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대부분 블랙홀이 자연에 실재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본 글에서는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블랙홀을 이상적인 상황에서의 수학적인 산물로 인식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자연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로 인정하게 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특이점 정리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블랙홀 개념의 출현

Fig. 1 Escaping velocity of a star having mass M and radius R.Fig. 1 Escaping velocity of a star having mass M and radius R.

블랙홀을 현상론적으로 설명한다면 중력이 너무 강해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니 우주에서 이것을 보면 마치 검은 구멍처럼 보일 것이다. 이러한 블랙홀의 개념은 사실 18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뉴턴 중력에서 탈출속도는 별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의 속도이다. [그림 1]에서와 같이 물체의 초기 운동에너지를 점점 키우면 별이 만드는 중력 포텐셜에너지를 초과하여 물체는 별의 영향권을 탈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탈출속도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frac{1}{2}mv^2_{\text{esc}} = G\frac{mM}{R}=\frac{4\pi}{3}mG\rho R^2 \]

별의 밀도와 반경에 비례하고 탈출하려는 물체의 질량과는 무관함을 볼 수 있다. 미첼(J. Michell, 1783)과 라플라스(P. S. Laplace, 1796)는 별의 밀도가 태양 정도일 때 별반경이 태양반경보다 약 500배보다 커지게 되면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진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위의 탈출속도 식이 빛에도 적용된다면 빛이 지구와 같이 아주 멀리 있는 곳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어 존재해도 보이지 않는 천체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러한 별을 “암흑성(Dark star)”이라고 불렀다. 미첼은 한 발 더 나아가 인접한 별의 궤도를 관측하여 암흑성을 관측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한편 위의 식에서 별의 질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별의 반경이 작아질수록 탈출속도가 커진다. 따라서 암흑성의 최대반경은 아래와 같이 주어진다.

\[R_\text{crit}=\frac{2GM}{c^2}= 3\; km \times M /M_\odot \]

여기서 \(\small M_\odot\)은 태양의 질량이다. 질량과 반경의 이 미스터리한 관계식은 130여 년 후 과학사에 다시 한 번 등장한다.

1916년 초 독일의 천체물리학자 슈바르츠쉴트(K. Schwarzschild)는 1차 세계대전 참전 중 아인슈타인의 중력에 대한 매우 혁신적인 논문을 읽고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의 구대칭 진공해를 발견한다.1) 슈바르츠쉴트 메트릭이라고 부르는 시공간이며 아래와 같이 주어진다.

\[ds^2 = -\left(1-\frac{2M}{r} \right)dt^2 + \frac{dr^2}{1-2M/r} + r^2 d \Omega^2\]

여기서 \(\small d\Omega^2 = d\theta^2 +\sin^2\theta d\phi^2\)는 단위 구면의 메트릭이며 \(\small c=1=G\)인 단위계를 사용했다. 이 메트릭이 기술하는 시공간은 두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시공간과는 매우 다른 특별한 성질을 갖고 있다.

첫째는 미첼의 암흑성에서도 나왔던 소위 슈바르츠쉴트 반경이라 부르는 특별한 구면 \(\small r_h = 2M = 2GM/c^2\)의 성질이다. 보통의 시공간에서 반경방향 바깥으로 빛을 쏘면 그 빛은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멀리 있는 관측자에게 유한한 시간 내로 도달한다. \(\small r=2M\)에서 문제가 없는 좌표 \(\small v=t+r+2M\,\ln (r-2M))\)를 도입하면, 반경방향으로 나가는 빛의 경로는 \(\small ds^2 = 0\)이므로 \(r_1 = r_h + \epsilon\)에서 출발한 빛이 \(\small r_2 = R\)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 V = \int_0^V dv = \int_{r_1}^{r^2} \frac{2dr}{1-2M/r} = 2\left( R-r_h - \epsilon +2M\ln \frac{R-2M}{\epsilon}\right) \]

따라서 빛의 출발이 \(\small r_h(=2M)\)에 인접할수록(\(\small \epsilon \rightarrow 0\)) 점점 긴 시간이 걸리고, \(\small r_h\)에서 출발할 경우 무한의 시간이 걸리는데(\(\small V = \infty\)) 이러한 사실은 모든 \(\small R(>r_h )\)에 대해 성립한다. 즉, 슈바르츠쉴트 반경에서 출발한 빛은 사실상 그 구면에 “정지”해 있어 \(\small r = r_h = 2M\) 구면은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계면이 되는 것이다. 모든 물리적 정보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으므로 물리적 정보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 면을 우리는 사건지평면(Event horizon)이라 부른다. 다르게 말하면 슈바르츠쉴트 메트릭은 공간의 휘어짐이 중심으로 갈수록 점점 강해져 이 사건지평면 안으로 들어가면 빛조차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영역(소위 블랙홀 영역)이 존재하는 시공간을 기술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특이한 성질은 이 블랙홀 영역의 중심에 시공간 휘어짐이 무한대로 커지는 소위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리만텐서를 제곱한 시공간 곡률 값을 보면 알 수 있다.

\[ R_{\alpha\beta \mu\nu} R^{\alpha\beta \mu\nu} = \frac{48M^2}{r^6} \]

즉, \(\small r=0\)에서 곡률이 무한히 커짐을 볼 수 있다.

Fig. 2. Penrose diagram of the spacetime that the Schwartzschild metric describes.Fig. 2. Penrose diagram of the spacetime that the Schwartzschild metric describes.

시공간의 전체적인 기하학적 구조는 소위 펜로즈 다이아그램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그림 2]. 주어진 메트릭에 좌표변환과 등각변환을 적절히 수행하면 유한한 영역에 원래 시공간의 인과구조를 표시할 수 있다. 인과구조는 빛의 경로에 의해 결정되는데 광로는 등각변환에 불변함을 유념하라. 즉, 아래와 같은 좌표변환을 하면

\[\left( \frac{r}{2M} -1 \right) e^{r/2M} = \tilde{x}^2 - \tilde{t}^2 ,\quad \frac{t}{2M}= 2\tanh^{-1} \left(\frac{\tilde{t}}{\tilde{x}} \right)\]

슈바르츠쉴트 메트릭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ds ^{2} = \frac{32M ^{3}}{r} e ^{-r/2M} \left( -d {\tilde{t}}^{2} +d {\tilde{x}}^{2} \right) +r ^{2} d \Omega^{2} \]

여기서 등각변환 \(\small \tilde{g}_{\mu\nu}=f^2 g_{\mu\nu}, f^{-2}=\frac{32M^3}{r}e^{-r/2M}\)을 수행하고 구면을 생략한 2차원 시공간 \(\small d {\tilde{s}}^{2} =-d {\tilde{t}}^{2} +d {\tilde{x}}^{2}\)에서 \(\small (t,r)=\text{Const.}\)를 그려보면 그림 2를 얻는다. 그림에서 블랙홀 영역의 경계면인 \(\small r=2M\)이 왜 \(\small r > 2M\)에 위치하는 관측자 모두에게 사건지평선 역할을 하는지를 볼 수 있다. 또한 블랙홀 안에서 \(\small r=\text{Const.}\)는 더 이상 공간상의 한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좌표의 역할을 하며 특이점 \(\small r=0\)도 블랙홀 영역의 공간적 중심이 아니라 시간 흐름의 한 순간인 것이다. 하지만 이 특이점의 곡률은 무한대이므로 시간은 더 이상 연장되지 않고 여기서 종말을 고해야 한다. 이와 같이 슈바르츠쉴트 메트릭이 보여준 블랙홀 시공간의 성질은 인과관계의 경계면인 사건지평면이 존재할뿐만 아니라 시간과 물질의 파국을 내포하는 특이점을 갖는 천체의 존재를 암시했던 것이다.

별의 중력붕괴

1920~30년대에는 이와 같은 블랙홀 해의 의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데, 논란의 핵심은 블랙홀과 같은 천체가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1939년 미국의 오펜하이머와 그의 제자 스나이더가 ‘계속적인 중력 수축에 관하여’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2) 보통의 별은 내부에서 핵융합과 같은 과정을 통해 열이 발생하고 이 압력으로 중력과 균형을 이루어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들은 압력이 없이 중력 수축만 일어나는 경우를 일반상대론에서 고려해 본다. 이들이 얻은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의 풀이가 보여주는 것은 별이 중력 수축을 진행하면서 유한한 시간 내에 사건지평면이 출현하고 중심에서의 질량 밀도가 무한대가 되어 특이점도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일반상대론의 블랙홀 해는 수학적인 것이 아니라 중력붕괴라는 동역학적인 과정을 통해 자연에 실재하는 천체물리적 대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한다. 몇 가지 이유가 복합되었는데 우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오펜하이머는 곧 맨해튼 원자폭탄 계획에 참여하게 되어 연구를 접는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 되어버린 아인슈타인이 그 당시 자신의 이론에서 도출되는 그런 이상한 극단적인 해들을 극렬히 반대한다. 1939년 아인슈타인은 한 논문에서 원운동을 하는 입자들로 이루어진 구체를 생각한다.3) 입자들에 의한 중력과 원운동에 의한 원심력이 평형을 이룬 상태를 일반상대론으로 풀어 본 것이다. 계산 결과 구체의 반경(\(\small R\))이 슈바르츠쉴트 반경의 1.5배보다 작아지면(\(\small R<3M=1.5\times 2M\)) 입자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지는 것(\(\small v>c\))을 알게 되었다. 물리적인 물체의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으므로 아인슈타인은 이로부터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별의 중력 수축에서는 사건지평면이 출현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저명한 천문학자인 영국의 에딩튼도 별의 복사나 충돌 등 다양한 천체현상에 의해 물질이 흩어져 실제로는 블랙홀을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의 계산이 틀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 결과에 대한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구체의 반경이 슈바르츠쉴트 반경의 1.5배보다 작아지면 빛의 속도를 넘지 않는 원운동만으로는 중력 수축을 버티지 못해 정상상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해석을 놓친 것이다. 그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별의 중력 수축과정에서 다양한 물리적인 이유로 실제로는 블랙홀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아인슈타인과 에딩튼의 입장을 지지했는데,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의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좀 더 깊은 역사적 성찰을 한다:4) “블랙홀의 존재는 별의 진화가 돌아오지 못하는 구멍과 같은 파국적인 최종상태로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는 물질과 시공간의 영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그 당시 사람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휠러의 비판도 있었다. 아인슈타인 사망 3년 후인 1958년 휠러는 브뤼셀에서 개최된 우주론 학회에서 오펜하이머의 결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오펜하이머의 결론은 구대칭이며 압력이 없는 비실제적인 물질분포를 가진 별이 수축하는 경우에 도출된 것인데 실제 자연에서는 회전이나 충돌, 폭발 등으로 구대칭의 상황은 지극히 이상적인 상황이라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중력붕괴는 구대칭이라는 비물리적인 수학적 가정의 결과이지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특이점은 균질적이고 등방적으로 팽창하는 우주해의 시작점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를 초기 특이점이라 한다. 1963년 러시아의 립시츠와 칼라트니코프는 균질성과 등방성을 가정하지 않으면 우주는 특이점이 아닌 유한한 고밀도의 상태에서 팽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5) 이는 중력붕괴에서의 특이점 발생도 단순히 구대칭이라는 이상적인 수학적 가정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특이점 정리

1963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슈미트는 퀘이사(QSO 3C 273)의 스펙트럼 관측에 성공하여 방출원이 약 760 Mpc 거리의 외부은하에 위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먼 거리라면 방출원의 광도는 극도로 높고 질량은 태양질량의 수백만 배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질량의 별은 매우 불안정하여 단명할 수밖에 없어 퀘이사의 관측은 그 방출원의 형성 메커니즘에 관한 관심과 연구를 불러일으켰다. 펜로즈는 1963년 휠러를 만나 위와 같은 문제를 듣고 강한 흥미를 느낀다. 수학적 배경이 강한 그는 위상수학적인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이 문제에 도전하고 1964년 12월 드디어 “중력붕괴와 시공간 특이점”이라는 제목으로 연구결과를 투고하며 이는 이듬해 1월 피직컬 리뷰 레터에 게재된다.6)

Fig. 3. John A. Wheeler in 1967 (Top, Picture credit: The New York Times) and Roser Penrose in 1980 (Bottom, Picture credit: Anthony Howarth /Science Photo Library)Fig. 3. John A. Wheeler in 1967 (Top, Picture credit: The New York Times) and Roser Penrose in 1980 (Bottom, Picture credit: Anthony Howarth/Science Photo Library).
Fig. 4. Schematic diagram for gravitational collapse. (slightly modified from Fig. 1 in [6]Fig. 4. Schematic diagram for gravitational collapse. (slightly modified from Fig. 1 in [6])

[그림 4]는 오펜하이머-슈나이더의 구대칭 중력붕괴를 보여준다. 아래 원으로 표시된 것이 중력 수축을 시작하는 구체의 표면을 나타낸다. 구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어 밀도가 높아지고 어느 순간 \(\small T^2\)로 표시된 것과 같은 갇힌면(Trapped surface)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보통 한 구면에서 안쪽으로 쏜 빛의 다발은 서로 가까워지고 바깥으로 쏜 빛들은 서로 멀어진다. 중심으로 향하는 중력이 강해져 공간의 곡률이 커지면 바깥으로 쏜 빛들도 서로 멀어지지 못하고 가까워지게 되는데 이러한 성질을 갖는 폐곡면을 갇힌면이라 한다. 갇힌면에서 안쪽으로 출발한 빛은 \(\small r=0\)에 있는 특이점을 만나고 거기서 더 이상 경로가 연장되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 ‘바깥’으로 출발한 빛도 유한한 시간 내에 특이점에 도달하고 거기서 종말을 맞는다. 이와 같은 성질은 사건지평면 \(\small r=2m\) 영역 내의 모든 갇힌면에 대해 성립한다. 또한 이 영역 내의 광뿔로부터 볼 수 있듯이 \(\small r=\text{Const.}\)는 광뿔 밖에 있어 그림 2의 블랙홀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물리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small r=0\)는 구체 안에서는 수축하는 별의 중심이지만 모든 물질이 이 점에 모인 뒤로는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나타낸다. 즉, 무한대의 곡률을 갖는 특이점이 \(\small r=0\)이라는 시각에 출현 혹은 형성된 것이며 모든 사건은 시간적으로 여기서 더 이상 연장되지 못하고 마지막 종말을 고하는 것이다. 중력 수축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면 최종적으로 특이점이 출현하여 시공간과 물질의 종말 혹은 파국에 다다르는 것이다.

구대칭의 중력붕괴에서 나타나는 위와 같은 현상이 구대칭이라는 조건이 없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인가? 중력 수축에서 구대칭이 없는 물체의 초기 상태는 그림 4에서 원이 아닌 빨간 점선과 같이 표시될 것이다. 위의 중력붕괴 현상에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갇힌면의 출현과 특이점의 생성이다. 비대칭 중력 수축에서도 갇힌면이 출현할 것인가? 그리고 갇힌면이 존재하면 특이점이 유한한 시간 내에 반드시 형성될 것인가? 비대칭의 정도가 작은 경우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은 초기조건 변화에 대해 연속적인 성질을 갖기 때문에 갇힌면은 여전히 출현할 것이다. 비대칭의 정도가 큰 경우에는 쉬운 문제가 아닌데 약 20년 후인 1983년에 가서야 쇤과 야우가 작은 영역에 물질이 충분히 모이면 갇힌면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게 된다.7) 펜로즈는 1964년 말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 즉, 널에너지 조건(Null energy condition)을 만족하는 물질의 중력 수축과정에서 갇힌면이 출현할 경우 일반상대론에서 특이점 생성이 불가피함을 보인다. 펜로즈의 결과를 현대적인 용어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Singularity Theorem: Let \(\small M, g_{\mu\nu}\) be a connected hyperbolic spacetime such that
i) there is a noncompact Cauchy surface \(\small \Sigma\)
ii) \(\small R_{\mu \nu} k^{\mu } k ^{\nu } \geq 0\) for all null vectors \(\small k ^{\mu }\)
iii) \(\small M\) contains a trapped surface \(\small T\).
Then \(\small M\) is future null geodesically incomplete.

관건은 블랙홀 영역에서 물리적으로 유한한 시간 내에 특이점이 생성되느냐는 것인데 특이점 자체를 엄밀하게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그림 4에서처럼 특이점이 존재하면 더는 진행을 못 하는 빛의 경로(Incomplete null geodesics)가 있게 되는데, 펜로즈는 위에 언급한 조건에서는 그러한 연장이 안 되는 경로가 반드시 존재함을 증명한 것이다.

Fig. 5. Expansion along a null geodesic congruence orthogonal to T.Fig. 5. Expansion along a null geodesic congruence orthogonal to T.

우선 주목할 것은 갇힌면을 출발한 빛들은 ii)번 조건이 만족할 경우 유한한 시간 내에 반드시 만난다는 것이다. 이는 갇힌면에서 출발하는 광다발들은 서로 수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팽창률을 지배하는 식으로부터 알 수 있다. 팽창률은 빛의 경로에 따른 국소면적 \(\small \delta A\)의 변화율로 아래와 같이 정의된다([그림 5] 참조).

\[ \theta = \frac{d \delta A}{d \lambda } / \delta A \]

따라서 갇힌면은 팽창률이 모든 곳에서 음의 양이 되는 폐곡면이다. 이 팽창률이 빛의 경로를 따라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소위 레이초드리(Raychaudhuri) 방정식이 말해준다.

\[\frac{d \theta }{d \lambda } =- \frac{1}{2} \theta^{2} - {\hat{\sigma }}_{\mu\nu } {\hat{\sigma }} ^{\mu \nu } -R _{\mu \nu } k ^{\mu } k ^{\nu }\]

여기서 \(\small {\hat{\sigma }} _{\mu \nu }\)는 쉬어 텐서인데 공간적(Spacelike)이어서 리치 텐서 \(\small R _{\mu \nu }\)가 ii)번 조건을 만족하면 위 식의 우변은 항상 음의 양이라 \(\small d \theta /d \lambda \leq - \theta^{2} /2\)를 만족하고 이로부터 다음 부등해를 얻을 수 있다.

\[ \theta ^{-1} ( \lambda ) \geq \frac{1}{2} \lambda + \theta_{0}^{-1} \]

여기서 \(\small \theta _{0}\)는 갇힌면에서의 초기 팽창률인데 음의 값이다. 따라서 유한한 “시간”(Affine parameter, \(\small \lambda \leq -2 \theta _{0}^{-1}\)) 내에 \(\small \theta ^{-1} =0\)을 통과한다. 이는 팽창률이 \(\small - \infty \)가 되어야 함을 의미하여 갇힌면에서 출발한 빛은 유한한 시간 내에 서로 만나야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ii)번 조건을 수렴조건이라고 부르는데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이 중력 수축하는 물질에 대한 조건으로 치환된다.

\[\left( R _{\mu \nu } - \frac{1}{2} g _{\mu \nu } R \right) k ^{\mu } k ^{\nu } =R _{\mu \nu } k ^{\mu } k ^{\nu } =8 \pi T _{\mu \nu } k ^{\mu } k ^{\nu } \geq 0\]

이 조건은 소위 널에너지 조건이라고 부르는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은 이상한 물질이 아닌 한 모두 널에너지 조건을 만족한다.

Fig. 6. Projection of the boundary of the causal future of T through timelike curves backwardFig. 6. Projection of the boundary of the causal future of T through timelike curves backward.

그러므로 일반상대론에서 갇힌면을 출발한 빛들이 서로 만날 때까지 이루는 모든 사건의 집합(\(\small F= {\dot{J} ^{+}} (T)\))은 구대칭의 유무와 상관없이 위상적으로는 그림 4의 경우와 같게 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빛의 경로가 연장 가능한가 아닌가다. 펜로즈는 연장 불가능한 경로가 없이 모든 경로가 연장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모순이 도출됨을 보인다. 먼저 [그림 6]의 좌 상단과 같이 코시면이 콤팩트한 2차원 시공간의 경우를 살펴보자. 두 점(\(\small T\))의 좌우로 출발한 빛은 서로 만나 1차원 폐곡선(\(\small F\))을 이루어 위상적으로는 경계가 없는 원(\(\small S^1\))과 같다. 이제 이 폐곡선의 모든 사건을 시간적 세계선(Timelike curve)을 사용하여 과거의 코시면에 일대일 대응시켜 보면 그림처럼 폐곡선(\(\small H\))을 형성하여 위상적으로 동일하게 \(\small S^1\)이다. 그런데 그림 6의 우 상단처럼 코시면 \(\small \Sigma\)가 콤팩트(유한)하지 않을 경우(Noncompact Cauchy surface)에는 \(\small H\)가 콤팩트하기 때문에 \(\small \Sigma\)상에서 경계를 갖게 될 것이고, 따라서 위상적으로 \(\small S^1\)일 수가 없어 모순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4차원 시공간의 경우 \(\small F\)의 위상은 \(\small S^2 \times S^1\)로 경계가 없이 콤팩트한 반면 조건 i)과 같이 콤팩트하지 않은 \(\small \Sigma\)에 전사된 \(\small H\)의 위상은 경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모순을 일으킨다. 이 모순은 잘못된 가정에 기인할 것이므로 갇힌면을 출발한 빛의 경로 중 유한한 시간 내에 연장 불가능한 경로가 적어도 하나 존재해야만 한다. (연장 불가능한 경로가 존재할 경우 그 끝점 부근의 시공간은 연속적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논의를 전개할 수 없다.)

위와 같은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 증명은 몇 가지 면에서 전혀 새롭고 일반적이다. 첫째, 별의 중력 수축에서 갇힌면만 출현한다면 임의의 비대칭 수축에서도 증명은 여전히 성립한다. 둘째,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을 국소적으로 풀 필요가 없고 방정식의 세세한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셋째, 위상수학적 혹은 전체적인 기법(Topological or Global methods)을 사용해 중력의 성질을 탐구한 완전히 새로운 연구이다. 펜로즈가 도입한 새로운 방법론은 블랙홀 등 중력 연구에 적용되어 일반상대론의 황금시대가 도래한다.

블랙홀 연구에의 영향

지금까지 살펴본 특이점은 별의 중력붕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생성되며 곡률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곡률 특이점은 일반상대론의 팽창하는 우주론 해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를 초기 특이점(Initial singularity)이라 부른다.

\[ R_{\mu \nu \alpha \beta} R^{\mu \nu \alpha \beta} =12 \left[ \left( \frac{{\ddot{a}}}{a} \right)^{2} + \left(\left( \frac{{\dot{a}}}{a} \right)^{2} + \frac{k}{a^{2}} \right)^{2} \right] \sim \frac{1}{t^{4}} \rightarrow \infty ~~\text{at}~~ t=0 ~~\text{for}~~ k=0 (a \sim t^{1/2} ) \]

초기 특이점의 존재는 우주에 시작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에 정상 우주론의 관점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구대칭 중력붕괴에서의 특이점 생성이 구대칭이라는 비물리적인 가정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듯이 대부분의 전문가는 초기 특이점의 존재가 균질성과 등방성이라는 우주론에서의 이상적인 가정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후에 틀린 계산으로 판명되기는 했지만 1963년 러시아의 립시츠와 칼라트니코프는 균질성과 등방성을 가정하지 않으면 특이점이 사라지고 우주는 유한한 고밀도의 상태에서 팽창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5)

1965년 1월 학생이었던 호킹은 빅뱅 우주론의 관점에서 초기 특이점의 존재가 불가피한 것처럼 보였고 그것을 명백히 증명하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8) 그는 펜로즈의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연구실 동료인 카터로부터 특이점 정리에 관한 내용을 전해 듣는다. 그는 영화필름을 거꾸로 돌리듯이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팽창이 중력 수축과 유사한 문제가 되어 펜로즈의 논증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킹은 “열린 우주에서의 특이점 출현”이라는 제목으로 그해 8월 논문을 투고하고 이는 10월 출판된다.9)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를 거쳐 펜로즈가 도입한 위상수학적 방법은 블랙홀의 다양한 문제에 적용되고 개선되어 블랙홀 면적 정리, 블랙홀 비분리 정리, 블랙홀 유일성 정리, 블랙홀 역학 4개 법칙, 양의 에너지 정리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중요한 과학적 결과를 낳는다. 블랙홀은 천체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에게 더는 수학적 특수해가 아닌 실체로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천체 현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2019년 초에는 이벤트 호라이즌 텔레스코프(EHT)를 통해 직접적인 영상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일반상대론에서 무한대의 곡률을 갖는 특이점이 나타난다는 것은 특이점 형성에 가까워지면 일반상대론은 더는 타당한 이론이 아니며 다른 중력이론으로 대체되거나 양자현상을 포함한 중력이론으로 기술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새로운 이론에서는 무한대의 양이 출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새로운 이론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펜로즈는 블랙홀 연구의 흐름을 바꾼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겼고 2020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보답받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돌이켜 보면 2017년 중력파, 2019년 물리적 우주론과 외계행성, 그리고 2020년 블랙홀 등 모두 천체물리 분야에서 선정되었다. 이는 그동안의 관례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기도 하지만 최근 천체물리학 분야에서의 과학적 성과를 반영하고 있는 면도 있다. 중력파 관측의 상시화, 다중신호 천문학 등으로 향후 천체물리학 분야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바 국내 연구자들의 더 큰 관심을 기대한다.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와 관련된 좀 더 완성도 높은 리뷰와 참고문헌은 [10]을 참조하기 바란다.

각주
1)K. Schwarzschild, “Uber das Gravitationsfeld enies Massenpunktes nach der Einstein’schen Theorie”, Sitzungsberichte der Koniglich-Preussischen Akademi der Wissenschaften (1916).
2)J. R. Oppenheimer and H. Snyder, Physical Review 56, 455 (1939).
3)A. Einstein, Annals of Mathemetics 40, 922 (1939).
4)K. S. Thorne, Black Holes & Time Warps (W. W. Norton & Company, 1994).
5)E. M. Lifshitz and I. M. Khalatnikov, Advances in Physics 12, 185 (1963).
6)R. Penrose, Physical Review Letters 14, 57 (1965).
7)R. Schoen and S. T. Yau, Commun. Math. Phys. 90, 575 (1983).
8)강궁원(Gungwon Kang), “시간여행으로 호킹 인터뷰하다,” 과학이슈11(Science Issue 11) (Donga M&B, 2019).
9)S. W. Hawking, Physical Review Letters 15, 689 (1965).
10)J. M. M. Senovilla and D. Garfinkle,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32, 1240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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