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지난호





|

PHYSICS PLAZA

물리 이야기

탐정 갈릴레오

작성자 : 김영균 ㅣ 등록일 : 2021-10-21 ㅣ 조회수 : 261

저자약력

김영균 교수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이학사)하고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ygkim@gnue.ac.kr)

가사의한(혹은 불가사의해 보이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사건1] 저녁마다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던 어느 폭주족 청년의 머리가 갑자기 (마치 성냥개비 머리처럼) 불타올라 사망한다. 주위에 별다른 발화 흔적이 없어 마치 인체의 자연발화처럼 보인다.

[사건2] 실종된 어느 남자의 얼굴과 꼭 닮은, 알루미늄 판으로 만들어진 ‘데스마스크’가 한 연못에서 발견된다. 이윽고 경찰은 연못에서 살해된 남자의 시신을 발견한다. 망자의 원혼이 자기 시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데스마스크를 만들어 연못 위에 띄어두기라도 한 것일까?

[사건3] 어느 해변의 바다 속에서 갑자기 불기둥이 솟구쳐 올라 해수욕을 즐기던 여인이 사망한다. 하지만 폭발물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전설의 용(龍)이라도 승천한 것일까?

[사건4] 고열에 시달리며 앓아누워 있던 어느 초등학생이 비몽사몽간에 살인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빨간색 자동차를 목격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그 아이의 집에서 볼 수 없는 시선 방향에 놓여 있었다. 아이와 그 아버지의 주장대로 아이의 영혼이 잠시 유체이탈을 하며 공중에 떠올라 그 자동차를 목격했던 것일까?

초자연적 현상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사건 담당 형사는 해답의 실마리를 얻고자 어느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를 찾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탐정 갈릴레오>(그리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 교수의 별명은 ‘괴짜 갈릴레오’이다. 그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들을 모으고,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세우며,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탄산가스 레이저 광선, (벼락에 의해 물속에 발생된) 충격파에 의한 피막 형성, 물에 닿으면 열을 내면서 (물에 녹는) 수산화나트륨과 (공기와 혼합하여 폭발을 일으키는) 수소를 발생시키는 금속 나트륨, 밀도가 다른 공기층을 따라 휘어지는 빛의 굴절 현상 등이 등장한다. ‘탐정 갈릴레오’는 말한다.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근대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는 자연이라는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암호를 해독하며 책을 읽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자연이라는 책은 과연 어떤 장르에 속할까?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과 레오폴트 인펠트(Leopold Infeld, 1898‒1968)는 “완벽한 추리소설을 상정해 보자”고 말한다. “이 소설에는 모든 필수적인 실마리가 들어 있으며, 사건에 대해 우리가 가설을 세우도록 유도한다. 줄거리를 주의 깊게 따라가기만 하면, 결말에서 작가가 해답을 밝히기 직전에 완벽한 해답에 도달할 수 있다. 해답 자체도 불완전한 추리소설과는 달리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완벽한 순간에 등장하기까지 한다.”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의 말처럼 과학자들은 “실체의 본질에 대해 물리학적인 접근 방법을 취한다. .. 이는 ‘우리의 우주는 얼마나 큰가?’, ‘모든 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와 같은 큰 문제로 시작해서 마치 추리소설에서처럼, 즉 교묘한 관찰과 추론을 결합하며 끈질기게 단서를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과 인펠트에 따르면 “갈릴레오가 발견하고 사용한 과학적 추론 방식은 인간 사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이며, 물리학의 진정한 시작을 의미한다. 이 발견은 일차적인 관찰에서 도출한 직관적인 결론은 종종 잘못된 실마리를 제공하며, 따라서 항상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탐정 갈릴레오>의 사건들처럼 (교묘한 관찰과 과학적 추론을 통해 얻어진) 사건의 실체는 겉보기와는 다를 수 있다. 힘을 계속 가해야 물체가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물체에 아무런 (알짜)힘도 작용하지 않을 때 물체의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물체에 가해진 힘의 결과는 물체의 속도 자체가 아니라 ‘속도의 변화’이다. 또한,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태양과 행성들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직관적 결론과는 달리, 멈춰 있는 것은 태양이고 그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지구(와 행성들)이다. 사건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때로 생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1665년,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페스트를 피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고향 마을 울즈소프로 돌아왔다. 1666년 여름, 울즈소프의 과수원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사과에 주의를 기울였다. “왜 저 사과는 옆이나 위로 가지 않고 항상 지면에 수직으로 내려와야 할까?”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완성된 중력 이론을 얻기 위해서 뉴턴에게는 수많은 실마리들이 필요했다. 더 멀리 보기 위해서 그는 갈릴레오, 케플러 같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

뉴턴은 관성의 법칙(뉴턴의 제1법칙)을 발견한 갈릴레오의 연구를 발전시켜 힘과 운동의 법칙을 정립했다. 물체의 속력이나 방향을 바꾸려면 물체에 힘을 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실 끝에 돌멩이를 매달아 일정한 속력으로 빙글빙글 돌려 보자. 돌멩이가 (계속 방향을 바꾸는) 원운동을 유지하려면 돌멩이를 원의 중심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어야 한다. 실을 통해 돌멩이에 손의 힘이 작용한다. 뉴턴은 더 멀리 밀고 나갔다. 원운동에 대한 이런 결론을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의 공전 운동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돌멩이의 원운동과 마찬가지로, 행성이 공전 운동을 유지하려면 행성은 태양을 향하는 힘을 받고 있어야만 한다. 태양이 중력으로 행성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이다.

태양이 행성을 잡아당기는 중력의 세기는 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뉴턴은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의 행성운동 법칙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케플러의 행성운동 제3법칙에 따르면,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행성의 궤도 반지름(장축)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이것은 행성의 궤도 반지름이 4배 커지면 행성의 공전 속도가 2배 느려지며, 따라서 구심 가속도가 (그러므로 중력의 세기가) 16배 작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또 뉴턴은 어떤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은 그 물체의 질량에 비례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무거운 공과 가벼운 공을 같은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렸을 때, 두 공이 동시에 바닥에 떨어졌다는 갈릴레오의 피사의 사탑 일화가 보여주듯이, 지표면으로 자유낙하하는 물체의 중력가속도는 물체의 질량에 무관하게 모두 같다. 이 경우에 (물체에 가해지는 힘은 물체의 질량과 가속도의 곱과 같다는) 뉴턴의 제2법칙을 적용해 보면, 지구가 (사과와 같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중력의 크기는 그 물체의 질량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뉴턴은 ‘두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은 반대이다’라는 뉴턴의 제3법칙을 중력에 적용했다. 중력이 뉴턴의 제3법칙을 만족한다면 물체2가 물체1에 작용하는 중력과, 물체1이 물체2에 작용하는 중력은 크기가 같아야 한다. 이로부터 뉴턴은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코난 도일의 훌륭한 단편들 이후, 거의 모든 추리소설에는 수사관이 문제의 특정 단계에 대한 모든 사실, 즉 실마리를 모으는 순간이 등장한다. 이런 실마리들은 종종 상당히 괴상하며, 앞뒤가 맞지 않고,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명탐정은 바로 그 시점에 이르자마자 더 이상의 수사는 필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순수한 사고력만 있으면 수집한 여러 사실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단 이 단계에 도달하면, 탐정은 바이올린을 켜거나 안락의자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즐기다가도 문득 해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손에 넣은 실마리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벌어졌을 것이 분명한 다른 특정 사건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제 어디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밖으로 나가 자신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실마리를 모을 수도 있는 것이다.”

뉴턴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관찰과 과학적 추론을 통해 끈질기게 단서를 따라가 모든 실마리를 모은 끝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냈다. 즉,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힘의 방향은 물체를 연결하는 직선상에 있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바탕으로 사과와 달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지구가 중력으로 사과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지구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달도 잡아당길 것이다. 지구로부터 달까지 거리는 지구 반지름의 60배 정도이고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지구 표면 근처의 중력가속도보다 달 궤도 근처의 중력가속도 값이 3,600배 더 작아야 한다. 이것은 지구 표면 근처에서 사과가 1초 동안 떨어지는 거리와 (달 궤도 높이에서) 달이 1분(60초) 동안 떨어지는 거리가 같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턴은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달의 공전주기를 이용해서) 달이 1분 동안 낙하하는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 그 거리는 지표면 근처에서 사과가 1초 동안 낙하하는 거리와 잘 일치했다!

턴은 결코 ‘안락의자 탐정’이 아니었다. 그는 색 지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눈과 뼈 사이로 뭉툭한 바늘을 할 수 있는 한 깊숙이 찔러 넣던 사람이었다. 또한 “수준 높고 체계적인 연금술사”이기도 했다. 그는 “시료를 갈고, 섞고, 붓고, 데우고, 식히고, 발효시키고, 증류하는 따위의 지루한 일련의 온갖 필수 처리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뉴턴은 1696년 5월 2일에 자신에게 매우 생소한 자리였을 영국 조폐국의 감사가 되었다. 그는 조폐국 사업의 세부 사항을 빠르게 습득해 나갔는데 그 해 여름이 지날 무렵에는 조폐국장을 “한쪽으로 밀쳐놓을 수 있을 만큼” 실력자가 됐다. 당시 조폐국은 (가장자리를 깎아내어 팔아먹기 쉬운, 테두리가 매끈한) 헌 은화를 녹여 (뉴턴 자신의 아이디어이기도 했던, 테두리에 홈이 있는) 새 은화를 만드는 대규모 화폐개주改鑄 사업을 맡고 있었다. 주화 제조 기계들은 일주일에 최고 1만 5천 파운드를 생산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지만 재무부는 생산량을 주당 3‒4만 파운드까지 늘리라고 지시했다. 사람들은 이를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뉴턴은 화폐개주를 감당할 물리적 능력을 갖추는데 주력하여 제련실, 압연기, 압인기 등을 증설하고 “아마도 역사상 최초였을” 사람들에 대한 시간·동작 연구를 수행해 최적의 작업 속도를 알아냈다. “압인기가 사람 심장 박동보다 조금 느리게 분당 50~55회 정도 쿵쿵거리면, 사람들과 기계들이 한 번에 몇 시간 동안이나 연달아 주화를 찍어낼 수 있었다. .. 1696년 늦여름에 조폐국의 사람들과 기계들은 6일간 10만 파운드라는 기록적인 생산량을 달성했다.” “조폐국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 그의 실증적 역량, 곧 해당 대상을 관찰하고 측정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조치를 취하는 능력이었다.”

조폐국 감사의 직무 중에는 통화 범죄에 대해 법을 집행하는 일도 있었다. 가능하다면 회피하고 싶었지만, 뉴턴은 화폐위조범들을 잡기 위해 “런던 암흑가라는 진창에 몸을 허리까지 담그고 힘들여 나아가야 했다.” 그는 첩보원들을 고용해 화폐위조범 조직에 잠입시키기도 하고, 교수형을 열세 차례 연기해가며 사형수를 직접 심문해 공범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끌어내기도 했다. ‘윌리엄 챌로너’라는 대담한 화폐위조범은 자신이 더 나은 주화 제조 방법을 알고 있다며 의회를 설득해 조폐국 내부에 공식적으로 진입하려 시도했다. 뉴턴은 챌로너의 아이디어가 실행불가능함을 입증해 그를 막았다. 챌로너는 잠시 멈췄던 화폐위조를 다시 시도했고 그를 주시하던 뉴턴은 챌로너를 체포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말았다. 오히려 챌로너는 조폐국 내부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다며 뉴턴을 공격했다. 뉴턴은 법정에서 심문을 받으며,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혐의에 대해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결국 챌로너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화가 난 뉴턴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챌로너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도록) 단서를 끈질기게 추적하며 가능한 모든 증거를 모았다. 마침 챌로너는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을 위조한 혐의로 (재무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다시 체포되었다. 챌로너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뉴턴은 재무부 장관을 설득해 그 사건을 자기가 맡았다. 그는 광범위한 관련자 조사를 통해 챌로너의 범죄를 증언할 증인들을 확보했다. 챌로너의 감방 동료를 챌로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첩보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챌로너는 1699년 3월에 교수형을 선고 받고 처형됐다. 뉴턴은 그 해 크리스마스에 조폐국장이 되었다.

아이작 뉴턴은 (지상의 물체와 천상의 물체의 운동을 모두 기술하는 보편 법칙을 찾아낸) 인간 이성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는 다음과 같은 시로 뉴턴을 기렸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이 어둠 속에 숨어있었는데, 신이 뉴턴이 있으라! 하시니 모두 밝아졌다.”

하지만 화폐위조범들에게 뉴턴은 빛이 아니라 어둠을 의미했을 것이다.

각주
1)히가시노 게이고 저, 양억관 역, 탐정 갈릴레오 (재인).
2)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레오폴트 인펠트 저, 조호근 역,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서커스).
3)맥스 테그마크 저, 김낙우 역,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 (동아시아).
4)토머스 레벤슨 저, 박유진 역, 뉴턴과 화폐위조범 (뿌리와 이파리).
5)G. R. Fowles, G. L. Cassiday 저, 진병문 역, 해석역학 (CENGAGE Learning).
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
고등과학원(12월31일까지)고등과학원(12월31일까지)
물리인증제물리인증제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