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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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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1 노벨물리학상

Parisi의 스핀유리 이론

작성자 : 권철안 ㅣ 등록일 : 2021-12-16 ㅣ 조회수 : 1,597 ㅣ DOI : 10.3938/PhiT.30.039

저자약력

권철안 교수는 1989년 미국 워싱턴 주 워싱턴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스핀유리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독일 에센대학교에서 연구원을 거쳐 1990년부터 명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근무 중이다. 스핀유리 이론을 응용한 신경망 학습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며 최근에는 고전, 양자계의 비평형 요동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ckwon@mju.ac.kr)

Parisi’s Theory of Spin Glass

Chulan KWON

The spin-glass phase is characterized by the existence of many pure states due to random exchange interactions between spins. Parisi established the novel concept of replica symmetry breaking (RSB) from Sherrington Kirkpatrick’s mean-field theory via an abstract replica trick. In this article, his RSB scheme is reviewed from the view point of infinitely many pure states. 

서 론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의 1/2는 무질서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적인 이론을 제공하고 이후 생물, 인공 신경망연구와 큰 데이터를 다루는 전산과학에 영향을 준 공로로 로마 대학교의 Parisi에게 수여되었다. 그는 평균장이론(mean-field theory)에서 저온 스핀유리상(spin-glass phase)의 특성으로서 복제대칭파괴(replica symmetry breaking, RSB)의 개념을 해석적인 방법으로 확립하였다. 저차원에서의 RSB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엄격한 이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Parisi의 RSB 해는 매우 추상적이어서 스핀유리를 전공했던 필자도 처음에는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복제계의 개념이 필요 없는 동역학적인 이론으로 접근하였으나 결국은 같은 결과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핀유리 이론은 타 통계역학적인 계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서 관심이 있는 연구자나 학생들이 일반 교과서를 통해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본 특집호에서는 RSB 이론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여 RSB 이론의 이해와 응용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스핀유리는 Cu, Ag, SrS 등의 비자성 물질에 Mn, Cr, Eu 등의 자성 불순물이 혼합된 소위 저밀도 무질서 자석(dilute random magnets)을 일컫는 용어이다. 그러나 단순한 저밀도 자석으로 볼 수 없는 새로운 실험적인 특성들이 보고되었다. 예를 들면 상전이 온도에서 자기감응률(magnetic susceptibility)이 발산하지 않고 돌출점(cusp)이 나타나고, 대신 비선형 자기감응률이 발산하며, 매우 느린 완화(relaxation) 과정, 경로에 따라 다른 저온(cooling) 과정 ‒ field cooling과 zero field cooling ‒ 등을 들 수 있다.

무질서한 위치에 분포된 자성 알갱이들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서 교환상호작용(exchange interaction)이 강자성 성향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RKKY (Ruderman, Kittel, Kasuya, Yoshida, 1954-1957) 이론에 의하면 스핀 간의 교환상호작용은 거리에 따라 \(\small +\)부호의 강자성과 \(\small -\)부호의 반강자성이 진동하게 된다. 상전이 온도 아래에서 자성 알갱이들의 평균 스핀값, 자기모멘트는 영이 아니나 무질서한 상호작용의 영향으로 자기모멘트의 방향이 무질서해져서 전체의 자기모멘트는 영이 된다. 강자성 상호작용이 반강자성 상호작용보다 강해 스핀유리와 강자성이 혼합된 경우도 있으나 앞으로의 논의에서는 두 상호작용의 경향이 같은 경우만 다루기로 한다.

격자 위의 스핀들 간의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 H=- \sum _{(i,j)} ^{}J_{ij} s_i s_j \tag{1}\]

여기에서 (\(\small i, j\))는 상호작용으로 연결된 격자의 쌍을 나타낸다. 아이징(Ising) 스핀(\(\small s_i = \pm 1\))을 고려하고 무질서한 교환상호작용은 \(\small J_{ij} = K > 0\)(강자성) 혹은 \(\small -K\)(반강자성)으로 나타내자. [그림 1]은 네 개의 격자 위에 스핀들의 바닥상태(ground state) 배열을 보여준다. 모든 연결이 강자성이었다면 바닥상태는 모든 스핀이 한 방향으로 배열되고 \(\small H = -4K\)가 될 것이다. 강자성과 반강자성이 혼합된 경우 주위의 스핀들에 의해 어떤 쌍의 스핀은 주어진 강자성 혹은 반강자성 교환상호작용에 맞춰 연결 에너지(bond energy)를 최소화할 수 없는 불능(frustration)의 상태에 빠진다. 그림 1은 그 결과 바닥에너지 상태가 네 개‒스핀 방향의 대칭성을 고려하여 모든 스핀의 방향을 바꾸면 네 개가 더 추가됨‒가 됨을 보여주고 에너지는 강자성만 있을 때보다 큰 \(\small H = -2K\)이 된다. 스핀의 개수가 무한히 많은 거시계의 경우, 무질서와 불능상태에서 비롯된 무한히 많은 바닥에너지 상태가 존재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Fig. 1. +(-) denotes ferromagnetic (anti-ferromagnetic) interaction. si=1(-1) denotes up (down) spin. The dotted lines denote frustrated bonds. There exist four possible ground configurations which have an energy equal to +K for frustrated bonds and -3K for other bonds, resulting in a ground state energy H=-2K. The mixture of ferromagnetic and anti-ferromagnetic interactions is shown to have multiple ground states.Fig. 1. \(\small +(-)\) denotes ferromagnetic (anti-ferromagnetic) interaction. \(\small s_i = 1(-1)\) denotes up (down) spin. The dotted lines denote frustrated bonds. There exist four possible ground configurations which have an energy equal to +K for frustrated bonds and -3K for other bonds, resulting in a ground state energy = -2K. The mixture of ferromagnetic and anti-ferromagnetic interactions is shown to have multiple ground states.

격자 \(\small i\)의 스핀 \(\small s_i\)의 통계역학 평균값 \(\small \langle s_i \rangle\)이 자기모멘트 \(\small m_i\)가 된다. 무질서한 방향 때문에 스핀 격자 \(\small N\)개당 자기모멘트는 영이 된다. 즉, \(\small {{N^{-1} \sum _{ i} ^{ }\overline{m_i} }}=0 \). 여기에서 \(\small \overline{m_i}\)는 \(\small m_i\)의 무질서한 상호작용에 대한 평균이다. 정해진 자성 불순물의 농도 하에서 만들어진 한 개의 실험 시료는 무질서한 자성 알갱이들의 위치에 의해 무질서하게 분포된 교환상호작용 \(\small \{J _{ ij}\}\)이 정해지며 확률적으로 무작위(random) 수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다. 한 시료에 대해 측정을 할 때 이 값들이 변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무질서를 얼려있는 무질서(quenched disorder)라 부른다. 따라서 여러 시료에 대한 평균은 얼려있는 무질서에 대한 평균에 해당되며, 이론적으로는 무작위 수들로 구성된 무질서 상호작용 \(\small \{J _{ ij}\}\)에 대한 평균과 같다. 

Edwards와 Anderson은 다음과 같이 스핀유리의 질서 변수(order parameter)를 제안하였다.1)

\[q_{EA} ={ {\frac{1}{N}} \sum _{ i} \overline{m_i^2}} \tag{2} \]

자기감응률은 \(\small \beta^{-1} \chi\) \(\small =\) \(\small N^{-1} \sum _{ i,j}  {\overline{ (\langle s_i s_j \rangle - \langle s_i \rangle \langle s_j \rangle)}}\)으로 주어진다. 이 식에서 \(\small \beta  =(k_B T) ^{-1}\), \(\small k_B \)는 볼츠만 상수, \(\small T\)는 절대온도이다. 격자 간의 상관관계가 없어서 아이징 스핀(\(\small s_i = \pm 1\))의 경우 다음과 같은 결과에 이른다.

\[ \chi  = \beta  N ^{-1} \sum _{i} \overline{(1- \langle s _{i} \rangle^{2} )} = \beta  (1-q _{EA}) \tag{3}\]

이 결과는 스핀유리 질서변수가 자기감응률 돌출의 원인이 됨을 잘 설명한다.

Sherrington-Kirkpatrick (SK) 모형

Sherrington과 Kirkpatrick (SK)은 스핀유리의 평균장 모형을 제시하였다.2) 해밀토니안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 H =- \sum _{(i,j)} ^{} J _{ij} s _{i} s _{j} -h \sum _{i} ^{}s_i \tag{4} \]

여기에서 \(\small (i, j)\)는 모든 가능한 스핀의 쌍으로 한 스핀이 주위의 모든 스핀들과 연결되어 있어 평균장론으로 해석적인 계산이 가능해진다. \(\small J_{ij}\)는 무작위 수로 평균이 영이고 분산이 \(\small J^2 /N\)인 가우시안 확률분포 \(\small P(J_{ij}) \propto e^{-N J^2_{ij} / (2J^2)}\)를 사용한다. 이 확률분포는 전체에너지가 \(\small N\)에 비례하게 만든다. 무질서에 대한 평균은 관측량에 적용되어야 하므로 분배함수 \(\small Z = \sum_{\{s_i\}} e^{-\beta H}\)를 고정된 무질서에서 구한 후 \(\small \ln Z = - \beta F\)에 대한 무질서 평균 \(\small \overline{\ln Z}\)을 구해야 한다. 여기서 \(\small F\)는 자유에너지(free energy)이다. 이 무질서 평균은 직접적인 계산이 불가능하여 SK는 아래와 같은 소위 복제기법(replica trick)을 제안하였다.

\[ \overline{\ln Z} = \lim _{n \rightarrow 0} \frac{\overline{Z^n} -1}{n} \tag{5} \]

여기서 \(\small Z^n\)은 동일한 무질서 \(\small \{J_{ij}\}\)를 가진 \(\small n\)개의 복제(replica)에 대한 분배함수로 해석이 된다. \(\small \overline{Z^n}\)은 가우시안 적분을 이용해 계산하여 자유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frac{F}{N} =~ \lim _{n \rightarrow 0}~ \max_{\{ q _{\sigma \rho } \}}^{} \frac{1}{n} f _{n} [q _{\sigma \rho } ] \tag{6} \]

여기서 \(\small q_{\sigma \rho}\)는 두 복제계 \(\small \sigma\), \(\small \rho\) 간의 겹침변수(overlap order parameter)로 부르고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q_{\sigma \rho}= \frac{1}{N} \sum _{ i} ^{ } \overline{m_i^{\sigma} m_i^{\rho}} \tag{7} \]

범함수(functional) \(\small f_n [q_{\sigma \rho}]\)는 \(\small n(n-1)/2\)개의 \(\small \{ q_{\sigma \rho}\}\)에 대해 최대화되어야 한다. \(\small f_n\)의 자세한 표현은 생략한다.

SK는 최대화 조건 \(\small \partial f_n / \partial q_{\sigma \rho} = 0 \)의 해로서 모든 복제쌍에 대해 \(q_{\sigma \rho} = q\)이 되는 소위 복제대칭(replica symmetric, RS) 해를 제안하였다. RS 해는 스핀유리 상전이 온도 \(\small T_c\) \(\small = \) \(\small k^{-1}J\) 아래에서 \(\small q > 0\)이 되고 자기감응률의 돌출, 비선형 자기감응률의 발산 등 매우 만족할 만한 성질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낮은 온도에서 엔트로피가 음수가 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나타났다.

de Almeida와 Thouless(AT)는 RS 해가 일반적인 \(\small q_{\sigma \rho}\)의 변분(variation)에 대해 \(\small f_n\)이 최대화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3) AT는 \(\small T\)-\(\small h\) 공간에서 RS 해가 비안정적인(unstable)  소위 Almeida-Thouless 선(AT line)을 찾아냈다. [그림 2]는 AT 선을 보여준다.

Fig. 2. Almedia-Thouless (AT) line in the  - plane. Below the AT line, it is the spin-glass phase where the RS solution is unstable.
Fig. 2. Almeida-Thouless (AT) line in the T-h plane. Below the AT line, it is the spin-glass phase where the RS solution is unstable.

Parisi의 복제대칭파괴 해

Parisi는 \(\small n \times n\) 겹침행렬 \(\small q_{\sigma\rho}\)가 균일한 행렬요소(matrix element)로부터 시작하여 회가 거듭될수록 비균일한 행렬 요소들로 분화되는 매우 추상적인 방법으로 복제대칭파괴(replica symmetry breaking) 해를 찾아냈다.4) 우선 \(\small q_{\sigma\sigma}=0\)이다. 시작은 모든 비대각 행렬요소에 균일한 값 \(\small q_0\)를 할당한다. 1단계에서 크기 \(\small m_1\)의 대각 블록(diagonal block)들을 \(\small n/m_1\)개 만들고 각 블록 안에 행렬요소 \(\small q_1\)을 할당한다. 2단계에서는 각 대각 블록 안에 크기 \(\small m_2\)의 작은 대각 블록 \(\small m_1 /m_2\)개 만들고 그곳들에 행렬요소 \(\small q_2\)를 할당한다. 마치 프랙탈(fractal) 구조를 생성하듯 미세 블록들을 생성하고 새로운 행렬요소를 배정한다. \(\small K\)단계까지 분화된 경우 다음과 같은 부등 관계가 나온다.

\[ 1 = m_{K+1} < m_K < m_{K-1} < \cdots < m_2 < m_1 < n \tag{8} \]

여기서 \(\small m_i / m_{i+1}\)는 정수를 유지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비균일 행렬요소들 \(\small q_K , q_{K-1}, \cdots, q_2 , q_1 , q_0\)가 생성된다. [그림 3]은 \(\small K =2\)의 겹침행렬을 보여준다.

\[q_{\sigma \rho}= \begin{pmatrix}\begin{matrix} 0~~ & q_2~~& q_1~~& q_1~~ \\ q_2~~&0~~&q_1~~&q_1~~ \\ q_1~~&q_1~~&0~~&q_2~~\\ q_1~~&q_1~~&q_2~~&0~~ \end{matrix} & q _{0}\\ q _{0} & \begin{matrix} 0~~&q_2~~&q_1~~&q_1~~\\ q_2~~&0~~&q_1~~&q_1~~\\ q_1~~&q_1~~&0~~&q_2~~\\ q_1~~&q_1~~&q_2~~&0~~ \end{matrix} \end{pmatrix}\]

Fig. 3. The overlap matrix for \(\small n=8,~m _{1} =4,~m _{2}=2 , K=2\). 

\(\small n\)을 \(\small n=0\)으로 연속변화(continuation)시키면 식 (8)의 부등식이 다음과 같이 역전된다.

\[ 1 = m_{K+1} > m_K > m_{K-1} > \cdots > m_2 > m_1 >0 \tag{9} \]

따라서 \(\small m_i\)는 0과 1 사이의 실수가 된다. 또한 \(\small q_i\)가 다음처럼 단순 계급구조(hierarchy)를 가진다고 가정한다. 

\[ q_K >q_{K-1} >\cdots>q_1 >q_0 \tag{10} \]

Parisi는 다음과 같이 구분적인(piecewise) 상수 함수를 정의하고,

\[ q(x)=q _{i} ~~ \mathrm{for}~~ m _{i} < x < m_{i+1} \tag{11}\]

\(\small f_n [q(x)]\)를 최대화하는 해로서 \(\small x_{\mathrm{min}} < x < x_{\mathrm{max}}\)에서 위의 계급구조에 의해 단순증가하는 \(\small q(x)\)를 구하였다. 또한 아래와 같은 관계식

\[ \langle q \rangle = \lim _{n \rightarrow 0} \frac{2}{n(n-1)} \sum _{( \sigma , \rho )} ^{} q _{\sigma \rho } = \int _{0} ^{1} {} dx q(x)= \int _{} ^{} {} dq \frac{dx}{dq} q \tag{12} \]

으로부터 겹침변수의 확률밀도함수를 구하였다.

\[ P(q) = \frac{dx}{dq} \tag{13} \]

[그림 4]는 \(\small T < T_c , h \ne 0\)에서 \(\small q(x)\)와 \(\small P(q)\)의 대략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Fig. 4. Rough demonstrations of  and . The bold vertical lines in  denote delta-function peaks with heights representing intensities.
Fig. 4. Rough demonstrations of \(\small q(x)\) and \(\small P(q)\). The bold vertical lines in \(\small P(q)\) denote delta-function peaks with heights representing intensities.

복제대칭파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

Thouless, Anderson, Palmer (TAP) 방정식 접근법도 복제기법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치적인 계산에 유리하며 Parisi의 연구 결과를 잘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SK 모형의 전산모사는 무질서 평균과 큰 \(\small N\)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난해한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겹침변수는 동역학 전산모사에서 아래와 같은 시간상관함수로 계산할 수 있다.

\[ q(t _{i} )= N^{-1}\sum _{i} ^{} \langle s_i ( 0) s_i (t_i ) \rangle \tag{14} \]

이에 대한 확률다음 분포 \(\small W[q]\) \(\small =\) \(\small \overline{\frac{1}{M}\sum_{i=1}^{M} \delta(q-q(t_i ))}\)가 \(\small N\)이 커지면서 \(\small P(q)\)로 접근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6) [그림 5]는 논문 중의 그림이다.

Fig. 5. Numerical probability distributions are shown to approach to the dotted curve for the Parisi solution as   increases.Fig. 5. Numerical probability distributions are shown to approach to the dotted curve for the Parisi solution as N  increases.

그림 3의 행렬 구조와 식 (10) 계급구조는 \(\small n \rightarrow 0\)개의 복제계들에서 일어나는 매우 추상적인 구조여서 실제계에서 일어나는 현상과의 관계는 매우 모호하였다. 필자도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Parisi의 접근법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small N \rightarrow \infty\) 극한에서 무한히 많은 바닥에너지 상태의 존재는 다음 [그림 6]의 개략적인 에너지 조망도로 설명할 수 있다. 

Fig. 6. A schematic energy-landscape picture.  are relaxation times for the system to cross energy bariers with heights .
Fig. 6. A schematic energy-landscape picture. \(\small \tau_M ,~\tau_{M-1},~\tau_{M-2}, \cdots\) are relaxation times for the system to cross energy barriers with heights \(\small  E_M ,~E_{M-1} ,~E_{M-2} ,~\cdots\).

그림 6에서 \(\small \vec{\mathit{\Gamma}} = (s_1 , s_2, \cdots, s_N )\)는 스핀의 배열 상태를 나타내고 조망도의 각 계곡 안의 최저점이 바닥상태이다. 각 계곡은 에너지 장벽에 의해 다른 계곡들로부터 분리된다. \(\small T > 0\)인 유한온도의 경우는 바닥상태 주변의 배열상태도 볼츠만 곱수(Boltzmann factor) \(\small e^{-\beta E}\)의 가중치로 계의 상태에 기여한다. \(\small T = 0\)에서 최저점 혹은 \(\small T > 0\)에서 계곡 안의 최저점 주위의 배열상태들의 모임(ensemble)을 순수상태(pure state)라고 부른다. 이 순수상태들은 무한한 높이의 장벽에 갇혀 있다. 따라서 통계역학의 평균은 한 순수상태에서만 이뤄져야 하며, 전체 \(\small \vec{\mathit{\Gamma}}\) 공간이 많은 순수상태로 나눠진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상전이 온도 아래 저온 상태에서 나타나는 대칭파괴 현상이다. 스핀유리 상에는 대칭파괴가 과격하게 발생한다 할 수 있다. 순수상태 \(\small a, b\)에서 계산된 자기모멘트를 \(\small m_i^a , m_i^b\)라고 하자. 그러면 식 (7)과 비슷한 겹침변수를 정의할 수 있다. 

\[ q_{ab} = \frac{1}{N} \sum _{ i} ^{ } \overline{m_i^a m_i^b} \tag{15} \]

이 값은 \(\small n \rightarrow 0\)에서의 \(\small q_{\sigma\rho}\)에 대응하며 여러 순수상태가 있으므로 \(\small q_{\sigma\rho}\)가 왜 여러 값을 가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조망도에서 \(\small a, b\)가 서로 가까운 계곡에 있을 때가 멀리 있을 때보다 겹침이 더 커진다. 따라서 식 (10)과 같은 계급 구조가 생겨난다. 세 개의 순수상태 \(\small a, b, c\) 사이에 세 개의 겹침도가 \(\small q, q^\prime , q^{\prime\prime}\)으로 주어진다고 하자. Parisi의 RSB 해에 적용해 보면 세 값 중 두 값은 반드시 같고 나머지 값은 그 값보다 크거나 같다는 것이 알려졌다.7)

\[ q^{\prime\prime} \ge q' = q \tag{16} \]

이 관계식은 이등변 삼각형 세 변에 대한 관계식과 같으며 수학적으로 초거리(ultrametric) 관계식이라 부른다. 이 관계식은 [그림 7]에서 확인할 수 있다. Parisi의 RSB 해의 수학적으로 \(\small n \rightarrow 0\)개의 복제계들 간의 겹침변수와 실제 무한히 많은 순수상태들 간의 겹침변수가 같은 초근거리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Fig. 7. The ultrametric tree structure with end poins  denoting pure states. It is associate with Fig. 6 where the overlap order parameters between pure states within relaxation  are equal to , and those between the larger number of pure states within  are equal to  , and so on.
Fig. 7. The ultrametric tree structure with end points \(\small a, b, c, \cdots\) denoting pure states. It is associate with Fig. 6 where the overlap order parameters between pure states within relaxation \(\small \tau_M\) are equal to \(\small q_M\), and those between the larger number of pure states within \(\small \tau_{M-1}\) are equal to  \(\small q_{M-1}\), and so on. 

Sompolinsky와 Zippelius는 복제기법이 필요 없는 동역학 이론을 발표하였다.8) 이 연구에서는 순수상태의 겹침변수를 스핀의 시간 자체상관함수(time auto-correlation function)로부터 구하였다. 긴 완화 시간 \(\small \tau_i\)에 대하여 식 (14)를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overline{\langle s(0) s(\tau_i ) \rangle } \rightarrow \overline{ \langle s(0) \rangle \langle s(\tau_i ) \rangle}=q_i \tag{17} \]

이때 모든 \(\small \tau_i \rightarrow \infty\)이고 \(\small \tau_M \ll \tau_{M-1} \ll \cdots \ll \tau_1 \ll \tau_0\), \(\small \tau_i /\tau_{i+1} \rightarrow \infty\)이 된다고 가정한다. 이는 그림 6으로부터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 장벽을 넘을수록 처음 순수상태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식 (10)과 같이 \(\small q _i < q _{i+1}\)가 된다. 무한히 많은 장벽의 경우 \(\small M \rightarrow \infty\)가 되어 \(\small i/M \rightarrow x\)로 연속적인 변수가 된다. \(\small x=0\)는 가장 긴 완화시간 \(\small \tau_0\)과 가장 작은 겹침도 \(\small q_0\)에 대응하고 \(\small x=1\)은 가장 짧은 완화 시간 \(\small \tau_M\)과 가장 큰 겹침도 \(\small q_M \)에 대응된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small q _{i} \rightarrow q(x)\)는 Parisi의 \(\small q(x)\)와 같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필자도 이 동역학 이론을 이용하여 두 개의 실제 복제계에 대한 스핀유리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맺음말 

스핀유리의 SK 평균장론에서 Parisi는 추상적인 구조의 복제대칭파괴 해를 구하였다. 이 해는 무질서와 좌절성에 의해 존재하는 무한히 많은 순수상태들 간에 초거리 구조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최근에 이러한 평균장론에서 성립하는 복제대칭파괴가 저차원‒2차원 이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필자는 스핀유리의 복제대칭파괴가 틀렸다기보다는 저차원으로 가면서 어떻게 사라지는지가 더 근본적인 이슈라고 생각하며 이에 엄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Parisi가 중심으로 주도한 스핀유리의 연구는 주위 단자와의 연결구조가 많은 생물, 인공 신경망의 연구나 최적화(optimization) 문제 등을 다루는 전산과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노벨물리학상의 수상에는 이러한 폭넓은 분야에 끼친 영향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당시 스핀유리 연구가 활발했던 시기에 관련된 방대한 논문들과 개요를 담은 책을 참고문헌에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9)

\(\small \)
각주
1)S. F. Edwards and P. W. Anderson, J. Phys. F 5, 965 (1975).
2)D. Sherrington and S. Kirkpatrick, Phys. Rev. Lett. 35, 1792 (1975).
3)J. R. L. de Almeida and D. J. Thouless, J. Phys. A 11, 983 (1978).
4)G. Parisi, J. Phys. A 13, L115 (1980); 1101 (1980).
5)D. J. Thouless, P. W. Anderson and R. G. Palmer, Phil. Mag. 35, 593 (1977).
6)A. P. Young, Phys. Rev. Lett. 51, 1206 (1983).
7)M. Mezard and M. A. Virasoro, J. Phys. 46, 1293 (1985).
8)H. Sompolinsky and A. Zippelius, Phys. Rev. B 25, 6860 (1982).
9)M. Mezard, G. Parisi and M. A. Virasoro, Spin Glass Theory and Beyond (Singapore, World Scientific,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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