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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공태양, 인공지능에서 답을 찾다

핵융합로 제어를 위한 진단 기술의 미래

작성자 : 남용운 ㅣ 등록일 : 2022-03-28 ㅣ 조회수 : 255 ㅣ DOI : 10.3938/PhiT.31.010

저자약력

남용운 책임연구원은 2005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간섭계, 빔방사분광계 등의 플라즈마 진단을 연구했다. 현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 연구본부에서 플라즈마진단연구팀장을 맡고 있다. (yunam@kfe.re.kr)

Future of Diagnostics Techniques for Fusion Reactor Control

Yong Un NAM

One of the key element for the commecial fusion reactor is stable operation scenario to maintain high performance plasma. Machine learning and artificial intelligence techniques could make a break-through for finding optimum scenario and for developing the plasma control system. Diagnostics should provide data set including essential information of tokamak plasma. Systematic integration of control system and diagnostics sensors is necessary to maximize the plasma performance and to increase economic efficiency of the reactor. Synthetic diagnostics and Bayesian analysis techniques could be solutions to develop the control diagnostics of future reactor.

들어가며

핵융합 발전은 지구에 인공 태양을 만드는 기술이다.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하여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뀔 때 질량의 일부가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러한 핵융합 반응은 원자핵의 에너지가 핵 사이의 반발력을 이겨낼 정도로 높아야 일어난다. 에너지가 충분히 높은 원자핵이 충분히 많이 모여 있으면 핵융합으로 생성된 에너지가 다른 입자의 핵융합에 투입되며 연쇄 반응이 유지된다. 이때 발생하는 여분의 에너지를 사방으로 발산하는 것이 태양이며 동일한 원리로 소형의 인공 태양을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핵융합 발전이다. 문제는 에너지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것을 자연이 싫어한다는 데 있다. 에너지는 끊임없이 사방으로 도망친다. 태양은 자체적인 중력으로 입자들을 붙잡아 놓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구상에서는 이 방법을 쓸 수 없다. 다행히 각각 하전입자인 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된 플라즈마는 전자기력의 지배를 받는다. 현재 가장 유력한 핵융합 발전 기술은 플라즈마를 도너츠 형태의 진공 용기 내부에 붙잡아 놓는 토카막이다.

이와 같은 자기장 구속(magnetic confinement) 방식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진공 용기가 도너츠 형태로 만들어진 것 자체가 자기장의 구속을 피해 도망치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붙잡아 놓으려는 궁여지책이다. 물론 에너지를 완벽하게 구속할 필요는 없다. 에너지 일부는 밖으로 빠져나와야 그걸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진공 용기를 충분히 크게 만들면 연쇄 반응을 유지하는 동시에 내벽이 손상되지 않는 수준으로 방출되는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된다.1) 그런데 크기는 비용과 직결된다. 핵융합 발전이 상업성을 지니려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입한 비용보다 생산한 전기의 가치가 더 높은 경제성도 갖추어야 한다. 핵융합의 상업적인 성공은 가능한 작은 공간 내에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놓을 수 있는 플라즈마의 구조를 개발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플라즈마의 구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운전 시나리오(operating scenario)라고 한다.2) 최적의 시나리오에 따라 플라즈마를 원하는 구조로 만들고 유지하는 제어 과정에는 플라즈마의 상태를 원하는 수준의 정밀도로 파악하기 위한 진단 장치가 필수적이다. 핵융합의 성공이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시나리오의 구현에 달린 만큼 그 기반이 되는 진단 데이터 역시 제어 과정을 위해 최적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핵융합 플라즈마 진단이 어떤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는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플라즈마에 포함된 정보

플라즈마에 포함된 정보는 크게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정보와 그 배경에 깔린 자기장에 대한 정보로 나눌 수 있다. 플라즈마는 중성입자와 그 입자에서 떨어져 나온 전자, 전자가 떨어져 나간 이온으로 구성되며 이온은 다시 전자가 떨어져 나온 개수에 따라 1가, 2가 등으로 나뉘고 전자가 모두 떨어져 나온 원자핵의 상태로도 존재한다. 입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연료인 중수소나 삼중수소지만 일부 존재하는 탄소나 산소 혹은 텅스텐과 같은 중금속 등의 불순물도 플라즈마의 상태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러한 입자가 세제곱미터당 1021개 가량 들어 있는데 이 입자들 각각의 위치와 운동량이 입자들의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하전입자인 전자와 이온은 자기장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며 자체적인 전자기장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 모든 정보를 알 수는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 입자 하나하나의 정보를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보다 내재한 패턴을 통해 플라즈마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대표적인 방식이 입자의 속도다. 입자의 속도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많은 수의 입자를 모아 통계를 내보면 일정한 분포를 따른다. 입자들이 열평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할 때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이용하면 온도라는 하나의 변수로 입자 전체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입자의 위치는 밀도로 파악된다. 여기에 입자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유속이라는 평균값으로 표현하면 필요한 플라즈마의 정보를 대부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개별적인 입자의 정보와 관계없이 밀도와 온도, 유속이 같은 플라즈마는 같은 플라즈마라고 봐도 제어의 관점에서 무방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밀도, 온도, 유속은 플라즈마의 본질적인 정보라기보다는 플라즈마라는 집합을 파악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이다. 때로는 밀도와 온도가 합쳐진 압력이나 세 가지가 모두 합쳐진 열속, 혹은 밀도, 유속과 전하량이 합쳐진 전류라는 변수로 플라즈마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때도 있다. 이처럼 전체 계의 상태를 압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평균적인 값을 물리 변수(physical parameter)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물리 변수에 하나의 값을 배당하는 것으로는 플라즈마의 정보를 표현할 수 없다. 핵융합 플라즈마는 중심부의 에너지가 높고 경계부의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도너츠 형상을 유지하는 덩어리다. 변수의 값은 위치에 따라 달라지고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위치에 따른 변수값의 집합을 프로파일(profile; distribution과 구분하기 위해 분포라는 우리말 대신 프로파일을 쓴다)이라고 한다. 공간을 얼마나 잘게 쪼개느냐에 따라 프로파일의 정보량이 정해진다. 프로파일이 정밀한 정도를 해상도(resolution)라고 하는데 플라즈마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해상도는 때에 따라 다르다. 수 센티미터 정도면 충분한 때도 있고 특정 위치에서는 밀리미터 이하의 해상도가 필요하기도 하다. 시간 해상도의 경우에는 수 초에서 수십 나노초까지 더 천차만별이다. 프로파일의 절대값보다 상대적인 변화량 혹은 파장이나 주파수, 위상과 같은 변화의 패턴이 더 중요할 때도 많다. 입자의 개별 정보를 국소적인 평균값을 이용해 물리 변수 프로파일로 압축한 뒤 시공간 상에서의 해상도와 패턴을 이용해 다시 압축하는 셈이다. 핵융합 플라즈마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물리 변수가 필요한지는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는 그 종류를 45가지로 정리했다.3)

플라즈마 정보의 측정

이와 같은 정보의 압축은 우리가 플라즈마를 이해하는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정보를 측정하는 과정은 우리의 이해와는 무관하다. 밀도나 온도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방법은 없다. 상온에 가까운 온도는 수은이 팽창한 정도나 저항값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한다. 온도가 극단적으로 높아 내부에 측정 장치를 넣을 수 없는 플라즈마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다. 진단 장치 대부분은 플라즈마에서 자체적으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측정하거나 플라즈마 내부에 입자나 전자기파를 입사시켜 그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자기파에는 수 GHz 대역의 마이크로파부터 적외선과 가시광선, 파장이 나노미터 이하인 엑스선과 감마선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플라즈마에 의해 변동되는 자기장의 세기를 측정하는 진단과 플라즈마를 구속하는 자기장을 탈출할 수 있는 입자(중성자, 고속 입자 등)를 관찰하는 진단을 추가하면 거의 모든 핵융합 플라즈마 진단을 망라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진단 중 어느 것도 물리 변수 하나만을 콕 집어 측정하지는 못한다. 몇 가지 대표적인 진단을 예로 들어 보겠다.4)5)

톰슨 산란(Thomson scattering) 진단은 고출력의 레이저 빔이 플라즈마 내의 전자에 의해 산란되는 현상을 이용한다. 레이저의 파장이 충분히 짧을 때 산란되는 빛의 양은 대략적으로 전자의 밀도에 비례한다. 또한 산란되는 빛은 움직이는 전자가 방출하는 것이므로 도플러 효과에 의해 파장이 달라진다. 이러한 파장의 변화를 도플러 편이(Doppler shift)라고 하는데 그 크기는 전자의 온도에 비례한다. 따라서 특정 위치에서 산란되는 빛의 양과 그 편이의 정도를 측정하면 해당 지점에서의 전자의 밀도와 온도를 알 수 있다. 일단 특정 위치에서 산란된 빛만을 구분해 측정하기 어렵다는 데 첫 번째 문제가 있다. 검출기는 고온의 플라즈마 바깥쪽에 위치해야 하는데 플라즈마 전체에서 방출된 전자기파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출기에 도달한다. 렌즈를 이용한 광학계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이 경로를 상당 부분 제한하더라도 광경로는 하나의 선에 가까워지지 한 점이 되지는 않는다. 톰슨 산란은 플라즈마에서 자체적으로는 거의 방출되지 않는 파장의 레이저 빔을 이용해 산란되는 빛을 구분한다. 레이저 빔의 경로와 검출기로 이어지는 광학계의 경로를 교차시키면 검출기에 도달하는 빛의 산란 지점을 밀리미터 수준의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점에서 방출된 산란광을 모두 측정하지는 못한다. 검출기에는 전자에 의해 산란된 빛 외에도 레이저 빔이 진공 용기 내부에서 난반사된 미광(stray light)이 함께 들어오게 되는데 그 양이 산란된 빛에 비해 적지 않다. 미광에는 도플러 편이가 없어 레이저의 파장 그대로 들어오므로 광학 필터를 써서 어느 정도 이상으로 도플러 편이된 빛만 검출기에 도달하도록 하면 미광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도플러 편이는 온도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므로 결국 검출기에서 측정된 산란광의 양은 밀도뿐 아니라 온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이 원리는 온도를 구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통과 대역이 다른 여러 개의 필터를 써서 도플러 편이가 큰 산란광과 작은 산란광을 구분하여 광량을 측정하면 그 광량의 차이로부터 온도를 계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측정 장치를 다색분광기(polychromator)라고 한다. 결국 톰슨 산란 진단에서 측정하는 것은 다색분광기에서 출력되는 몇 개의 전압값이다. 이 값에는 밀도 정보와 온도 정보가 섞여 있고 그에 더해 플라즈마에서 기본적으로 방출되는 배경 잡음과 의도치 않게 검출기에 들어온 광학적 잡음, 광량이 전압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잡음 등이 뒤섞여 있다. 또한 산란광이 광학계를 통해 검출기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광량도 측정값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측정값을 밀도와 온도라는 물리 변수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간섭계(interferometer)는 플라즈마를 통과하는 전자기파의 광경로길이(optical path length)가 전자의 밀도에 따라 변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광경로길이란 해당 거리에 빛의 파장이 몇 개 들어가느냐로 결정되는 길이인데 플라즈마에서는 진공일 때보다 파장이 길어지면서 광경로길이가 실제 길이보다 미세하게 짧아진다. 플라즈마를 지난 측정빔과 지나지 않은 기준빔을 서로 간섭시키면 길이가 같을 때는 광량이 최대가 되고 파장의 절반만큼 차이가 날 때는 최소가 되므로 간섭된 광량을 통해 빛의 파장의 수백 분의 일에 달하는 길이 차이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간섭계는 온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전자 밀도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특정 지점이 아닌 전자기파가 통과하는 전체 경로로 선적분(line integration)된 양만을 측정할 수 있어서 공간 해상도에 제약이 있다. 또한 길이를 측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진공 용기의 진동이 잡음으로 포함된다. 전자 사이클로트론 방사계(electron cyclotron emission radiometer)는 플라즈마에서 자체적으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측정하는 데 특히 자기장에 걸린 전자가 사이클로트론 운동을 하며 방출하는 주파수 대역을 본다. 이 방출량은 밀도가 충분히 높을 때는 온도에만 비례하는 특징이 있고 그 주파수가 자기장에 의해 결정된다. 토카막에서는 위치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지는 점을 이용하면 특정 지점에서 방출된 전자 사이클로트론 방사광만을 구분하여 측정하는 방식으로 온도의 프로파일을 구할 수 있다. 다만 밀도가 낮아지는 경계 영역에 가까워질수록 측정값이 밀도에 영향을 받는 데다가 방사광의 광량을 온도의 절대값으로 환산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별도의 보정 기준이 필요하다.

이처럼 진단 장치에서 측정되는 원데이터(raw data)는 물리 변수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개의 물리 변수가 뒤섞이고 왜곡된 값이며 측정 원리에 따라 포함되는 잡음의 양상도 달라지므로 하나의 진단 장치로 하나의 물리 변수를 결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진단 장치에서 얻은 원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물리 변수를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또한 상시 측정되는 범용 물리 변수 프로파일을 이용하는 대신 목적에 맞는 데이터의 종류와 측정 범위, 해상도 등을 미리 결정한 뒤 이를 만족시키는 최적의 진단 장치를 설계하면 훨씬 더 세밀하고 정확한 물리 현상의 분석이 가능하다.

핵융합로에 필요한 진단

Fig.1.Top view of KSTAR and its diagnostics allocation.
Fig. 1. Top view of KSTAR and its diagnostics allocation.

지금까지 건설된 핵융합로는 모두 실험로(experimental reactor)다. 실험로의 목적은 핵융합 플라즈마의 이해이기 때문에 물리 변수를 가능하면 독립적으로 최대한 많이 측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에는 [그림 1]과 같이 약 40종의 분석용 진단이 설치되어 있다.6)7) 이에 더해 플라즈마를 원하는 구조로 발생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플라즈마 제어계(plasma control system, PCS)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제공해 줄 제어용 진단이 필요하다. 상업로(commercial reactor)는 낮은 단가로 안전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설치되는 진단 장치도 그에 맞게 최적화되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핵융합로 상업화의 관건은 비용 절감에 있다. 상업로에는 핵융합 플라즈마의 성능을 극대화된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진단만이 최적화된 설계로 제작되어 장치 제작 비용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동시에 가동 기간 동안 유지 보수가 가능한 형태로 설치되어야 한다. 분석용 진단은 최소화되고 제어용 진단과 장치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 진단이 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어되어야 할 물리 변수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8)

(1)플라즈마 평형 상태의 유지(equilibrium control): 플라즈마 형상 유지에 필수적인 플라즈마 전류, 경계면의 위치와 형태

(2)플라즈마 내부의 에너지 분포 및 방출량(kinetic control): 밀도 프로파일, 핵융합 출력, 방사되는 열속 및 이에 영향을 주는 불순물 농도, 디버터(divertor) 등 열이 집중되는 내벽의 온도

(3)자기유체역학(magnetohydrodynamics, MHD)적 안정성 및 기타 이벤트: 플라즈마의 급격한 붕괴를 불러올 수 있는 불안정성(instability) 및 기타 이상 상태 사전 감지

이와 같은 변수 중 어디까지가 상업로의 제어에 필요할지는 미지수다. 반드시 필요한 변수는 핵융합 출력 하나뿐이다. 이에 더해 안전을 위해 내벽의 온도 정도는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별도의 피드백 제어 없이도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꿈과 같은 운전 시나리오를 찾아낸다면 현재는 필수라고 생각되는 플라즈마의 형태와 위치를 정확히 측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보조 가열, 연료 주입, 불순물 주입 등의 구동기(actuator)를 이용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내부 불안정성을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시나리오가 채택된다면 이와 같은 현상의 강도와 발생 위치를 사전에 감지할 다양한 진단이 장치 내부 곳곳에 배치되어야 한다. 혹은 이상 현상이 감지될 때 무조건 플라즈마 방전을 중단한 뒤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면 플라즈마가 정상 상태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할 몇 가지 진단이 필요해진다. 상업로의 형태는 우선적으로는 최적의 시나리오 개발로 결정되겠지만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를 찾아내도 이를 실현할 진단 및 구동기 기술이 없다면 소용이 없으므로 플라즈마의 형태 정보를 제공해 줄 자기적 진단, 밀도 프로파일을 측정하고 불안정성을 감지할 측정할 마이크로파 진단, 플라즈마에서 방출되는 방사광과 중성자, 고속 입자의 스펙트럼 및 에너지를 측정할 진단을 핵융합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9)10)

인공지능을 이용한 플라즈마 제어

Fig. 2. Data flow of plasma control system. (a) conventional control system (b) control system using machine learning.Fig. 2. Data flow of plasma control system. (a) conventional control system (b) control system using machine learning.

핵융합 플라즈마의 제어는 기본적으로 플라즈마의 형상과 같은 이상적인 물리 변수 조건을 설정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다가 제한 범위를 벗어나면 다시 범위 내에 들어올 때까지 구동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11) 해당 물리 변수의 제어를 위해 어떠한 구동기를 어느 정도 민감도로 동작해야 하는지는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사전에 정해야 했다. 이와 같은 방식은 물리 변수 조건이 달라질 때마다 구동기의 설정을 바꾸어야 하고 최적의 설정 조건을 찾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반복 실험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술을 플라즈마 제어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12) 현재는 원하는 플라즈마 형상과 전류를 보상으로 설정하면 피드백 제어에 사용될 제어 코일 등 구동기의 설정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13) 어떤 물리 변수를 보상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탐색 범위는 넓어진다. 몇몇 중요한 지점에서 내벽과의 간격만을 설정하고 그외의 형상은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할 수도 있고 아예 내벽의 온도를 보상으로 넣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핵융합 출력만을 보상으로 넣으면 이에 필요한 최적의 플라즈마 구조와 이를 구현할 구동기 설정을 인공지능이 찾아내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는 핵융합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물리 변수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기존의 플라즈마 제어 과정과 기계학습으로 제어 정책을 결정하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어 과정을 [그림 2]에 간단히 도식화하였다.

진단의 관점에서는 인공지능이 플라즈마의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이해에 도움을 주었던 형태의 물리 변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는 높은 성능의 플라즈마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실험을 재현하려면 먼저 자기적 진단에서 측정된 정보를 이용해 해당 실험에서의 형상을 재구성(reconstruction)한 뒤 플라즈마를 제어해 그 형상에 맞추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해당 실험의 조건을 플라즈마의 형상이 아니라 자기적 진단에서 측정된 전압값의 조합으로 판단한다면 재구성 과정 없이 직접 전압값을 조절해가며 같은 실험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찾아내는 것은 입력과 출력의 연관성이며 입력의 형태가 어떤 식이든 정보량만 손상되지 않았다면 연관성을 찾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정보량은 원데이터인 전압값 쪽이 더 많다. 정보량은 가공되는 과정에서 항상 감소하기 때문이다. 톰슨 산란 진단의 경우에는 다색분광기에서 출력되는 전압값이 이를 이용해 계산된 밀도와 온도 프로파일보다 더 정보량이 많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러한 원데이터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제공하는 편이 인공지능의 효율성을 높이고 핵융합로의 경제성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합성 진단과 베이지안 분석

물론 검출기에서 측정한 값을 넘겨주는 것만으로는 제어계가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없다. 측정값으로부터 플라즈마의 상태를 추출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바로 진단 장치의 설계값이다. 자기적 진단인 코일에서 측정된 전압을 플라즈마의 형상으로 바꾸려면 자기장의 변화량이 코일에서의 전류로 바뀌는 계수와 코일이 설치된 위치와 같은 메타데이터가 필요하다. 톰슨 산란 진단의 경우에는 측정 위치는 물론이고 그 지점에서 레이저 빔의 출력과 산란 반응의 단면적, 산란광이 광학계를 통해 검출기로 전달되는 과정에서의 손실률과 필터의 파장 대역 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원데이터를 물리 변수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모든 메타데이터를 제어계에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를 체계적으로 구현하는 데 합성 진단(synthetic diagnostics)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14)15) 합성 진단이란 물리 변수가 주어졌을 때 실제 진단계에서 어떤 값이 측정될지를 계산하는 도구다. 플라즈마의 형상이 주어지면 자기적 진단에서 측정되는 전압값을 계산하고 밀도와 온도 프로파일이 주어지면 톰슨 산란 진단의 다색분광기에서 측정되는 전압값을 계산한다. 진단계에서 측정한 값에서 물리 변수를 도출하는 과정의 역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합성 진단이 실제 진단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담고 있을 필요는 없다. 물리 변수와 측정값을 매핑하는 기능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기에 인공지능 제어계가 필요로 하는 메타데이터가 모두 담겨있다. 합성 진단은 또한 가상 핵융합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제어계의 기계학습에 제공할 데이터를 실제 실험으로만 생성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강화학습으로 동작하는 플라즈마 제어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성 진단을 포함한 가상 핵융합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공된 물리 변수가 아닌 원데이터와 메타데이터를 제공할 때의 이점이 더 있다. 앞서 설명했듯 하나의 진단계에서 측정한 데이터는 하나의 물리 변수만을 담고 있지 않다. 밀도와 온도 프로파일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톰슨 산란 진단과 간섭계, 방사계의 측정값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 경우 톰슨 산란 진단에서 얻은 밀도와 온도 프로파일, 간섭계에서 얻은 선적분 밀도, 방사계에서 얻은 온도 프로파일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두 진단에서 서로 다른 프로파일 값이 나오면 그 둘을 평균 내는 방법이 고작일 것이다. 원데이터와 메타데이터가 물리 변수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손실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처럼 다양한 진단에서 얻은 데이터를 종합하여 물리 변수를 추측할 때 베이지안(Bayesian) 분석법이 활용된다.16)17) 베이지안 분석은 주어진 정보를 통해 가장 그럴듯한 가설을 찾아내는 확률적 기법이다. 두 가지 진단이 서로 다른 물리 변수를 도출할 때 각각의 오차 범위를 고려하여 가장 확률이 높은 물리 변수를 찾아낼 수 있다. 인공지능 제어계가 강화학습을 할 때 입력되는 데이터의 개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진단에서 얻은 원데이터와 메타데이터를 넘겨줄 때 제어계에 필요한 정보, 즉 구동기의 효과와 밀접하게 연관된 정보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압축한다면 제어계가 훨씬 효과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이러한 압축 과정을 찾아내는 데 베이지안 분석법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제어계를 물리 변수 대신 측정되는 원데이터와 체계적으로 결합하면 제어계가 효과적으로 동작하는데 필요한 데이터의 형태 및 범위를 계산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진단계를 설계할 수 있다. 제어계에 꼭 필요한 기능만을 갖춘 간결하고 견고한 검출기를 최적의 위치에 필요한 수만큼 설치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원하는 해상도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면 경제적인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맺음말

핵융합로의 상업적 성공에는 효율을 극대화한 운전 시나리오의 개발과 구현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제어용 진단의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인간이 플라즈마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핵융합로를 설계하는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을 이용해 핵융합로의 경제성을 더 끌어 올리는 단계에서는 진단에 요구되는 조건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인공지능 제어계에 입력될 데이터는 인간이 이해하는 물리 변수와 비슷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통상적인 물리 변수를 입력값으로 넣어주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도 인공지능 제어계가 충분히 잘 동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제어에 활용하는 이유가 핵융합의 효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합성 진단이나 베이지안 분석을 동원해 인공지능의 기준에서 더욱 양질의 입력값을 생성하려는 노력 역시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주
1)ITER Physics Expert Groups et al., Nucl. Fusion 39, 2137 (1999).
2)G. Giruzzi et al., Nucl. Fusion 55, 073002 (2015).
3)A. J. H. Donné et al., Nucl. Fusion 47, S337 (2007).
4)I. H. Hutchinson, Plasma Phys. Control. Fusion 44, 2603 (2002).
5)Y. U. Nam, Phys. High Technol. 17(3), 9 (2008).
6)Y. K. Oh et al., J. Korean Phys. Soc. 73, 712 (2018).
7)S. G. Lee et al., J. Instum. 17, C01065 (2022).
8)W. Biel et al., Fus. Eng. Des. 146, 465 (2019).
9)A. J. H. Donné et al., IEEE Trans. Plasma Sci. 32, 177 (2004).
10)G. Vayakis et al., Fus. Sci. Tech. 53, 699 (2017).
11)G. De Tommasi, J. Fusion Energy 38, 406 (2019).
12)D. Humphreys et al., J. Fusion Energy 39, 123 (2020).
13)J. Degrave et al., Nature 602, 414 (2022).
14)L. Shi et al., Rev. Sci. Instrum. 87, 11D303 (2016).
15)J. Sinha et al., Plasma Phys. Control. Fusion 63, 084002 (2021).
16)R. Fischer et al., Plasma Phys. Control. Fusion 45, 1095 (2003).
17)S. Kwak et al., Nucl. Fusion 60, 0460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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