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2-07-07 ㅣ 조회수 : 2,290Blue-shifted and Strongly-enhanced Light Emission in Transition-metal Dichalcogenide Twisted Heterobilayers 고정선, 장찬욱, 이원준, 김재국, 김형구, 김성, 최석호(경희대), Boqing Liu, Yuerui Lu(호주국립대), J. A. Crosse, 문필경(상하이 뉴욕대), NPJ 2D Materials & Applications 6, 36 (2022). ▲ (좌) 다양한 비틀림 각도에서 형성된 MoS2/WS2 무아레 초격자를 보여주는 광학현미경 사진. (중간 위) 비틀림 각도에 따라 발광 에너지가 변하는데, 15도까지 청색편이한 후 52도까지 거의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간 아래) 비틀림 각도에 따른 발광의 세기 변화로, 한 층의 WS2에 비해서 약 4배 이상 커진 모습. (우) 발광스펙트럼의 변화를 보여주는 가운데, 한 층의 WS2에 비해 청색편이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TV, 모니터, 휴대폰 등 영상 기기를 사진으로 찍으면 그물 무늬가 보인다. 모기장 같은 규칙적인 패턴이 햇빛에 비쳐도 비슷한 무늬가 생긴다. 일정한 간격의 무늬가 겹치면 어디서든 이런 무늬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무아레(Moiré) 현상’, 이때 생기는 무늬를 ‘무아레 무늬’라고 한다. 무아레 현상은 그래핀에서도 발견된다. 그래핀은 한 층의 육각형 벌집 구조를 이루는 탄소 원자로, 2차원 평면구조 형태다. 이 그래핀을 두 층으로 쌓아 비틀면 무아레 무늬가 나타나고, 작은 격자 단위가 모여 새로운 큰 격자 무늬를 만들면서 많은 원자를 포함하는 ‘초격자(superlattice)’ 구조도 이룬다. 2차원 반도체 두 층이 겹쳐 나타나는 무아레 초격자 구조는 발광 특성을 비롯한 여러 광학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독특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 내지 수십 나노미터(nm) 두께의 반도체 물질을 반복적으로 쌓은 초격자 구조는 발광다이오드(LED)를 포함해 고성능 반도체 레이저,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 주로 쓰인다. 반도체에서 빛이 발산하기 위해서는 두 종류의 전하 운반자인 ‘전자’와 ‘정공’으로 구성된 ‘엑시톤(exiton)’이 많이 형성돼야 한다. 엑시톤은 같은 층의 전자와 정공으로 구성되는 ‘단일층 엑시톤(intralayer exiton)’, 한 층의 전자와 다른 층의 정공 또는 그 반대로 형성되는 ‘상호층 엑시톤(interlayer exciton)’으로 구분된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엑시톤이 임의의 비틀림 각도에서 결합돼, 새로운 ‘혼성 엑시톤(hybridized exciton)’을 형성하면서 한 층에 비해 빛이 청색편이하고 그 세기가 매우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황화몰리브덴(MoS2)과 이황화텅스텐(WS2)으로 구성된 무아레 초격자를 제작해 비틀림 각도에 따른 발광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0도 및 60도에서 멀어질수록 한 층에 비해 빛의 에너지가 커지는 청색편이 현상이 발생했고, MoS2와 WS2 개별 층에 비해 80배, 4배 이상 강하게 빛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무아레 초격자 연구는 새로운 인공 구조를 자유자재로 디자인한다는 점에서 전자 구조가 다양한 반도체 소자 개발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반도체는 수십 층을 쌓아야 초격자 구조를 보였지만, 2차원 반도체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물질을 한 층만 쌓아 일정한 각도로 회전하면 무아레 무늬를 형성하고 초격자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의 2차원 무아레 초격자는 양자 정보 연산이 가능한 양자 반도체 플랫폼에도 활용할 수 있다. 2차원 무아레 초격자 구조에서 이를 구성하는 각각의 2차원 반도체와 비교해 빛의 에너지가 청색편이하고, 그 세기가 4배 이상으로 커지는 새로운 발광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2차원 반도체의 특성을 활용목적에 맞게 간단히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론적으로 밝혀진 2차원 무아레 초격자 구조를 LED 및 광센서 등 광전자 소자에 응용하는 연구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Orbital Dynamics in Centrosymmetric Systems 한승윤, 이현우(POSTECH), 김경환(KIST), Physical Review Letters 128, 176601 (2022). ▲ p 궤도 전자로 표현한 궤도 각운동량과 궤도 각변위의 비교. 궤도 각변위의 비틀림이 발생하면 궤도 각운동량(녹색 화살표)과 강한 상호작용을 함. 상술한 상호작용은 매우 일반적이며, 궤도 각변위와 궤도 비틀림에 대응되는 스핀의 자유도는 존재하지 않음. 궤도 각운동량은 고체 내 전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도 중 하나이지만, 블로흐 선운동량, 스핀 각운동량 등 전자의 다른 자유도에 비해 그 역할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궤도 각운동량이 여러 스핀 현상의 발현 과정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스핀 홀 효과, 스핀-궤도 토크, 좀 더 근본적으로는 라시바 스핀-운동량 상호작용(Rashba spin-momentum coupling)처럼 학술적, 기술적 가치가 높은 스핀 현상들이 궤도 각운동량을 매개로 해서 발생한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궤도 각운동량의 중요성을 학계가 인지한 것이 최근 일이다 보니 궤도 각운동량에 대한 이해 수준은 걸음마 수준이다. 궤도 각운동량의 중요성이 오랫동안 인지되지 못한 것은, 교과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궤도 억제(orbital quenching)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진공상태와는 달리 고체 내의 격자 구조는 회전대칭성을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궤도 각운동량이 크게 억제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궤도 각운동량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평형 상태에 국한된 것이며, 외부 섭동이 있는 비평형 상태에서는 다양한 궤도 각운동량의 발생을 통해 여러 물리 현상이 발현될 수 있음이 최근에 알려졌다. 예를 들어, 상술한 스핀 홀 효과 역시 외부 전기장이 있는 상태에서의 궤도 각운동량 홀 효과의 결과라는 것이 최근 POSTECH 이현우 교수 연구팀에 의해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수년간, 궤도 각운동량의 발생, 수송 등의 동역학적 현상을 실험적으로 관측하고자 하는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예를 들어 궤도 홀 효과에 의해 발생한 궤도 각운동량을 자성체에 주입하여 자화를 제어하는 궤도 토크 등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수준에서 비평형 궤도 각운동량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에 스핀에만 집중해왔던 스핀-궤도 상호작용 효과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시각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궤도 각운동량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물리 현상을 밝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궤도 각운동량 역시 각운동량이므로, 스핀 각운동량에서 연구되어 오던 현상과의 정성적 차별성을 밝혀낼 수 있을지가 궤도 각운동량 연구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차별성이 존재할지 그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궤도 각운동량 연산자와 스핀 각운동량 연산자는 시간반전 및 공간반전 대칭성이 같으며, 동일한 각운동량 맞바꿈 관계(angular momentum commutator relation)를 만족하므로 이들이 유사한 성질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궤도 각운동량 연구는 스핀 각운동량과의 정성적인 차이보단, 효과의 크기, 부호 등을 통해 구분되는 정량적 차이점에 집중되어 왔다. 최근 KIST 김경환 박사와 POSTECH 이현우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뒤집는 이론을 발표하였다. 비록 궤도 각운동량과 스핀 각운동량이 동일한 맞바꿈 관계식을 만족하더라도, 궤도 각운동량은 자명하지 않은(nontrivial) 엇바꿈 관계(anticommutator relation)를 만족하기 때문에, 이들의 정성적인 거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주요 차이점을 열거하자면, 첫째, 궤도 각운동량은 스핀 각운동량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궤도 각변위(orbital angular position)이나 궤도 비틀림(orbital torsion)과 같은 새로운 자유도가 존재한다. 둘째, 이 새로운 자유도는 궤도 각운동량의 동역학에 큰 영향을 주어(그림) 스핀 각운동량에서 관측되지 않았던 현상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궤도 각운동량 동역학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유도들을 모두 고려해야만 한다. 셋째, 상기 궤도 각변위와 궤도 비틀림만이 유발하는 새로운 물리 현상이 기대된다. 특히 궤도 비틀림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는 비틀린 반데르발스 구조(twisted van der Waals structure)나 카이랄 격자(chiral crystal)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물리계를 포함하므로 관련된 이론, 실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그동안 연구되지 못하던 스핀 각운동량과 궤도 각운동량의 정성적 차이를 아주 근본적인 수준에서 규명하였을 뿐 아니라, 궤도 각운동량과 맞물려 있는 새로운 자유도를 규명하여 기존에 알려진 현상들에 대한 재해석을 제공하고 새로운 물리 현상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에 의의를 갖는다. |
Quantum Metrological Power of Continuous-Variable Quantum Networks 권혁건(서울대), 임영롱(고등과학원), Liang Jiang(시카고대), 정현석(서울대)*, 오창훈(시카고대)*, Phys. Rev. Lett. 128, 180503 (2022). 그림 1. 변위 추정의 도식. 양자 계측은 양자 역학의 특성을 이용하여, 제한된 자원으로 고전적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높은 계측 정확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떤 매개변수(parameter) \(\small \phi\)에 의해 매개화되는 동역학적 과정을 생각해보자. \(\small \phi\)를 알아내기 위해서 이 과정에 양자 상태를 입사시키고, 이 양자 상태에 \(\small \phi\)가 부호화(encoding)되게 한 후에 적절한 측정을 수행하면, \(\small \phi\)를 추론하게 된다. 이때 비고전적 성질을 갖는 양자 상태와 최적화된 측정을 잘 선택해서 이용하면 \(\small \phi\)의 계측 오차(estimation error)를 고전적 상태를 이용했을 때보다 낮출 수 있다. 간섭계에서 두 모드 간의 위상 차이를 추정하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 고전적 상태로 알려진 결맞음 상태를 이용하여 위상 차이를 추정할 경우 계측 오차가 평균 광자 수(\(\small N\))의 역수인 1/\(\small N\)에 비례한다. 그러나 같은 평균 광자 수를 갖는 비고전적 상태인 조임 상태(squeezed state)를 이용하면 계측 오차를 1/\(\small N\)2까지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조임 상태를 이용하여 중력파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양자 계측을 연구함에 있어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계측 오차를 주는 양자 상태를 찾아내고, 그에 따른 최적의 측정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단순히 국소적인 양자 계측을 넘어, 서로 먼 거리에 있는 양자 상태들 사이에 양자 얽힘(entanglement)을 만들어내는, “양자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고전적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높은 계측 정확도를 달성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단일 모드(single-mode) 조임 상태를 양자 네트워크에 입사시키면 모드들 사이에 양자 얽힘을 갖는 양자 상태가 만들어진다. 기존의 연구에 의하면 양자 계측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인 위상공간 상에서의 변위 추정(displacement estimation)에 양자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진 양자 얽힘이 더 정확한 변위 추정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small M\)개의 모드를 갖는 시스템에서 각 모드의 평균 광자 수를 고정했을때, 양자 네트워크가 없는 경우 계측 오차가 최대 1/\(\small M\)에 비례하지만, 특정한 양자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1/\(\small M\)2에 비례함이 알려져 있고, 이를 하이젠베르크 스케일링(Heisenberg scaling)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양자 네트워크들 또한 양자 이득(quantum enhancement)을 줄 수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단일 모드 조임 상태를 무작위의 양자 네트워크에 입사시키더라도 적절한 국소적인 위상 회전을 이용하여 양자 상태를 잘 정렬해주기만 한다면, 대부분의 양자 네트워크가 변위 추정을 하는 데 있어서 하이젠베르크 스케일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이때 최적의 측정은 호모다인 측정(homodyne measurement)임을 보였다. 이는 대부분의 양자 네트워크가 양자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양자 얽힘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2. (a) 최인접 양자 네트워크로 구성된 M 모드 양자 네트워크. (b) 쌓인 층의 개수(D)가 증가함에 따라 계측 오차가 하이젠베르크 스케일링에 도달함을 보인 그래프. 추가적으로 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양자 상태가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광자를 잃고 양자 얽힘이 감소하는 경우를 조사하였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비고전적 성질을 잃게 하여 계측 정확도를 낮추지만, 광자 손실률이 1/\(\small M\)까지 증가하더라도 우리의 이론은 여전히 성립함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small M\)개 모드 양자 네트워크는 최인접 양자 네트워크(nearest neighbor quantum network)를 여러 층으로 쌓아서 구현될 수 있는데, 이때 각각의 최인접 양자 네트워크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시뮬레이션을 한 경우에도 하이젠베르크 스케일링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연구는 최초로 일반적인 양자 네트워크의 유용성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단일 모드 조임 상태, 양자 네트워크, 위상 회전 변환, 호모다인 측정과 같이 현재 실험적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기술들만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변위 추정에서 양자 이득이 있는 계측 정확도를 얻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구조의 양자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한다는 제약을 없앴다는 점에서 추후의 이론과 실험 연구 모두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