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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돈에도 방정식이 있다

금융시장에서 물리학과 거래소의 역할

작성자 : 이민영 ㅣ 등록일 : 2022-07-07 ㅣ 조회수 : 50 ㅣ DOI : 10.3938/PhiT.31.025

저자약력

이민영 연구원은 2020년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시장미시구조 및 CCP 리스크관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minyoung@krx.co.kr)

The Role of Physics and Exchange in Financial Market

Min-Young LEE

Econophysics attempts to discover ‘laws of physics’ in the financial markets and applies the methodology of physics and mathematics to provide new insights. This article deals with the role of physics in the financial markets. It also looks at the functions of Korea Exchange, especially, operating markets, clearing, and CCP risk management.

Fig. 1. Stock market board (photo provided by Korea Exchange)Fig. 1. Stock market board. (photo provided by Korea Exchange)

주가지수, 기준금리, 인플레이션이라는 키워드들이 뉴스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포털사이트 메인에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뉴스가 자주 노출된다.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변동성이 높아졌다.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선언 이후 코스피 지수는 1,500포인트 이하로 하락했다가, 이후 반등하여 3,300포인트를 넘기며 역사적 최대치를 갱신했다. 이 시기에 개인들의 시장참여가 증가해서 ‘동학개미운동’으로 금융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같은 시기에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자 작년부터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서 국고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곡물 시장의 변동성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에 주가지수가 하락하면서 ‘동학개미’들이 손실을 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금융시장의 전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을 겪고 난 후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지 또는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지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하지만 가격 예측은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문제이다. 금융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 물리학자들에게 친숙한 예시를 들어보자. 영국 조폐국 국장 중 물리학자들이 잘 알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는데, 그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는 바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다. 뉴턴이 실제로 위의 인용 문구를 이야기한 것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그는 영국 정부가 화폐 기준을 은에서 금으로 변경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동전의 정확한 무게와 측정법을 제정하고 또한 위조범을 강력하게 처벌하기도 했다.1) 뉴턴은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서 1720년 초까지 성공을 거두었지만, South Sea 버블 사건이 발생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2) 운동 법칙을 만들어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한 세기의 물리학자가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드넓은 우주에 있는 천체의 움직임은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간단해 보이는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먼 우주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내일 주가지수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는 문제는 어려워 한다. 이는 금융시장이 확률론적 세계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뉴턴의 운동 법칙은 결정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고전역학에서 입자의 초기조건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입자의 수가 많아지고 수많은 상호작용을 고려한다면 인간이 계산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금융시장은 거시·미시의 수많은 요소가 연관되어 있는 복잡계로 “사람들의 광기”도 고려해야 해서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작은 사건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현상인 나비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통계물리는 개별 입자의 운동을 다루기보다는 시스템 전체의 특성을 연구하는데, 이런 통계물리는 금융 시스템을 연구하는데 적합한 도구이다. 물리학자들은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규명하고 기저의 물리법칙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일부 물리학자들이 물질계 외의 다른 시스템에서 ‘물리법칙’을 찾으려고 시도했고, 경제·금융 분야의 법칙을 찾으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경제물리’ 분야를 새롭게 만들었다.3) 하지만 경제·금융 분야에서 물리학에서의 물리법칙은 존재하기 어려워서, ‘물리법칙’을 정형화된 사실들(Stylized Facts)로 표현한다. 정형화된 사실들은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칼도어(Nicholas Kaldor)가 사용한 용어로, 그는 경제 이론들이 정형화된 사실들에 기초해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4) 경제물리학자들은 정형화된 사실들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분야는 과거 물리학자·수학자들의 노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é)의 제자인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는 주가가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였다.5) 오스번(M. F. M. Osborne)은 주가의 수익률은 정규분포를 띠고 주가는 로그정규분포라는 것을 밝혔다.6) 프랙탈로 유명한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Mandelbrot)는 목화 가격의 수익률 분포가 정규분포보다 두꺼운 꼬리를 가진다는 것을 보였다.7) 한편 블랙숄즈모델(Black-Scholes model)은 유럽형 옵션가격 결정모형으로 정규분포 수익률을 가정하여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비교적 시장을 잘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금융시장에서 두꺼운 꼬리에 해당하는 사건이 정규분포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리학자, 수학자, 경제학자들이 모델을 개선하여 실제 금융시장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8)

가격의 움직임이나 분포뿐만 아니라,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도 있다. 시장미시구조는 시장 참여자들이 제출하는 매수·매도 주문을 분석하여 시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야이다. 시장참여자가 장내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오더북(Order Book)에 지정가주문 또는 시장가주문을 제출한다. 지정가주문은 가격과 수량을 지정하는 주문이고, 시장가주문은 수량만 정하고 시장에서 형성되어 있는 가격에 체결하는 주문이다. 지정가주문이 시장가주문을 만나서 거래가 체결되는데, 두 주문이 만나서 체결된 가격들을 시간에 따라서 연결하면 주가 시계열 데이터가 된다. 시장미시구조에서 주문 흐름(Order Flow)과 가격의 변화 등을 다루는데, 이와 같은 시장충격(Market Impact)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Korea Exchange, KRX)는 모든 상품에 대해 1밀리초 단위의 호가·체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시장미시구조를 분석하고 고빈도거래 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의 호가 정보를 분석하고, 고빈도거래자의 거래행태 등을 분석하여 시장을 개선하고 있다. 또한 유동성 구조를 분석하고 정보수렴과 가격신호 등의 시장기능을 진단하기도 한다.

거래소는 오더북과 대량매매제도 등을 기반으로 주식·ETF·채권·일반상품·파생상품 장내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 중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일반상품 배출권을 살펴보자. 배출권거래제는 교토의정서에 규정되어 있는 온실가스 감축 제도로, 2005년에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EU를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거래소가 배출권거래소로 지정되어서 2015년부터 배출권 장내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해서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중립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배출량을 감축하고 산림 흡수나 온실가스 포집 기술 등을 적용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배출권 총수량을 설정하여 대상업체에 연 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받은 업체는 실제 배출량과 비교하여 잉여·부족량을 거래소나 장외시장에서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다. 기업들은 배출권 가격과 온실가스 직접 감축 비용을 고려하여 배출량을 조절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종목에는 할당배출권(KAU), 상쇄배출권(KCU), 외부사업감축량(KOC)이 있고, 연도별로 배출권 종류가 다르다. 예를 들어서 KAU21은 2022년에 배출권 인증에 사용되고, 인증하고 남은 물량은 소멸된다. 정부는 업체가 배출권 수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다음 연도로 배출권을 이월하거나 다음 연도의 배출권을 차입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시장조성자와 배출권거래중개회사(제3자)의 시장참여를 통해서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업의 공장가동률이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어서 배출권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다. EU ETS (Emission Trading System)는 2005년에 배출권시장을 개설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장이 비효율적이고 정보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연구가 나왔다.9) 배출권 시장 효율성이 떨어지고 불안정하다면 기업들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내 배출권시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시장 운영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들도 수행하고 있다. 시장 개설과 운영 외에도 주요 기능으로 상장·공시·시장감시·청산결제·TR(거래정보저장소) 등이 있다. 거래소가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청산·결제 제도를 살펴보자. 예탁결제제도에 의해서 주식시장에서 매매체결일로부터 T+2에 결제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주식을 매도하면 매도일을 기준으로 2영업일 후에 인출할 수 있다. 이때 매매체결일과 결제일의 차이로 인해서 결제 이전에 거래 상대방이 파산할 위험이 존재하는데, 청산은 매매체결 이후 결제까지 안정적인 결제이행을 보증하고 결제불이행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10) 중앙청산소(Central Counterparty, CCP)는 결제이행을 보증하는 역할을 해서 위험이 집중되는데,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면 CCP가 파산하고 리스크가 금융기관 전체로 파급되어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소는 예상하지 못한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가정해서 매일 스트레스테스트(Stress-test)를 실시하고 있다. 장내 시장에서는 위험변수를 주가지수, 금리, 환율 및 일반상품가격으로 정하고, 최대변동률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서 위기상황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거래소는 장내 증권시장 및 파생상품시장뿐만 아니라 장외파생상품도 청산하고 있다. 2022년 7월 현재 한국거래소가 청산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는 원화 이자율스왑(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장외파생상품)과 달러 이자율스왑이 있다. KRX CCP는 이자율스왑의 역사적 시나리오와 극단치이론(Extreme Value Theory)과 같은 가상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해서, 회원사에 공동기금을 징수하여 위험을 관리한다. 일부 CCP는 고유값 분해(Eigenvalue Decomposition) 개념을 활용하여 이자율스왑 금리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위험을 관리하기도 한다.11)

금융시장에서 물리학 전공자들이 기여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학술적인 경제물리 연구로 금융 시스템에 존재하는 ‘물리법칙’을 발견하거나, 물리·수학 이론을 적용하여 금융시장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 새로운 구조의 상품 개발이나 리스크관리도 수학적 사고와 계산이 필요해서 물리학 또는 수학 전공자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금융시장에 적용하려는 흐름에 물리학자들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거래소를 비롯해서 중앙은행, 감독기구, 증권사, 자산운용사, 핀테크(FinTech) 업체들이 금융 관련 업무에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빅테크(BigTech)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금융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에는 물리학·수학·공학을 전공한 수많은 로켓사이언티스트들이 존재하는데, 제임스 사이먼스(James Harris Simons)가 이끄는 르네상스테크놀러지(Renaissance Technologies)가 한 예이다. 그는 알고리즘 거래를 이용하여 수십조 원의 헤지펀드를 운영한다. 참고로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및 시세조종을 금지하고 있어서 해당 행위는 주의해야 한다.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에서 신호 수신·발신에서 발생하는 시간 단축과 계산의 정확성 및 효율성이 중요한 요소로, 물리학자들이 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국내 물리학자들이 금융시장의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여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각주
1)The Wall Street Journal, Isaac Newton Learned About Financial Gravity the Hard Way (2017).
2)Andrew Odlyzko, Newton’s financial misadventures in the South Sea Bubble (2018).
3)A. Chakraborti et al., Econophysics review: I. Empirical facts, Quantitative Finance (2011).
4)N. Kaldor, A Model of Economic Growth, The Economic Journal (1957).
5)L. Bachelier, The theory of speculation (1900).
6)M. F. M. Osborne, Brownian motion in the stock market, Operations Research (1959).
7)B. Mandelbrot, The variation of certain speculative prices, Chicago Journals (1963).
8)The Guardian, The mathematical equation that caused the banks to crash (2012).
9)A. Karpf et al., Price and network dynamics in the European carbon market,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2018).
10)Korea Exchange, Guide to Korea Exchange Clearing & Settlement(KRX 청산결제의 이해) (2021).
11)Chicago Mercantile Exchange, Clearing: Principles for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s Disclosur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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