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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제 순수 및 응용 물리 연합(IUPAP)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가기

작성자 : 강남화 ㅣ 등록일 : 2022-09-19 ㅣ 조회수 : 569

물리학의 국제 교류와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자치적으로 만든 국제기구인 IUPAP은 2021년도 총회에서 노태원 학회장님이 부회장으로 임명되고, 분과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하여 총 13명의 한국물리학회 회원들이 임원으로 선출되어 활동하고 있다. IUPAP은 1922년 창립되어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100년간의 물리학의 발전, 기구의 활동,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온, 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지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하였다.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IUPAP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현장 행사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IUPAP사진 1.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현장 참석자.(우측에서 4번째가 김영동 반도체위원장, 5번째가 Spiro IUPAP 회장, 좌측에서 8번째가 양희준 교수)

3일에 걸친 심포지엄은 100주년 기념행사답게 매일 과학사 연구자들이 IUPAP의 역사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고, 현재 IUPAP에서 강조하는 개발도상국 물리학 연구 지원, 양성평등을 위한 지원, 물리교육 지원 등에 관한 패널 토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물리학회의 회원국으로의 가입 환영 인사, 초임 물리학자 지원에 관한 논의, 그리고 물리학을 넘어 융합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을 통한 물리학의 저변 확대 등을 논의하였다. 이러한 주제들은 지난 100년을 회고하며 앞으로의 100년을 출발하는 방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산업계와의 연계, 물리학계의 다양성, 물리학의 후속세대 지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IUPAP은 100년 전 13개국에서 온 물리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100년이 지난 지금 64개국의 물리학회를 회원으로 하는 거대한 국제연합이 되었다. IUPAP은 냉전 시대에는 지식의 교류가 철의 장막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물리학자들의 교류를 지원하였고, 최근에는 저개발 지역의 물리학 연구 진흥을 위한 학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물리학이 전지구적 문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의 활성화를 논의하고 있다.

3일에 걸쳐 진행된 행사 참여 중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것은 IUPAP 100년의 역사에서 물리학의 발전과 IUPAP이 물리학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생생한 증거와 함께 들을 수 있었던 점, 100년의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영역인 양성평등, 물리교육, 저개발 지역의 물리학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는 패널 토론이었다.

최근 IUPAP에서 중점을 두는 영역으로는 여성 물리학자에 대한 지원,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에 대한 지원, 학계-산업계-연구소 사이의 네트워크 지원이다. 이를 나타내듯이 첫째 날 패널 토론으로 여성과 물리인의 다양성을 위한 지원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이 토론에서는 지난 25년간의 여성 물리학자의 비율과 활동량이 증가한 자료와 함께 양성평등과 다양성의 향상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을 밝히고 앞으로 IUPAP의 그러한 성과와 지속되는 노력을 전 세계적으로 성취할 방안을 논하였다. 잘 알려진 1927년 제5회 솔베이 회의 사진에는 단 한 명의 여성 물리학자가 있었다면 이번 IUPAP 100주년 기념 회의 사진을 보면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IUPAP이 지원하는 학술대회는 최소 20%의 여성 참여자를 요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노력에 관한 논의에서 우리나라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원주민(indigenous people)의 활약에 대한 지원을 촉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서양의 문화 속에서 발전한 학문으로서의 물리학은 문화 중립적인 학문으로 비추어지기 쉽지만, 물리학도 사람이 하는 학문이므로 주제의 선정이나 연구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리학자의 다양성 확보는 물리학계 전체에 새로운 시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날 이루어진 주목할 만한 논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물리학 진흥과 관련된 패널 토론이었다. IUPAP이 창립되었던 1922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회원은 일본이 유일했지만, 현재 그 숫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7개국으로 증가했다. 패널 토론의 시작은 1990년에 창립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물리학회 연합(Association of Asia Pacific Physical Societies, AAPPS)의 현 회장인 일본 동경대학의 요코야마 교수의 발표였다. AAPPS는 20개 회원 학회로 구성이 되어, IUPAP 회원이 아닌 국가의 학회 회원을 포함하는 비중 있는 연합이다. 더구나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연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의 주제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의 네트워크와 학술 교류의 현황을 알리고 더 많은 교류의 지원과 IUPAP과의 협력을 논하는 것이었지만, 토론 준비위원회와 패널 논의 참여자에 한국 대표가 없고, 싱가포르, 인도, 일본, 중국만이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특히 AAPPS 본부가 포항공대의 이론물리센터에 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물리학술대회(Asia-Pacific Physics Conference, AAPC)가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는 점에 비추어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물리학 연구 지원 예산의 증가율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점이 소개되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양성과 활발한 활동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이날 이탈리아 시간으로 오전 6시,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부터 두 시간 동안 IUPAP 100주년 기념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교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행사가 있었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싱가포르, 뉴질랜드, 파키스탄, 네팔, 대만의 발표자가 참여하였는데, 서울대 노태원 회장님의 APPC 학술대회에 대한 안내와 명지대 박영아 교수의 여성 물리학자 지원에 관한 발표가 포함된 것으로 그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캡션
사진 2. 양희준 교수 강연.캡션사진 3. 강남화 교수 패널 토론.

셋째 날의 일정에서는 과학 정책에 관한 패널, 물리학을 공부하고 산업계에서 활약하여 성과를 이룬 전직 물리학자(ex-physicists)의 활약,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들의 활약, 그리고 물리교육에 관한 논의가 주목할 만했다. 과학 정책 패널 토론은 여러 나라의 과학 정책의 방향이나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 과학자의 기여와 관련된 논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거대과학의 비중이 더욱 커지는 현시점에서 과학 정책에 관한 통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기회가 되었다.

물리학자들의 산업계 활약은 그리 놀랄 만하지 않지만 두 명의 전직 물리학자가 IT 산업계의 리더가 되어 발표하는 것을 들으면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물리학과 산업계의 연계, 물리학도들의 리더십 역량 강화의 중요성 등이 일깨워지는 기회가 되었다.

2014년 이제는 Early Career Prize로 개명이 된 젊은과학자상(IUPAP Young Scientist Prize)을 수상한 젊은 학자들의 초청 강연에서는 두 명의 여성 천체물리학자의 발표로부터 개인적으로 젊은 여성 물리학자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양희준(KAIST, 반도체 분과) 교수가 수상 후의 연구 성과를 몰입감 있게 발표하여 한국 물리학의 위상을 확인하며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양희준 교수의 발표는 같은 날 앞서 진행되었던 산업계와 물리학의 연계에 관한 패널 토론과 이어지는 내용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그간의 수상자 중 3명만 선택되는 기회에 양 교수님이 선발되었음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고, 이는 현재 IUPAP 반도체 위원장이신 경희대학교 김영동 교수의 외교 노력의 성과로도 해석된다.

심포지엄의 마지막 세션으로 이루어졌던 물리교육에 관한 패널 토론에서 필자는 토론자로 단상에 올라, 최근의 물리교육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학생의 물리학습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과 현대 물리의 도입을 교육과정에서 당기는 전략의 효과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물리교육은 어떤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보이는 영역이지만 미래세대 물리학자의 육성과 물리 정책을 지원할 소양 있는 시민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IUPAP이 미래를 준비하며 강하게 강조하는 중요한 영역이기에 이 100주년 행사에 큰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심포지엄은 유튜브로 실시간 온라인으로 공유되었고, 현재 유튜브를 통해 재생하여 볼 수 있다. 당시 참여하지 못한 회원님들은 앞서 언급된 물리학 100년의 발전사와 관련된 발표 등에 주목하여 시청해보기를 권한다. ‘IUPAP centennial’을 검색어로 사용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과학사의 증거와 함께 다시 한번 확인한 물리학의 역사 속에서 한국 과학자의 기여를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웠지만 앞으로 100년 후의 200주년 행사에서 회고될 물리학 역사에는 국내를 비롯하여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물리학자들의 이름이 다수 거명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를 해본다.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과학 외교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잠시라도 봉사할 기회를 주신 한국물리학회에 감사하며 주어진 임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글을 마친다.

강남화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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