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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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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거대물리학: 큰 꿈을 꾸다

하나로 중성자 연구시설, 다시 기지개를 켜다.

작성자 : 박승일·한영수·선광민 ㅣ 등록일 : 2022-11-16 ㅣ 조회수 : 1,350 ㅣ DOI : 10.3938/PhiT.31.042

저자약력

박승일 소장은 2001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물리학과에서 물리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표준기술연구원 연구용원자로의 중성자 산란 장치 담당자를 거쳐,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현재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jmspark@kaeri.re.kr)

한영수 부장은 1999년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yshan@kaeri.re.kr)

선광민 부장은 2004년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하나로이용부의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gmsun@kaeri.re.kr)

Neutron Research Resumes at the Research Reactor HANARO

Sungil PARK, Young-Soo HAN and Gwang-Min SUN

HANARO, the only large-scale multipurpose research reactor in Korea, houses the neutron research facility with a diverse set of scientific instrumentation. After a long hiatus marred by trips and the following lengthy shutdowns, HANARO is now back on track. With the addition of the cold neutron source, new cold-neutron instruments are available with the previously operating thermal-neutron beam lines, making the total available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s to users 9. While there is a plan to add an in-beam Mossbauer instrument and a Positron-annihilation spectrometer in the future, the focus is on recovering the user base at the moment. Achieving stable operation in the currently not-so-favorable regulatory environment remains a big challenge for the research facility.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과학이 세계 상위권에 자리 잡게 되면서 대형연구시설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형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서는 학계에서 먼저 대형연구시설과 관련한 충분한 소통과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이번 특집에서는 새로운 대형연구시설의 구축 계획과 얼마 전 가동을 재개한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의 시설 현황을 소개한다.

국내 유일의 대형 중성자 연구시설인 하나로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하나로는 2014년부터 시작한 장기간의 내진 보강 공사를 마치고 2017년 12월 오래간만에 가동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가동하면 얼마 되지 않아 꺼지고, 몇 개월 후에 다시 가동하면 오래지 않아 꺼지고 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된 연구시설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의 해결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원자로 운영부서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2021년부터는 다행히 하나로에서 연구 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물리학과 첨단기술 독자들에게 오래간만에 하나로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서 론

하나로는 1995년 가동을 시작한 다목적 연구용원자로이다. 하나로는 원자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연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하나로는 새로운 원자로 노형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시험용 원자로와 궤를 달리한다.

Fig. 1. The reactor hall of HANARO. The cylindrical shielding at the center houses the reactor, and surrounding it are the thermal neutron instruments and the shielding for cold neutron guides (RHS).Fig. 1. The reactor hall of HANARO. The cylindrical shielding at the center houses the reactor, and surrounding it are the thermal neutron instruments and the shielding for cold neutron guides (RHS).

시험용 원자로가 아닌 연구용원자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1) 원자로에서 수평 방향으로 중성자 빔을 뽑아내어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이용하는 것. 원자로 내부나 가까이에 연구 대상 물질을 단시간 또는 장시간 중성자에 노출하여 물질과 중성자 간에 일어나는 반응을 일으켜 (2) 미량 원소 분석에 사용하거나, (3) 원자로에 사용할 재료나 핵연료를 시험하는 데 사용하거나, (4) 의료용, 산업용 동위원소를 제조하거나, (5) 재료의 특성을 변화시켜 산업용 소재를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통상 다목적 연구용원자로라고 하면 이 중 몇 가지를 할 수 있는 원자로와 이에 딸린 연구시설을 뜻한다. 그런데 다목적 연구용원자로라도 수평 방향으로 중성자 빔을 뽑아내면서 원자로 내에 수직 방향으로 재료나 핵연료를 넣어 시험하는 것을 동시에 만족스럽게 잘하기는 쉽지 않다. 하나로는 이 다섯 가지를 모두 상당한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극히 드문 연구용원자로이다. 다만 한 가지 분야에 전문화된 연구용원자로에 비하면 기능과 효율 면에서 제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부산 기장에 건설하고 있는 연구용원자로는 동위원소 생산과 산업용 n형 반도체 소재 생산에 특화하고 있으며, 동위원소 생산 전용 연구용원자로로 분류할 수 있다.

해외에서 최근 설치하는 대형 다목적 연구용원자로의 경우 흔히 열출력 20 MW로 설계하지만, 하나로는 경쟁력 있는 중성자 속(neutron flux)을 얻기 위해 열출력 30 MW로 설계되었다. 연구용원자로에서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으므로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전기 출력을 표시하지 않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전기 출력은 1 GW이다. 이는 대략 3 GW의 열출력에 해당하므로, 하나로는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1/100 규모의 원자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열출력은 낮지만, 하나로는 중성자 생산에 특화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로 내부의 중성자 속이 1013~1014 /s·cm2 수준인 데 반해 하나로는 원자로 중심부에서 약 5\(\times\)1014/s·cm2, 반사체 영역의 수평 빔 포트 입구에서의 열중성자 속은 1014/s·cm2에 달한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 사용하려는 핵연료나 재료가 중성자에 의해 받는 영향을 하나로에서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중성자 속 기준으로 하나로는 세계 10위권 이내에 들어가는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다목적 연구용원자로의 다양한 응용

중성자에 의해 핵변환이 일어나면 보통 자연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동위원소가 만들어지는데, 하나로에서는 다음과 같은 반응을 이용하여 주로 131I, 192Ir 두 가지의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있다.

\[^{130}\mathrm{Te} + n \rightarrow ^{131}\mathrm{Te} \rightarrow ^{131}\mathrm{I} + \beta^{-}\] \[^{191}\mathrm{Ir} + n \rightarrow ^{192}\mathrm{Ir}\]

이외에도 최근 진단,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177Lu의 수요가 늘어나, 이 동위원소의 대량생산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Fig. 2. Annual operational records of HANARO. Green bars show number of days the reactor operated each year and the orange bars the annual cumulative MW-days. If the reactor had operated with 30MW thermal power all the time the two bars would have identical heights that year.Fig. 2. Annual operational records of HANARO. Green bars show number of days the reactor operated each year and the orange bars the annual cumulative MW-days. If the reactor had operated with 30 MW thermal power all the time the two bars would have identical heights that year.

핵변환은 소재 자체의 특성을 바꾸곤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부도체인 실리콘 단결정 잉곳에 중성자를 쪼여 n형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이다.

\[^{30}\mathrm{Si} + n \rightarrow ^{31}\mathrm{Si} \rightarrow ^{31}\mathrm{P} + \beta^{-}\]

중성자 속이 높다고 하여도 위의 반응이 일어날 확률은 낮으므로 28Si, 29Si 등 실리콘 원자 대부분은 여전히 실리콘으로 머물러 있고, 곳곳에 생긴 인 원자가 여분의 전자를 가진 불순물 역할을 한다. 중성자의 높은 투과력 덕분에 이 방법으로 가장 균질한 n형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서, 최고급의 전력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연구 대상인 시료를 원자로에 잠깐 넣었다가 꺼내거나 중성자 빔을 쪼이고 있으면 시료가 방사화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핵이 붕괴하면서 내는 감마선의 스펙트럼을 측정하면, 시료 내에 들어있는 미량 원소를 대단히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를 방사화 분석법이라고 하며, 다양한 분야에 사용하고 있다. 원자로 내부에 시료를 넣었다 꺼내는 기기 중성자 방사화분석(Instrumental Neutron Activation Analysis, INAA)은 노심(爐心)의 1013~1014n/cm2s에 달하는 높은 열중성자 속을 이용하므로 mg/kg~\(\small\mu\)g/kg의 낮은 검출 하한과 우수한 검출감도를 가진다. 반면 즉발감마선 방사화분석(Prompt Gamma Activation Analysis, PGAA)은 앞서 설명한 기기 중성자 방사화분석과는 달리 중성자 빔의 조사와 거의 동시에 방출되는 즉발감마선을 측정함으로써 수소는 1 \(\small\mu\)g, 붕소는 수 ng 수준에 달하는 우수한 분석 한계를 가진다. 즉발감마선 방사화분석은 수소, 리튬, 붕소, 인, 황 등의 경원소 분석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기기 중성자 방사화분석과 더불어 즉발감마선 방사화분석은 매우 높은 정확도를 지니고 있어 미국 표준기술연구원(NIST) 등의 기관에서는 측정 표준이 되는 표준물질 개발을 위한 핵심 도구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하나로에서도 즉발감마선 방사화분석 장치를 냉중성자 가이드 홀에 설치하였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함께 다양한 무기 매질에 대한 표준물질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1)

중성자 산란과 영상

그런데 하나로는 수평으로 빠져나오는 중성자 빔의 세기를 극대화한 빔 전용 원자로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다. 중수를 반사체로 사용하여 원자로 외부의 중성자 속을 최대화하고 있고 수평 빔 포트를 7개나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연구용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자 빔은 엑스선과 유사한 Å ~ nm 정도의 파장을 지니고 있으며 빔의 사용 방법도 매우 유사하지만, 몇 가지 매우 독특한 특징 때문에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성자는 0이 아닌 질량과 1/2 스핀 그리고 자기 모멘트를 가지고 있으며, meV 수준의 운동 에너지를 이용해 물질의 자기적 특성과 동역학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중성자는 같은 원소라도 동위원소마다 산란 단면적이 다르므로 시료에 동위원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갖가지 기교를 부릴 수 있다는 것도 덤이다. 이와 같은 매력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두 시설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방사광가속기와 중성자 연구시설을 이웃해서 건설해 놓은 곳을 여럿 찾을 수 있다.

Fig. 3. The guide hall of HANARO. Neutrons travel from the lower left corner of the photo to the upper right corner. Several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s are seen attached to the guide shielding.Fig. 3. The guide hall of HANARO. Neutrons travel from the lower left corner of the photo to the upper right corner. Several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s are seen attached to the guide shielding.

연구용원자로에서 우라늄의 핵분열로 발생하는 중성자는 처음에는 평균 2 MeV 정도의 높은 에너지를 가진다. 중성자는 원자로 내의 감속재(減速材, moderator) 원자와 충돌하면서 감속재와 같은 온도를 갖는 열적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하나로의 경우 상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의 중수(D2O)를 감속재로 사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중성자는 2 MeV보다 1억분의 1 정도로 낮은 25 meV 정도의 운동 에너지를 갖는 ‘열중성자’(thermal neutron, 파장 0.5~4Å)가 된다. 여기에 추가해 원자로 내에 극저온의 감속재를 설치하면, 감속재를 통과한 열중성자들은 감속재 온도로 차가워지면서 더욱 에너지가 낮아지게 되는데 이를 ‘냉중성자’(cold neutron)라고 부른다. 하나로의 경우 영하 250도의 액체 수소를 사용하여 중성자를 수 meV 수준으로 감속시킨다.

하나로에서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7년여에 걸쳐 냉중성자 연구시설(Cold Neutron Research Facility, CNRF) 구축을 완료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가동하였다. 냉중성자 연구시설은 냉중성자원(cold neutron source), 냉중성자 시설계통, 냉중성자 유도관, 그리고 냉중성자 산란 장치를 포함한다.

원자로 홀과 냉중성자 가이드 홀에 설치되어 있는 중성자 빔 이용 장치 중 현재 빔 타임 공지를 통해 외부 이용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장치는 총 9기다. 이중 중성자 분말 회절 장치, 중성자 4축 회절 장치, 중성자 영상 장치, 중성자 잔류응력 장치는 원자로 홀에 설치된 열중성자 산란 장치이며 40M 중성자 소각산란 장치, 18M 중성자 소각산란 장치, 수직형 중성자반사율 장치, 디스크쵸퍼 비행시간 분광 장치, 냉중성자 삼축 분광 장치는 가이드 홀에 설치된 냉중성자 산란 장치이다. 아래에 각 장치의 특성을 기술하였다.

중성자는 시료 내부의 원자핵 또는 전자의 스핀에 의해 산란한다. 이 회절상을 분석하면 시료 내부의 격자상수, 원자 위치, 온도 변수 등의 격자구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자성을 가진 물질의 경우 그 물질의 스핀 크기 및 정렬 방향 등의 자기구조를 연구할 수 있다. 고분해능 중성자 분말 회절 장치(High Resolution Powder Diffractometer, HRPD)는 이러한 격자구조 정보와 자기구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치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중성자 산란 장치이다.2)

중성자 4축 회절 장치(Four-Circle Diffractometer, FCD)는 4개의 축 방향으로 시료를 회전시켜서 결정구조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장치로 단결정 구조해석과 금속재료의 집합조직 측정 및 해석에 유용한 장치이다. 이 밖에도 이 장치를 활용하여 수소결합, 정적/동적 비정렬 현상, 구조 및 자기 상전이 연구도 수행한다.3)

중성자 영상 장치(Neutron Radiography Facility, NRF)는 중성자의 높은 투과도를 활용하여 실험체에 대한 중성자 투과 영상을 얻는 장치로 1997년 하나로에 가장 처음 설치된 장치이다. 국방 소재, 항공 우주 부품, 자동차용 수소 연료전지, 고고학 유물, 농식물 등 다양한 시료에 대해 측정을 수행하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위상차 대비법(phase contrast method) 및 토모그라피(neutron tomography) 등 신기술을 개발 응용하고 있다.4) 또한 중성자 영상 연구 그룹에서는 운전 중 수소 연료전지의 실시간 분석, 성능향상 목적으로 한 중성자 영상 분석법을 개발하였고, 해당 기술을 활용한 연구로 현대-기아자동차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료전지 내구성과 성능향상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해당 연구의 결과는 2013년 현대-기아 자동차의 세계 최초 상용 연료 전지 자동차 양산으로 이어져 유럽 수출에 이바지하였다.5)

잔류응력 장치(Residual Stress Instrument, RSI)는 격자 변형 측정을 통해 피로와 파괴의 주원인인 잔류응력을 측정 분석하는 장치로 원자력, 자동차, 조선 및 항공용 구조재 등의 안정성 및 내구성 검증을 위한 연구에 활용된다. 특히 하나로의 잔류응력장치는 세계 최대인 80 mm 두께를 가지는 철판까지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성자 잔류응력 연구 그룹에서는 포스코 기술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연구의 결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탱커선 적용 후판재의 용접결함 저감, 특성 향상을 달성하여 대형 선박의 안전성 증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6)7)

중성자 소각산란 장치는 4~8Å 사이의 장파장을 갖는 중성자를 활용하는 장치로 나노 크기(1 – 500nm)의 미세구조를 분석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분석장치이다. 그 연구 대상으로는 고분자, 마이셀, 콜로이드, 복잡 유체, 금속이나 세라믹 재료 등 넓은 범위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물리, 화학, 생물, 재료과학 등의 기초 연구뿐 아니라 산업적인 응용연구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중성자 소각산란 장치는 물리적 특성상 장치 길이가 늘어날수록 측정 가능한 미세구조 영역이 확장된다. 하나로는 길이가 18 m와 40 m인 두 대의 중성자 소각산란 장치(Small Angle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 SANS)를 보유하고 있다.8) 하나로 40M 중성자 소각산란 장치는 세계 3위의 성능을 갖는 장치이며, 렌즈 시스템을 적용하여 운동량 전달 최소 측정 영역을 0.0015 1/Å에서 0.0007 1/Å로 확장하였다. 일본 스미토모 고무 산업(Sumitomo Rubber Industry)에서 이를 이용하는 상업목적 실험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혁신적인 타이어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이는 하나로 40M 중성자 소각산란 장치의 성능과 기술지원 능력이 국제적인 수준임을 입증하였다.

시료의 전반사각 주변으로 미세한 각도로 입사된 중성자는 입사각과 같은 각도로 반사하게 된다. 이러한 반사각의 크기에 따른 거울 반사의 정도를 측정한 반사 패턴을 분석해 박막 재료의 미세구조 정보를 얻는 장치가 중성자반사율 장치이며 하나로에는 시료를 수직형으로 설치하는 구조를 가지는 수직형 중성자반사율 측정장치(Vertical-type REFlectometer, REF-V)를 외부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중성자반사율 장치는 반도체/자성 나노소재, 양자컴퓨팅/스핀트로닉스 소재, 이차 전지/태양전지/연료전지 소재, 고분자 소재 등의 박막 구조 연구에 폭넓게 활용된다.9)

삼축 분광 장치는 산란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 변화와 운동량 변화를 동시에 측정하여 물질 내부의 움직임, 소위 동역학을 측정하는 비탄성 산란 장치의 한 종류이다. 삼축 분광 장치는 단색기와 해석기를 사용하며, 각각 입사 중성자와 산란 중성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단색기와 해석기는 각각 산란 평면에 수직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으며 시료 또한 이들 축과 평행한 시료 축을 중심으로 회전이 가능하다. 삼축 분광 장치라는 이름은 이들 세 개의 주요축을 지칭한다. 가이드 홀에 설치된 냉중성자 삼축 분광 장치(Cold neutron Triple-Axis Spectrometer, Cold-TAS)는 물질의 저에너지 자기동역학 및 원자 동역학 측정에 적합한 장치이다.10)

디스크 초퍼 비행시간 분광 장치(Disk-Chopper Time-of-Flight spectrometer, DC-TOF)는 디스크 초퍼를 이용하여 입사하는 중성자 빔을 단색의 펄스로 만든다. 시료에 입사하는 중성자 빔은 2-10Å 영역에서 자유롭게 파장 및 분해능을 선택할 수 있다. 다수의 1차원 위치 민감형 검출기를 이용하여 한꺼번에 넓은 운동량 영역에서의 동역학을 측정할 수 있으므로 자성체뿐 아니라 연성 물질, 고분자, 생체분자 등 다양한 물질의 동역학을 측정하는 데 널리 활용할 수 있다.11)

지금까지 설명한 중성자 산란 장치에는 고가의 중성자 광학 부품과 중성자 검출기가 다수 들어간다. 일정하지 않은 수요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이들 부품을 상업적으로 제작 판매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특히 첨단 성능을 갖는 부품은 그 자체로서 연구개발 대상이기 때문에 중성자 연구시설에서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로에서도 중성자 유도관 같은 중성자 광학 부품과 검출기는 자체 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성자 유도관은 중성자를 손실 없이 멀리 전달해주는 부품으로 내면이 코팅된 사각 유리관 형태이다. 하나로에서는 자체적으로 중성자 전달효율이 뛰어난 초거울 중성자 유도관을 개발하였다. 하나로에서 수행한 유도관 개발은 단순한 코팅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상업적 수준의 생산과 현장 설치 및 시험을 포함하는 전체적인 범위의 기술개발을 포괄하고 있다. 냉중성자 연구시설 구축 당시 자체 개발한 유도관을 전체 유도관의 절반 이상인 170 m를 제작 설치한 바 있다.12)

한편 하나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중성자 검출기도 개발하였다. 중성자 속을 측정하는 모니터 검출기는 산란 장치에 활용하고 있으며 평면형 위치 민감형 검출기는 중성자 잔류응력 장치에서 1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또한 대면적 곡면형 중성자 검출기를 세계 3번째로 개발, 한국과 일본의 산란 장치에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한국과 일본 모두 연구용 원자로의 장기 가동정지로 실제 적용은 지연되고 있다.13)

하나로 중성자 연구시설은 오래간만에 제대로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림 2처럼 2017년 내진 보강 공사를 마친 이후에도 2014년 이전처럼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냉중성자원 가동을 안정화하고 주요 부품을 교체하는 등의 노력을 쏟아 2021년부터 올해까지 보여주는 것처럼 당분간 매년 3~5주기 정도 운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하나로의 가동 상황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구용원자로에 대한 규제가 2018년 바뀐 영향이 크며, 해외와 달리 모든 정지에 대해 규제 기관으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도록 하였는데 여기에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원자로 운영부서에서는 이와 같은 환경 아래서도 안정적으로 운전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Fig. 4. Number of users of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s. The users are counted cumulatively each year.Fig. 4. Number of users of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s. The users are counted cumulatively each year.

그림 4는 연도별 중성자 산란 장치의 이용자 숫자를 보여준다. 하나로 중성자 산란 장치의 이용자 숫자는 빔 타임 제안서상의 연구책임자와 실제 실험을 위해 방문한 방문자 숫자를 합한 값이다. 682명의 최대 이용자 수를 기록한 2013년 하나로 가동 일수는 177일이었으며, 2021년과 2022년 8월까지의 가동 일수는 각각 73일이었다. 그림 5에는 연도별로 장치를 활용하여 출판된 SCI 논문실적을 도시하였다. 논문 편수는 2014년 최대 62편을 기록하였고 그 이후 가동정지의 영향으로 지속해서 감소하였다. 2022년에 이르러 전년도에 비해 소폭 증가하였다.

Fig. 5. Number of publications from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s.Fig. 5. Number of publications from neutron scattering instruments.

하나로 가동이 비교적 정상화된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의 중성자 빔 장치 이용실적을 검토하면 이용이 가장 활발했던 2013년과 비교하여 가동 일수 당 이용자 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장치당 이용자 수를 비교하면 1주기(28일)를 기준으로 2013년 15.5명에서 2022년 13.6명으로 소폭 감소하였다.

이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하나로 중성자 연구시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는 기존 장치의 이용자를 조속히 회복하고, 신규로 이용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장치에 대해 이용자를 늘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관련 부서에서는 잠재적인 이용자와의 적극적인 접촉을 통해 이용자 확대를 도모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용자 서비스를 재개한 후 국내 기술자문위원회를 통하여 장치 성능에 대한 조언을 받은 결과 가동 장치들 모두 기본적인 성능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부 장치에서 검출 성능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으나 아직 대대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일부 가동을 하지 않고 있는 장치는 기존 장치로부터의 성과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다음 처리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신규 장치 검토

이처럼 중성자 산란 목적으로 하나로 중성자 연구시설에 신규 장치를 개발하고 설치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 그러나 높은 중성자속을 가진 중성자 빔을 이용하면 중성자 산란 이외에도 다른 연구 방법론을 시도할 수 있어서 이에 관한 연구는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뫼스바우어 분광, 양전자 소멸 분광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뫼스바우어 분광법은 물질 내 원소의 온도 의존성이 있는 초미세자기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궤도전자의 밀도와 대칭, 산화상태, 스핀 상태, 분자 내 또는 분자 간의 결합 강도 및 자기적 성질 등의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뫼스바우어 분광법은 물리학과 화학 외에도 생명과학, 우주-지구 과학, 고고학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기존의 뫼스바우어 분광법은 활용할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제한되어 분석할 수 있는 원소 및 그 화합물의 종류가 크게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 국민대학교를 중심으로 57Fe와 같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장착한 분광 장치를 철 및 그 화합물의 분석에 오랫동안 활용했다.14)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57Fe 기반의 뫼스바우어 분광 장치와 냉중성자 즉발감마선 방사화분석 장치를 운영하며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냉중성자 빔 뫼스바우어 분광 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약 108~109 n/cm2s의 중성자속을 가지는 냉중성자 빔을 조사하여 40K, 56Fe, 66Zn, 153Er, 166Er, 175Lu, 186Os, 191Ir, 192Ir, 195Pt, 197Au, 157Gd, 167Er, 161Dy, 177Hf, 163Dy, 171Yb, 179Hf, 154Gd, 173Yb, 160Dy, 182W, 39K 등의 다양한 온라인 선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즉발감마선을 다양한 원소와 그 화합물의 분석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15)

양전자 소멸 분광법은 고체 내의 격자 결함을 탐지할 수 있는 비파괴적인 분석법이다. 또한 양전자 소멸 분광법을 한층 발전시킨 양전자 현미경으로는 전자현미경으로는 불가능한 원자 영역(10-10 m)의 구조 결함이나 공극을 재료 손상 없이 3차원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양전자원으로서 22Na를 이용하는 양전자 소멸 수명 분광 장치, 양전자 소멸 도플러 확장 분광 장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반도체, 배터리, 금속, 폴리머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소재 결함이나 공극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16)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하는 양전자 소멸 분광 장치의 분석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독일 FRM-II, 일본 KUR 등의 연구용원자로에 고강도 양전자 빔 분광 장치를 설치하여 양자소재 개발을 비롯한 소재 분야의 난제 해결을 선도하고 있다.17) 하나로의 높은 열중성자속을 활용하면 109 e+/s 수준의 양전자를 생성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성능 헬륨 냉각장치, 빔 펄스화 장치, 감속 및 재가속 장치 등의 가속기 기술을 활용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광 장치의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하여 원자 수준 격자 결함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 장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하나로는 세계적인 성능을 가진 중성자 연구시설로 아직 많은 잠재력을 남기고 있다. 냉중성자원을 설치한 지 얼마 안 되어 가장 생산성이 높을 시기에 장기간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도약할 기회를 잃은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차츰 가동 일수를 늘려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응용과학은 물론 물리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에 많이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여행 제한과 시설에 대한 외부인의 출입 제한은 다수의 이용자가 직접 방문하여 실험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운영하는 중성자 연구시설의 생산성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국내 이용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그간 하나로를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었던 일본, 호주 등의 해외 시설 이용이 여의찮은 실정이다. 그나마 이 시점에 하나로가 국내 수요를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다행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경주에 있는 에너지 100 MeV의 양성자가속기를 확장하여 파쇄중성자원(Spallation Neutron Source)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이는 워낙 큰 예산과 오랜 건설 기간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에는 하나로를 대체할 수 있는 연구시설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오랜 기간 하나로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대형 중성자 연구시설로서 기초과학의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각주
1)Hana Cho, Applied Sciences 10, 6649 (2020).
2)H. R. Kim, K. H. Lee and C. H. Lee, Phys. High Technol. 15(3), 10 (2006).
3)N. L. Ross and Ch. Hoffmann, Rev. Miner. Geochem 63, 59 (2006).
4)C. Sim, K. Nam, I. Lim, C. Lee and H. Choi, Applied Radiation and Isotopes 61, 631 (2004).
5)T. Kim, Y. Jung, M. Kim, C. Sim, S. Lee and J. Jeon,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38, 449 (2005).
6)W. Woo, V. Em, B. S. Seong, E. Shin, P. Mikula, J. Joo and M. H. Kang, J. Appl. Cryst. 44, 747 (2011).
7)W. Woo, G. B. An, E. J. Kingston, A. T. DeWald, D. J. Smith and M. R. Hill, Acta Mater. 61, 3564 (2013).
8)Y. S. Han, S. M. Choi, T. H. Kim, C. H. Lee, S. J. Cho and B. S. Seong, Nucl. Inst. Methods Phys. Res. A 721, 17 (2013).
9)J.-S. Lee, J. Koo, J.-Y. So, T. H. Kim and S. Park, J. Korean Phys. Soc. 67, 1574 (2015).
10)H. Hiraka and S. Ji, JINST 17, T06004 (2022).
11)J.-Y. So, CHEMWORLD 60(5), 23 (2020).
12)S. J. Cho, Y. G. Cho, C. H. Lee and K. P. Kim, Nucl. Inst. Methods Phys. Res. A 634, S67 (2011).
13)M. K. Moon, C.-H. Lee, V. T. Em and H.-J. Kim, Appl. Phys. A 74, S1437 (2001).
14)C. S. Kim, J. Am. Chem. Soc. 138, 15046 (2016).
15)T. Belgya, J. Radioanal. Nuc. Chem. 276, 269 (2008).
16)Y. S. Jeong, J. Radioanal. Nuc. Chem. 330, 513 (2021).
17)Marc Wenskat, Phys. Rev. B 106, 0945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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