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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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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부출연연구소 I: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차세대 반도체 및 컴퓨팅 연구

양자광학기반 양자정보처리 기술

작성자 : 이동화·김용수 ㅣ 등록일 : 2023-10-31 ㅣ 조회수 : 2,741 ㅣ DOI : 10.3938/PhiT.32.031

저자약력

이동화 박사는 2023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쿨(UST-KIST School)에서 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 박사후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fairytale095@gmail.com)

김용수 박사는 2012년 POSTECH 물리학과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국립표준연구소(NIST)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2013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에 재직 중이다. (yong-su.kim@kist.re.kr)

Quantum Information Processing Technology Based on Quantum Optics

Donghwa LEE and Yong-Su KIM

We outline ongoing endeavors in the development of quantum information processing technology utilizing quantum optics. We highlight the distinctive attributes of quantum optical platforms and explore two distinct approaches: discrete variable and continuous variable quantum optics, for the realization of quantum information processing. In addition, we showcase recent achievements in the implementation of quantum simulators, aiming to address practical challenges using today’s available technologies.

들어가며

최근 양자정보가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역학적으로 기술되는 양자 상태를 정보의 단위로 활용하는 양자정보 기술은 기존 디지털 정보 기술로는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에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현재 수준의 디지털 컴퓨터로 수행하기 어려운 연산 결과를 내놓는 이른바 양자우위(quantum advantage) 실험에 성공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1)2) 하지만 이러한 괄목할만한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술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자연산 공간의 확장성 확보나 양자연산 오류 완화 및 정정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또한 양자우위를 보인 연산결과를 실용적인 문제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오늘날 구현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이용하면서도 특수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혹은 양자시뮬레이터가 각광을 받고 있다.3) 즉, 수십에서 수백 큐비트 수준의 중규모 양자연산공간과 적정 수준의 양자오류가 있는 양자시스템을 이용해 유용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최근에는 중규모 양자시스템을 양자화학이나 머신러닝 등 문제에 적용하는 응용 연구가 널리 진행되고 있다.4)5)

실험적으로는 초전도 시스템, 이온트랩, 중성원자, 양자점, 양자광학 시스템 등 다양한 물리계를 이용하여 양자컴퓨터나 양자시뮬레이터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다양한 물리계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며, 그에 따른 양자정보처리에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컴퓨터로 계산하기 어려운 샘플링 문제를 구현하는 양자광학을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연구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2)6)

양자광학 시스템은 물질과 구별되는 빛의 성질을 양자정보처리에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멀리 보낼 수 있어 양자통신과 양자네트워크로의 연결이 쉽고, 연산 오류가 적으며, 정보의 단위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드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변 시스템과 상호작용이 적어 큐비트 연산이나 양자얽힘 상태 생성이 확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본 특집호에서는 양자광학을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과 이를 이용해 유용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양자시뮬레이터 연구를 소개한다.

양자광학기반 양자정보처리

양자광학기반 양자정보처리 기술은 다른 물질 기반의 물리계와 다른 여러 특성이 존재한다. 이 단락에서는 양자광학 시스템의 특징을 살펴보고, 두 가지 양자광학 양자정보 구현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광자는 양자적 특성을 유지한 채 원거리를 전송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 시스템이다. 따라서 광자는 전통적으로 양자전송 (quantum teleportation)이나 양자얽힘(entanglement) 분배 등 양자네트워크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7)8) 또한 광자는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적어 결어긋남(decoherence)이 적다. 따라서 극저온이나 초고진공이 필요한 다른 물리계와 달리 상온·상압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 그리고 광자는 편광, 시간모드, 공간모드, 각운동량 등 양자정보를 인코딩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 다양한 모드를 동시에 활용하여 고차원 양자상태를 만들거나 다중모드 양자얽힘 상태를 만들 수 있다.

Fig. 1. Two different approaches -discrete variable and continuous variable- of quantum optical quantum information processing.Fig. 1. Two different approaches -discrete variable and continuous variable- of quantum optical quantum information processing.

양자광학기반 양자정보처리에는 정보 입력에 사용하는 물리량과 관측가능량(observable)에 따라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그림 1 참조). 그중 하나인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 분야는 이산화된 물리량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양자상태의 고윳값을 정보의 기저로 사용한다. 가령 편광모드를 이용한다면 2차원 양자상태를 구성하는 수평과 수직 편광을 큐비트(qubit)의 기저로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빛의 세기와 위상같은 연속적인 물리량을 사용하는 연속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 분야도 있다. 두 방식은 양자정보처리에서 장단점과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모두 양자역학의 기술체계를 따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는 단일광자의 다양한 모드를 큐비트로 활용한다. 단일광자는 양자점과 같은 단일발광체를 이용해 만들거나, 자발매개 하향변환(spontaneous parametric down conversion, SPDC)같은 비선형 광학 과정을 통해서 생성할 수 있다. 비선형 과정에서는 하나의 광자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광자쌍이 생성되는데, 이때 하나의 단일광자를 검출함으로써 다른 단일광자의 생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산변수 양자광학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모드를 활용하여 양자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단일광자의 편광처럼 2차원 양자상태, 즉 큐비트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드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광경로, 주파수, 혹은 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 OAM) 모드와 같이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차원을 가질 수 있는 모드 역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큐비트 또는 큐디트(Qudit) 양자상태는 모드에 따라 파장판, 빔분할기, 위상변조기와 같은 선형 광학계를 이용해 제어할 수 있다. 또한, 두 개 이상의 모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양자연산 공간 확장에 용이하다. 이 경우에는 범용 양자연산에 필수적인 CNOT과 같은 양자연산을 선형광학계만을 이용해서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에서 양자정보는 단일광자의 모드에 인코딩하므로, 연산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일광자를 검출해야 한다. 이러한 단일광자 측정은 보통 광자사태 단일광자 검출기(single photon avalanche ditector, SPAD) 혹은 초전도 나노와이어 단일광자 검출기(superconducting nano-wire single photon detector)를 이용하여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일광자 검출기는 단일광자의 개수를 측정하지는 못하고 광자의 유무만 검출할 수 있다. 양자정보 연산에서 단일광자의 개수가 중요한 정보를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개의 단일광자 검출기를 다중화하여 사용하거나 mK 수준의 극저온에서 동작하는 TES (transition edge sensor)를 이용하기도 한다.

연속변수 양자광학에서 양자상태는 주로 빛의 위치와 운동량으로 표현되는 위상공간, 즉, 쿼드라처(quadrature) 공간을 이용하여 표현하는데, 이러한 상태는 보통 호모다인(homodyne) 측정을 이용해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호모다인 측정은 측정하고자 하는 양자상태를 가간섭 빛(local oscillabor, LO)으로 신호를 증폭하여 일반적인 광검출기로 빛의 위상공간 정보를 측정하는 것으로, 측정 쿼드라처의 위상은 LO의 위상을 변조하여 조절할 수 있다. 연속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에서는 이러한 위상공간에서 고전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빛의 양자상태를 이용해 연산을 수행하는데, 가령 특정 방향의 쿼드라처 분포가 양자잡음 이하로 압축된 분포를 가지는 양자압축 광원이 대표적이다.

양자압축 광원은 단일광자 생성을 위한 비선형 광학과정에서 비선형성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생성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 가령 SPDC 과정의 효율을 광공진기를 이용해 극대화하는 optical parametric oscillator (OPO)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비선형 광학과정은 항상 광자들이 짝을 지어 생성되므로, 양자압축 광원은 짝수 개의 광자만 가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양자압축 광원은 특정 쿼드라처 방향에서 양자잡음 한계보다 낮은 수준의 잡음을 가지므로 전통적으로 양자잡음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계측 자원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다.9)10)

이러한 양자압축 광원의 비고전적인 특성이 바로 양자계산의 이점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양자압축 광원의 쿼드라처 분포는 가우시안 분포를 따르는데, 가우시안 분포는 디지털 컴퓨터로도 쉽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속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에서 양자‘계산’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가우시안 상태나 연산, 혹은 측정을 실험과정에 구현해야한다. 최근 연속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처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비가우시안 양자상태 생성이나 연산에 대한 많은 이론 및 실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11)12)

이산변수 양자광학에서 비가우시안 특성을 비교적 쉽게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비가우시안 양자측정을 구현하는 것이다. 가령 양자압축 광원의 쿼드라처를 호모다인 측정을 이용해 구하면 가우시안 분포를 얻을 수 있지만, 단일광자 검출기 등을 이용해 광자개수를 측정하면 비가우시안 분포를 가진다. 이러한 양자압축 광원 생성과 적절한 선형변환, 그리고 광자개수 검출은 현재의 기술로도 제법 잘 구현할 수 있으며, 이는 후술할 가우시안 보존샘플링 기반 양자광학 양자시뮬레이터의 근간이 된다.

이산변수 양자광학기반 양자시뮬레이터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는 전통적으로 양자정보 분야에서 중요한 일을 수행해왔다. 초기 양자전송 실험과 얽힘측정 실험 등은 모두 단일광자를 바탕으로 한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정보 체계에서 이뤄졌으며, 이러한 연구는 그 중요도를 인정받아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산변수 양자광학 플랫폼은 양자시뮬레이터 연구에서도 분자의 구조를 계산하는 대표적인 고전-양자 하이브리드 알고리듬인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VQE)를 최초로 구현하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KIST 등에서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는데, 이 챕터에서는 KIST의 최근 연구내용을 중심으로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시뮬레이터 기술을 소개한다.13)

VQE는 양자연산능력과 고전연산능력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알고리듬인 variational quantum algorithm (VQA)의 일종으로, 행렬로 표현되는 해밀토니안의 고윳값을 계산할 수 있다. 이는 양자화학에서 분자구조 계산이나 머신러닝 등 다양한 실용적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VQE에서 각 연산 장치의 역할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양자연산장치(quantum processor unit, QPU)는 파라미터화된 양자상태를 준비하고 해밀토니안 기댓값 계산에 필요한 양자상태 측정을 수행한다. 고전연산장치(classical processor unit, CPU)는 양자상태 측정 결과를 전달받아 선형연산을 통해 해밀토니안 기댓값을 계산하고, 최적화 연산으로 다음 파라미터를 도출한 후 이를 QPU에 전달한다. 새로운 파라미터를 전달받은 QPU는 다시 양자상태를 준비하여 측정하고, 그 결과를 CPU로 전달하고, CPU는 다시 해밀토니안의 기댓값을 계산하고, 새로운 파라미터를 도출한다. QPU와 CPU는 이러한 연산과정을 해밀토니안 기댓값이 최솟값을 찾을 때까지 반복 수행하여 주어진 해밀토니안의 최소 고윳값을 찾는다.

Fig. 2.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using photonic qubits. (a) The experimental setup, (b) The experimentally obtained ground state energy of two atomic molecure., (c) The ground state with and without quantum error mitigation (QEM). [Ref.: Optica 9, 88 (2022)]Fig. 2.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using photonic qubits. (a) The experimental setup. (b) The experimentally obtained ground state energy of two atomic molecule. (c) The ground state with and without quantum error mitigation (QEM). [Ref.: Optica 9, 88 (2022)]

VQE를 실험으로 구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큐비트 개수의 확장을 통해 양자연산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다양한 모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산변수 양자광학 시스템은 이러한 양자연산 공간 확장성에서 독특한 이점을 가진다. 가령 단일광자의 편광과 광경로를 동시에 활용하면 하나의 단일광자를 이용하여 4차원 양자상태인 큐쿼트(ququart) 또는 2 큐비트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 그림 2(a)는 KIST에서 구현한 단일광자 2 큐비트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시뮬레이터 실험 모식도이다. 단일광자 간섭계 안팎에 있는 편광판을 이용하여 양자상태를 준비하고, 측정한다. 그림 2(b)는 He-H+ 이온 에너지를 원자 간 거리에 따라 양자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구한 결과를 나타낸다.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 간 거리에 따른 주어지는 해밀토니안을 시뮬레이션하여 가장 낮은 고윳값을 가지는 조건을 이산변수 양자광학 양자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이때, 가장 낮은 에너지를 가지는 원자 간 거리는 R0.9 A이며, 바닥상태 에너지는 Eg = -2.848±0.004 MJ/mol로 이론값인 Eth = 2.863 MJ/mol 값과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다.

오늘날 기술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는 QPU는 잡음과 오류가 많으므로 연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자오류를 제거하고 올바른 계산값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양자연산 과정에 발생하는 오류는 양자오류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 QEC)을 통해서 정정할 수 있으며, 이는 범용 양자컴퓨터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양자오류정정은 추가 큐비트 등 양자자원을 필요로 하여 현재의 기술로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반면 양자오류에 대한 사전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양자측정 데이터를 후처리하여 양자오류의 영향을 보정할 수 있는데, 이를 양자오류완화(quantum error mitigation, QEM)라고 한다. QEM으로 모든 종류의 양자오류를 제거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에 추가적인 양자자원을 활용하지 않고도 올바른 연산결과를 추정할 수 있어, 범용 양자컴퓨터 이전에 양자컴퓨터나 양자시뮬레이터의 연산정확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14)

양자광학기반 VQE 양자시뮬레이터 역시 양자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림 2(c)의 파란색 데이터는 하나의 큐비트가 depolarizing 잡음을 가진 QPU를 이용하여 계산한 에너지 값을 나타낸다. 잡음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이론값보다 큰 에너지 값을 계산결과로 내놓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QPU가 가지는 특정 잡음은 양자채널 토모그래피를 통해서 분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서 후처리 QEM 알고리듬에 적용한 계산 결과는 빨간색 데이터로 나타내었다. 후처리 QEM 알고리듬을 적용하면 잡음의 크기에 관계없이 항상 올바른 계산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Fig. 3. Experimental VQE results of entanglement measurement. The gray region is the emulation results using Pauli measurements. The red (blue) markers are the experimental results using Pauli (entanglement) measurements.Fig. 3. Experimental VQE results of entanglement measurement. The gray region is the emulation results using Pauli measurements. The red (blue) markers are the experimental results using Pauli (entanglement) measurements.

광자의 다양한 모드를 이용한 양자광학 VQE는 추가적인 양자자원을 이용하지 않고도 양자얽힘 측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VQE에서 양자얽힘 측정을 이용하면 기존 파울리 측정만을 이용해 VQE를 구현하는 것에 비해 필요한 양자측정의 횟수를 줄일 수 있다.15) 가령 수소-헬륨 이온의 에너지 계산에 필요한 양자측정 횟수는 기존 4회에서 3회로 줄일 수 있다. 양자얽힘 측정을 이용하는 효과는 해밀토니안의 구조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가령 \(\small H = XX + YY + XX\)는 기존 파울리 측정을 이용하면 3회의 측정이 필요하지만, 벨상태 측정을 이용하면 단 한 번의 측정으로도 해밀토니안의 기댓값을 구할 수 있다. 특히 단 한 번의 측정으로 기댓값을 구할 수 있다면 측정장치의 광정렬 오류 등 QPU의 시스템 오류가 있더라도 올바른 계산이 가능하다. 그림 3은 이러한 얽힘 측정 적용 유무에 따른, 양자연산 오류에 대한 VQE 결과 그래프이다. 임의로 인가된 양자연산 오류 세기에 따라, 파울리 전사 측정의 경우 VQE 결과값에 오류가 심해지지만(회색 영역, 빨간색 점), 양자얽힘 측정을 활용하면 계산결과가 양자오류에 둔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파란색 점)

최근 KIST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드를 이용하는 단일광자의 개수를 늘리고, OAM 등 고차원 양자상태를 이용해 양자연산 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광자큐비트를 멀리 보낼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해 양자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양자연산 공간을 확장하거나 Blind 양자컴퓨팅 연구를 수행하는 등 양자광학 양자시뮬레이터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속변수 양자광학 양자시뮬레이터

연속변수 양자광학 양자시뮬레이터 중 가장 앞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이다. 보존샘플링은 본래 복잡한 간섭계에 입력된 여러 개의 단일광자의 출력을 샘플링을 하는 문제로 디지털 컴퓨터로 샘플링을 하기 어려운 #P-계산복잡도를 가지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16)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여러 개의 간섭하는 단일광자를 실험실에서 만들기 어려워, 십여 개의 단일광자를 샘플링하는 수준의 연구가 구현된 수준이다.17)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은 단일광자 대신 양자압축 광원을 간섭계에 입력하여 단일광자 출력을 샘플링한다. 가우시안 보존샘플링 결과 역시 #P-계산복잡도를 가지는 디지털 컴퓨터로 풀기 어려운 문제로 알려져 있다. 간섭하는 다중모드 양자압축 광원은 단일광자에 비해 만들기가 수월하여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은 기존 보존샘플링의 실험 난이도를 극적으로 낮추었으며, 200개 이상의 단일광자 출력을 샘플링하는 데 성공하기도 하였다.6)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을 통해 추출된 표본은 행렬의 하프니안(Hafnian) 값에 비례하는 확률로 추출되는 특징이 있다. 비유하자면, 임의의 값이 나오는 주사위가 아니라, 주사위의 눈 값에 비례하여 6이나 5 같은 큰 결과값이 1이나 2와 같은 작은 결과값보다 높은 확률로 나오는 주사위를 상상할 수 있다. 상술했듯이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하여 행렬의 하프니안을 계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을 이용하면 행렬의 하프니안 값에 비례하는 샘플을 추출할 수 있으므로, 이 샘플링 결과를 이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행렬의 하프니안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행렬의 하프니안은 그래프 문제(graph problems)에서 다양한 응용분야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래프 문제에서 가장 강한 연결성을 의미하는 완전 짝짓기(perfect matching) 조건을 가지는 서브 그래프 조합은, 대체로 서브 행렬의 하프니안 값에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 연결성을 가지는 서브 그래프를 찾는 것은 대부분의 그래프 문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비행기가 취항(연결)하는 공항(노드)을 나타내는 그래프 문제에서 완전 짝짓기를 이루는 공항 조합을 찾는 시뮬레이션은, 허브 공항(연결성이 높은 노드)일 확률이 가장 높은 공항들을 추정하는 일에 해당한다. 따라서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을 통해서 높은 하프니안을 가지는 서브 그래프를 샘플링할 수 있다면, 그래프 문제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을 신약개발에 필요한 단백질 도킹 문제에 적용하는 알고리듬이 제안되었고, 실험으로 구현되었다.18)19) 단백질 도킹 문제는 다양한 구조의 단백질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을 때 가장 안정적 결합을 가지는지 계산하는 문제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분자나 이온 간의 화학적 결합과 실험 데이터를 이용해 그래프 문제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두 개의 다른 단백질이 결합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그래프로 표현하고,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을 통해 가장 높은 확률로 도킹하는 결합구조 조합을 추출할 수 있다.

Fig. 4. The experimental setup and results of Gaussian boson sampling machine to simulate the protein-docking problem. [Ref.: arXiv:2210.14877 (2022)].Fig. 4. The experimental setup and results of Gaussian boson sampling machine to simulate the protein-docking problem. [Ref.: arXiv:2210.14877 (2022)].

그림 4는 중국과기대에서 수행한 단백질 도킹 문제를 풀기 위한 가우시안 보존샘플링 실험 모식도와 실험 결과이다.19)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을 다양한 단백질 도킹 문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양자압축 광원과 간섭계를 외부 입력값에 따라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실험에서는 양자압축 광원의 압축세기와 압축방향, 그리고 시간모드 다중 간섭계의 위상을 조절할 수 있는 가우시안 보존샘플링 실험 장치를 구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32개 입력모드에 대해 최대 4개의 단일광자 샘플링을 수행하였다. 이 정도 수준의 가우시안 보존샘플링 실험장치는 디지털 컴퓨터로 충분히 흉내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작은 규모의 단백질 도킹에 적용하여 알고리듬의 동작 여부를 살펴보기에는 충분한 실험장치이기도 하다. 그림 4(b)를 보면 가우시안 보존샘플링 양자시뮬레이션 결과를 이용하여 특정 단백질 도킹을 제대로 추출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한 샘플링보다 높은 확률의 정답을 내놓는 결과를 보인다.

이러한 연속변수 양자광학 시스템의 양자시뮬레이션 응용가능성과 더 나아가 범용컴퓨터로서의 가능성으로 최근에는 전통적인 대학과 연구소는 물론 Xanadu와 같은 양자정보 스타트업에서도 괄목할만한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연속변수 양자광학 실험연구 역량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KAIST 연구팀이 주파수 모드 연속변수 클러스터 양자얽힘 상태를 생성하고, KIST에서도 압축광원 생성과 측정을 포함한 관련 연구를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맺음말

본 특집호에서는 양자정보처리 구현을 위한 이산변수 및 연속변수 양자광학 기술에 대해 살펴보았다. VQE 및 가우시안 보존샘플링으로 대표되는 양자시뮬레이터 최신 연구결과와 가까운 미래에 양자연산 결과를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였다. 최근 양자광학 양자정보처리는 이론적·실험적으로 중요한 마일스톤을 달성하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양자연산 공간 확장, 양자오류 개선, 실질적인 양자오류정정 구현 등 여전히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이다. 하지만 양자광학 양자정보처리가 실용화된다면 신약, 신소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양자시뮬레이터나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이전이라도, 양자광학기반 기술은 빛의 양자특성을 다루는 기술로 양자통신이나 양자센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양자광학 양자정보 기초 및 응용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양자광학 양자정보 분야를 선도하고 나아가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날을 기대한다.

각주
1)F. Arute et al., Nature 574, 505 (2019).
2)H.-S. Zhong et al., Science 370(6523), 1460 (2020).
3)J. Preskill, Quantum 2, 79 (2018).
4)A. Peruzzo et al., Nat. Commun. 5, 4213 (2014).
5)M. Cerezo et al., Nat. Rev. Phys. 3, 625 (2021).
6)L. S. Madsen et al., Nature 606, 75 (2022).
7)D. Bouwmeester et al., Nature 390, 575 (1997).
8)J. Yin et al., Science 356(6343), 1140 (2017).
9)J. Aasi et al., Nat. Photonics 7, 613 (2013).
10)H. Grote et al., Phys. Rev. Lett. 110, 181101 (2013).
11)Y.-S. Ra et al., Nat. Phys. 16, 144 (2020).
12)M. Endo et al., Opt. Express 31, 12865 (2023).
13)D. Lee et al., Optica 9, 88 (2022).
14)Y. Kim et al., Nature 618, 500 (2023).
15)I. Hamamura and T. Imamichi, npj Quantum Inf.6, 56 (2020).
16)R. Kruse et al., Phys. Rev. A 100, 0323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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