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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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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부출연연구소 I: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차세대 반도체 및 컴퓨팅 연구

국가측정표준 기관에서의 양자컴퓨팅 기술 연구

작성자 : 차진웅 ㅣ 등록일 : 2023-10-31 ㅣ 조회수 : 2,043 ㅣ DOI : 10.3938/PhiT.32.030

저자약력

차진웅 선임연구원은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에서 2013년에 공학 석사, 2018년에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및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2020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양자시스템 및 양자신호변환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chaj@kriss.re.kr)

Quantum Computing Research at the National Metrology Institute

Jinwoong CHA

With a wide range of promising applications arising from unprecedented computing performance, quantum computing has recently received great attention. This technology that relies on quantum superposition and quantum entanglement can be realized in various physical platforms such as superconducting quantum devices, optical systems, semiconductor nanostructures and neutral atoms and so on. The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KRISS), the national metrology institute of Korea, is actively carrying out research on quantum computing technologies with its extensive experience and expertise obtained from the development of measurement standards and precision measurement technologies based on diverse physical systems. In this article, we briefly discuss quantum computing research activities at KRISS.

들어가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정밀 측정과학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통해 국가 경제발전, 과학기술 발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투자를 쏟고 있는 양자과학기술 분야는 정밀측정기술의 극한을 요구하는 분야로, 이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설립 목표와 부합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중성 원자, 광자, 단일 전자, 초전도 큐비트, 점결함 큐비트, 스핀, 나노역학계 등 다양한 물리적 플랫폼을 이용한 양자측정과학기술 및 응용 기술을 활발히 연구 중이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양자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본 특집호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기초지식과 관련 연구개발 현황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서 론

양자역학은 원자, 전자, 스핀 등의 미시계에서 나타나는 물리량(에너지, 운동량 등)의 양자화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양자역학의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은 교과서에 존재하는 개념을 넘어 다양한 물리적 플랫폼에서 구현이 되면서, 현재는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양자통신 등 다양한 양자기술의 기본 작동 원리가 되었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제어하는 것은 양자기술 실현을 위해 가장 근본적인 요소이다.

양자컴퓨터의 물리적 플랫폼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기초가 되는 구성요소인 큐비트의 종류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현재 해외 유수 기업들에서 범용 양자컴퓨팅의 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는 초전도 큐비트(Google, IBM, Rigetti 등), 반도체 양자점 큐비트(Intel 등), 중성 원자 큐비트(Quera Computing, Pasqal 등), 이온 큐비트(IonQ 등), 광자 큐비트(PsiQuantum, Xanadu 등)가 대표적인 하드웨어 플랫폼이며,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존재하여 어떤 물리적 플랫폼이 유망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오랜 시간 축적해온 정밀측정과학기술의 전문성을 토대로 다양한 물리적 플랫폼을 이용해 양자컴퓨팅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특집호에서는 초전도 소자, 광자, 단일 전자, 중성 원자, 하이브리드 양자소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간략한 논의와 각 물리적 플랫폼과 관련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초전도 양자컴퓨팅은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마이크로파 회로 기반 양자프로세서를 이용해 양자 연산을 구현한다. 초전도 양자회로는 초전도 큐비트와 초전도 공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 기가헤르츠(gigahertz)의 마이크로파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한다. 초전도 양자프로세서는 초전도 특성의 발현, 그리고 해당 주파수 대역의 열잡음이 양자 결맞음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 밀리켈빈의 절대온도 환경에서 작동된다. 초전도 양자프로세서는 기존에 확립된 증착, 패터닝, 식각 공정 등의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규모 확장성(scalability)이 매우 우수하다. 즉, 수천‒수만 개의 큐비트 및 공진기가 포함된 회로가 하나의 칩 위에 구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구성요소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큐비트 측정제어를 위한 입출력 마이크로파 채널 수 역시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프로세서의 패키징 기술, 마이크로파 채널의 고밀도화, 계측기기 및 신호처리 기술의 고도화 등을 위한 연구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Fig. 1. (a) Circuit representation of a Josephson junction. (b) Schematic energy diagram for a transmon qubit. (c) Quantum computing infrastructures installed at the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Credit: Center for Superconducting Quantum Computing System.Fig. 1. (a) Circuit representation of a Josephson junction. (b) Schematic energy diagram for a transmon qubit. (c) Quantum computing infrastructures installed at the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Credit: Center for Superconducting Quantum Computing System.

초전도 큐비트는 조셉슨 접합(그림 1(a))과 축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접합은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알루미늄 산화막/알루미늄으로 구성되어 있다. 큐비트 회로 내에서 이 접합은 비선형 인덕터(nonlinear inductor)로서 기능을 하여, 회로의 축전기와 함께 비선형 공진회로를 구성한다. 이러한 비선형 공진회로는 조화 진동자로 묘사되는 선형 공진회로와 다르게 에너지 간격이 불균일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두 개의 에너지 준위를 큐비트로 사용할 수 있다(그림 1(b)). 현재 범용 초전도 양자컴퓨터에 사용되는 큐비트 종류는 트랜스몬(transmon) 큐비트로서, 큐비트 회로에 용량이 매우 큰 축전기를 배치하여 전하 잡음에 덜 민감하도록 설계된 큐비트 타입이다. Google의 Sycamore 프로세서1)에 탑재된 트랜스몬 큐비트는 축전기와 SQUID (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로 구성되어 큐비트의 주파수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이중 큐비트 연산 실행 시 인접한 큐비트의 주파수를 매칭시킬 수 있다. 반면에 IBM이 채택한 큐비트2)의 형태는 축전기 전극 사이에 조셉슨 접합을 위치시킨 형태로 큐비트의 주파수가 고정되어 있어, 이중 큐비트 연산 시 교차 공명(cross resonance, CR) 게이트라는 기법을 이용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조셉슨 전압 표준 확립,3) SQUID를 이용한 측정 기술4) 등 초전도 양자소자 기반 정밀측정기술에 대한 강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은 2022년 6월부터 50 큐비트급 양자컴퓨팅 구축을 목표로 하는 “양자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20 큐비트급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20 큐비트급 시스템에 필요한 극저온 희석 냉동기 구축, 큐비트 패키징 개발, 마이크로파 측정제어 채널 설치, 양자 측정제어를 위한 계측 하드웨어 구축, 조셉슨 파라메트릭 증폭기의 개발5) 등 양자컴퓨팅 실현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림 1(c)). 최근 20 큐비트 테스트 소자를 이용해 단일 큐비트와 CR 게이트를 이용한 이중 큐비트 게이트 특성 분석 및 보정 기술, 양자 연산 오차율 분석 등 대규모 큐비트 시스템의 측정/제어용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광자 기반 양자 정보 기술

광자를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은 그 역사가 매우 깊고, 오랜 기간 연구개발이 진행되어 왔다. 한 공간에 멈춰있는 초전도 큐비트와 달리 광자는 공간상에서 이동하는 플라잉 큐비트로서 장거리 양자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광자의 가장 대표적인 큐비트 형태로는 광자의 편광상태가 수평 방향(|H\(\small\rangle\))과 수직 방향(|V\(\small\rangle\))으로 나타낼 수 있는 특성에 기반한 편광큐비트(polarization qubit), 광자의 다른 두 개의 이동 경로를 큐비트로 사용하는 경로 큐비트(path qubit)가 있다.6) 광자의 편광과 경로의 제어는 다양한 파장판(wave plate) 및 빔 분해기(beam splitter) 등의 광학 부품을 통해 가능하며, 위상 변조기를 이용한 위상 조절 역시 가능하다. 이러한 광 부품들과 검출기 및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다양한 단일 및 이중 큐비트 연산이 가능하다. 광자 기반 양자정보처리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작동 주파수로 인해 상온에서도 양자정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과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된 집적형 포토닉 회로(integrated photonic circuit) 기술을 이용해 PsiQuantum과 Xanadu와 같은 해외 기업에서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Xanadu는 최근 프로그래밍 가능한 포토닉 프로세서에서 216개의 조임 모드(squeezed mode) 상태를 이용한 가우시안 보존 샘플링 구현을 통해 양자 연산 이득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어 광자 기반 컴퓨팅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7)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국내 양자정보과학분야가 자리잡기 전인 2000년대부터 광자 기반 양자정보처리 기술 및 관련 기반 기술을 연구해 왔다. 2007년 출간된 논문8)에서는 광자의 편광 큐비트와 경로 큐비트를 이용해 2-광자 4-큐비트 얽힘 상태를 실험적으로 구현하여 표준연의 광자 기반 양자정보기술 개발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3-광자 NOON 얽힘 상태의 실험적 구현,9) 4-광자 7-큐비트 그래프 상태의 구현10) 등, 자유 공간 선형 광학을 이용한 양자얽힘상태 생성 및 측정 관련 연구 결과를 다수 배출하였다.

Fig. 2. (a) Experimental schematic and (b) an image of the experimental setup for quantum teleportation between two senders and two receivers. Credit: Quantum Optics Team.Fig. 2. (a) Experimental schematic and (b) an image of the experimental setup for quantum teleportation between two senders and two receivers. Credit: Quantum Optics Team.

이러한 기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양자네트워크 및 양자상태 정밀측정기술 관련 우수 성과를 배출하였다. 2020년 Physical Review Letters에 출판된 논문11)에서는 다수의 발신자와 수신자로 구성된 양자네트워크에서 양자원격전송(quantum teleportation)을 이용하는 비밀 정보 공유 프로토콜을 제안하고, 두 개의 발신자 노드와 두 개의 수신자 노드로 구성된 광자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4-광자 Greenberger-Horne-Zeilinger (GHZ) 얽힘 상태를 이용해 제안한 프로토콜을 실험적으로 구현하였다(그림 2). 특히 본 연구에서는 표준연 연구진이 개발한 광섬유 기반 벨 상태 분석기를 이용해 실험을 구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21년에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된 논문12)에서는 기계학습 기법을 이용해 임의의 광자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평가하는 정밀측정기술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은 단발 측정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수행하여 미지의 입력 큐비트 상태와 출력 큐비트 상태를 연결하는 유니테리 연산자(unitary operators)를 찾아 미지의 입력 큐비트 상태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정확도(<10‒5)로 단일 광자 측정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단일 전자 플라잉 큐비트 시스템

양자역학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은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이다. 고전역학은 간섭 및 회절현상을 보여주는 빛을 입자가 아닌 파동으로 정의하였으나,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통해 빛의 입자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며,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이 확립되었다. 광자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입자는 전자로, 양자역학이 확립되기 전에는 입자로 정의되었으나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파동의 성질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수소 원자의 양자화된 에너지 스펙트럼, 반도체 물질에서의 밴드 구조 및 밴드갭 등은 전자에 대한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을 풀어서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Fig. 3. (a) Schematic of an electron flying qubit system. (b)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mage of an electron source. Credit: Single Electron Quantum Devices Team.Fig. 3. (a) Schematic of an electron flying qubit system. (b)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mage of an electron source. Credit: Single Electron Quantum Devices Team.

반도체 양자소자에서의 2차원 전자기체(two-dimensional electron gas) 시스템은 전자의 양자역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 및 이를 이용한 응용 소자를 만들기 위한 최적 플랫폼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전자의 파동-입자 특성은 단일 광자 양자시스템에서 구현된 양자역학적 현상을 나노소자 플랫폼에 적용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1999년도에 Science에 게재된 두 논문13)14)에서 전자의 Hanbury Brown and Twiss 실험을 통해 전자의 안티번칭(anti-bunching)을 실험적으로 구현하고, 2003년에 Nature에 게재된 연구15)에서는 전자 시스템의 마흐젠더 간섭계(Mach-Zehnder Interferometer)의 구현을 보고함으로써 단일 전자를 플라잉 큐비트로 사용하는 양자정보기술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단일 전자 플라잉 큐비트 시스템에서는 전자가 지나가는 두 개의 다른 경로를 큐비트로 사용할 수 있으며, 경로 내에 간섭계와 포텐셜 장벽 등을 배치하여 전자 간 상호작용과 간섭을 통해 단일 큐비트 게이트를 구현할 수 있다(그림 3(a)).

단일 전자 플라잉 큐비트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단일 전자를 생성하는 기술로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전류 표준 확립을 위한 단일 전자 펌프 기술을 다년간 연구해 왔다.16) 단일 전자 펌프는 다수의 전극으로 구성된 양자점 컨택(quantum point contact)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자가 느끼는 포텐셜을 능동적으로 제어하여 단일 전자를 적재(loading), 포획(capture), 방출(unloading) 과정을 통해 생성한다.17) 단일 전자의 생성률이 f이면, 기본전하 e=1.602 176 634\(\small\times\)10-19 C를 이용해 I=ef의 전류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표준 확립을 위한 단일 전자 펌프 연구개발 과정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안정적인 단일 전자의 생성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였다. 2022년 Nano Letters에 게재된 논문18)에서는 GaAs/AlGaAs 이종구조(heterostructure) 기반 2차원 전자기체 시스템을 이용해 단일 전자 플라잉 큐비트 시스템에 사용될 수 있는 신개념 단일 전자원을 개발하였다(그림 3(b)). 이 전자원은 RF 신호를 통해 전자와 홀을 동시에 방출할 수 있으며, 포텐셜 장벽을 능동적으로 제어하여 전자와 홀을 원하는 채널로 분해할 수 있는 기능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플라잉 큐비트에서의 이중 큐비트 연산 등의 구현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중성 원자 기반 양자컴퓨팅

원자는 물질(화합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로, 오랜 기간 물리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한 대표적인 물리계이다. 1995년 NIST에서 루비듐-87 원자를 이용해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연구를 Science에 보고19)한 것을 기점으로, 초저온 원자를 이용한 양자과학 연구가 현재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Fig. 4. (a) Schematic of an optical lattice. Image Source: Wikipedia, (b) Schematic of a Rydberg atom array. (c) 3d CAD model of the experimental setup for quantum gases in optical lattices and (d) Ryderg atom arrays developed at the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Credit: Ultracold Atom Quantum Research Team. Fig. 4. (a) Schematic of an optical lattice. Image Source: Wikipedia, (b) Schematic of a Rydberg atom array. (c) 3d CAD model of the experimental setup for quantum gases in optical lattices and (d) Ryderg atom arrays developed at the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Credit: Ultracold Atom Quantum Research Team.

중성 원자를 이용한 양자기술 플랫폼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속박하는 기술과 원자를 냉각하는 기술이다. 중성 원자 양자시스템은 두 가지 대표적인 시스템이 있다. 첫 번째로, 반대 방향으로 전파하는 레이저 빛을 조사하여 정상파를 형성하여, 주기적인 광학 포텐셜(optical potential)을 갖는 광격자(optical lattice) 시스템 내에 중성 원자 기체(quantum gas)가 속박되어 인공적인 응집 물질 시스템을 구성하는 시스템(그림 4(a))으로 이를 이용해 다양한 응집물질물리 시스템에서 발현되는 밴드 구조(band structure), 위상 현상(topological phenomena), 다체계 물리(many-body physics) 등을 연구하기 위한 양자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20) 다른 대표적인 플랫폼은 단일 리드버그 중성 원자를 레이저의 초점 부분에 속박하여 배열 또는 격자를 구성하는 시스템(그림 4(b))으로 리드버그 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활용하여 양자컴퓨팅을 구현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리드버그 원자 시스템은 원자의 고유한 에너지 준위를 큐비트로 사용하여, 큐비트 주파수가 일정하고, 매우 높은 결맞음 시간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2022년에 Nature에 출판된 논문21)에서는 이러한 리드버그 중성 원자 플랫폼을 이용해 양자컴퓨팅 알고리즘을 수행하여 6 큐비트 GHZ 얽힘 상태 형성, 양자위상추정(quantum phase estimation), 양자근사최적화알고리즘(quantum approximate optimization algorithm)을 실현하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저온원자양자팀에서는 두 개의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를 갖는 알칼리 토금속 계열 원소인 이터븀 원자를 이용해 양자컴퓨팅 연구를 위한 장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터븀 원자는 시간 정의를 위한 차세대 원자시계를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연구되었으며, 이를 위한 초정밀 레이저 기술 역시 개발되었다. 특히 2021년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터븀 광시계를 통해 세계협정시 생성에 참여한 성과22)는 표준연이 보유한 이터븀 원자 상태 정밀 측정제어에 대한 기술 수준을 뒷받침한다.

현재 구축 중인 중성 원자 양자시스템은 양자 기체 광격자 시스템(그림 4(c))과 리드버그 광집게 시스템(그림 4(d)) 두 종류가 있다. 양자 기체 광격자 시스템은 극저온 양자 기체를 준비하여 광격자에 담아 이를 고분해능 대물렌즈를 통해서 측정제어를 구현하는 양자 기체 현미경(quantum gas microscope)을 기반으로 구축한다.23) 이 시스템을 통해 Hubbard 모델, SU(N) 양자 자성, 위상 물질 양자 시뮬레이션을 비롯한 아날로그 양자컴퓨팅을 수행할 계획이다. 다른 시스템인 리드버그 광집게 시스템은 광집게를 이용해 비교적 넓은 간격으로 원자 큐비트를 포획하고, 리드버그 전이(Rydberg transition)를 이용해 상호작용을 구현한다.24) 본 시스템은 배열의 프로그래밍 및 원자 큐비트의 개별 측정제어가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이를 통해 양자게이트 기반 양자회로를 실행하는 양자컴퓨팅을 구현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양자시스템

하이브리드 양자시스템(hybrid quantum systems)은 서로 다른 물리적 성질을 가진 이종 양자시스템을 결합해 단일 양자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넘는 기술 구현을 목표로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양자기술 플랫폼이다.25) 양자소자에서 가장 기초적인 요소인 초전도 공진기의 마이크로파 모드와 전자기적으로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는 광자(전기광학적 결합), 포논(전기역학적 결합), 스핀 및 마그논(자기적 결합), 전하(전기적 결합) 등의 양자상태와 결합을 통해, 양자센싱(quantum sensing), 양자신호변환(quantum transduction), 양자메모리(quantum memory) 등 다양한 양자기술에 적용 가능성이 있다.

Fig. 5. (a) Image of a microwave package for superconducting devices. (b)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mage of a niobium nanomechanical resonator. (c) Microwave measurement setup. (d) Schematic of a quantum transducer being developed at the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Credit: Hybrid Quantum Systems Team.Fig. 5. (a) Image of a microwave package for superconducting devices. (b)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mage of a niobium nanomechanical resonator. (c) Microwave measurement setup. (d) Schematic of a quantum transducer being developed at the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Credit: Hybrid Quantum Systems Team.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하이브리드팀은 마이크로파 양자정보를 통신파장 대역 광신호 양자정보로 변환하는 양자신호변환 기술을 연구 중이다. 양자신호변환 기술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초전도 양자컴퓨터 두 대 간 양자정보를 전송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전도 양자프로세서는 열잡음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밀리켈빈 온도의 극저온 환경에서 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작동되기 때문에,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통신을 가장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파 신호는 상온에서 열잡음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보전송을 위해서는 마이크로파 신호가 지나갈 수 있는 극저온 채널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두 대의 양자컴퓨터가 수십 미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다면, 밀리켈빈 온도를 유지하는 극저온 채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높은 비용으로 인해 실용이 떨어진다. 하지만 상온에서도 매우 낮은 손실 특성을 보이며, 열잡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광자를 이용할 수 있다면, 광섬유 채널을 이용해 안정적인 양자정보 송수신이 가능할 것이다. 양자신호변환기(quantum transducer)는 극저온 환경에 존재하는 큐비트의 마이크로파 양자정보를 통신파장대역의 광신호로 변환하거나 반대로 통신파장대역의 광신호를 마이크로파 신호로 변환하는 기능을 갖는 소자로, 마이크로파 신호와 광신호와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매개체를 이용해 구현된다. 현재 가장 유망한 플랫폼은 고주파 나노역학소자의 포논을 이용한 양자신호변환 기술로서, 초전도 큐비트, 압전형 나노역학공진기, 나노광학 공진기 플랫폼을 결합하여 큐비트의 양자상태를 통신파장대역 광자를 이용해 측정한 연구 결과가 최근 Nature에 보고되었다.26)

양자신호변환기술과 관련해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나노소자 제작 기술 및 이를 이용한 정밀측정기술의 전문성을 토대로 초전도 마이크로파 공진기와 나노전기역학소자의 강한 결합을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양자소자를 연구 중이다. 최근 발표된 Nano Letters 논문에서는 우수한 초전도 특성을 가진 니오븀 박막을 이용한 나노전기역학소자를 제작(그림 5(a‒c))하여 기가헤르츠 대역의 마이크로파 모드와 메가헤르츠 대역의 나노역학소자의 포논 간 강한 광역학 결합을 구현한 연구 결과를 보고 하였다.27) 광역학 결합으로 발현되는 광역학 냉각(optomechanical cooling) 및 증폭(optomechanical amplification), 광역학유도투과(optomechanically induced transparency) 현상 등을 실험적으로 구현하였으며, 비선형 광역학 현상을 통한 마이크로파 주파수 빗(microwave frequency comb) 생성 역시 실험적으로 구현28)하여 센싱 기술에 응용 가능성 역시 보고하였다. 현재 고주파 나노역학소자 기반 하이브리드 양자소자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나노전기역학소자의 양자기저상태(quantum ground state) 달성을 통해 신호 변환 잡음을 최소화하고, 이 소자를 고품질 광공진기와 결합해 마이크로파-광파 양자신호변환 기술(그림 5(d))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맺음말

양자기술은 현재 대표적인 국가전략기술로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들이 양자기술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양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정밀측정기술을 바탕으로 초전도 소자, 광자 플랫폼, 단일 전자 소자, 중성 원자 양자시스템, 하이브리드 양자소자 등 광범위한 물리적 플랫폼을 이용한 양자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양자기술 발전 및 주도권 확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주
1)F. Arute et al., Nature 574, 505 (2019).
2)J. M. Chowet al., Nat. Comms. 5, 4015 (2014).
3)K. -T. Kim et al., Appl. Phys. Lett. 88, 062501 (2006).
4)Y. H. Lee et al., Supercond. Sci. Technol. 30, 084003 (2017).
5)G. Choi et al., IEEE Trans. Appl. Supercond. 5, 1701504 (2023).
6)P. Kok et al., Rev. Mod. Phys. 79, 135 (2007).
7)L. S. Madsen et al., Nature 606, 75 (2022).
8)H. S. Park et al., Opt. Express 15, 17960 (2007).
9)H. Kim et al., Opt. Express 17, S284 (2006).
10)S. M. Lee et al., Opt. Express 20, 6915 (2012).
11)S. M. Lee et al., Phys. Rev. Lett. 124, 060501 (2020).
12)S. M. Lee et al., Phys. Rev. Lett. 126, 170504 (2021).
13)M. Henny et al., Science 284, 296 (1999).
14)W. D. Oliver et al., Science 284, 299 (1999).
15)Y. Ji et al., Nature 422, 415 (2003).
16)M. -H. Bae et al., Metrologia 52, 19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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