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 노벨물리학상
아토초 펄스를 이용한 광전효과의 지연 현상 측정
작성자 : 김경택 ㅣ 등록일 : 2023-11-29 ㅣ 조회수 : 1,705 ㅣ DOI : 10.3938/PhiT.32.033
김경택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아토초 펄스의 생성과 측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 연구소 선임연구원, 캐나다 국립연구회 및 오타와대학의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는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과 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과학과의 아토과학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kyungtaec@gist.ac.kr)
Measurement of a Photoionization Delay Using Attosecond Pulses
Kyung Taec KIM
The Nobel Prize in Physics for 2023 was awarded to three distinguished scientists: Pierre Agostini, Ferenc Krausz, and Anne L’Huillier. This recognition honors their significant contributions in the field of experimental methods, specifically for generating attosecond pulses of light to study electron dynamics in matter. Anne L’Huillier and her research team made a groundbreaking discovery by utilizing a long-wavelength laser driver to achieve high harmonic generation. Pierre Agostini’s team accomplished the first-time measurement of the temporal profile of attosecond pulse trains, while Ferenc Krausz’s team successfully produced and measured an isolated attosecond pulse. These achievements have greatly advanced attosecond science, enabling the investigation of ultrafast electron dynamics in matter with unprecedented temporal resolution.
강력장 물리학의 태동과 고차조화파의 발견
1960년 마이만에 의해 루비레이저가 개발되었다. 그 후에 레이저의 펄스 에너지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큐 스위칭 방법, 레이저 펄스의 펄스폭을 극히 짧게 만들 수 있는 모드락킹 기술 등이 개발되면서 레이저의 세기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강력한 레이저장과 원자 및 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강력장 물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시작되었다. 1970년대 프랑스의 원자력 및 대체 에너지 연구소(Commissariat à l’énergie atomique et aux énergies alternatives, CEA)에서 근무하던 피에르 아고스티니 박사와 앤 룰리에 박사는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여 원자 및 분자의 이온화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박사 연구팀은 초강력 레이저를 제논 원자에 조사하여 이온화 현상을 관측하였다. 레이저 세기가 세어짐에 따라, 원자가 복수의 광자를 흡수하여 이온화되는 다광자 이온화(multiphoton ionization) 현상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피에르 아고스티니 박사의 실험에서는 다광자 이온화에서 기대되었던 에너지보다 높은 에너지의 광전자가 관측되었다.1) 이 현상을 문턱 넘어 이온화(above threshold ionization) 현상이라 부른다. 문턱 넘어 이온화 현상은 초강력 레이저의 전기장이 변화할 때, 이온화율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생성된다. 즉, 레이저 펄스의 주기보다 짧은 시간에 이온화율이 급격히 증가되는 터널링 현상에 의한 이온화가 관측되었던 것이다.
앤 룰리에 박사 또한 같은 연구실에서 강력장 물리학 연구를 수행하였다. 앤 룰리에 박사는 크립톤 원자의 이온화량을 분석하였다. 앤 룰리에 박사는 크립톤 원자가 이온화될 때, 특정한 에너지에서 이온화량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무릎 구조(knee structure)’를 발견하였다.2) 이 현상은 터널링 이온화된 전자가 가속된 후에 원자와 다시 충돌하면서 추가적으로 다른 전자를 이온화시키는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
1987년 맥퍼슨 등의 연구자에 의해 원자에 짧은 파장을 가지는 크립톤(248 nm) 레이저를 집속시키면, 광전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파장의 고차조화파도 발생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3) 같은 해 앤 룰리에 연구팀은 장파장 레이저를 이용해 고차조화파를 발생시켰다.4) 장파장 레이저에 의해 생성된 고차조화파의 스펙트럼은 조화파의 세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평탄(plateau) 영역과 잘림 주파수(cutoff) 영역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을 보였다.
고차조화파의 발견 이후에 많은 후속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특히, 고차조화파의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폴 코쿰 등의 과학자에 의해 제안된 3단계 모델은 고차조화파의 이해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5) 강력장 내의 원자로부터 터널링 이온화에 의한 자유전자 생성, 레이저장에 의한 전자의 가속, 원자와의 재결합으로 설명되는 3단계 모델은 간단하면서도 고차조화파의 여러 성질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고차조화파 이론의 발전으로, 고차조화파 펄스의 시간 모양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었다. 고차조화파의 발생 메커니즘에 따르면, 고차조화파가 레이저 주기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발생되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여러 이론 연구들에 따르면, 고차조화파 펄스의 펄스폭이 불과 수십‒수백 아토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RABBIT 방법을 이용한 아토초 펄스의 측정
고차조화파는 레이저장의 매 반주기마다 생성된다. 전자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매 반주기마다 고차조화파의 부호가 반대로 생성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차조화파는 레이저 광자 에너지의 두 배의 에너지 간격으로 홀수 차수만 생성된다. 고차조화파의 스펙트럼은 극자외선 또는 엑스선을 측정할 수 있는 분광기로 측정이 가능하다. 주파수 빗(frequency comb) 모양의 스펙트럼은 마치 모드락킹 레이저의 스펙트럼과 비슷하다. 만약 조화파들의 위상이 선형적인 관계가 유지된다면 아토초 펄스가 생성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고차조화파의 위상을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고차조화파의 위상 측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발레리 베니아르 등의 이론 연구자였다.6) 고차조화파와 레이저 펄스를 동시에 조사하여 광전자를 생성할 때, 그림 1과 같이 고차조화파의 에너지에 레이저의 광자 에너지를 흡수 또는 방출하면서 생성되는 짝수 차수의 사이드 밴드가 생성된다. 짝수 차수의 사이드 밴드는 두 개의 이온화 경로로 발생된다. 따라서, 두 개의 이온화 경로를 따라 이온화되는 양자 궤적의 간섭에 의해 사이드 밴드의 세기가 결정된다. 고차조화파와 레이저의 시간 지연을 바꾸어 가며 사이드 밴드의 세기 변화를 관찰하면, 사이드 밴드의 위상을 결정할 수 있다. 두 개의 에너지가 인접한 조화파들에 의해 이온화되는 광전자의 양자 간섭 효과에 의해 위상 차이를 관측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교수 연구팀은 양자간섭 효과를 이용한 아토초 펄스 측정에 성공하였다. 양자간섭에 의한 측정 방법을 RABBIT (reconstruction of attosecond beating by interference of two photon transition) 방법이라 이름 지었다.7) 아토초 펄스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장치는 그림 2와 같이 구성되었다. 레이저 빔을 2개로 나누어 한쪽은 아토초 펄스를 생성하고, 다른 한쪽의 레이저 빔은 생성된 아토초 펄스 측정과 겹쳐지도록 했다. 아토초 펄스와 레이저 펄스를 동시에 조사하여 얻는 광전자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고차조화파의 위상을 얻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교수 연구팀은 RABBIT 실험을 통해 얻어진 고차조화파의 진폭과 위상을 통해 250 아토초 펄스폭을 가지는 아토초 펄스열을 최초로 측정하였다.
아토초 스트리킹 방법을 이용한 단일 아토초 펄스의 측정
아토초 펄스는 레이저 펄스의 매 반주기마다 생성되기 때문에, 펄스열의 형태로 생성된다. 시분해 분광학 등의 연구에 아토초 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일 아토초 펄스가 유용하다. 따라서, 단일 아토초 펄스를 만들려는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다. 단일 아토초 펄스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제안되었는데,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레이저의 펄스폭을 수 주기(few cycle)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페렝크 크라우츠 연구팀은 레이저 펄스의 펄스폭을 줄이기 위해 속이 빈 파이버에 가스를 채워 레이저 펄스를 통과시켰다. 강력한 레이저 펄스가 가스가 가득한 속이 빈 파이버를 지나면서 커 효과(Kerr effect)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굴절율 때문에 주파수에 변화가 생긴다. 이 주파수 변화로 인해 레이저 펄스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8) 이를 다시 처프 미러를 이용해 압축해서 수 주기 펄스를 만들 수 있었다.
레이저 펄스의 펄스폭이 수 주기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자 절대위상의 제어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절대위상은 레이저의 포락선(envelope)의 최댓값과 전기장의 최댓값 사이의 위상 차이를 말한다. 수 주기 펄스는 절대위상의 값에 따라서, 펄스 내의 전기장의 모양이 매우 다르다. 절대위상에 따라 고차조화파의 생성조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단일 아토초 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위상을 제어해야만 했다. 당시에 절대위상의 제어는 주파수 안정화 기술과 관련이 있기도 하였다. 주파수 안정화 기술에 대한 기여로 200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테오도르 핸슈 박사와 페렝크 크라우츠 연구팀은 절대위상 제어 연구를 위해 힘을 합쳤다. 그들의 노력으로 절대위상 제어를 통해 단일 아토초 펄스 생성에 필요한 연속적인 고차조화파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었다.9)
단일 아토초 펄스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갖기 때문에, RABBIT 방법을 적용할 수 없었다. 단일 아토초 펄스의 측정을 위해서는 아토초 스트리킹이라는 방법이 사용되었다.10) 아토초 스트리킹 실험을 위한 실험장치는 그림 2와 매우 유사하다. 레이저장과 아토초 펄스를 동시에 조사하면, 아토초 펄스에 의해 순간적으로 생성되는 전자가 레이저장에 의해 가속이 된다. 이때, 광전자의 운동량이 그림 3(a)와 같이 변화하는데, 변화하는 운동량 \(\small \mathit{\Delta} p\)는 레이저 장의 적분값에 해당하는 벡터 포텐셜 값과 같다. 그림 3(b)와 같이 운동량 변화 \(\small \mathit{\Delta}p\)를 아토초 펄스와 레이저 펄스의 시간지연에 따라 측정한다. 아토초 스트리킹 실험을 통해 변화하는 광전자 스펙트럼의 모양을 이용하여 단일 아토초 펄스를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레이저 펄스의 벡터 포텐셜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광전자 이온화의 지연 효과
아토초 펄스를 이용한 아토초 스트리킹 실험을 하기 위해 광전자 스펙트럼을 측정한다. 네온 원자에 수십 eV의 광자에너지를 가지는 아토초 펄스를 이용하면 2s와 2p 준위로부터 생성된 광전자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페렝크 크라우츠 연구팀은 두 준위로부터 측정된 광전자의 운동량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측정하였다. 대략 21 아토초의 시간에 차이가 있었다.11) 당시 연구팀은 이러한 시간 차이가 광전자의 이온화 현상에서 생기는 지연효과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었다. 그러나, 이 측정값은 이론적으로 계산한 값보다는 두 배 이상 큰 값이었다.
광전효과의 지연 현상에 대한 실험은 앤 룰리에 교수 연구팀에 의해 다시 측정되었다. 앤 룰리에 교수 연구팀은 아토초 펄스열을 이용해 RABBIT 방법으로 측정을 수행하였다. 아토초 펄스열은 고차조화파 형태의 주파수 모양을 가지기 때문에, 광전자 스펙트럼의 에너지 해상도가 좋았다. 따라서, 광전자가 이온화될 때, 여러 전자의 효과를 모두 고려할 수 있었다. 실제로 네온 원자의 경우, 광전자가 직접 이온화되는 경로뿐만 아니라, 2p로부터 3p로 하나의 전자를 여기시키고, 또 다른 전자가 2p로부터 이온화되는 Shake up 이온화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
앤 룰리에 교수 연구팀은 Shake up 절차를 수반하는 광전자 스펙트럼과 직접 이온화되는 광전자 스펙트럼이 겹치면서 지연효과 측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12) Shake up 절차에 의한 이온화 효과를 모두 고려하고 난 후에 2s로부터 이온화되는 광전자의 지연이 대략 3아토초 정도로 측정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이론적인 계산과도 잘 부합하는 결과였다. 그간 순식간에 일어나는 현상으로만 생각했던 광전자 이온화 현상의 지연현상과 같은 초고속 현상도 아토초 펄스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보인 결과이다.
맺음말
강력장 물리학 연구를 수행하던 중 고차조화파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고차조화파를 이용해 결맞는 극자외선 또는 엑스선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 성과가 뜻하지 않았던 아토초 펄스의 생성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아토초 펄스의 측정으로 기존에는 측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물질 내의 초고속 동역학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아토초 펄스열과 단일 아토초 펄스를 이용하여 불과 수 아토초에 불과한 광전자 이온화 현상의 지연 효과에 대한 측정까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아토초 펄스를 이용한 다양한 시분해 분광학 응용 연구가 발전되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고차조화파를 이용한 연구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어서, 액체 또는 고체 내의 고차조화파 연구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토초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고차조화파의 발생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아토초 펄스의 펄스에너지는 ~nJ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토초 펄스의 응용이 시분해 분광학에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래의 연구를 통해 발생효율이 향상되어 시분해 이미징, 극자외선 또는 엑스선 비선형 광학, 나노미터 스케일 머시닝 분야와 같이 다양한 응용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하나의 학문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했던 3인의 과학자들의 뛰어난 업적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 이외에도 수많은 다른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아토과학이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아토과학은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발전 속에서 대한민국의 과학자들도 조명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 각주
- 1)P. Agostini, F. Fabre, G. Mainfray, G. Petite and N. K. Rahm, Phys. Rev. Lett. 42, 1127 (1979).
- 2)A. L'Huillier, L. A. Lompre, G. Mainfray and C. Manus, Phys. Rev. Lett. 48, 1814 (1982).
- 3)A. McPherson, G. Gibson, H. Jara, U. Johann, T. S. Luk, I. A. McIntyre, K. Boyer and C. K. Rhodes, J. Opt. Soc. Am. B 4, 595 (1987).
- 4)M. Ferray, A. L'Huillier, X. F. Li, L. A. Lomprk, G. Mainfray and C. Manus, J. Phys. B 21, L31 (1988).
- 5)P. B. Corkum, Phys. Rev. Lett. 71, 1994 (1993).
- 6)Valérie Véniard, Richard Taieb and Alfred Maquet, Phys. Rev. A 54, 721 (1996).
- 7)P. M. Paul et al., Science 292, 1689 (2001).
- 8)M. Nisoli et al., Opt. Lett. 22, 522 (1997).
- 9)A. Baltuška et al., Nature 421, 611 (2003).
- 10)J. Itatani, F. Quéré, G. L. Yudin, M. Yu. Ivanov, F. Krausz and P. B. Corkum, Phys. Rev. Lett. 88, 173903 (2002).
- 11)M. Schultze et al., Science 328, 1658 (2010).
- 12)M. Isinger et al., Science 358, 893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