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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아토과학 분야의 국제 경쟁력

작성자 : 남창희 ㅣ 등록일 : 2023-11-29 ㅣ 조회수 : 2,320

캡션남 창 희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단장
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과학과 교수

금년도 노벨 물리학상은 아토초(10-18 s) 영역에서 일어나는 원자의 전자동역학 실험분야를 개척한 세 과학자에게 수여된다. 초기 아토과학 연구는 룬트대학의 루일뤼에 교수가 프랑스 원자력연구소에서 기체원자에 강한 레이저 펄스를 쪼여 주었을 때 레이저 주파수에 대한 조화파의 세기가 지수 차수로 감소하지 않고 평탄 영역을 형성하는 고차조화파의 관측에서 시작되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오고스티니 교수도 프랑스 원자력연구소에서 고차조화파 아토초 펄스를 계측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아토초 펄스의 존재를 입증했다. 고차조화파 발생은 펨토초 레이저 기술의 발전에 따라 크게 확장되었다. 크라우츠 교수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펨토초 레이저의 펄스폭을 수 주기 내로 줄여 단일 아토초 펄스를 생성하는 방법을 개척하여 다양한 아토초 현상을 측정함으로써 아토과학 연구 영역을 크게 확장하였다. 이번 노벨상 수상에서 제외되었지만,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코쿰 교수는 고차조화파 발생 과정을 설명하는 3단계 모델을 제안하여 아토과학을 정립한 공로가 있으며, 2022년 울프상을 루일뤼에, 크라우츠 교수와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국내의 아토과학 연구는 카이스트에서 자체 제작한 펨토초 레이저 공진기를 기반으로 20펨토초 3테라와트 레이저를 1998년에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레이저로 아르곤, 네온, 헬륨 기체에서 고차조화파를 발생하고 자체 제작한 연엑스선 분광기로 계측하여, 고차조화파의 비점진적 파장 변화, 결맞는 조정, 파장의 연속 조절 등 특성 연구와 두 파장 레이저를 이용한 매우 강한 조화파 발생, 조화파가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아토 처프 보상을 통한 변환 한계 아토초 발생 등을 연구하였다. 또한 조화파를 이용한 헬륨 원자의 초고속 동역학과 이산화탄소 분자의 내부 궤도에서 발생하는 조화파 발생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1980년대부터 강한 레이저장에 의한 원자의 이온화나 조화파 발생을 연구한 프랑스나 미국의 연구그룹에 비해 늦게 시작한 것이나, 주목받는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표하였다. 이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에서 계속되어 상대론적 레이저-플라즈마에서 고차조화파 발생, 좌절된 터널링이온화를 이용한 새로운 극자외선 광원 개발 등을 연구하고 있다. 포항공대에서는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를 2011년에 설립하면서 크라우츠 교수의 후원 아래 나노 분야의 초고속 동력학 연구 등 다양한 아토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 시설에 아토초 빔라인을 구축하고 새로운 강력한 아토초 광원을 이용한 아토과학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아토과학 연구는 소수의 연구 그룹에 의해 진행되어 왔고, 원자, 분자물리 분야의 연구팀도 많지 않아 국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유럽은 EU의 지원 아래 Laserlab Europe을 결성하여 18개국 35개 기관이 연구진 교류, 학회 개최, 여름학교 개설 등과 아울러 24개 연구소의 레이저 시설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지난 20년 이상 운영하면서 유럽 연구팀의 연구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켰다. 미국도 유럽의 경쟁력 강화에 자극을 받아 5년 전 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지원으로 11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LaserNetUS를 결성하였고 이를 통해 연구시설 공유와 워크숍 등을 개최하여 연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아시아에서도 유럽 레이저 네트워크에 자극을 받아 2004년 AILN (Asian Intense Laser Network)을 구성하여 학회 개최와 여름학교 개설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연구자들과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젊은 연구자들을 키우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시아권은 이런 네트워크에 직접적인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각자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일환으로 AILN에 참여해 왔다. 앞으로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연구시설 공유와 다국가 참여 국제공동연구 과제를 만들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즉,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연구비를 출연하여 운영하는 길을 마련한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연구자 교류를 활성화하고 연구시설을 공유하여 연구 능력과 수준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연구진과 대등한 수준에서 연구 교류를 이끈다면, 아토과학과 같은 국내 기초과학 분야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chnam@ib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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