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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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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 글로 써내려간 물리 60년

새물리가 걸어온 60년, 앞으로 걸어갈 60년

작성자 : 고재현 ㅣ 등록일 : 2021-11-24 ㅣ 조회수 : 2,407 ㅣ DOI : 10.3938/PhiT.30.034

저자약력

고재현 교수는 2000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고체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0년부터 일본 츠쿠바 대학, ㈜삼성코닝에서 근무한 후, 2004년부터 한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유전체를 포함한 응집물질 분광학, 고압물리학, 디스플레이-조명 등 광학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현재 한국물리학회 새물리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hwangko@hallym.ac.kr)

New Physics: Sae Mulli, the Past 60 Years and the Next 60 Years

Jae-Hyeon KO

The first issue of the journal “New Physics: Sae Mulli”, one of the representative journals of the Korean Physical Society, was published in May 1961. Since then, Sae Mulli has evolved as an important platform for sharing new findings with those members belonging to the Korean Physical Society. This article presents a brief review of the history of this journal. It also includes the current status of and prospects for this journal.

들어가며

한국물리학회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술지인 「새물리」(영문명 New Physics: Sae Mulli)가 올해로 창간 60주년을 맞이했다. 창간호는 한국물리학회가 설립된 지 거의 10년이 다 된 시점에 발간된 1961년 5월호였다. 「새물리」라는 학회 기관지의 발간을 발판으로 국내 물리학 연구자들은 연구 논문을 발간할 수 있는 연구 교류의 장이 생긴 것이다. 「새물리」는 지난 60년의 역사 속에서 국내 물리학의 대표적 학술지로 자리매김하며 한국물리학회의 대표 학술지로 지속적인 변모와 발전을 이루어왔다. 2011년 이후 해외 편집위원을 선임하고 국·영문 혼용을 통해 독자층을 국제무대로 넓혀가고 있으며, 2015년에는 세계 최대의 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인 SCOPUS에 등재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새물리」는 현재 매 호마다 표지 논문 및 하이라이트 논문 선정을 통해 논문 투고자의 자긍심을 고취함과 동시에 국내 물리학자들의 총설논문 게재를 활성화함으로써 물리학 각 분야의 최근 학문적 동향을 파악하는 보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교육 및 연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새물리」의 앞날에 큰 도전과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본 특집은 「새물리」 창간 60주년을 맞아 「새물리」 편집위원회가 기획한 세 편의 연재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원고는 새물리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새물리」 편집위원회의 치열한 고민이 낳은 결과물이다. 두 번째 원고는 2021년 10월 18일 전임 새물리 편집위원장들과 현 편집위원회 사이에 이루어진 간담회 원고를 정리한 글로서 전임 편집위원장들의 고견과 애정 어린 의견들을 편집해 꾸몄다. 마지막 글은 한국물리학회 일반 회원 10명이 「새물리」에 바라는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아무쪼록 본 특집호 원고들이 한국물리학회 회원들께 「새물리」의 위상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한 전망의 일단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새물리」의 지난 60년1)

1. 태동기와 창간, 정착

Fig. 1. The first issue of 「New Physics: Saemulli」 published in May, 1961.Fig. 1. The first issue of 「New Physics: Sae Mulli」 published in May, 1961.

1952년 창립된 한국물리학회는 제5차 정기총회를 통해 평의원회와 간사회를 구성하여 학회를 활성화시킨 후 1959년에서 1960년까지 2년에 걸쳐 학술잡지를 창간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논문 투고의 부족으로 학술잡지가 폐간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1960년 10월 14일 동국대학교에서 개최된 제6회 정기총회에서 학회지의 창간이 결정되었다. 이날 선임된 윤세원 총무간사와 김철수(金哲洙) 편집간사의 노력으로 1952년 한국물리학회가 창립된 후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1961년 6월 10일 드디어 한국물리학회지인 「새물리」를 창간하게 되었다. [그림 1]은 학회에서 보관 중인 「새물리」 창간호의 실물 사진이다. 당시 한국물리학회는 「새물리」를 순수 학술지 성격으로 규정하지 않고 회원들의 연구동향 등을 포함한 소식을 전하는 학회지로 「새물리」가 저널로 성장하기를 고대하며 창간하였다. 창간호에는 학술논문의 게재가 없었고 대신 간사회를 거쳐 편집간사가 의뢰한 해설논문 6편 가운데 논문 심사위원회에서 채택된 5편의 논문이 실렸다.

「새물리」는 미국물리학회의 Physics Today와 일본물리학회의 「物理」를 모델로 삼은 것이었는데, 학술논문을 게재했다는 점에서 Physics Today와는 약간 성격이 달랐다. 초창기의 「새물리」 편집은 위원회가 따로 없이 편집간사 혼자서 학회지의 편집업무를 수행했다.

학회지 「새물리」 발간에 힘입어 1962년 5월 8일 시점에 회원이 179명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창간호가 발행된 후 1년이 지난 1962년 6월에 가서야 5편의 연구논문이 처음으로 「새물리」를 통해 발표되어 저널로서의 「새물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해외유학으로부터 돌아오는 학자들도 매년 증가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연구비가 지급되어 학계 전반에 연구 의욕이 증가되었고 이는 학술 활동의 활성화로 연결되었다. 「새물리」라는 학회기관지의 발간을 발판으로 발전의 궤도에 오른 한국물리학회는, 종전에는 총회에서 평균 4편 정도의 논문이 발표되었지만, 시대 상황에 힘입어 1962년에는 일거에 20여 편의 학술강연과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편집간사와 간사회는 「새물리」 투고규정과 논문심사규정을 제정하는 등 편집기능을 확립하였다. 「새물리」에는 해설논문 및 연구논문이 15편으로 증가하였으며, 총회 참석 인원도 100명을 돌파하여 임시총회를 포함, 연 2회씩 열리게 되었다.

2. 편집위원회의 탄생과 발전적 분화

1965년 2월 16일 간사회에서 편집위원 2명과 간사 1인을 둠으로써 학술지 편집이 위원회 형식을 비로소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는 1966년 5월 27일 평의원회에서 편집위원회 구성을 의결하고 관련 규정을 통과시켰고, 당연직 편집위원장인 편집간사와 6명의 편집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상설위원회가 탄생되었다. 1966년도 이사회 결의에 따라 「새물리」에 물리교육란을 신설하였다.

연구논문 편수가 증가함에 따라 「새물리」를 회지와 영문저널(Journal)로 분리해서 발간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 학회지 「새물리」를 해설지인 「새물리」와 학술지인 JKPS (Journal of the Korean Physical Society)로 분리해서 발간하기로 하였다. JKPS는 1968년 3월 창간호를 발간했다. 해설지인 「새물리」는 제8권 제1호부터 속간되어 매년 6월과 12월 말 연 2회 발행하였으나, 순 해설지 성격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특집호와 증보호로 논문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원래대로 논문과 해설지를 겸하면서 계속 발전하였다.

「새물리」는 제10권(1970)부터 한글 전용 계간지화하고 JKPS와 함께 논문 편집 순서는 Physics Abstracts 논문분류표를 따랐다. 1970년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새물리」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전 회원 명부를 「새물리」 제10권 제1호(1970년 3월호)에 게재하고 「새물리」 제6권 제1호부터 제10권 제4호까지의 게재논문의 색인을 「새물리」 제10권 제4호에 실었다. 1970년 상임이사회는 학회와 회원 상호 간의 의사소통과 유대강화, 신속한 연구정보의 교류를 위해서 News Letter를 발간하기로 하고 그 첫 호를 1970년 6월 11일에 발간하여 전 회원에게 발송하였다. 그러나 1971년 3월 제5호를 마감으로 1971년 6월 「새물리」에 통합되었다.

1971년 5월 28일에 편집위원회가 상임이사회로부터 독립하면서 편집위원장이 논문제출 요구, 자료제출 의뢰, 편집비 지출, 논문 및 해설을 제외한 자료의 면 배당에 관한 사항에 대해 전결권을 갖게 되었다. 또한 편집이사는 편집위원회 회의 및 활동 보고, 편집 실무, 게재료 징수, 운영 제경비에 관한 사항을 분장하게 되었다.

1975년 한국물리학회가 사단법인으로 개편인가를 받으면서 정관과 제규정이 마련되었고, 편집위원회 규정 및 논문 투고 내규도 정비되었다. 1976년 12월 24일 사단법인 한국물리학회 정관을 개정하면서, 편집위원회 규정을 세칙 제5장 편집위원회로 이동하고 세칙화하였다. 이 시기에 「새물리」는 격월간지를 시도하며, 고체물리학 심포지엄, 입자물리학 분과 워크숍, 물리교육 특집 증보호 등을 발행하였다. 그러나 발간이 계속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

1980년에 이르러 꾸준한 노력으로 「새물리」 연 4회 발행과 JKPS 연 2회 발행이라는 정기적인 발행일자를 지킬 수 있게 되어 1981년 2월 26일자로 문공부에 「새물리」와 JKPS의 정기간행물 등록을 필하였다. 한편, 1982년 「새물리」 제22권 제3호와 제4호가 한국물리학회 창립30주년 기념특집으로 발행되었다. 또한 같은 해에 학술지 「물리교육」도 창간되었다.

1983년 9월 한국물리학회 제47회 총회 프로그램과 발표논문초록집으로 회보가 창간되어 「새물리」에 총회 프로그램을 이중으로 전재하는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고 「새물리」도 순수학술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1986년에는 「새물리」를 연 6회의 격월간지로 발행하기 시작하였다. 1988년 한국물리학회는 「응용물리」를 창간하고 이후 국제학술지 CAP (Current Applied Physics)으로 개명하였다.

3. 월간지로의 변모와 SCOPUS 등재

「새물리」는 1999년 제37권까지 속간되다가 2000년 국문논문지 「물리교육」과 통합되며 월간지가 되었다. 책명은 「새물리」로 유지되었다. 이때 학술지 편집위원회는 「새물리」·JKPS 담당 편집위원회와 CAP편집위원회로 분할 양립되었다가 2003년 「새물리」·JKPS 담당 편집위원회가 다시 「새물리」 편집위원회와 JKPS 편집위원회로 분리되었다. 한때 학술지 JKPS가 발전하면서 논문 투고 수가 줄어들었던 「새물리」는 학술행사와 지부 특별호를 유치하면서 안정적 발간을 유지하는 국내 학술지로 거듭났으며, 특히 2015년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지 데이터베이스인 SCOPUS에 등재되며 국제학술지로 위상을 높이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새물리」의 현재

1. 발간 현황

「새물리」는 현재 월 1회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학술지로서 KCI 및 SCOPUS에 등재되어 있다. 「새물리」에 투고, 게재되는 논문은 일반 회원이 연구 결과를 정리해 투고하는 일반논문과 한국물리학회 지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지부 회원이 투고하는 특집호 논문으로 구성된다. 국문과 영문 논문의 투고가 모두 가능하고 홈페이지(https://www.npsm-kps.org/main.html)는 영문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고의 형식은 두 가지(일반호, 특집호)로 구분되지만 실제 발행되는 「새물리」에서는 특집호 논문이 별도의 호로 묶여서 발행되지는 않는다. 전체 총 발간 편수에서 특집호 논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최소 50%, 많을 경우에는 일반논문의 약 1.5배 정도로 높다. 이는 「새물리」가 지부 학술대회의 성과물이 발표되는 주요 매체임과 동시에 지부 학술 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매호 출간되는 논문들 중 표지논문과 하이라이트 논문을 선정해 홈페이지와 「물리학과 첨단기술」에 게시함으로써 중요한 연구 성과의 홍보에 기여하고 있다. 「새물리」 투고 논문 편수 대비 출간 편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논문 게재율은 시기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7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Fig. 2. Dependence of the number of (a) submitted and (b) published papers for regular and special issues during 2017 ~ 2020.
Fig. 2. The number of (a) submitted and (b) published papers for regular and special issues during 2017 ~ 2020.

[그림 2(a)와 (b)]는 최근 4년간(2017년~2020년) 「새물리」에 투고된 논문 편수와 최종 출간된 논문 편수 데이터를 정규호와 특집호 논문으로 나누어 각각 보여주고 있다. 투고 추이를 보면 일반 논문의 경우 큰 변동 없이 매년 100~120편 정도가 투고되고 있고 이에 따라 발행 편수도 약간의 등락은 있으나 큰 변동은 없다. 단 2020년의 감소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확산에 따른 판데믹 시기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특집호 논문의 투고 편수는 2017년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작년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특집호 출간 논문수도 작년에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판데믹의 시기에 지부 학술활동이 위축되고 지부 학술발표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판데믹 이전에 점진적으로 줄어들던 추세가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2021년도 들어서면서 다행히 지부 학술대회가 원상회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올해의 발간 추이가 특집호 발행 추세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XML 편집의 확대 및 전면 온라인 발간의 준비

Fig. 3. One example of the XML-edited paper uploaded on the website of this journal. Fig. 3. One example of the XML-edited paper uploaded on the website of this journal.

연구자가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주요 동기는 본인의 연구 성과를 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학술 저널의 종류가 늘어나고 발간 논문의 수가 급증하는 시대에, 발행된 논문의 검색 및 노출이 용이한 플랫폼을 유지하고 제공하는 것은 학술지와 연구자 모두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새물리」는 오픈 엑세스(Open Access) 저널로서 누구나 접근해 내용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새물리」는 올해 하이라이트 논문, 총설논문, 그리고 일반논문에 대해 홈페이지 상에서 XML 편집을 시작했다. [그림 3]은 XML 편집을 거쳐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논문의 한 사례이다. “Extensible markup language”를 의미하는 XML 편집을 통해 게재 논문의 핵심어를 포함한 내용들이 구글 학술검색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더 많이 검색되고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통해 「새물리」 발간 논문들의 홍보 및 인용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물리」 편집위원회 차원에서는 현재 저자의 선택사항 및 개인 부담으로 되어 있는 특집호 논문의 XML 편집도 학회 재정으로 지원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가까운 시일 내에 「새물리」 발행의 전면 온라인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도 사실상 「새물리」 논문들의 대부분은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되고 다운되며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고 인쇄본의 출간 부수도 매우 미미하다. 이처럼 저널의 온라인화는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보화 사회에서 돌이키기 힘든 추세이고 이에 발맞추어 「새물리」 역시 조만간 전면 온라인 발간 저널로 재탄생하고자 한다.

「새물리」가 맞이할 앞으로의 60년

역대 편집위원회의 치열한 고민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해 「새물리」는 한국물리학회를 상징하는 학술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물리학회 일반 회원들이 투고하는 논문에 더해 지부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지역 연구자들의 성과물이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플랫폼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물리교육 분야의 연구 성과가 발표되고 토론되는 공론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새물리」가 처한 객관적 환경과 사회적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 「새물리」가 맞이할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선 최근 많은 대학의 물리학과, 특히 지방대학의 물리학과가 구조조정과 개편의 과정에서 문을 닫으며 지부 회원수가 감소하고 지부에서 주관하는 학술활동이 위축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대학 지원자가 격감할 앞으로의 몇 년 동안 대학들의 위기감과 구조조정이 심화되며 물리학과의 존립 기반이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국제학술지 위주의 연구업적 평가제도가 보편화되면서 SCI에 포함되지 않은 국내 학술지들에 대한 투고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은 「새물리」를 포함한 국내 학술지들에게 ‘위기’이면서 또 다른 위상 정립을 도모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 지부 학술대회의 활성화와 함께 가는 「새물리」

「새물리」의 투고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원 범주는 지부 학회 회원들이다. 특히 매년 개최되는 지부별 학술대회 후에는 지부별로 특집호 편집위원회를 꾸려 특집호의 심사과정을 관장한다. 지부 학술 활동의 활성화는 「새물리」 발간의 토대가 되고 「새물리」의 활성화는 다시 지부 학술 활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지부 회원들이 포함된 물리학과의 상당수가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폐과되면서 지부의 토대 자체가 취약해지는 상황이 벌어져 왔고, 이런 추세는 향후 대학 지원자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부 학술 활동은 전통적으로 대학의 물리학과에 소속된 회원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객관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물리학과에서 변모된 학과 소속의 회원들의 참여가 늘어가고 있다. 필자가 포함되어 있는 강원지부만 하더라도 일부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면 물리학과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따라서 강원지부 학술발표회에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학과의 회원들이 다수 참석해 왔다. 즉 지부의 활동이 순수 물리뿐 아니라 ‘응용 물리’에 맥을 같이하는 다양한 전공과 배경의 회원들의 참여로 유지되고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물리」 역시 지부 학술대회의 저변 확대와 이를 통해 다양한 배경과 전공의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를 투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 가령 물리학과 연관되어 있는 공학적 응용 분야나 융합 분야의 연구자들을 지부 학회로 초빙, 학회의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지부 학술활동의 활성화와 「새물리」 투고 저자의 다양화도 함께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학문후속세대의 학문적 역량 강화의 토대

「새물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학문후속세대의 학문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신진 연구자나 대학원생들이 자기 분야의 연구 동향과 이슈를 정확하고 신속히 파악하는 것은 성숙된 연구의 첫발을 내딛는 지름길이다. 특히 외국어에 친숙하지 않은 대학원 신입생들은 국문 논문을 통해 단기간에 밀도 높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새물리」는 그간 물리학의 각 분야에서 떠오르는 연구 이슈 등을 중심으로 총설논문을 정례적으로 게재해 왔다. 최근에는 ‘산화물 박막’이란 주제에 대해 국내 중견 연구자들이 총 세 편의 총설논문을 투고해 연이어 게재 중이다. 이런 총설논문들은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과 신진연구자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울러 「새물리」는 “튜토리얼” 성격의 논문을 게재하는 코너를 기획 중이다. 튜토리얼 논문은 특정 주제에 입문하고자 하는 연구 초심자들에게 기본부터 응용까지 체계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교육적” 성격이 강하다. 가령 기존에 범용으로 사용되는 측정법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 측정의 물리적 원리, 최근에 등장하는 새로운 측정기법과 이를 활용한 연구 결과 등을 하나의 튜토리얼 논문으로 출간함으로써 해당 측정법을 처음 활용하고자 하는 대학원생이나 신진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측정법에 국한되지 않고 제일원리계산이나 2D 물질 혹은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성장법 등 학문적 수요가 높은 분야의 기초 입문에 해당하는 다양한 튜토리얼 논문 게재를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지부 학술대회에서 대학원생이나 신진연구자의 발표에 대한 시상 제도가 있는 경우 수상자의 논문, 한국물리학회 기간 중 개최되는 학부생 작품발표회의 수상작 중 연구 논문에 해당되는 발표의 경우에 해당 결과를 「새물리」에 투고하도록 소개하고 이를 신속 심사 제도의 대상으로 적용, 빠른 심사 및 게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새물리」는 신진연구자들의 발표의 장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될 것이다.

3. 물리교육 관련 연구 공론의 장

「새물리」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저널들 중 물리교육 분야의 논문이 발표될 수 있는 유일한 저널이라는 점이다. 1982년 창간된 「물리교육」 저널이 2000년 「새물리」와 통합되면서 「새물리」는 물리교육 관련 논문이 발행되는 주요 매체로 자리잡아 왔다. 실제로 「새물리」에 투고, 발간되는 논문들을 분석하면 물리교육 분야 논문의 비중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물리교육은 물리학 분야에서 미래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직접 관련된 분야라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리교육의 다양한 관점과, 철학, 교육 방법론이 제시될 수 있는 「새물리」는 이런 면에서 물리교육 분과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물리교육 분야의 수준 높은 논문들이 실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기획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새물리」 편집위원회 부실무이사 중 한 명을 물리교육 분과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향후 물리교육 관련 「새물리」 특집호나 총설논문 추진 등을 통해 「새물리」가 물리교육 관련 연구 성과의 명실상부한 공론의 장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예정이다.

4. 산학협력의 통로로서의 「새물리」

SCOPUS 등재지인 「새물리」는 국문과 영문 논문이 동시에 실리는 독특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영문 논문의 동시 게재는 국제학술지의 위상 유지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출간되는 논문의 80~90%는 국문 논문이다. 국문 논문의 장점은 국내 대학, 연구소뿐 아니라 회사 소속 연구자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의 연구자들은 적절한 검색을 통해 오픈 액세스 저널인 「새물리」에 접근할 수 있고 관련 논문들을 쉽게 열람할 수 있다. 특히 응용 물리와 관련된 논문 비중이 높은 「새물리」는 해당 분야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참고문헌으로 기능한다. 필자는 「새물리」에 게재된 필자의 연구 논문을 읽고 자문을 구하거나 산학협력 가능성을 타진해 오는 회사 연구자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고 비슷한 경험을 한 회원들이 여럿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내년부터 전체 논문에 대한 XML 편집이 적용되고 인터넷 상 「새물리」 논문들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면 「새물리」는 응용 물리 분야와 산업체 사이를 연결해 주는 소중한 고리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응용물리와 관련된 산업체 연구자들의 초청 논문을 기획, 게재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맺음말

60년의 역사를 만든 「새물리」가 국내 학술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해 온 성과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새물리」는 아울러 물리학회 70여 년의 역사를 함께 일구어온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대학 환경과 사회적 인구 구성의 급격한 변화는 대학뿐 아니라 국내 학술지들의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SCI 등재지 위주의 업적 평가 환경은 학술지 자체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문 논문이 실리는 학술지의 순기능은 여전히 중요하고, 연구 동향의 파악이나 학문후속세대의 양성, 산학협력의 연결 고리 등 국제 학술지가 담당하기 힘든 분야에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하늘을 날기 위해 두 날개가 필요하듯이 학술 생태계의 발전은 국제 학술지와 국내 학술지라는 두 날개의 힘찬 퍼덕거림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새물리」가 걸어갈 앞으로의 60년에 많은 성원과 관심, 그리고 동참을 기대해 본다.

각주
1)이 절은 새물리 창간호를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하기 위해 제출했던 신청서 내용을 다소 다듬은 것이다.
취리히 인스트루먼트취리히 인스트루먼트
물리대회물리대회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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