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특별칼럼
물리학 분야 용어 정비 사업을 마무리하며
작성자 : 이창환·김상훈·홍영준·강성준·김승중·남승일·오원근·유인태·정광식·정용욱 ㅣ 등록일 : 2022-02-04 ㅣ 조회수 : 1,107
이창환 위원장은 1995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천체강입자물리로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학교(Stony Brook), 고등과학원, 서울대학교 BK사업단을 거쳐, 2003년부터 부산대 물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한국물리학회 천체물리분과 위원장(2018~2021)을 역임하였다. (clee@pusan.ac.kr)
김상훈 실무이사는 2003년 Humboldt University of Berlin 물리학과에서 표면물리화학 전공으로 이학박사(Dr.rer.nat.)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가주 버클리국립연구소 Physicist Postdoctoral Fellow, Univ. Pennsylvania Postdoctoral Scholar, 가주 산호세 소재 Hitachi GST R&D Senior Engineer를 거쳐 2011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물리학회 네이버 물리학백과 특별위원회 위원, 물리인증제 출제/검토 위원, 총무/재무 부실무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kim_sh@kist.re.kr)
홍영준 부위원장은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에서 공학박사(2011)를 받았고, 일본 홋카이도대학 양자집적일렉트로닉스 연구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2011-2012)을 거쳐, 2012년부터 세종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yjhong@sejong.ac.kr)
강성준 부실무이사는 2005년 연세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 Champaign에서 박사후 연구원,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10년부터 경희대학교 공과대학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하였으며, 2017년부터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junkang@khu.ac.kr)
김승중 위원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2008)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박사 후 연구원(~2018)을 거쳐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kim.sj@kaist.ac.kr)
남승일 위원은 2005년 일본 오사카대 박사(핵물리이론) 취득 후, 일본 쿄토대 유카와이론물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 고등과학원 연구원을 거쳐 현재 국립부경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sinam@pknu.ac.kr)
오원근 위원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박사(1998)로서 물리교육을 전공하였다.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으로 동 대학교 과학교육연구소장, 본회 물리교육분과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본회 교육위원장 및 부회장, 충북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wkoh@cbnu.ac.kr)
정광식 위원은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2007), 고등과학원(2007-2009), 일본 도호쿠 대학(2009-2013), 독일 DESY 연구소(2013-2014) 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2014-2015) 영년직 연구원을 거쳐 현재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ksjeong@pusan.ac.kr)
정용욱 위원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양자정보이론으로 박사학위(2005년)를,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교육학으로 박사학위(2012년)를 취득하였다. 2018년부터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물리학회 교육위원회 실무이사를 맡고 있다. (ywcheong@gnu.ac.kr)
들어가며
한국물리학회 용어심의위원회는 2021년 8월부터 11월까지 고려대학교 세종 국어문화원과 함께 물리학 분야 용어 정비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공공언어 개선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해마다 4‒6개 학문 분야를 선정하여 관련 학술단체와 지역별 국어문화원이 연계하여 전문화된 학술 용어를 우리말 중심으로 정비하고 공공 용어로 구축하여, 학술 용어의 학문 간 소통성과 사회적 소통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1) 용어심의위원회는 이 사업이 물리학 용어의 정비 및 공공성 확보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2021년 8월 고려대학교 세종 국어문화원과 연계하여 이 사업에 참여하였다. 사업의 목적은 물리학 분야에서 주요 개념 중심으로 500개 이상의 용어를 수집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 중 200개 이상의 용어에 대해 정비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용어 수집
8월에 사업이 선정된 직후, 용어심의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용어정비 위원들을 선정하였고, 각 위원들은 각자에게 배정된 양의 물리학 용어를 수집하였다. 물리학 용어 수집에는 현재 학회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물리학 용어집이 활용되었는데, 용어 정비 사업이 완료되면 그 결과물을 이용하여 물리학 용어집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8‒9월 기간 동안 각 위원들은 물리학 용어집에 등재된 약 16,000개 용어 중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부분의 용어를 검토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용어 및 주요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정비 대상 용어는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1) 오래 전에 다듬어져 오늘날의 언어 현실에서는 어색한 용어.
2) 학문적 특성으로 인해, 복잡한 개념을 간단한 용어로 생성하는 과정에서,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그 개념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용어.
3) 우리말 대체어를 찾기 어려워 원어를 음차한 용어.
선정된 정비 대상 용어들에 대해서는 용어의 정비에 시급성이 있는지, 타학문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용어인지, 일반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지 등을 고려하였다. 주요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 중에서 이미 그 개념과 용어가 확립된 용어는 굳이 정비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최대한 주요 개념을 나타내면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이는 용어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용어 554개를 국어문화원에 전달하였고, 국어문화원은 그 중 현실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중복된 용어를 정리하여 최종 511개 용어를 선정하였다. 용어정비 위원들은 약 200여 개의 정비 대상 용어를 선택하여 국어문화원에 추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어문화원은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정비 대상 용어를 231개 선정하였다.
•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인가?
• 해당 분야에 적절한 용어인가?
•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 표현이나 일본어식 한자어가 포함되어 심리적 이질감이 생기지 않는가?
• 너무 길거나 과하게 축약되어 용어 사용을 꺼리게 되지는 않
• 지나친 고유어화로 인해 의미 전달에 장애가 있지는 않은가?
•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등 우리말 어문 규정을 잘 지켰는가?
• 대중화되었을 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
정비안 초안 작성
9‒10월 기간에는, 국어문화원으로부터 받은 최종 선정 용어 목록과 정비 대상 용어 목록을 바탕으로, 각 위원들은 자신이 수집하였던 용어들에 대해 정비안 초안을 작성하였다. 정비안 초안은 국립국어원의 ‘전문용어 정비 지침’을 토대로 작성되었는데, 이 지침에 따라 각 용어에 대해서 ‘국가 과학 기술 표준 분류’, ‘그 용어의 원어’, ‘정의문’, ‘사용 예시’, ‘동의어’, ‘이형태’, ‘대체용어(필요한 경우)’를 제시하였다. 선정된 모든 용어에 대해서 이러한 내용을 채우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지만, 용어정비 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기한 내에 초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초안 작성에는 주로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표준 전문용어’, 한국물리학회가 지난 5 ~ 6년간 네이버와 함께 추진한 ‘물리학백과’ 등이 활용되었다. 물리학백과는 물리학회 회원에 의해 체계적으로 작성된 만큼 정비안 완성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비안에 대한 설문 조사
정비안에 대한 기초 자료가 완성된 이후, 물리학회 가을 학술대회를 맞이하였다. 정비 대상 용어들의 대체 용어가 준비된 상황에서 물리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호도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어, 가을학술대회 기간 중에 정비대상 용어 중 50개를 선별하여 기존 용어와 정비안에 대한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설문조사에는 2014년 당시 물리용어심의위원회가 실시한 “물리학용어집의 한글 용어 사용에 관한 연구 조사”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기회를 빌어 당시 조사 내용을 물리학과 첨단기술에 특별기고2) 형태로 기록으로 남겨주신 2014년도 물리용어심의위원회에 감사드린다.
총 50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는 학술대회 기간 중에 물리학회 회원 모두에게 이메일로 전달되었으며, 총 194명의 응답을 받았다. 응답자 구성을 보면 대학 교수 68%, 박사후 연구원 12%,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 12% 정도였고, 그 밖에 대학(원)생, 고등학교 교사, 기업체 연구원 등이 2~3% 정도씩 차지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알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 익숙한 한자용어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대체 용어로 제시된 한글용어에 대한 선호도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체 용어가 생소한 경우에도 선호도 비중은 3:1이나 4:1 정도로 대체 용어를 선호하는 의견이 최소 20%는 되었고, 많은 용어들에서는 대체 용어에 대한 선호도가 거의 50%에 근접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원어 | 용어1 | 용어2 |
---|---|---|
lattice | 격자(73%) | 살창(25%) |
geodesic | 측지선(40%) | 지름길(56%) |
ductility | 연성(40%) | 늘림성(59%) |
irreducible tensor | 기약텐서(36%) | 못줄이는 텐서(62%) |
latent heat | 잠열(27%) | 숨은열(72%) |
field effect | 장효과(85%) | 전계(10%) |
해당 원어에 대해서 용어1은 기존에 익숙한 용어를, 용어2는 대체안으로 용어정비 위원들이 국어문화원에 제시했던 용어이다. 기타 소수 의견을 제외한 물리학회 회원들의 선호도는 용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지만, lattice의 경우 격자가 정착된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25% 정도는 순우리말로 오래전부터 제안되어온 살창을 선호하였으며, geodesic이나 ductility의 경우는 기존 한자 용어인 측지선이나 연성보다 한글용어인 지름길과 늘림성을 더 많이 선호하였다. irreducible의 경우에도 정착된 용어인 “기약” 대신에 “못줄이는”을 두 배 정도 더 많이 선호하였으며 latent heat의 경우에도 한글 용어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 Field effect의 경우 물리학계에서는 장효과라는 용어가 정착되어 있지만 전자공학 등 다른 학문 분야에서는 전계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실정으로, 학문 분야에 따라 용어가 다른 경우였다. 이 경우는 예상대로 물리학계에서 익숙한 “장효과”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반적으로 설문조사의 결과를 요약해면 한글, 한자용어 또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관계없이 물리학계 안에서 사용자 다수의 호응을 받는 용어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하지만 선호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2014년도 설문조사에서도 degeneracy를 “축퇴”보다 “겹침”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는데, 전체적으로는 한자용어에 대한 선호도가 천천히 낮아지고 있고 한글용어에 대한 선호도가 천천히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개별 의견란을 통해 회원들이 다양한 의견도 수렴할 기회가 있었다. 이를 통해 용어의 함축성과 뜻풀이 사이에 언어적 경제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균형을 잡는 일, 한글화 찬성과 동시에 지나친 한글화에 대한 경계, 기본교육과정에 정착된 용어와 최신 분야에서 수입되고 있는 용어에 대한 번역을 구분하는 문제 등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으며, 이는 정비안 최종안을 다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래 표는 이러한 논의과정을 거쳐 실제로 정비안 최종안이 개선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대상 용어 | 영어 원어 | 정비안 초안 | 정비안 최종안 |
---|---|---|---|
시뮬레이션 | simulation | 시뮬레이션 | 모사 |
낱알 둘레 | grain boundary | 결정 경계 | 낱알 둘레 |
지오데식 | geodesic | 측지선 | 지름길 |
슬릿 | interference slit | 간섭 슬릿 | 간섭틈 |
두배 진동파 | second harmonic | 이차 고조파 | 두 배 진동파 |
잠열 | latent heat | 변환열 | 숨은 열 |
정비안 검토 및 최종 확정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물리학회 용어심의위원회에서 정비안 초안을 보완하였고, 이후 국어문화원 측에서 물리학회를 통하지 않고 다른 물리학 전공자들에게 직접 자문을 맡겨서 정비안을 추가로 보완하였다. 이후 11월 말 경에 국어문화원에서 우리 용어정비위원회에 보완된 용어정비안의 최종 검토를 의뢰하였는데, 크게 수정할 곳이 없을 정도로 정비안이 보완되어 있었다. 용어정비 위원회의 최종 보완이 이루어진 뒤, 국어문화원에서는 완성된 정비용어 목록을 12월에 국어문화원연합회에 제출하여 본 사업이 마무리되었다. 국어문화원연합회에서는 2021년도에 사업을 진행한 학문분야들에 대한 정비 용어 목록을 취합하여 국립국어원의 공공용어 구축시스템에 전문 용어 목록을 구축할 예정이다. 학술 용어 정비사업이 마무리된 후 이 사업을 총괄했던 학술단체총연합회에서 12월 초에 “학술용어의 수집 및 정비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는데, 용어심의위원회를 대표하여 김상훈 실무이사가 물리학회 차원의 용어 정비 과정에 대해 발표하였다. 학술대회 전 과정을 녹화한 자료가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회원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XFsZV-oshiY).
맺음말
이번 학술 용어 정비 사업을 통해 용어심의위원회는 물리학 용어집을 보다 자세히 검토할 기회를 가졌으며, 이를 통해 현재 용어집에 수록되어 있는 용어들 중에 정비가 필요한 용어가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소수이기는 하지만 용어의 뜻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여 잘못된 의미로 번역된 용어들도 수록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사업을 통해 작성된 500여 개의 물리학 용어 목록과 그 중 특히 200여 개의 정비 대상 용어 목록을 참고하여, 용어심의위원회는 앞으로 학회 회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부흥할 수 있게끔 물리학 용어집을 개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