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거대물리학: 큰 꿈을 꾸다
시간 흔들림이 없는 초고속 전자회절 기술
작성자 : 정영욱·이기태·장규하·백인형·김현우·왕기영 ㅣ 등록일 : 2022-10-26 ㅣ 조회수 : 1,526 ㅣ DOI : 10.3938/PhiT.31.045
정영욱 책임연구원은 1993년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yujung@kaeri.re.kr) 이하 모든 저자들은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에서 재직 중이다.
이기태 책임연구원은 2000년 포항공대 물리학과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klee@kaeri.re.kr)
장규하 책임연구원은 2009년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kyuha@kaeri.re.kr)
백인형 책임연구원은 2014년 아주대 물리학과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ihbaek@kaeri.re.kr)
김현우 선임연구원은 2019년 UST 가속기 및 양자빔 세부전공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khw8412@kaeri.re.kr)
왕기영 선임연구원은 2015년 카이스트 화학과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kyoang@kaeri.re.kr)
Jitter-free Ultrafast Electron Diffraction Technology
Young Uk JEONG, Kitae LEE, Kyu-Ha JANG, In Hyung BAEK, Hyun Woo KIM and Key Young OANG
We introduce on ultrafast electron diffraction (UED) technology that observes the movement of fast-moving atoms. Recently the Korea Atomic Energy Research Institute has built the fastest electron diffraction facility in the world with the achievements of increasing beam brightness and improving temporal accuracy with jitter-free technology. We introduce the unique characteristics of the device with 90-degree-bending structure and conclude with the current status and prospects of the UED and its applications.
들어가며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그 물질에서 산란된 또는 방사된 파동(波動, wave)을 매개체로 형상화하여 인식하는 것이다. 관측 가능한 최소 크기는 사용하는 파동의 주기, 즉 파장(波長, wavelength)에 의해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파장보다 작은 크기는 관측할 수 없다. 원자나 분자의 구조를 직접 관측하려면, 파장이 나노미터 또는 그 이하가 되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고, 우리가 가용한 대표적인 수단은 전자기파인 엑스선과 물질파인 높은 에너지의 전자빔이다. 이 두 가지 기술은 20세기 초부터 미시세계의 구조 관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술이 방사광가속기의 엑스선과 전자현미경의 전자빔이다. 최근에는 구조분석에 더해서 미시세계의 운동까지도 펨토초 시간정밀도로 관측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4세대 방사광인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 X-FEL)이다. 3세대 방사광 대비 약 백만 배의 빔밝기와 펨토초 대역의 우수한 시간정밀도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소개된 엑스선 기술이 아닌 고에너지 전자빔을 활용하는 기술에 집중하여 소개한다. 아주 짧은 펄스의 고에너지 전자빔을 사용하여 시간분해 회절 기술로 시료를 관측하는 기술이며, 줄여서 초고속 전자회절(ultrafast electron diffraction, UED)이라고 부른다. 특히, 극초단 전자빔을 사용하면 X-FEL과 비교하여 작은 예산과 규모로 개별 실험실에서 유사한 성능의 장치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UED는 ‘가난한 연구자의 X-FEL’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X-FEL은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과학 도구 중의 하나이지만, 3세대 방사광과는 달리 복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활용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UED로 초고속 방사선 연구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며 충분한 사전 경험을 갖게 하면 X-FEL에서 좀 더 효과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두 기술의 적절한 활용은 효용 면에서 또 다른 X-FEL 시설을 추가 건설하는 것에 비견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뒤에서 상술하겠지만 엑스선과 전자빔은 물리적인 특성이 달라서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일부 분야에서 UED를 활용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X-FEL로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수준에 이미 도달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과학 도구에서 예산과 규모는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매우 드물지만 UED 기술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본 특집을 준비하였다.
서 론
뢴트겐이 엑스선을 처음 발견한 이후, 엑스선회절(x-ray diffraction, XRD)을 이용한 원자나 분자의 구조 측정이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지속되어 왔다. 뢴트겐은 1901년에 엑스선의 발견으로 첫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생물분야에서도 1953년에 크리크와 왓슨 등이 XRD의 도움으로 DNA 구조를 처음으로 밝혔다. 그리고, 이 발견으로 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게 되었다. 한편 전자빔을 사용하는 기술도 엑스선 기술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발전해 왔다. 1930년대 초에 루스카와 놀이 처음으로 전자현미경을 개발하였다. 처음 개발된 전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보다도 성능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성능 개선이 이어져 최근에는 공간분해능이 전자의 물질파 회절 한계에 근접하는 40 피코미터에 이르게 되었다. 최근에는 미시세계의 구조를 분석하는 가장 보편적인 도구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 두 기술은 원자나 분자들의 정지 영상을 보는 것이다. 좀 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원자나 분자들의 열적 진동이나 미세한 구조 변화가 모두 합쳐져서 평균화된 결과를 관측한다. 원자나 분자들의 물리, 화학, 생물학적인 반응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자나 분자의 운동도 관측해야 한다. 이 경우 원자나 분자의 운동 주기보다 빠른 시간분해능이 필요하다. 음파가 매질 내의 원자나 분자 하나를 지나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1 피코초 정도이다. 물질의 나노 구조를 피코초 또는 펨토초 시간 분해능으로 관측하는 기술은 2000년을 전후로 실현되었다.
그중 하나인 UED 기술은 그림 1에서 나타나 있듯이 전자총과 극초단 레이저 펄스를 사용한다. 펨토초 레이저 펄스를 분기하여 그중 하나는 시료의 광여기에 사용하고 나머지 펄스는 극초단 광전자빔 발생에 사용한다. 시료에 펌핑용 레이저를 입사하면 광여기에 의해서 분자의 구조변화가 야기된다. 그 변화를 두 펄스 사이의 시간차를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프로브 전자빔을 시료에 조사하여 회절영상으로 측정한다.
UED의 시간정밀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4가지이다. 펌프용 레이저빔의 펄스폭, 프로브용 전자빔의 펄스폭, 레이저 펄스와 전자빔 사이의 시간흔들림, 시료에서 빛과 전자 사이의 경로나 속도 차이에 의한 시간폭 증가 등이 시간정밀도를 결정한다. 이들이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요소이면, 각 시간 기여분의 제곱을 모두 더한 값을 제곱근한 크기가 장치의 시간정밀도가 된다. 또 다른 중요한 UED 성능은 빔의 밝기이다. 초고속 영상 장비는 시간정밀도가 좋아질수록 일반적으로 영상의 밝기는 어두워진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초기 UED에서는 정전형 광전자총에서 100 keV 이하의 비교적 낮은 에너지의 전자빔을 발생하여 사용하였다. 빔 밝기를 높이기 위하여 전자빔 펄스 내의 전자 수를 증가시키면 공간전하력(space charge force)도 강해지면서 전자들끼리 서로 밀쳐서 전자빔 펄스의 길이가 순식간에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시간정밀도를 유지하려면 매우 낮은 밝기의 전자빔을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측정에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1 피코초 이하의 시간정밀도를 구현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2000년대 중·후반부터 개발된 기술이 고주파 광전자총을 사용하는 MeV급 에너지의 상대론적 UED이다. 공간전하에 의한 전자빔 펄스폭 증가는 전자빔의 속도가 빛에 가까워질수록 급격하게 줄어든다. 즉, 전자가 상대론적인 속도에 이르면 더 많은 전자를 짧은 펄스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자빔의 에너지가 너무 높아지면 회절각이 줄어들어서 매우 긴 빔라인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상충되는 문제의 적절한 해답이 고주파 광전자총이며, 에너지는 대략 수 MeV이다. 고주파 광전총의 가속 기울기(acceleration gradient)는 약 100 MeV/m로 불과 수 cm 길이에서 전자는 원하는 에너지에 도달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전자를 펨토초 시간영역에 담을 수 있다. 고주파 광전자총을 사용하는 상대론적 UED는 2006년 미국의 스탠퍼드가속기센터(SLAC)에서 처음 실증되었다. 펄스 당 전자의 수는 약 천만 개였으며, 전자빔 펄스폭은 상대적으로 길었다. 약 1 피코초로 추정하였다. 획기적으로 펄스당 전자의 수를 증가시켰기 때문에 단일 펄스로 알루미늄 시료의 회절영상을 측정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개발된 상대론적 UED는 모두 직선형 구조를 사용하였다. 즉, 고주파 광전자총에서 시료, 그리고 회절영상을 얻는 스크린까지 모두 직선 공간에 배치하였다. 펄스당 전자의 수를 증가시켰기 때문에 공간전하력 효과를 줄이기 위하여 가능하면 전자총과 시료까지의 거리를 짧게 두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장치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이 2015년 새롭게 개발된 SLAC의 UED 장치이다. 약 100 펨토초의 시간정밀도를 얻었으며, 펄스당 전자의 수는 약 104개였다. 이 장치는 지금까지 이용자시설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직선형 구조의 상대론적 UED는 시간정밀도와 빔밝기에 있어서 X-FEL에 크게 못 미치는 성능을 보였다. X-FEL의 펄스폭은 10-100 펨토초이며 펄스당 광자수는 대략 1011-1012개이다. 상대론적 전자빔의 산란능은 엑스선에 비하면 약 105-106배 정도 강하다. 즉, 산란능을 고려한 유효 빔밝기로 비교하여 X-FEL과 유사한 시간정밀도와 밝기를 가지려면 약 10 펨토초 대역의 펄스에 펄스당 106개 전자를 가진 UED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기존 기술과 비교하면 시간분해능과 밝기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들이 속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팀은 새로운 구조를 적용한 상대론적 UED를 개발하였으며, 위에서 제시한 시간정밀도와 빔밝기를 달성하는데 성공하였다. 특히, X-FEL, 상대론적 UED 등 고주파를 사용하는 장치에서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인 시간흔들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UED 기술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시간정밀도와 빔밝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UED 구조와 동작 원리, 그리고 측정 결과를 소개한다. 그리고, 대표적인 응용연구의 현황과 전망을 조망하고 활용도와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UED 이용자 시설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한다.
90도 휨구조의 UED
우리 연구팀은 UED의 밝기와 시간정밀도를 동시에 개선하기 위하여 기존의 직선형 대신에 90도 휨구조의 장치를 고안하였다.1) 고주파 광전자총과 90도 휨구조의 적절한 조합은 다음 4가지 성능 개선을 가능하게 하였다. 첫째, 광전자총에서 발생시킨 약 100 펨토초 펄스폭의 전자빔을 시료에서 약 20 펨토초로 압축하는 기능이다. 두 번째는 시료에서의 레이저 펄스와 전자빔 펄스 사이의 시간흔들림을 원천적으로 상쇄하는 기능이다. 세 번째는 두 빔의 경로나 속도 차이에 의한 시간정밀도 하락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휨구조에서 전자들은 90도로 휘는 넓은 트랙 공간을 점유하면서 진행하므로 상대적으로 펄스당 전자의 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대부분은 큰 시공간에서 운동하다가 시료에서 짧은 순간에 압축되므로 기존 선형 구조의 UED 대비 약 100배 이상까지 밝기를 높일 수 있었다.
먼저 전자빔 압축 기능은 그림 2의 a-d에 잘 나타나 있다. 휨구조의 UED는 솔레노이드 자석이 설치된 고주파 광전자총과 45도씩 휘게 하는 2개의 휨자석, 그리고 3개씩 배치된 사중극자석 두 모듈로 구성된다. 처음 고주파 광전자총에서 발생한 전자빔은 서로 밀치는 공간전하력 때문에 펄스의 앞부분은 평균보다 조금 에너지가 높은 상태를 가진다. 반대로 펄스의 뒷부분은 뒤로 밀리면서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가 된다. 즉, 공간적으로 에너지가 선형적으로 배열된 처프(chirp) 상태를 가진다. 앞쪽에 높은 에너지가 배치된 것을 음(negative)의 처프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전자빔이 90도 휨구조에서는 에너지가 높은 앞부분의 전자는 경로가 긴 바깥쪽 궤도를 돌고 뒤쪽의 낮은 에너지 전자들은 상대적으로 경로가 짧은 안쪽 궤도를 돌게 된다. 그래서 그림 2의 c와 같이 90도 휜 직후의 전자빔 에너지 분포는 처음과 반대의 상태가 된다. 즉, 긴 경로를 운동한 높은 에너지의 전자는 뒤쪽에 위치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경로를 운동한 낮은 에너지 전자들은 앞쪽에 있게 된다. 즉, 90도 휨구조를 운동하면서 전자빔은 음의 처프에서 양의 처프 상태로 바뀐다. 이후 전자는 직선 운동을 한다. 양의 처프 상태를 가진 전자는 직선 운동을 하면서 펄스폭이 짧아지는 빔압축 과정을 겪게 된다. 즉, 뒤쪽의 높은 에너지 전자가 앞쪽의 낮은 에너지 전자를 따라잡으면서 전자빔의 펄스폭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속도 압축(velocity compression) 또는 탄도 압축(ballistic compression)이라고 한다. X-FEL에서도 전자빔을 단계적으로 압축하는 기술을 사용한다. 여기에서는 전자빔을 처프 상태로 만드는 고주파 공동과 시캐인(chicane)이라고 하는 4개의 90도 휨구조의 자석을 조합한 구조물을 사용하여 압축한다. 하지만, 고주파 가속공동은 시간흔들림을 야기하는 능동형 구조이다. 우리는 시간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광전자총 이외의 추가적인 고주파 공동을 사용하지 않고 90도 자석 구조물만으로 압축하는 수동형 기술을 사용하였다. 이 기술로 우리는 약 수백만 개 전자를 가지는 아주 밝은 전자빔을 20 펨토초까지 압축할 수 있었다.
앞에서도 강조하였지만, 고주파 광전자총에서 레이저 펄스와 고주파 위상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시간흔들림이 존재한다. 우리 장치에서도 처음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주공진기(RF master oscillator)와 레이저 공진기를 약 10 펨토초 정밀도로 동기화시킨다. 하지만 레이저와 고주파가 각기 증폭되는 과정을 겪고 서로 다른 긴 경로를 이동하면서 둘 사이의 동기화 정도는 나빠진다. 특히 고주파 광전자총에서는 고주파 위상이 외부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동기화 정밀도는 더욱 나빠진다. 레이저 펄스와 고주파 위상 사이에는 약 100 펨토초 이상의 시간흔들림이 발생한다. 이러한 흔들림은 전자빔 펄스의 평균 에너지 변화를 유발한다. 광전자총에서 발생하는 전자빔 펄스는 고주파 위상과 레이저 도달 시간의 흔들림으로 펄스마다 조금 다른 세기의 고주파로 가속되며, 결과적으로 펄스당 평균 가속 에너지는 미세하지만 변화한다. 이러한 평균 전자빔 에너지의 변화는 직선형 UED에서 레이저 펄스 대비 전자빔이 시료에 도달하는 시간의 변화를 초래한다. 시료에서의 펌핑 레이저와 프로브 빔 사이의 시간흔들림은 상대론적 UED뿐만 아니라 고주파 가속기를 사용하는 X-FEL에서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며, 해결이 무척 어렵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에서 개발한 90도 휨구조에서는 이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고주파 광전자총에서 발생하는 전자빔의 평균 에너지가 변화하면, 매 펄스마다 광전자총을 빠져나오는 시간이 달라진다. 즉, 에너지가 높아지면 더 빨리 광전자총을 빠져나오고 에너지가 낮아지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러한 비행시간의 변화는 90도 휨구조를 이용하면 완벽하게 상쇄할 수 있다. 즉, 높은 평균 에너지의 전자빔은 조금 긴 경로의 바깥쪽 궤도를 돌고 낮은 에너지의 전자빔 펄스는 경로가 짧은 안쪽 궤도를 돌게 하면, 전자총에서의 비행시간 변화를 90도 휨구조에서의 비행시간 변화로 상쇄하는 조건을 실현할 수 있다. 그림 3은 시간흔들림을 아토초 대역까지 상쇄한 조건을 실현한 시뮬레이션 결과이다. 레이저 펄스와 고주파 위상의 흔들림이 야기하는 전자빔 평균 에너지의 변화가 ±0.2%의 비교적 큰 값인 경우에도 적절한 조건에서 시간흔들림이 약 300 아토초까지 줄어듦을 가장 대표적인 전자빔 계산 코드인 아스트라(ASTRA)로 확인하였다.
그림 2의 a에서 표시된 펌핑 레이저빔은 두 번째 휨자석에서부터 전자빔과 동일한 경로로 시료에 입사한다. 약 3 MeV 에너지의 전자빔 속도는 빛 속도의 99%를 넘는다. 즉, 박막 시료에서 동일 경로로 입사한 전자빔과 레이저빔의 속도 차이가 만드는 시간폭 증가는 1 펨토초보다 휠씬 작은 값이다.
위의 결과들은 매우 많은 전자수의 전자빔 펄스에 대해서 얻은 것들이다. 약 20 펨토초의 전자빔 압축과 아토초 대역의 시간흔들림 상쇄 조건을 만족하는 전자빔 펄스의 전자수는 약 300만 개이며, 이 값은 약 100 펨토초 시간정밀도를 가지는 선형구조의 UED 대비 100배 이상 큰 값이다.
UED 성능 측정
펨토초 시간정밀도로 전자빔의 펄스폭과 시간흔들림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특히, X-FEL과 같이 10 GeV의 높은 에너지와 100 pC 이상의 높은 전하량을 가지는 전자빔의 경우에는 빛이나 전자파로 변환하여도 측정이 가능한 충분한 출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UED와 같이 에너지와 전하량이 매우 낮은 전자빔의 경우에는 빛이나 전자파로 변환하면 출력이 미미해서 측정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전자빔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전자빔의 진행 방향과 수직한 방향에서 시간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전기장으로 전자빔의 시간적인 분포를 공간분포로 변화하면 실시간 단일 펄스 측정이 가능하다. 이를 스트리킹(streaking) 방법이라고 한다. 펨토초 레이저 펄스의 시공간 정보를 측정하는 스트리크 카메라(streak camera)도 원리가 동일하다. 빠르고 강하게 변하는 전기장을 사용하면 더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고주파를 사용하였으나 외부환경에 민감한 고주파의 위상불안정성에 의해 측정의 시간정밀도가 수십 펨토초에 불과하여 최근에는 강력한 테라헤르츠 펄스를 주로 사용한다. 이 경우 약 10 펨토초 이하의 시간정밀도를 얻을 수 있다. 테라헤르츠파는 펌핑용 레이저를 리튬나이오베이트와 같은 비선형 광결정에 입사하여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전자빔의 펄스폭 측정과 함께 펌핑 레이저빔과의 시간 흔들림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그림 4에 나타나 있듯이 펌핑 레이저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강력한 테라헤르츠 펄스는 전자빔 진행 방향과 수직하게 입사하여 전자빔의 앞부분은 위로, 그리고 뒷부분은 아래 방향으로 휘게 하였다. 스트리킹에 최적인 테라헤르츠 펄스의 시공간 분포를 만들기 위하여 얇은 구리 슬릿을 사용하였다. 구리 슬릿은 테라헤르츠파 도파관 역할을 한다. 그림과 같이 구리 슬릿이 전자빔과 만나는 각도를 조절하면 전자빔의 시간정보를 측정하는 것도 또는 테라헤르츠파의 전기장 분포를 측정하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그림 5에서는 테라헤르츠 스트리킹으로 측정한 전자빔의 실시간 시간정보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이다. 앞부분의 깨끗한 200개는 테라헤르츠를 입사하지 않은 전자빔의 공간 정보이고, 그 이후 천 개는 테라헤르츠 스트리킹 결과로 얻어진 시간 정보이다. 개별 측정의 수직축 정보가 전자빔 펄스폭 분포이며, 그 무게중심 변화가 레이저와의 도착시간 흔들림 정보이다. 전자빔 펄스폭은 25 펨토초이며, 시간흔들림은 8 펨토초이다. 그리고 전자빔 펄스의 전하량은 약 0.6 pC으로 펄스당 전자수는 3백만 개가 넘는다. 시간흔들림 값이 계산보다 크게 측정이 되었다. 하지만, 조건을 변화시켰을 때도 더 이상 줄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우리가 사용한 테라헤르츠 스트리킹 방법의 시간정밀도 한계가 약 8 펨토초로 분석된다. 이렇게 측정한 개별 시간 요소들을 통하여 우리 UED 장치의 시간정밀도를 얻을 수 있다. 그 값은 약 32 펨토초이다. 만약 시간흔들림 값이 충분히 작다면 전체 시간정밀도는 31 펨토초에 가까워진다.
이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위하여 X-FEL의 시간정밀도 측정에 사용되는 표준물질인 비스무스 결정을 사용하였다. 비스무스 결정의 광여기 반응 시상수는 잘 알려져 있다. 우리 UED를 사용하여 광여기에 따른 비스무스 결정의 구조변화를 시분해 전자회절로 측정하면 우리 장치의 시간정밀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측정된 값은 31 펨토초로 그림 5에서 개별 시간요소들로 측정한 값과 매우 잘 일치하며, 특히 시간흔들림 값이 측정장치의 한계치보다 매우 작을 것이라는 계산 결과와 분석을 잘 뒷받침한다.
UED 응용연구 현황과 전망
Fig. 7. Photographs and bird’s eye view of the relativistic UED facility of the Korea Atomic Energy Research Institute.
그림 7은 한국원자력연구원 UED 시설의 외관과 구성을 보여준다. 서로 대칭인 두 개의 90도 휨구조 UED 빔라인이 구축되어 있다. 그중 하나는 고체시료, 나머지는 기체시료 연구용이다. 장치가 구축된 이후에 주로 박막 형태의 다결정 및 단결정 시료를 사용한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시료에 대한 광여기 구조 동역학이나 초고속 반응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각 시료에 따른 실험 조건 최적화와 시분해 회절 분석법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3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동작 원리 규명과 장기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연구에 화학(연), 카이스트, 유니스트, 충북대, 부경대 등의 기관들과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SLAC의 UED팀은 LCLS X-FEL 이용자 네트워크와 다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매우 활발한 이용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X-FEL에서도 얻지 못하였던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네이처 지를 통하여 수소 원자의 초고속 운동을 직접 관측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보고하였다.2) 그동안 수소원자는 산란단면적이 매우 작아서 엑스선과 전자빔으로는 직접 관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사이언스 지를 통하여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원자핵과 함께 원자 내 전자들의 초고속 동역학을 동시에 측정하는 개가를 거두었다.3) 이는 X-FEL과 UED를 통틀어서도 기념비적인 성과들이다. 자연계의 가장 작은 원자까지도 직접 구조변화를 측정할 수 있으며, 원자를 구성하는 원자핵과 전자분포의 운동을 동시에 측정함으로써 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얻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원자 내 전자분포의 운동은 무거운 원자핵에 비하여 훨씬 빠르고 산란단면적도 작기 때문에 측정장치의 시간정밀도와 밝기에 대한 요구조건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간정밀도와 밝기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90도 휨구조의 UED 기술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연구팀은 장치의 시간정밀도를 10 펨토초 이하로 개선하는 기술 개발을 수행 중이다. 이를 통하여 다음 단계에서는 아토초 정밀도의 UED 기술에 도전할 계획이다.
맺음말
X-FEL과 UED 기술은 규모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원자나 분자의 구조변화를 펨토초 시간정밀도로 관측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엑스선은 원자핵 주위의 내각 궤도 전자들에 의해서 주로 산란되지만, 전자빔의 경우 전하를 띠는 핵과 전체 원자의 전자 궤도에 의해서 산란된다는 점이다. 산란능과 결맞음 길이에서 두 기술은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X-FEL은 단백질, 복합체 등과 같이 큰 분자의 구조 동역학 연구에 적합하며, UED는 2차원물질, 기체시료, 전자구조와 같이 크기가 작고 희박한 상태의 대상을 관측하는 데 유리하다. 결론적으로 두 기술은 경쟁상대가 아닌 연구 대상이 확연히 구분되는 상호보완적인 도구이다.
Fig. 8. Configuration diagram of UED user facility with six beamlines by arranging the 90-degree bending structure in three dimensions.
UED를 활용한 연구에서 거두고 있는 혁혁한 성공들로 앞으로 더 많은 이용 연구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다중 빔라인 장치도 그림 8과 같이 90도 휨구조를 사용하면 구축이 가능하다. 그림에서 제시된 예는 6개의 빔라인을 가진 UED 이용자 시설이다. 두껍지 않은 차폐로도 독립적인 이용자 접근과 운영이 가능하다. 약 500 Hz의 반복률로 작동한다면 고체 시료의 경우 수분 이내에 측정이 가능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기체 시료도 약 1시간이면 충분하다. 즉, 6개의 독립적인 실험 장치에서 자유롭게 시료를 탈장착하고 동시에 매일 상시 측정이 가능하다. 많은 이용자들이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연구성과의 양과 질은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경쟁력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