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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2 노벨물리학상

벨 정리, 그리고 그 넘어

작성자 : 류정희 ㅣ 등록일 : 2022-11-30 ㅣ 조회수 : 1,707 ㅣ DOI : 10.3938/PhiT.31.049

저자약력

류정희 연구원은 2011년 한양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이학 박사를 취득했고, 이후 폴란드의 그단스크 대학,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Centre for Quantum Technologies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20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여전히 벨 정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초고성능컴퓨팅을 활용한 양자정보이론 연구를 새롭게 시작하였다. (junghee@kisti.re.kr)

Bell’s Theorem, and Beyond

Junghee RYU

The inconsistency of local hidden variables with quantum physics fascinates many physicists. Even though Bell’s theorem was studied mostly in terms of statistical inequalities, Greenberger, Horne, and Zeilinger derived all-versus-nothing test for multiqubit system, which is more striking contradiction without inequalities. This article briefly introduces Anton Zeilinger’s journey toward the Bell’s theorem.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고전물리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양자 얽힘 상태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벨 부등식 위배를 보임으로써 미시세계는 양자물리학으로 잘 설명된다는 것을 증명한 물리학자 3명 Alain Aspect, John F. Clauser, Anton Zeilinger에게 수여되었다. 양자 얽힘은 2개 이상 물리계 사이에 존재하는 특수한 형태의 상관관계이며, 새로운 방식의 정보처리를 가능케 하는 양자정보과학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 개념은 20세기 초 코펜하겐 해석에 기반을 둔 양자물리학 이론 체계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물리학자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양자 얽힘상태는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고, 처리하는 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

저자는 이번 수상자들의 업적 중에서 양자 얽힘 상태를 활용한 벨 부등식 위배의 실험적 검증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지나칠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해당 연구가 저자의 박사학위 주제였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해당 주제의 이론 연구를 진행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벨상은 죽은 사람에게는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는데, 벨 부등식을 제안한 존 스튜어트 벨(1928‒1990)이 죽던 해에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 올랐었다는 사실 또한 저자에게는 이번 노벨 물리학상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본 장에서는 세 명의 수상자 중에서도 Anton Zeilinger 교수의 업적에 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Greenberger, Horne, Zeilinger (GHZ) 세 사람이 제안한 GHZ 얽힘 상태와 이것을 활용한 GHZ 정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겠다.

모든 것은 1935년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의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1) 20세기 초에 양자물리학은 그동안 실험으로 관측되지만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했던 많은 자연현상을 성공적으로 기술하면서 새로운 이론 체계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물리학자들은 양자물리학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는데, 그것은 양자물리학의 기본 원리에 관한 주류 해석(코펜하겐 해석)이 인간의 직관에 반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물리학과 첨단기술 2012년 4월 21권 4호에 실린 양자역학의 다양한 해석을 소개한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양자역학의 해석에 대한 논쟁은 아인슈타인의 한 마디 “내가 달을 쳐다보지 않으면 달이 저기에 없다는 것인가?”에 잘 함축되어 있다.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는 이러한 논쟁이 극에 달했고, 그 이후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1935년 양자물리학의 이론적 완결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Considered Complete?”. 이 논문에서는 뒤에 설명할 벨 부등식 유도에 중요한 가정 중 하나인 실재성(real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EPR 세 사람은 그들의 논문에서 “Element of physical reality”라는 이름으로 실재성을 물리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If, without in any way disturbing a system, we can predict with certainty (i.e., with probability equal to unity) the value of a physical quantity, then there exists an element of physical reality corresponding to this physical quantity.” 그리고 그들은 양자역학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변수를 통해서 이론적으로 완결성을 갖추게 될 것이고, 그러면 코펜하겐 해석에서 주장하는 측정 이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설명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은 이 “알지 못하는 어떠한 변수”를 숨은 변수(hidden variable)라고 부른다.

같은 해에 보어는 EPR 논문에 반박하는 논문을 출판하였으나, 보어의 논문은 양자역학이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라는 것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에 그쳤다.2) 당시에 철학적인 논쟁으로 비치던 이러한 학술 토론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멀어졌다.

창고에 계속 있을 뻔했던 이 연구 주제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생의 한 과학자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존 스튜어트 벨은 EPR의 양자물리학에 대한 논의를 실험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는 형태를 제안하였는데, 이것이 벨 부등식이다.3) (사실 벨 부등식 자체는 양자역학과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고전물리학 체계 내에서 유도되는 부등식이다). 벨은 부등식을 유도할 때 두 가지를 가정하였다. (보다 엄밀하게 벨 부등식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가정을 언급해야 하나 여기서는 두 가지만 언급하겠다). 하나는 위에서 EPR 논문과 함께 언급했던 실재성(reality)이고 다른 하나는 국소성(locality)이다. 실재성은 물리량이라는 것은 측정이라는 과정 수행 여부와 상관없이 미리 정해져 있으며 우리는 단지 측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미 정해진 물리량의 정보를 얻어낸다는 개념이다. 앞서 언급했던 숨은 변수를 통해 측정 이전에 물리량이 정해져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한편, 국소성은 한쪽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현상이 다른 쪽에 정보 전달과 같은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정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국소실재론이라고 하고 (혹은 국소 숨은 변수 이론이라고도 한다) 잘 알려진 고전역학(뉴턴역학)은 국소실재론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론 체계이다. 벨은 모든 국소실재론이 만족해야 하는 부등식을 유도하였다. 벨이 유도한 부등식은 다음과 같은 형태를 가진다.

\[ \left\vert P( {\vec{a}} , {\vec{b}} )-P( {\vec{a}} , {\vec{c}} )\right\vert \leq 1+P( {\vec{b}} , {\vec{c}} ) \]

\(\small P( {\vec{x}} , {\vec{y}} )\)는 두 사람이 각각 측정 세팅을 \(\small \vec{x}, \vec{y}\)로 설정한 경우에 대한 평균값을 의미한다. 벨이 유도한 이 부등식은 실제 실험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벨 부등식의 실험 검증은 1969년에 Clauser-Horne-Shimony-Holt (CHSH) 네 사람이 제안한 CHSH 부등식4)으로 이루어졌다. CHSH 부등식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번 특집의 다른 원고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양자물리학 법칙을 따르는 양자상태와 양자측정을 이용하면 국소실재론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값보다 더 큰 값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를 벨 위배(Bell violation)라고 부르며, 이로써 유명한 벨 정리(Bell’s theorem)가 완성된다: 모든 숨은 변수 이론은 양자물리학과 양립할 수 없다.

간혹 이를 두고 비국소성(nonlocality)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약간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치 양자물리학이 국소성을 위배하는 이론인 것처럼 생각될 수 있는데, 벨 정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양자물리학은 국소성과 실재성을 동시에 가정한 그 어떤 이론과도 양립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가정 중에서 어떤 가정을 하지 않으면 양자물리학과는 양립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연구 중인 내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nonlocality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벨 자신이라고 알고 있기에, 저자 본인은 될 수 있으면 Bell nonlocality라는 표현으로 쓰려고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벨 정리는 양자물리학과 국소실재론 중에서 어떤 것이 자연을 잘 설명하는 이론 체계인지 증명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벨은 그가 제안한 부등식을 통해서 두 이론이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간단한 형태의 부등식을 통해 증명한 것이고, 실제로 자연이 어떤 이론 체계를 따르는지는 실험적으로 검증을 해야만 한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양자 얽힘 현상을 이용하여 벨 부등식의 위배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것을 인정받았다.

Anton Zeilinger 교수도 벨 부등식 위배의 실험 검증에 큰 역할을 하였으나 앞의 두 수상자와의 차이점으로 저자는 GHZ 세 사람이 제안한 세 개 이상의 물리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양자 얽힘 상관관계를 처음 제안하고, 실험으로 구현한 것을 꼽고 싶다. 또한, GHZ 얽힘상태를 이용하여 국소실재론과 양자물리학의 양립할 수 없다는 벨 정리를 통계적인 관점의 부등식 형태가 아닌 all-versus-nothing 테스트를 제안한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결과이다. 양자 얽힘은 물리계 사이에 존재하는 특별한 종류의 상관관계인데, 앞서 설명한 벨 부등식 위배의 실험적 검증은, 현재는 벨 상태라고 불리는, 두 개의 물리계 사이에 존재하는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하였다. 그러나 상관관계라는 것이 반드시 두 개의 물리계 사이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없기에 여러 개의 물리계 사이에서도 이렇게 특수한 형태의 상관관계 존재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GHZ 세 사람이 제시한 all-versus-nothing 테스트는 “Bell’s theorem without inequalities”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우리말로는 “모 아니면 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5) 이 테스트는 국소실재론과 양자물리학이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통계적인 관점에서 증명하지 않는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양자물리학은 양자상태 및 양자측정의 특성 때문에 수많은 측정을 반복해서 수행해야 하므로 전혀 통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GHZ가 제안한 all-versus-nothing 테스트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벨 부등식을 설명한 방식과는 반대로 하는 것이 수월하다. 벨 부등식을 설명할 때에는 먼저 모든 국소실재론이 만족해야 하는 하나의 부등식을 유도하고, 양자물리학은 그 부등식을 위배한다는 순서로 설명을 하였다. 이는 역사적으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양자물리학이라는 이론 체계가 고전물리학에서 예측하는 결과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를 검증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부터 반대로 양자물리학은 올바른 결과를 도출한다고 믿고, 이 결과를 국소실재론은 어떻게 예측하는지를 비교함으로써 두 이론이 양립할 수 없다는 논리로 설명을 하겠다.

GHZ 상태라고 알려진 양자 얽힘 상태의 가장 간단한 형태는 3개의 큐비트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 \left| \psi \right> = \frac{1}{\sqrt{2}} ( \left| 0,0,0 \right> + \left| 1,1,1 \right> ) \]

이러한 양자상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파울리 연산자들의 텐서 곱 형태인 측정 연산자를 고려하자.

\begin{matrix} \sigma _{x} \otimes \sigma_{y} \otimes \sigma_{y}\\ \sigma _{y} \otimes \sigma_{x} \otimes \sigma_{y}\\ \sigma _{y} \otimes \sigma_{y} \otimes \sigma_{x}\\ \sigma _{x} \otimes \sigma_{x} \otimes \sigma_{x} \end{matrix}

GHZ 상태에 대해서 각각 측정 평균값(expectation value)은 -1, -1, -1, +1이다. 위 4개의 측정 연산자는 GHZ 상태의 eigenvector이고, 파울리 연산자의 측정 결과 값은 +1 혹은 -1로 설정하였다.

이제 국소실재론이 양자물리학의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살펴보자. 국소실재론에서는 숨은 변수를 통해 각각의 파울리 연산자들의 측정결과 값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가정한다. 이를 \(\small x_1, x_2, x_3, y_1, y_2, y_3\)라고 표기하자. 여기서 \(\small x\)(or \(\small y\))는 파울리 연산자 \(\sigma_x\)(or \(\small \sigma_y\))의 이미 정해진 값을 의미하고, 아래 첨자의 숫자는 몇 번째 큐비트인지를 의미한다. 값들은 각각 +1 혹은 -1 중 하나로 이미 결정되어 있고, 국소성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적어도 영향을 주더라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그러면 위 4개 연산자의 평균값 중 처음 3개의 결과에 대해서 국소실재론이 똑같은 결과 값을 예측하는 \(\small x_1, x_2, x_3, y_1, y_2, y_3\)를 찾을 수 있다.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begin{matrix} x _{1} \,y _{2} \,y _{3} =-1\\ y _{1} \,x _{2} \,y _{3} =-1\\ y _{1} \,y _{2} \,x _{3} = -1 \end{matrix}

Fig. 1. 3-큐비트 GHZ 얽힘 상태 실험.[7]
Fig. 1. Schematic drawing of experimental setup for the 3-qubit Greenberger-Horne-Zeilinger entanglement.8) (3-큐비트 GHZ 얽힘 상태 실험)

그리고 이 값들이 마지막 측정 \(\small \sigma_x \otimes \sigma_x \otimes \sigma_x\)의 양자물리학의 평균값 +1을 똑같이 예측하는지 살펴보자. 이를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위의 식 3개를 모두 곱한 값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면 충분하다. 3개를 곱한 결과는 \(\small x_1 x_2 x_3 = -1\)이다(그 이유는 \(\small x\)(or \(\small y\)) 값은 +1 혹은 -1만 가질 수 있으므로, 그 값의 제곱은 항상 +1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양자물리학의 예측 값 +1과 같지 않다. 즉, 국소실재론은 양자물리학의 결과를 똑같이 재현해내지 못하고, 이 과정을 부등식을 사용하지 않고 all-versus-nothing 형태로 보였다. 이를 GHZ 정리라고 한다.

사실 가장 처음 GHZ 정리는 4-큐비트 물리계의 상황에서 고려되었다.5) 학회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발표된 연구결과는 바로 이후 Mermin이라는 물리학자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3-큐비트 물리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6) 같은 해에 GHZ 세 사람은 Abner Shimony라는 과학자와 함께 그들의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정리하여 논문으로 출판하였다.7)

GHZ 정리가 이론적으로 제안된 이후 Anton Zeilinger는 처음으로 3-큐비트 GHZ 얽힌 상태를 실험실에서 구현하였다.8) 그림 1에서 가장 왼쪽에 T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트리거 역할을 하여 T 부분의 검출기에서 광자 하나가 검출되면 나머지 \(\small D_1, D_2, D_3\)에서는 GHZ 타입의 양자 얽힘이 생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에 비로소 3-큐비트 GHZ 상태를 활용하여 GHZ 정리를 검증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9) 그 이후로 많은 연구자에 의해 GHZ 정리는 다중(multipartite), 고차원(high dimensional), 다수 측정(many measurement settings)에 대해서도 성립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증명되었다.10)11)12)

현재 양자정보과학기술에서 양자 얽힘 상태는 정보처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자원이다. 양자정보기술은 기존에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고, 처리하는 데에 활용되던 방법과는 다른 방법론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양자 얽힘 상태는 핵심적인 요소로 활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양자전송(quantum teleportation)이 그러하다. Anton Zeilinger 교수팀은 최초로 양자전송을 실험으로 검증하였다.13)

Fig. 2. 양자텔레포테이션 실험 개념도.[12]
Fig. 2. Scheme of the quantum teleportation.13) (양자텔레포테이션 실험 개념도)

여기에서는 양자전송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그것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겠다. 그림 2는 ①번에 준비된 임의의 양자상태 \(\small \left|\psi\right> = a \left|0\right> + b \left| 1 \right>\)가 Alice와 Bob이 ②와 ③에서 공유하는 양자 얽힘을 통해 Bob에게 전송되는 것을 묘사한 개념도이다. 양자전송의 특이한 점은 보내고자 하는 양자상태에 대한 정보를 Alice가 측정이라는 과정 없이도 Bob에게 동일한 양자상태 \(\small \left| \psi \right>\)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보낸다는 표현은 엄밀하게 말하면 맞지 않는데, 야구공이 날아가는 것처럼 양자상태가 Alice로부터 Bob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Alice와 Bob에 공유된 얽힘 상태에서 Bob이 가진 큐비트를 Alice가 가진 ①번 큐비트의 양자상태와 동일하게 바꿀 수 있다. 양자전송에서 큐비트는 Alice에게서 Bob으로 순간적으로 전송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상대성 이론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Alice와 Bob은 반드시 고전 채널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므로,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양자상태는 no-cloning 정리에 의해 복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Alice와 Bob이 서로 같은 양자상태를 가지기 위해서 복사 & 붙여넣기 같은 과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양자전송은 양자상태가 가진 정보를 측정이라는 과정 없이 즉, 양자상태의 손상 없이 온전히 그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개념의 정보 전송이다. Anton Zeilinger 교수는 이후에 양자 얽힘 교환(entanglement swapping)과 같은 보다 발전된 개념들을 제안하고, 실험적으로도 검증하였다.14) 최근 Anton Zeilinger 교수는 중국의 양자통신위성 묵자호를 통해 비엔나와 베이징 간에 약 7000 km가 넘는 거리에서 양자통신을 수행하는 등 양자정보과학의 다양한 응용분야에 큰 기여를 하였다.15)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화를 공유하고 글을 맺고자 한다. 저자가 폴란드 그단스크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그룹 리더인 Marek Zukowski 교수에게 벨 정리 연구와 Anton Zeilinger 교수와의 인연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Zukowski 교수는 90년대 초반에 인스부르크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많은 연구자들과 걱정없이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었고, 그 당시에 중요한 연구 결과를 많이 낼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때의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호흡이 긴 연구들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하였다. 양자정보과학은 최근에 세계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긴 호흡이 필요한 기초연구에서도 연구자들이 걱정없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각주
1)A. Einstein, B. Podolsky and N. Rosen, Phys. Rev. 47, 777 (1935).
2)N. Bohr, Phys. Rev. 48, 696 (1935).
3)J. S. Bell, Physics Physique Fizika 1, 195 (1964).
4)J. F. Clauser, M. A. Horne, A. Shimony and R. A. Holt, Phys. Rev. Lett. 23, 880 (1969).
5)D. M. Greenberger, M. A. Horne and A. Zeilinger, in Bell’s Theorem, Quantum Theory, and Conceptions of the Universe, edited by M. Kafatos (Kluwer, Dordrecht, 1989).
6)N. David Mermin, American Journal of Physics 58, 731 (1990).
7)Daniel M. Greenberger, Michael A. Horne, Abner Shimony and Anton Zeilinger, American Journal of Physics 58, 1131 (1990).
8)D. Bouwmeester, J.-W. Pan, M. Daniell, H. Weinfurter and A. Zeilinger, Phys. Rev. Lett. 82, 1345 (1999).
9)J. W. Pan, D. Bouwmeester, M. Daniell et al., Nature 403, 515 (2000).
10)M. Zukowski and D. Kaszlikowski, Phys. Rev. A 59, 3200 (1999).
11)J. Lee, S.-W. Lee and M. S. Kim, Phys. Rev. A 73, 032316 (2006).
12)J. Ryu, C. Lee, M. Zukowski and J. Lee, Phys. Rev. A 88, 042101 (2013).
13)D. Bouwmeester, J. W. Pan, K. Mattle et al., Nature 390, 575 (1997).
14)M. Zukowski, A. Zeilinger, M. A. Horne and A. K. Ekert, Phys. Rev. Lett. 71, 4287 (1993); Jian-Wei Pan, Dik Bouwmeester, Harald Weinfurter and Anton Zeilinger, Phys. Rev. Lett. 80, 3891 (1998).
15)Sheng-Kai Liao et al., Phys. Rev. Lett. 120, 0305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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