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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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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물리교육의 현재와 미래

학문 문식성으로 들여다본 물리와 역사

작성자 : 변태진·이해영·김종윤 ㅣ 등록일 : 2023-03-29 ㅣ 조회수 : 1,440 ㅣ DOI : 10.3938/PhiT.32.010

저자약력

변태진 교수는 2012년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교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21년부터 광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학 교육과정 및 평가, 언어 네트워크 분석, AI와 에듀테크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taejinbyun@gnue.ac.kr)

이해영 교수는 2009년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중등역사교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에서 근무한 이후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생의 역사 이해, 초등사회과(역사)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서술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kjlhy@gjue.ac.kr)

김종윤 교수는 2014년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에서 독서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21년부터 진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어과 교육과정, 독서의 인지적 과정, 디지털 환경에서의 독서교육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jyunkim@cue.ac.kr)

Physics and History Subject Viewed through Disciplinary Literacy

Taejin BYUN, Haeyoung LEE and Jongyun KIM

In this article, we would like to introduce a collaborative study that was a little special among the various collaborative studies we did. It is a collaboration with history education and Korean language education majors in the viewpoint of physics education major. The comparison of the two disciplines, ‘physics’ and ‘history’, which seem a little far from natural science and do not seem to have anything in common, becomes a suitable judgment for Korean language education majors as ‘disciplinary literacy’. It is possible because we bring disciplinary literacy that contrasts with content area literary, and it is the viewpoint that reading and writing education should be approached from the standpoint of each subject because the epistemology of subject interaction, vocabulary and major knowledge, and discourse interests are different among subjects. Although physics and history represent the humanities and natural sciences, respectively. They have many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The main body of this article is structured around content that is easy to access even if you are not an education-related expert, excluding the excessively academic part of the three studies that compared physics and history. The first is a comparison of reading physics and historical texts. It is natural that everyone reads the writings of their major the best, but this study started with the question of whether the characteristics of that major will appear when reading the writings of other majors. Second, the descriptors of the achievement standards of the physics and history curriculum are analyzed. In Korea, the national curriculum is revised about every 7 years, and this study is conducted to find an answer to the question of whether disciplinary characteristics will appear in this curriculum document. Lastly, it is judged that these disciplinary characteristics would be well revealed in textbooks. By comparing the description methods of physics and history textbooks, we discuss on the characteristics of the studies.

들어가며

이 글에서는 다양한 공동 연구 중 조금은 특별했던 협업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역사교육, 국어교육 전공자와의 협업이었는데, 자연과학과는 조금은 멀게 느껴지고, 공통점은 없어 보이는 ‘물리’와 ‘역사’ 두 학문의 비교는, 물리교육 전공자가 홍코너 선수로 역사교육 전공자가 청코너 선수로, 국어교육 전공자가 심판 역할을 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학연이나 지연, 전공조차 달랐던 세 사람의 협업은 현재는 각자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같은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추진할 수 있었고, 국어교육 전공자가 ‘학문 문식성(disciplinary literacy)’이란 적합한 심판을 데려왔기에 가능했다. 학문 문식성은 내용 문식성(content area literary)1) 관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교과 교유의 인식론, 어휘 및 전공 지식, 담화 관심 등이 교과 전공별로 상이하므로 개별 교과의 입장에서 읽기․쓰기 교육에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이다.2) 물리와 역사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학문이면서 여러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우선 물리든 역사든 교과서에 등장하는 용어와 개념이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다가온다. 각각의 학문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는 제외하더라도 사고도구어3) 역시 학생들이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킨다.4) 예를 들어, 물리의 간섭, 교류, 강화라든지 역사의 봉기, 귀족, 신분 등은 일상이나 다른 학문에서도 사용하지만 물리나 역사에서 특정한 의미로 쓰이거나 내용을 서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여 해당 학문에서의 쓰임새를 알지 못하면 내용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이 글의 본론은 물리와 역사를 비교했던 3편의 연구5)6)7) 중 지나치게 학술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교육 관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접근하기 쉬운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는 물리와 역사 텍스트 읽기에 대한 비교이다. 모두가 자기 전공의 글을 가장 잘 읽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다른 전공의 글을 읽을 때 그 전공의 특성이 나타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연구다. 두 번째는 물리와 역사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서술어를 분석하였다. 우리나라는 약 7년 주기로 국가교육과정을 개정하는데, 이 교육과정 문서에도 학문적 특성이 나타날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진행하였다. 마지막은 이러한 학문적 특성이 교과서에 잘 드러날 것으로 판단하였다. 물리와 역사 교과서의 서술 방식을 비교함으로써 학문의 특징을 논의하였다.

물리와 역사 텍스트 읽기 비교

전공마다 텍스트를 읽는 방식이 다를까? 물리 전공자가 역사 텍스트를 읽을 때, 역사 전공자가 물리 텍스트를 읽을 때는 어떨까? 물리 전공자가 물리 텍스트를 더 잘 이해하고, 역사 전공자가 역사 텍스트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은 뭔가 당연한 결과라고 예상되지만 혹시 전공에 따라 읽는 방식도 다르지 않을까라는 것이 우리의 의문이었다. 예를 들어 ‘같은 물리 텍스트를 읽어도 물리 전공자와 역사 전공자가 다르게 읽지 않을까?’라는 것이 우리가 세운 가설이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물리 교사와 역사 교사를 5명씩 섭외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학사, 석사, 박사수료 등 경력 4년에서 26년까지 다양한 분이 도움을 주셨다. 연구과정에서는 비교를 위한 텍스트 선정이 까다로웠는데, 물리 공식으로 가득 찬 물리학 전공서나 교과서를 다른 전공자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물리 공식이나 수식이 적힌 텍스트는 배제하고, 두 영역 모두 교양으로서 접근 가능한 수준에 글의 길이도 비슷한 텍스트를 선정하게 되었다. 이에 물리 텍스트는 물리 교양서의 한 단원으로 개미의 집단 지성을 소재로 물리학의 최소 시간 원리(페르마의 법칙)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선정하고, 역사는 조선 후기 신분제의 해체에 관한 글을 선정하였다. 연구 절차는 1명씩 실험 안내를 받고 자신 전공의 텍스트 읽기 → 다른 전공 텍스트 읽기 → 사후 사고 구술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인터뷰에서 각 영역의 교사가 사고 구술한 내용은 사고 구술 코드8)를 활용하여 코딩하였다.

연구 결과 예상되는 바와 같이 자기 전공의 글을 읽을 때(물리 교사가 물리 텍스트를 읽을 때, 역사 교사가 역사 텍스트를 읽을 때) 사전 지식 및 핵심 개념을 활용하여 내용을 정교화하는 전문가적 읽기 또는 능동적 독자가 되는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났다. 타 교과의 글을 읽을 때는 내용에 대한 수동적 이해를 하는 수동적 독자가 더 많이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독자가 사전 지식이나 텍스트의 다른 부분과 연결하여 독자가 텍스트를 정교화하고 해석하는 자기설명(self-explanation, SE)이 두 텍스트 모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Fig. 1. Mean frequencies of thought verbal pattern in History and Physics Teacher group.[3]  Fig. 1. Mean frequencies of thought verbal pattern in History and Physics Teacher group.[3]Fig. 1. Mean frequencies of thought verbal pattern in History and Physics Teacher group.5)

또한 전공별로 재미난 차이가 하나 발견되었는데, 역사 교사는 역사 텍스트를 읽을 때 4.6회, 물리 텍스트를 읽을 때 4.2회의 평가(evaluation, E) 코드가 발견되었지만, 물리 교사는 물리 텍스트를 읽을 때 2.6회, 역사 텍스트를 읽을 때 1.6회의 평가 코드나 나타났다. 평가 코드는 출처에 대한 판단, 내용의 관련성, 다른 정보와의 일치성, 신뢰도 등이 제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5명으로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는 있으나, 물리 전공자가 역사 전공자보다 텍스트 읽기에서 평가를 덜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그림 1).

탐구하다(물리) vs. 탐구하다(역사)

얼마 전 대학의 과학교육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스스로 원리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탐구수업일까?’라는 주제에 답하라는 과제를 제시한 적이 있다. 해당 과제는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학습하면서 브루너(J. Bruner)가 제안한 학생들도 ‘작은 과학자’처럼 활동하는 발견학습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제시되었는데, 학생들의 응답을 보다가 몇 가지 눈에 띄는 답안이 보였다.

“탐구수업은 학생들에게 교사들이 행하는 것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 결론에 도달시키는 과정”
“집단탐구수업 모형이란 학생들이 복잡한 주제를 탐구해 나갈 때 집단적으로 학습을 수행토록 하는 교수방안”

과학교육을 전공하였거나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이 대목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탐구(inquiry)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과학에서의 탐구는 교과서에 <탐구 실험>, <탐구 활동>에 주로 제시되어 있으며, 과학 지식의 형성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절차와 관련된 사고 과정으로, 관찰, 측정, 분류, 자료 해석 및 변환, 가설 설정, 변인 통제, 결론 도출 등의 세부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학생들의 응답을 보면서 물리와 역사 교육과정에 제시된 성취기준의 서술어에 대해 비교했던 연구가 회상되었다.

해당 연구에서는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중학교 과학과 고등학교 물리학Ⅰ, 물리학Ⅱ에 제시된 성취기준과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중학교 역사 영역과 고등학교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의 성취기준 서술어를 물리와 역사 교사의 인식을 통해 비교했었다. 성취기준 서술어라고 하면 예를 들어, ‘[12물리Ⅰ01-01] 여러 가지 물체의 운동 사례를 찾아 속력의 변화와 운동 방향의 변화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에서 ‘분류할 수 있다.’를 지칭한다.

해당 교육과정에서 물리 서술어는 11개의 종류가 총 71회 사용되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된 서술어는 무엇이었을까? 물리 교육과정에서는 ‘설명할 수 있다’가 49회(69.0%)로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 외 ‘구할 수 있다’, ‘표현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있다’, ‘비교할 수 있다’ 등이 사용되었다. 역사 교육과정의 경우 어떠했을까? 역사는 ‘파악한다(27회, 26.2%)’, ‘이해한다(26회, 25.2%)’가 절반을 차지하였고, ‘탐구한다’, ‘설명한다’, ‘비교한다’, ‘조사한다’가 그 뒤를 이었다. 역사에서 ‘파악한다’과 ‘이해한다’가 많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탐구한다’가 세 번째로 많은 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당시 ‘탐구’를 과학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물리교육 전공자에게는 역사에서 탐구를 강조한다는 것이 놀라운 결과였다. 여담이지만 생각해보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학탐구영역’와 함께 ‘사회탐구영역’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니, 과학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역사에서의 탐구는 ‘역사가의 연구 과정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료를 읽고 그것에 나타난 역사적 사건 자체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사료를 통해 의문점을 찾아내고,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역사라는 학문이 가진 성격을 이해하고 스스로 역사의 의미를 찾아보는 활동을 역사에서 탐구라고 한다.

Fig. 2. Awareness gap among teachers within major and according to major.[4]Fig. 2. Awareness gap among teachers within major and according to major.6)

정리하면 과학에서의 탐구와 역사에서의 탐구는 대상과 방법에서 차이점이 발견된다. 과학 탐구는 과학 이론이나 지식을 그 대상으로 삼는 반면, 역사 탐구는 역사적 사건을 대상으로 삼으며, 과학은 주로 실험과정에서의 탐구 기능(관찰, 측정, 분류, 변인 통제, 자료 해석 등)을 활용한 일련의 과정을 그 방법으로 삼고, 역사는 가설 설정 – 자료 조사 – 결론 도출이라는 과정으로 수행된다.

‘탐구하다’ 외에도 ‘비교하다’ 역시 물리와 역사 교과 간의 차이가 있었다. 역사의 경우 두 대상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할 때 해당 용어를 사용하는 반면, 물리의 경우 한 대상에 대해 변인을 달리하여 조작변인과 그에 따른 종속변인을 비교하는 경우에 사용되었다. 예컨대 역사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근대화 운동에 대해서 차이점을 비교한다’라고 기술되었다면, 물리에서는 ‘빗면의 기울기를 변화시키면서 마찰력의 크기를 비교한다’라고 되어 있다.

추가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몇 가지 서술어들의 전공 간, 또는 전공 내에서의 인식 차이도 발견되었는데 결과를 정리하면 그림 2와 같다.

물리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의 서술

물리-역사 시리즈의 세 번째 연구는 교과서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 연구는 물리교육, 역사교육, 국어교육 전문가가 교과서를 읽고 여러 차례의 전문가 회의에서 두 교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역사교육 전문가는 역사교육 관점에서, 물리교육 전문가는 물리교육 관점에서 두 교과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논의하였고, 국어교육 전문가는 제3자적 관점과 독서교육의 관점에서 두 교과서의 특징을 비교하였다.

두 교과서 비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용어와 개념이었다. 3명의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물리 용어의 특징으로 정확성과 불가변성을, 역사 용어의 특징으로 확장성과 가변성을 들었다. 물리는 용어 그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반면, 역사 용어는 그 자체가 지니는 역사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 역사 용어와 개념은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양반’은 조선 초기에는 문무반을 합쳐서 부르는 용어였지만, 조선 후기에는 높은 신분의 계층을 의미한다. 또한 역사 용어와 개념에는 해석이나 평가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동학을 ‘난’으로 인식하는가, 부패한 정치상황에 대한 농민의 저항으로 보는냐에 따라 ‘동학난’과 ‘동학농민운동’으로 불리는 용어가 달라진다. 반면 과학 용어는 절대적이다. 과학자 공동체가 진리라고 판단되는 것에 대한 용어를 제시하면 정의가 바뀌지 않는다. 17세기에 정한 ‘알짜힘(net force)’을 현재에도 쓰고 있지 않은가?

물리는 자연 현상의 원리와 법칙을 다루며, 역사는 해석을 다룬다. 이러한 두 학문의 성격은 본문 텍스트 서술방식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역사 교과서를 보면 ‘일어났다’, ‘물리쳤다’, ‘시행하였다’ 등 과거형 동사가 많이 사용되고, 물리 교과서에는 ‘운동한다’, ‘작용한다’ 등 현재형 동사가 많이 사용된다. 역사는 행위자와 프로세스에서 인물, 기관/기구, 민족/국가 등 행위자가 한 행위에 초점이 있으며, 서술어에도 저자의 의도가 담기는 경우가 많다. 물리는 과학 원리와 법칙의 개념이나 정의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중립적이다.

역사 교과서의 서술에는 몇 가지 특징들이 추가적으로 발견된다. 역사는 하나의 스토리가 있으며, 내러티브 서술과 설명식 서술이 주를 이룬다. 교과서 저자(역사가)의 핵심 주장과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례들로 서술이 구성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고려시대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라는 역사가의 해석이 나오면, 호적 기입 순서라든지 남녀의 상속 방법 등이 근거로 제시되는 것이다.

물리 교과서는 여러 가지 자연 현상에 대한 예시들이 제시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귀납적으로 제시된다. 지상에 있는 물체의 자유낙하, 투포환의 포물선,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이 제시되고, 이를 중력 법칙으로 설명하는 방식 말이다. 또한 실험에서는 가설에서 시작하여, 실험 준비물, 실험과정, 실험 결과 정리와 같이 절차나 방법을 제시하거나 범주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하고 조직하며, 과학 이론을 통해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설명한다.

역사 교과서의 서술에는 ‘큰’, ‘적절히’와 같은 부사나 ‘파탄났다’와 같은 행위의 수준이나 정도에 대한 동사를 사용함으로써 역사 사건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들어 있다. 예컨대 ‘과거 제도에 있어 큰 변화가 일어났다’, ‘농촌 경제가 파탄났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보여준다. 반면 물리 교과서에서는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이 중심이 되기에 가치판단이 내재된 평가어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경계한다.

물리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는 시각자료의 사용에서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물리 교과서가 역사 교과서에 비해 시각자료가 많을 것 같지만, 역사 교과서에는 사료가 사진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아 시각자료의 분량은 비슷하다. 시각자료의 사용에 있어 물리와 역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본문과의 상호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리 교과서에 제시된 사진, 그래프에는 정보가 많아 본문 이해에 큰 도움을 주고, 상당수는 사진이나 그림 자료가 없을 때 본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면 역사 교과서는 사진이나 그림에 대한 설명이 본문에 수록되어 있어 사진이 없어도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역사 교과서의 시각 자료는 대부분 본문 내용을 더 보충하기 위한 설명적 자료와 본문에서 말한 내용을 확인시켜 주는 예증적 자료가 많다. 물리 교과서는 시각 자료와 본문을 오가며 읽어야 하며 그림이나 표와 같은 비문자 자료는 본문을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특징은 첫 번째 연구인 텍스트 읽기 비교 연구에서도 드러났는데, 역사 교사는 비문자 자료에 눈길을 주지 않는 반면, 물리 교사는 도표, 그래프와 같은 비문자 자료를 먼저 읽었다.

물리 교과서에는 수식이 등장하는데, 수량화나 기호, 수식은 과학의 언어에서 객관성과 정확성을 더하는 기능과 한정된 지면 내에 과학지식을 서술하는 제약으로 인해 경제성을 추구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역사에서 그림과 같은 비문자 자료는 학생들에게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고, 역사적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당시에 이런 옷을 입었구나’, ‘이 시대 사람은 얼굴 수염을 이렇게 길렀구나’ 등 개인적 의미 확장이 일어나기도 하고, 5, 6세기 삼국시대 지도를 보고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충주 땅이 어디에 있고 세기마다 어느 나라의 지배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확장과 학습 동기유발 역할도 한다.

맺음말

지금까지 물리와 역사 교과에 대해 텍스트 읽기 비교, 교육과정 성취기준 서술어 비교, 교과서 서술 비교의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연구를 시작할 때는 간학문적 교류가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았고,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는 연구 주제에 대해 자신의 학문의 관점을 밝히면서 논의하는 것이 즐거웠고, 타 학문의 전통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연구과정에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연구의 경우 많은 수의 교사를 섭외하였으면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가 더 수월했겠지만, 펀딩 없이 자비를 투자하여 진행한 연구라 예산의 한계가 있었다. 세 번째 연구를 수행할 때는 모두가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자주 모이기 힘들었고 연구 진행 속도도 더뎠다.

그래도 이 연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지난 몇 년간 각자의 분야가 아닌 다른 학문의 전통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넓어졌고, 연구자로서 상대방의 장점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리교육 전공자는 분석적으로 연구 결과를 정리하는 데 실력 발휘를 하였고, 역사교육 전공자는 글쓰기가 뛰어나 짧은 시간에도 훌륭하고 긴 글을 쓸 수 있었으며, 국어교육 전공자는 풍부한 연구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연구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미 많은 주제를 다룬 것 같지만 여전히 ‘물리’와 ‘역사’를 비교하는 연구 주제는 차고 넘친다. 언제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연구의 최종 목표는 몇 편의 논문을 더 출간하여 책으로 묶어 내는 일이다.

맺음말을 쓰다 보니 순수 물리학적인 내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형적인 물리교육 분야의 글도 아니라 독자로서 다소 생소하고 낯선 글이었을 텐데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데에 감사하다. 혹시 타 분야와 협업을 계획하고 있는 연구자라면, 아니면 이미 타 전공자들과 매일 부딪치는 학교에 계신 분이라면 한 번은 이렇게 물어보시길.

“Shall we study?”

각주
1)국어과에서 읽기를 잘 가르치면 과학이나 사회와 같은 교과의 내용 학습에 읽기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는 관점.
2)W. G. Borzo et al., J. of Adolescent & Adult Literacy 56(5), 353 (2013).
3)사고 및 논리전개와 관련되어 학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언어.
4)M. Shin et al., Kor. Lang. Edu. Res. 55(4), 79 (2020).
5)J. Kim et al., J. of Curri. & Evalu. 21(4), 43 (2018).
6)T. Byun et al., J. of Curri. & Evalu. 22(3), 61 (2019).
7)H. Lee et al., Academy for Kor. Lang. Edu. 127, 364 (2021).
8)S. R. Goldman et al. Reading Res. Quarterly 47(4), 35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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