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새 책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작성자 : 정창욱 ㅣ 등록일 : 2023-03-29 ㅣ 조회수 : 563
나노(양자)물리나 우주물리처럼 맨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가 아니라, 생활 속 보이는 최소한의 물리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1988년 물리학과에 입학하고 2010년까지 22년의 세월 동안 어느 모임에서든, 물리학과라고 밝히면 “천재시네요”라는 대답과 함께 대화의 빙하기가 곧바로 찾아온다. 물리는 너무 어렵고 양이 많으며 따분하다는 평이 대세이다. 존경의 눈빛과 외면의 눈빛에 동시에 포위당한 물리!
2011년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방문교수로 1년간 연구할 즈음이었다. 4 월말경, 살고 있던 Knoxville이라는 소도시에 대형우박이 쏟아진 적이 있었다. 이 여파로 그 도시에 있던 십만 대가량의 차가 파손되었다. 보험회사들이 피해 보상을 위해서 도심에 전담센터를 마련했다. 필자의 차량도 피해를 보아서, 피해보상 전담센터에 가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되었다. 심심하던 차에 옆에 있던 미국 시골도시 특유의 수수한 차림의 중년 남성에게 캐러비안 해적에 관한 물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긴 줄에서 별로 할 일도 없어서인지 한 동양인 남자의 이야기를 그는 무던히 들어주었다. 다 듣고는 그 미국인이 매우 즐거워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바다 괴물 크라켄 전설이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무슨 영향을 사회에 끼쳤고,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심해 석유 시추, 차세대 에너지, 빙하기 생명 대멸종 등과 연관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한석봉과 어머니의 시합(불 끄고 ‘떡 썰기’/‘붓글씨 쓰기’)을 과학의 관점으로 비판해 본다. 조선 후기에 이 시합이 일어나고 약 450년이 지나서 필자가 처음으로 물리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간단한 물리도 제대로 적용하면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한석봉이 서예 연습을 5년 만에 숙달했다고 자신하면서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전설적인 시합’을 제안하고 시작한다. “호롱불을 끌 테니 너는 붓글씨를 써라. 나는 떡을 썰 테다”. 물리의 눈으로 쳐다보면 전통적인, 상투적인 교훈이 아니라 새로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의, 수많은 명언들을 남겼다는 아인슈타인! 그의 다음의 말을 꼭 소개하고자 한다.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stop questioning.”
일상 속이나 역사 속의 크고 작은 불가사의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러 가보자. 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을 타면서 어떤 좌석이 가장 편안할까를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분석해 볼까? 등산복/등산가방의 지퍼 손잡이에 달린 끈은 장식용일까? 겨울철 식탁 위 물컵은 왜 저절로 움직이는가? 박목월의 시 ‘나그네’에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는 물리적으로 어떤 현상일까? 고대 멕시코 축구선수는 우승으로 상금도 아니고 벼슬도 받지 못하고 왜 자신의 심장을 산채로 적출해서 신에게 바쳤을까? 청춘이 아니어도 피가 끓는다는 우주! 우주기술은 홍익인간의 정신을 계승했다는데!
이제 물질세상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물리와 연관된 지혜/답을 물리의 눈으로 찾아보자. 피드백기술은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하다. 딥페이크는 기회일까 위험일까? 동등변수를 이용해서 남녀평등을 이해해보자. 홍길동과 전우치는 실재한 적이 없지만 의협심과 능력은 소설에서 과장되게 묘사되어 있다. 정의로운 건맨이나 무림고수, 영국신사는 도대체 신호대잡음비라는 물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가장 초보적인 물리라도 제대로 적용하면, 눈에 보이는 일상생활의 숨은 비밀 몇 가지를 당신도 세계 최초로 발견할 수 있다.
[정창욱(한국외국어대학교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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