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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시물리학: 우리는 어떻게 모여 사는가?

도시 성장의 보편성

작성자 : 홍인호·윤혜진 ㅣ 등록일 : 2021-05-11 ㅣ 조회수 : 2,865 ㅣ DOI : 10.3938/PhiT.30.011

저자약력

홍인호 박사는 포항공과대학교 박사(2019)로 2020년부터 독일 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방문연구원(2017-2018),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박사후연구원(2019-2020)을 거치며 사회 복잡계 연구를 하고 있다. 2021년 한국물리학회가 수여하는 젊은통계물리학자상을 수상하였다.(hong@mpib-berlin.mpg.de)

윤혜진 박사는 KAIST 물리학 박사 학위 이후 산타페 연구소, 옥스퍼드 수학과, MIT 미디어랩,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17년부터 현재까지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경영 대학원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회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hyejin.youn@kellogg.northwestern.edu)

Universality in Urban Growth

Inho HONG and Hyejin YOUN

In the era of rapid urbanization, understanding the mechanism of urban growth is critical to a better future of humanity. Models for urban growth can prepare policy makers to address the economic and social changes in their growing cities. Over the last decades, the physics of cities has revealed the mechanisms of urban growth from the universal characteristics that are largely observed in the main pillars of cities: function, shape and size. This article introduces the theoretical frameworks - urban scaling, fractal geometry and Zipf’s law-for universality in the function, shape and size of cities. In addition, we review the recent findings for a unified model of urban growth, including recapitulation, hierarchy and migrations.

들어가는 말

해외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거대한 빌딩숲과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도로, 교통망에서 마치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뉴욕, 런던과 같이 오랫동안 세계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대도시들과 달리 서울은 한강의 기적을 거치며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놀랍게 닮은 부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도시들의 유사성은 물리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게 한다-도시는 하나의 원리를 따라 보편적으로 성장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에서, 도시의 성장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다. 복잡계 이론을 중심으로 한 도시물리학은 도시의 기능, 형태, 인구와 같은 핵심적인 요소들에 존재하는 보편성과 그 성장 원리를 밝혀 왔고, 이러한 요소들을 아우르는 이론적인 틀을 찾고자 하는 연구들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1) 이 글에서는 기능, 형태, 인구의 보편성을 설명하는 법칙과 그 생성 모형, 이를 통합하고자 하는 최근의 시도, 그리고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도시의 세 요소: 기능, 형태, 인구

Fig. 1. Hierarchical structure of cities by Christaller’s Central Place Theory.Fig. 1. Hierarchical structure of cities by Christaller’s Central Place Theory.

도시의 보편성, 규칙성과 그 생성 원리에 대한 연구는 1933년 Christaller의 중심지 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2) 중심지 이론은 재화와 서비스의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 도심-부도심 관계처럼 원점에 가장 큰 중심지가 위치하고 이를 둘러싼 육각형의 격자에 더 작은 중심지들이 위치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도시를 묘사한다. 즉, 중심지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형태 면에서는 육각형 격자가 반복되는 자기유사적 구조를 갖게 된다. 따라서 중심지 이론은 도시 크기의 분포와 그 형태에 존재하는 규칙성이 도시의 계층적 구조로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심지 이론에서 보여준 도시의 규칙성은 데이터를 통한 검증과 함께, 지프의 법칙(Zipf’s law)을 중심으로 한 도시 인구 분포의 보편성과 도시 형태의 프랙탈 구조에 대한 연구로 계승된다. 이어지는 단락에서 도시의 기능, 형태, 인구를 중심으로,3) 도시에 존재하는 보편성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들을 소개한다.

1. 도시 스케일링 이론: 도시의 기능을 인구의 함수로 설명하다.

대도시에는 소도시보다 더 높은 평균 임금과 더 많은 첨단 산업 일자리의 기회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더 높은 집값과 범죄율, 환경오염과 같은 여러 가지 많은 문제들이 공존한다.4) 그리고 이러한 도시의 기능에 대한 이해는 주로 지리학과 경제학의 영역으로, 각각의 도시가 특유한 성질을 갖는 것으로 오랫동안 이해되어 왔다.

2007년 Bettencourt 외의 연구는 도시 인구와 사회경제적 특성과의 강한 상관관계로부터 도시의 기능 또한 보편성을 갖는다는 것을 밝혔는데, 이를 도시 스케일링 이론(urban scaling theory)이라고 한다.5) 도시 스케일링에서, 도시의 총 임금, 노동자 수, 범죄 수와 같은 도시의 사회경제적 지표(\(\small Y\))는 인구(\(\small N\))의 멱함수(\(\small Y \sim N^\beta\))로 표현되고, 이 관계는 한 국가 내의 모든 도시에 대해 보편적으로 성립한다. 이때, 스케일링 지수 \(\small \beta\)의 크기는 해당하는 지표가 대도시 중심적인지, 소도시 중심적인지를 나타낸다. 주택 수, 가계 전력 소모량과 같은 가계와 관련된 지표들은 1에 가까운 스케일링 지수를 가져, 도시의 인구와 선형적인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GDP, 임금, 특허 수와 같이 사회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표들은 1보다 큰 스케일링 지수를 가져 대도시에서 단순 인구 증가보다 더욱 크게 증가하는 초선형적(superlinear) 관계를 갖는다. 예를 들어, 도시의 인구가 2배 커지면 GDP는 약 2.2배 증가한다. 반면, 주유소 수, 전력선의 길이, 도로 면적 등의 인프라 시설들은 인구 증가에 비해 아선형적(sublinear)으로 증가하게 되어 1보다 작은 스케일링 지수를 갖는다.

Fig. 2. a. Scaling relation between total wages and population.[5] b. Scaling exponents of US urban industries.[7]
Fig. 2. a. Scaling relation between total wages and population.5) b. Scaling exponents of US urban industries.7)

그렇다면 왜 여러 사회경제적 지표들은 모든 도시에 대해 보편적이지만, 동시에 인구에 대해 초선형, 선형, 또는 아선형이라는 서로 다른 정도의 스케일링 관계를 갖게 되는 걸까?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초선형적 스케일링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로, 아선형적 스케일링은 규모의 경제로 인한 효율성의 결과로 설명된다.6) GDP, 임금, 특허 등의 사회활동과 연관된 지표들은 도시 안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대도시에서는 한 사람이 더 많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인구 수에 비해 선형보다 큰 산출량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인프라 시설들의 경우 규모의 경제로 인해 증가하는 인구에 비해 추가로 설치되는 시설들이 더 효율적으로 설치되어, 인구와 아선형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특성은 산업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사회적 교류가 중요한 첨단산업의 경우 인구와 초선형적인 관계를 갖고, 시설이 중요한 농업, 광업, 제조업 등의 1, 2차 산업에서는 아선형적 스케일링이 관찰된다.7)

스케일링 이론은 다양한 도시의 기능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구 크기에 따라 보편적으로 발현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따라서 한 국가 내의 도시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 계에 속한 요소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8) 이러한 도시의 보편성은 통계물리학에서 연구되어 온 프랙탈 구조와 지프의 법칙이 도시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뒷받침된다.

2. 프랙탈 구조와 도시 형태의 자기유사성

Fig. 3. Models for fractal growth: a. Diffusion-Limited Aggregation Model.[10] b. Correlated Percolation Model.[12]
Fig. 3. Models for fractal growth: a. Diffusion-Limited Aggregation Model.10) b. Correlated Percolation Model.12)

도시의 상세한 지리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사용 가능하게 된 1980년대 이후 도시 형태의 보편성과 성장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그 중심이 된 것이 “프랙탈 구조”이다. 프랙탈 차원은 선, 면, 입체로 대표되는 1, 2, 3차원 사이의 분수 차원으로 정의되는데, 나뭇가지처럼 선형적인 길이 방향의 성장과 평면적인 넓이 방향의 성장이 동시에 존재할 때 주로 관찰된다.

지리적인 프랙탈 구조가 처음 밝혀진 것은 1967년 Mandelbrot의 영국 해안에 대한 연구로, 해안이 1.25의 프랙탈 차원을 갖는 것을 보였다.9) 이를 바탕으로, 1989년 Batty 외는 도시의 프랙탈 구조를 설명하는 도시 성장모형을 제안한다.10) 이 모형은 은하군의 성장 모형으로 유명한 Witten과 Sander의 확산-제한 응집모형(Diffusion-Limited Aggregation, 약칭 DLA)을 본뜬 것으로, 새로운 도시 지역이 기존 도시 지역의 옆에 무작위로 달라붙는 방식으로 도시 성장을 설명한다. 이는 현실적으로는 도시 지역이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 확장되는 과정을 모사한다. 새 지역이 기존 지역에 붙는다는 제약 때문에 선형적이지만, 붙는 방향은 제약이 없기 때문에 동시에 평면적인, 따라서 프랙탈 구조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표현되는 또 다른 중요한 성질은 자기유사성으로, 나무의 끝 줄기의 뻗어나간 모양이 큰 줄기와 닮은 것처럼 도심에서 부도심으로 뻗어나가는 모양과 부도심에서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이 닮아있는 것을 묘사한다. 이후, 도시의 프랙탈 구조는 데이터를 통한 실험적 연구를 통해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보편적으로 관측되었는데,11) 이때 프랙탈 차원은 1.3에서 1.9 사이에 분포한다.

DLA에 기반한 도시 성장 모형은 프랙탈 구조와 자기유사성이라는 도시의 핵심적인 성질을 잘 재현하지만, 결과로서 나타나는 나뭇가지와 같은 도시 구조는 넓은 도심부와 부도심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다. 1995년 Makse 외의 연구는 더 현실적인 도시 형태를 위한 성장 모형을 제시한다.12) 이 모형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도시 지역은 기존 지역에 무작위적으로 붙는 게 아니라, 도시 중심에 가깝고 인접한 기존 도시지역이 더 많을수록 더 높은 확률로 형성되는 상관된 퍼콜레이션 모형(Correlated Percolation Model)에 따라 확장되며, 그 결과로서 프랙탈 구조와 동시에 도심-부도심 구조를 모사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랙탈 구조를 기본 성질로 하는 개선된 도시 성장 모형에 대한 연구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한 예로 Rybski 외의 모형은 새로운 도시 지역이 위치할 확률이 중력처럼 기존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낮아지는 형태로 표현하여, 프랙탈 구조와 동시에 지프의 법칙을 따르는 도시 구조를 만들어낸다.13)

세계 모든 도시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프랙탈 구조와 자기유사성은 도시가 중심부의 기능을 부도심, 외곽으로 분배하며 계층화되는 하나의 원리를 통해 성장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구조의 계층성으로 도시의 구역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연구가 되었다.14)15)

3. 지프의 법칙: 인구 분포의 보편성

Fig. 4. a. Rank-size distribution by Zipf’s law.[17] b. Log-normal distribution of population.[20]
Fig. 4. a. Rank-size distribution by Zipf’s law.17) b. Log-normal distribution of population.20)

인구는 도시의 크기를 규정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으로, 한 국가 내의 도시 인구의 확률 분포는 대도시와 소도시의 비율을 통한 계층적 관계로부터 도시의 성장 원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된다. 이러한 도시 인구의 확률 분포로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현재까지도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지프의 법칙이다.16) 지프의 법칙은 도시 인구의 크기(\(\small N\))가 흔히 20대 80 법칙으로 잘 알려진 파레토 확률분포(또는 멱함수 확률분포) \(\small p(N) \sim N^{-2}\)을 따른다는 것으로, 도시 시스템은 대다수의 소도시와 극소수의 대도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멱함수 분포는 인구 순위(\(\small r\))와 인구 크기(\(\small S\))의 관계 \(\small r \sim S^{-1}\)로도 종종 표현된다.

지브라의 법칙(Gibrat’s law)은 이러한 지프의 법칙을 가장 성공적으로 잘 설명하는 성장 모형이다.17) 도시의 성장이 크기에 무관하다는 이 모형은 지프의 법칙에서 나타나는 인구의 멱함수 분포를 잘 설명하는데, 실제로 각 도시의 성장률은 현재의 인구 크기와 무관한 무작위 변수로서 하나의 평균값과 공통된 분산을 갖는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멱함수 부분의 꼬리는 큰 도시를 의미하므로, 이 이론은 핵심이 되는 대도시들의 인구 분포와 성장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외에도 지프의 법칙을 설명하는 다른 이론들도 존재하는데, Hsu는 중심지 이론에 기반해 도시 경제 규모의 계층성이 지프의 법칙을 따르는 도시 규모로 이어진다고 보았으며, 아예 행위자 기반 모형 등을 통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지프의 법칙이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자기조직화의 결과로, 특정한 생성 원리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18)19)

한편, 본래 지브라의 법칙에서 말하는 크기에 무관한 성장률에 따른 자연적인 분포는 로그정규분포인데, 로그정규분포의 꼬리와 멱함수 분포의 꼬리는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구분되지 않는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도시의 인구를 설명하는 정확한 확률분포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어 왔다.20)21) 데이터를 통한 실험적 검증에서는 지프의 법칙을 지지하는 결과와 기각하는 경우가 모두 존재하는데, 지프의 법칙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주로 소도시 영역이기 때문에, 포함시키는 도시의 범위나 도시의 정의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까지 이 논쟁은 완전히 결론나지 않았으나, 지프의 법칙은 인구 분포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법칙으로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합적 이해를 향해

앞서 소개한 기능, 형태, 인구에서 각각 나타나는 도시의 보편성은 도시 성장을 지배하는 하나의 원리가 존재하고, 기능, 형태, 인구의 보편성은 여기에서 파생되는 성질일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최근 도시의 여러 성질을 통합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단락에서는 이러한 도시 성장의 통합적 이해를 향한 대표적인 최근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1. 스케일링은 도시 기능의 성장을 설명할 수 있을까?

Fig. 5. a. Economic structure of the largest cities in the US. b. Trajectories of cities shaped by urban scaling.[22]
Fig. 5. a. Economic structure of the largest cities in the US. b. Trajectories of cities shaped by urban scaling.22)

스케일링 이론은 도시의 기능과 인구 사이에 구조적인 규칙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서도 인구와 기능이 함께 보편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Hong 외의 연구는 스케일링 이론이 도시의 기능적 성장을 보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다.22) 저자들은 미국의 1998년‒2013년 사이의 산업별 고용 데이터를 이용해, 도시 사이의 스케일링이 대부분의 산업에서 고용과 인구의 시간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인구가 도시 기능을 정의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인구와 기능은 도시의 계층성을 통해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도시 스케일링을 통해 인구가 도시의 산업적 특성을 정의한다는 것을 보였는데, 인구 약 120만을 경계로 대도시는 혁신 산업으로, 소도시는 전통 산업으로 대변된다. 따라서 도시 경제는 인구 성장과 함께 스케일링에 의해 규정되는 보편적 경로를 따라 전통적 산업 구조에서 혁신적 산업 구조로 변모하며, 작은 도시들은 큰 도시의 성장 경로를 반복하며 성장하는 진화재현성(recapitulation)을 보인다. 즉, 작은 도시의 현재는 큰 도시의 과거와 유사한 형태를 갖는다.

한편, 인구의 스케일링이 고용 성장을 설명하는 정도는 산업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교육, 소매업과 같이 서비스가 서로 다른 도시 간에 교류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고용 성장을 잘 설명하지만, 금융, IT와 같이 서비스의 교환성이 높은 경우에는 비교적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스케일링 이론이 도시 안의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인프라 시설과 같이 도시의 내재적 성질에 집중한 반면, 도시 사이의 인적, 물적 흐름은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23)

같은 해 발표된 Bettencourt 외의 연구에서도 시간에 따른 인구 성장과 교통혼잡의 심화가 평균적으로 스케일링 법칙을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밝혀,24) 스케일링 이론이 도시의 기능적 성장을 위한 이론이 될 수 있음을 보였다.

2. 도시의 기능, 형태, 인구를 포괄하는 통합 이론

Fig. 6. Spatial distributions of streets, buildings and population.[25]
Fig. 6. Spatial distributions of streets, buildings and population.25)

먼저, Molinero와 Thurner는 기능과 인구의 아선형적, 초선형적 스케일링 관계가 프랙탈 구조를 통해 설명될 수 있음을 보였다.25) 이들은 아선형적 스케일링을 보이는 대표적인 속성인 도로의 길이와, 초선형적 스케일링을 대표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크기에 집중했다.

우선, 인구와 도로에 대한 차원 분석을 통해 도로 길이의 아선형적 스케일링을 유도했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높은 건물에 살아서 인구가 2차원과 3차원 사이의 프랙탈 차원을 갖고, 도로망은 평면 위에서 1차원과 2차원 사이의 프랙탈 차원을 갖는다는 데 착안했다. 따라서 도시가 공간적으로 커짐에 따라 인구는 도로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1보다 작은 스케일링 지수 \(\small \beta\)sub를 갖게 된다. 한편,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도로를 따라 형성된 건물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가정할 수 있는데, 이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빈도는 도로 길이당 인구로 근사할 수 있다. 따라서 인구 전체의 상호작용 수는 인구의 제곱에 비례하고 도로의 길이에 반비례하여, 2\(\small - \beta\)sub의 스케일링 지수를 갖는 초선형적 스케일링 관계가 나타나게 된다.

유럽의 약 5000개 도시들에 대해 측정한 결과, 도로 길이는 \(\small \beta\)sub \(\small =\) 0.86의 스케일링 지수를 갖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른 상호작용의 스케일링 지수는 1.14로, 전화통화 수나 GDP에서 실험적으로 측정된 스케일링 지수 1.12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보편적인 아선형적, 초선형적 스케일링 관계를 프랙탈 구조라는 도시 형태의 보편성의 결과로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음으로, Mori 외는 중심지 이론에 기반해 지프의 법칙과 프랙탈 구조를 연관지어 설명했다.26) 이들은 한 국가 안의 인구 분포가 다양한 규모에서 항상 멱함수 분포로 설명되고, 따라서 프랙탈 구조를 갖는다는 것을 보였다. 독일, 미국, 인도, 일본, 중국, 프랑스의 지리적 인구 분포 데이터에 대해, 인구 군집을 여러 단계로 나눠가면 모든 단계에서 인구가 멱함수 분포를 따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거주지가 구획의 규모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패턴을 갖는 자기유사성을 보인 것이기 때문에, 프랙탈 구조가 도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 대해 나타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중심지 이론에서 이야기하듯이, 지프의 법칙과 프랙탈 구조가 자기유사적 구조로부터 함께 도출되는 성질이라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3. 지프의 법칙에 대한 도전: 이주가 도시 성장의 열쇠일까?

Fig. 7. Rank clocks of city size: French cities (left), Gabaix’s model (center), and Verbavatz and Barthelemy’s model (right).[27]
Fig. 7. Rank clocks of city size: French cities (left), Gabaix’s model (center), and Verbavatz and Barthelemy’s model (right).27)

마지막으로, Verbavatz와 Barthelemy는 도시 성장의 원리를 도시 사이의 이주를 포함한 보편적인 모형을 통해 설명하고, 지프의 법칙이 절대적으로 성립하는 법칙이 아님을 보였다.27) 기존의 성장 모형들은 주로 도시 성장을 각 도시의 개별적인 성장의 결과로 보았는데, 이러한 관점은 도시의 계층성에 따른 비대칭적 상호작용과 도시 크기의 변동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이주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반대 방향은 적은데, 이러한 비대칭적인 이주는 도시 성장의 중요한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인구 성장에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이러한 기존의 관점은 신도시 형성과 같은 큰 인구 이동에 따른 변동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연구는 인구 이동을 포함하는 성장 모형을 제시하고,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의 데이터를 통해 도시 간 인구 이동이 도시 성장의 주요한 요소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인구 이동은 변동성이 크게 분포하기 때문에, 지프의 법칙을 포함한 인구 분포의 법칙이 시간에 대해 정상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다.

같은 해 발표된 Bettencourt와 Zünd의 이론적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들은 도시 간 이주를 포함한 인구 성장 방정식을 유도했는데, 모든 도시들이 비슷한 성장 패턴을 갖는 조건 하에서는 지프의 법칙으로 수렴하나, 최근 수십 년 미국 도시들이 지프의 법칙에서 벗어난 성장을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28) 이러한 결과들은 도시 성장과 인구 분포의 보편성을 지지하지만 그 보편성의 중심에 있었던 지프의 법칙을 반대하는 결과로, 향후 후속 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오는 글

도시물리학은 도시의 보편성을 통해 도시 성장의 원리를 밝혀 왔다. 지프의 법칙, 프랙탈 구조, 스케일링 이론을 중심으로 인구, 형태, 기능 각각의 보편성은 다양한 데이터에 대해 밝혀졌고, 이러한 성질들을 통합적인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 원리의 검증은 장기간, 고해상도, 고차원의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의 연구는 이러한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산학연 및 학제간의 협력을 통한 데이터 확보 및 공동 연구로 도시 성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도시의 미래를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주
1)L. M. A. Bettencourt and G. West, Nature 467, 912 (2010).
2)W. Christaller, Die Zentralen Orte in Süddeutschland (Gustav Fischer, Jena, Germany, 1933); trans C. W. Baskin, Central Places in Southern Germany (Prentice-Hall, Englewood Cliffs, NJ, 1966) (German).
3)M. Barthelemy, Nat. Rev. Phys. 1, 406 (2019).
4)E. Glaeser, Triumph of the City (Pan, 2011).
5)L. M. A. Bettencourt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4, 7301 (2007).
6)L. M. A. Bettencourt, Science 340, 1438 (2013).
7)H. Youn et al., J. R. Soc. Interface 13, 20150937 (2016).
8)G. West, Scale: the universal laws of growth, innovation, sustainability, and the pace of life in organisms, cities, economies, and companies (Penguin, 2017).
9)B. Mandelbrot, Science 156, 636 (1967).
10)M. Batty et al., Environ. Plan A 21, 1447 (1989).
11)M. Batty and P. Longley, Fractal Cities: A Geometry of Form and Function (Academic Press, San Francisco, CA, 1994).
12)H. A. Makse et al., Nature 377, 608 (1995).
13)D. Rybski et al., Phys. Rev. E 87, 042114 (2013).
14)H. D. Rozenfeld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5, 18702 (2008).
15)E. Arcaute et al., J. R. Soc. Interface 12, 20140745 (2015).
16)G. K. Zipf, Human Behavior and the Principle of Least Effort (Addison-Wesley, 1949).
17)X. Gabaix, Q. J. Econ. 114, 739 (1999).
18)W.-T. Hsu, Econ. J. 122, 903 (2012).
19)S. Arshad et al., Physica A 492, 75 (2018).
20)J. Eeckhout, Am. Econ. Rev. 94, 1429 (2004).
21)A. Clauset et al., SIAM Rev. 51, 661 (2009).
22)I. Hong et al., Sci. Adv. 6, eaba4934 (2020).
23)M. Keuschnigg et al., Sci. Adv. 5, eaav0042 (2019).
24)L. M. A. Bettencourt et al., J. R. Soc. Interface 17, 20190846 (2020).
25)C. Molinero and S. Thurner, J. R. Soc. Interface 18, 20200705 (2021).
26)T. Mori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17, 6469 (2020).
27)V. Verbavatz and M. Barthelemy, Nature 587, 397 (2020).
28)L. M. A. Bettencourt and D. Zünd, Nat. Comm. 11, 458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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