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지난호





|

특집

아인슈타인의 한계를 넘어서

일반 상대성 이론의 시작

작성자 : 염동한 ㅣ 등록일 : 2021-07-12 ㅣ 조회수 : 3,921 ㅣ DOI : 10.3938/PhiT.30.020

저자약력

염동한 교수는 2011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서강대학교, 교토대학, 국립대만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신진연구그룹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양자 중력 이론과 블랙홀의 정보손실문제, 양자 우주론 및 강한 중력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innocent@pusan.ac.kr)

The Beginning of General Relativity

Dong-han YEOM

In this article, we briefly review the motivations behind general relativity. We first discuss the basics of classical physics, including the equations of motion and the field equations. Newtonian mechanics assumes absolute space and time, but this can be philosophically unnatural. Einstein constructed a general theory of classical physics with covariance for the general choice of coordinate systems. This theory is known as general relativity. Finally, we briefly mention how this theory is completed, how this theory is verified, and what can be the future of general relativity.

물리학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을 단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떠올릴 것이다. “물리학과 첨단기술”이라는 저널에 글을 기고하는 입장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면 너무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던져 보자. 아인슈타인은 과연 어떤 면에서 물리학에 기여한 것일까? 아인슈타인이 한 일은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

아인슈타인은 광전 효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이는 양자 역학의 여명기에 있어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연구 업적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이 밖에도, 브라운 운동에 대한 연구, 보즈-아인슈타인 분포에 대한 연구, 자발 방출 이론에 의해 레이저 물리학의 기초를 놓은 것, 양자 역학의 해석에 관한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역설 등, 이 모든 연구들은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물리학의 역사에 있어서 이정표가 된 중요한 업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것보다도 아인슈타인을 대표하는 업적을 꼽으라고 한다면, 모든 물리학자들이 일치하게 상대성 이론을 꼽을 것이다.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이란 무엇이며, 이것은 왜 물리학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일까?

본 소고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쉽고 가볍게 조망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서는 오늘날 독자들이 다양한 자료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자신도 일반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교과서와 논문들을 통해 기술적인 측면들을 공부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은 대체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고, 상대성 이론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본 소고는 필자가 고민한 상대성 이론의 잠정적인 의미에 대해 물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강의실에서 일반 상대론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리해본 것이다. 사실 상대론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

Fig. 1. The position includes all information of classical physics. The position is about a particle, a function of time, and presented by a vector. (위치가 고전 물리학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위치는 입자에 대한 것이며, 시간의 함수이고, 벡터로 표시된다.)Fig. 1. The position includes all information of classical physics. The position is about a particle, a function of time, and presented by a vector. (위치가 고전 물리학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위치는 입자에 대한 것이며, 시간의 함수이고, 벡터로 표시된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물리학이란 무엇인가? 물리학(physics)의 어원은 ‘자연(φύσις)에 대한 학문’이라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즉, 물리학이란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알게 되면 자연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알면 자연을 알 수 있는가? 이 ‘무엇’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 17세기 근대 과학 혁명기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입자의 위치’를 알면 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위치를 모두 알 수 있다면, 자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그림 1].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가 가정되어 있다. 첫째, 세상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입자들은 질량과 전하량과 같은 어떤 고유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둘째, 입자의 위치는 시간의 함수이다. 따라서 입자의 위치는 변할 수 있으며, 이것이 운동과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셋째, 입자의 위치는 어떤 수학적 질서를 가지는 양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벡터’라고 부른다.

이제 이것을 보면 왜 모든 물리학 교과서에서 벡터, 입자의 위치, 미적분 등을 다루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우리는 어떻게 이 입자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풀어야 하는 방정식

이 ‘어떻게’에 대한 질문에 대해 최초로 적당한 답을 준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다. 뉴턴은 입자의 위치, 또는 입자의 운동을 ‘방정식을 풀어서’ 구하면 된다고 알려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뉴턴의 운동 방정식(equation of motion)이다. 이 운동 방정식(\(\small m_i \vec{a}_i = \vec{F}_i\))은 시간에 대한 2차 상미분 방정식이다. 이 미분 방정식에 의하면, 각 입자에 대해 초기조건 두 개가 정해지면, 나머지 입자의 운동은 자동적으로 결정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초기조건만 알고 있다면, (물론 실제로는 엄청난 계산이 필요하겠지만) 원리적으로 모든 입자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고, 따라서 자연의 모든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 번 더 질문을 해 보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운동 방정식을 풀 수 있을 것인가? 훌륭한 질문에 대한 어리석은 답일지 모르겠지만,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방정식을 ‘적어야’ 한다. 방정식을 칠판에 적기 전에는 방정식을 풀고 답을 얻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정식을 어떻게 적을 수 있을까? 방정식(equation)이라는 말 속에는 ‘등호’(equality)가 있고, 이 등호에 대해 좌변과 우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한 번 더 어리석은 답일 수 있겠지만, 이 방정식을 ‘적는다’는 것은, 방정식의 좌변과 우변을 적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턴은 우리에게 이 방정식의 좌변을 적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것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 즉 \(\small m_i \vec{a}_i\)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방정식의 우변, 즉 ‘힘’에 대한 항은 어떻게 적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이것은 그때그때의 물리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중력이 작용하면 우변은 중력에 대한 항을 적어줘야 하고, 전자기력이 작용하면 우변은 전자기력에 대한 항을 적어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뉴턴의 운동 방정식은 힘에 대한 조건이 주어져 있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완결된 방정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Fig. 2. Everything about classical physics. Sources determine fields via field equations; fields determine the motion via the equation of motion. (고전물리학의 모든 것. 원천은 장 방정식에 의해 장을 결정하고, 장은 운동 방정식을 통해 운동을 결정한다.)Fig. 2. Everything about classical physics. Sources determine fields via field equations; fields determine the motion via the equation of motion. (고전물리학의 모든 것. 원천은 장 방정식에 의해 장을 결정하고, 장은 운동 방정식을 통해 운동을 결정한다.)

그러면 힘은 어떻게 구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다시 한 번, ‘방정식을 풀어서’ 구해야 한다. 입자는 시간 및 공간상의 어떤 위치에도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힘을 결정한다는 것은 각 시간 및 공간상의 지점에서 힘의 값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시간 및 공간의 함수로 정의된 수학적 양을 장(field)이라고 부른다. 즉, 힘은 장으로 기술되며, 이러한 장을 결정할 수 있어야만 운동 방정식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을 결정하는 방정식을 장 방정식(field equation)이라고 부른다. 장 방정식으로 가장 유명하고 익숙한 것은 맥스웰 방정식일 것이다. 이것은 전하 밀도와 전류 밀도로부터 전기장과 자기장을 결정하는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질량의 분포가 중력장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것도 일종의 장 방정식을 제공해 준다. 즉, 질량 및 전하량과 같은 속성을 지닌 입자들(이것을 ‘원천’이라고 한다)은 장을 만들어내고, 장 방정식은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장 또는 힘은 운동 방정식에 등장하여 입자의 위치를 결정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고전 물리학의 시작과 끝이다. 이것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그림 2]와 같다.

따라서 고전 물리학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두 가지 종류의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원천으로부터 장을 결정하는 장 방정식이고, 둘째는 장으로부터 운동을 결정하는 운동 방정식이다. 이 두 방정식을 풀면 적어도 고전 물리학에서는 자연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관성의 법칙에 대한 질문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며,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그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즉 어떤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따라서 우리가 올바른 방정식을 가지고만 있다면, 우리는 자연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올바른 방정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실 물리학에서 우리가 ‘올바른’ 방정식을 풀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실험이 결정한다. 실험 또는 관측에 위배되는 사항이 나타나면, 그 방정식은 틀린 것이다. 반대로 실험 또는 관측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방정식은 옳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가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세기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당시의 뉴턴 역학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 분명하다. 뉴턴은 케플러의 세 가지 경험 법칙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뉴턴의 역학은 오일러와 라그랑주에 의해 해석 역학으로 거듭났으며, 직교 좌표계가 아닌 임의의 좌표계를 잡더라도 운동 방정식을 동일한 형태로 적을 수 있는 이론적 아름다움을 장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많은 역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에 우리가 굳이 뭔가를 더 추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실 뉴턴 역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과학적으로 결정적인 이유는 없었다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철학적’인 문제제기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는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마흐는 뉴턴 역학의 ‘관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의 세 가지 운동 법칙 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관성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잘 풀어보면, ‘힘이 없으면 물체는 운동 상태를 유지한다, 즉 속도를 유지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법칙은 ‘힘이 있으면 물체의 운동 상태가 바뀐다, 즉 속도가 변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뉴턴의 역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 즉 가속도가 있느냐 없느냐를 잘 정의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가속도는 속도의 미분이고, 속도는 위치의 미분이다. 그리고 입자의 위치는 좌표계가 결정한다. 좌표계가 등속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가속도가 변하지 않지만, 좌표계가 가속을 하면 가속도 자체가 변하게 된다. 즉, 있던 가속도가 없어질 수도 있고, 없던 가속도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효과를 ‘관성력’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뉴턴의 운동 방정식은 ‘올바른’ 방정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뉴턴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 잘 정의되기 위해서는 어떤 ‘올바른’ 좌표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을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이라고 불렀다. 즉, 뉴턴의 운동 법칙이 성립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전제 조건이었던 것이다. 여러분은 이러한 뉴턴의 요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연을 수로 표현한다는 것

그러나 다른 한편, 이것을 철학적으로 불편해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마흐에 의하면 그들은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상대론자들’이라고 불렸다. 그들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좌표의 개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도록 하자.

좌표의 개념은 데카르트(R. Descartes)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에 날아다니는 파리의 위치를 기술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의 위치를 기술하기 위해 두 개의 수를 묶어서 보면 좋겠다는 발상에 도달했다. 오늘날 이것이 ‘직교 좌표계’ 및 ‘벡터’의 개념에 해당할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지극히 혁신적인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파리가 움직이는 현상은 ‘객관적’인 것이며, 실재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파리의 운동에 데카르트는 ‘수’를 대응시킨 것이다. 즉, 이것은 실재 세계를 수로 기술한다는 것, ‘자연을 수로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에 존재하는 대상은 객관적이며, 데카르트가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없이 파리는 천장에서 날아다닐 것이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대응시킨 ‘수’는 객관적이지 않다. 데카르트가 원하는 대로 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위치에 수를 대응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원점의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좌표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데카르트의 선택에 달려있다. 단위 길이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파리의 위치에 어떤 수를 대응시킬 것인지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데카르트가 바라본 천장의 좌표축이 돌아가거나 움직인다면, 역시 파리의 위치를 기술하는 수의 값이 다양하게 바뀌고 말 것이다.

Fig. 3. The choice of a coordinate system is subjective, but the position of the firefly is objective. (좌표의 선택은 주관적이지만, 파리의 위치 자체는 객관적인 대상이다.)Fig. 3. The choice of a coordinate system is subjective, but the position of the firefly is objective. (좌표의 선택은 주관적이지만, 파리의 위치 자체는 객관적인 대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데카르트는 천장 위에 있는 파리에게 ‘하나의’ 수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수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두 개의 수를 부여하게 되면, 이 두 개의 수는 좌표축을 회전시킴에 따라 변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두 개의 수는 ‘함께’ 바뀌게 된다. 이렇게 함께 바뀔 때, 원점으로부터의 거리가 좌표의 회전과는 무관하게 일정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회전 변환에 대해 함께 변하는 수들의 묶음을 우리는 ‘벡터’라고 부른다. 회전 ‘변환’에 대해서 ‘함께’ 변한다는 의미에서, 이 묶음에 속한 수들은 ‘함께 변한다’, 또는 ‘공변한다’(covariant)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입자의 위치는 객관적이지만, 좌표의 설정은 주관적이다[그림 3]. 그렇다면 입자의 위치를 결정하는 방정식은 주관적인 좌표의 설정에 의존해야만 하는가? 뉴턴의 관성의 법칙은 이 질문에 대해 ‘예’라고 답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좋은 좌표와 나쁜 좌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철학적으로 본다면 굉장히 불편한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해서 마흐는 ‘상대성’을 주장하였고, 더 나아가서 ‘마흐의 원리’라는 것을 주장하였다. 지금 여기에서 마흐의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마흐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아인슈타인이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의 시작

이제 상대성 이론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각들을 준비한 셈이다. 뉴턴의 운동 법칙은 좌표의 선택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것은 철학적으로 자연스럽지 않다. 올바른 운동 법칙은 좌표의 선택과는 무관한 형태로 표현되어야 한다. 또는, 좌표계의 선택에 따라 일정한 패턴으로 함께 변해야 한다. 이것을 일반적인 좌표계의 선택에 대한 공변성, 즉 일반적 공변성(general covariance)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연 법칙은 좌표계의 선택과는 무관하다는 원리를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라고 부른다. 이러한 원리를 체계적인 이론으로 만든 것이 바로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원리’에 동의했다면, 이제는 ‘이론’을 만들어볼 때이다.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사실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어쩌면 일반적인 좌표계가 아니라, 등속 운동하는 ‘관성 좌표계’로 우리의 관심을 제한하는 것이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작점이 될 것이다. 뉴턴 역학이 ‘관성 좌표계’의 선택에 대해서는 ‘공변적’이라는 것은 당시에 아주 잘 알려져 있었다. 이러한 관성 좌표계의 선택을 갈릴레이 변환이라고 한다. 이것은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 가속도에 비례하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방정식이 갈릴레이 변환에 대해서는 불변이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것은 아인슈타인 이전에도 아주 잘 알려져 있었던 사실이다. 이 질문과 관련해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올바른 좌표계, 즉 절대 좌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맥스웰 방정식은 이러한 기준 좌표계에 대해서만 옳다고 생각했다. 만일 맥스웰 방정식이 어떤 특정한 기준 좌표계(에테르라는 매질에 대한 좌표계)에 대해서만 옳다면, 등속 운동하는 다른 좌표계에 대해서는 맥스웰 방정식의 어떤 결과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테면 ‘빛의 속력’이 바뀌어야 한다. 빛의 속력은 절대 좌표계에서는 일정하지만, 다른 좌표계에서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의 관점과는 다르게 이 문제를 바라보았다. 그는 맥스웰 방정식에 대한 ‘맞춤형’ 좌표 변환이 무엇인지를 질문했던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로렌츠 변환(Lorentz transformation)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연 법칙이 로렌츠 변환에 대해 공변적으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다. 이것을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이라고 부른다.

Fig. 4. The Lorentz transformation has the similar mathematical form with the rotation. (로렌츠 변환은 회전 변환과 유사한 수학적 형태를 지니고 있다.)Fig. 4. The Lorentz transformation has the similar mathematical form with the rotation. (로렌츠 변환은 회전 변환과 유사한 수학적 형태를 지니고 있다.)

로렌츠 변환이란 그림 3에서 표현한 회전 변환과 유사하다[그림 4]. 벡터에 행렬을 곱해서 좌표 변환을 하는 셈이다. 다만, 공간과 공간 사이의 회전 변환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사이의 회전 변환이라는 점이 다르다. 공간과 공간 사이의 회전 변환에서는 벡터의 길이가 보존된다. 마찬가지로 공간과 시간 사이의 회전 변환에서도 벡터의 길이에 해당하는 값이 보존되는데, 이것이 바로 빛의 속력이다. 맥스웰 방정식에서는 빛의 속력이 상수였는데,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수 상대성 이론의 기본 정신을 하나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연에 존재하는 물리량은 시간과 공간 사이의 회전 변환에 대해서 공변하는 양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즉, 일종의 확장된 벡터 및 이 벡터들의 조합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벡터의 개념을 확장하면, 벡터의 요소는 세 개(3차원 공간)가 아니라 네 개(3차원 공간+1차원 시간)가 되어야 한다. 이 벡터를 4-벡터라고 부른다. 이 4-벡터가 자연을 기술하는 기본적인 구성 요소(building block)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풀어야 할 ‘상대론적’ 방정식

특수 상대성 이론은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구성 요소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완성된 이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완성된 이론은 방정식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 가지 방정식, 운동 방정식과 장 방정식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 완벽한 역사적인 고찰을 하는 것은 본 소고의 범위를 벗어난다. 다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펼쳐놓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는 관성 좌표계뿐만 아니라 비관성 좌표계에 대해서까지 공변하는 방정식을 찾고 싶다. 그런데 비관성 좌표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힘(관성력)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우리의 새로운 이론에서는 이러한 관성력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그런데 이러한 관성력은 국소적으로 보면 중력과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관성력은 어쩌면 중력과 근본적으로 같은 것일 수 있다. 마흐도 언젠가 이것과 유사한 것을 말한 바 있다. 이것을 아인슈타인은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라고 불렀다.

셋째, 다른 한편, 관성력은 가속도를 만들어 내며, 가속도는 곡선의 곡률과 관련된다. 곡선의 곡률 개념을 시공간 전체로 확장한 것이 가우스와 리만에 의해 확립된 리만 기하학(Riemannian geometry)의 곡률(curvature)에 해당한다. 따라서 모종의 곡률이 관성력과 중력을 기술할 수 있다.

Fig. 5. The geodesic equation and the field equation consist general relativity. (측지선 방정식과 장 방정식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방정식이다.)Fig. 5. The geodesic equation and the field equation consist general relativity. (측지선 방정식과 장 방정식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방정식이다.)

이 세 가지 단서들을 조합해 보면 이러한 결과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인 좌표계를 선택한다면 이때 관성력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은 중력과 같으며, 더 나아가서 이것은 시공간의 곡률에 의해서 기술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풀어야 할 상대론적 방정식은 시공간의 곡률을 결정하는 방정식(장 방정식)과 이 시공간 안에서 입자의 운동을 결정하는 방정식(운동 방정식)이 되어야 한다. 특히 미분 기하학에서는 굽어진 시공간 안에서 운동하는 입자의 궤적을 결정하는 방정식을 측지선 방정식(geodesic equation)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완성된 일반 상대성 이론은 이렇게 두 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5].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은 비관성 좌표계를 포함한 좌표계의 설정에 대해서 공변적이며, 자연스럽게 중력을 포함하고 있다.

방정식을 얻는 법

여기까지 멈추면 좀 아쉬울 것 같아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아름다운 방정식들은 어떻게 유도할 수 있었을까? 사실 이 방정식을 얻는 방법은 다른 역학 이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석 역학을 통해 정립된 바에 의하면, 모든 역학은 해밀턴의 원리(Hamilton’s principle)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해밀턴의 원리에 의하면, 모든 이론은 작용(action)에서 출발한다. 이 작용을 변분해서 방정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입자에 대한 작용을 변분하면 운동 방정식을 얻게 되고, 장에 대한 작용을 변분하면 장 방정식을 얻게 된다.

그래서 본질적인 문제는 일반적 공변성을 가진 작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있다.

첫째, 이 작용은 4-벡터들(및 텐서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스칼라여야 한다. (특수 상대론 및 일반적 공변성)

둘째, 이 작용은 시공간의 곡률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셋째, 이 작용이 만들어 낸 운동 방정식이나 장 방정식은 중력의 효과가 약할 때는 뉴턴 역학 및 만유인력의 법칙과 일치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조합하면, 리만 곡률을 조합해서 스칼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리만 곡률로 스칼라를 만드는 데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력의 효과가 약할 때 가장 지배적으로 기여하는 항은 유일하게 정할 수 있다. 이 스칼라 함수를 리치 스칼라(Ricci scalar)라고 부른다. 즉,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은 이 리치 스칼라를 변분해서 얻는 방정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아인슈타인은 처음에 이런 방식으로 장 방정식을 유도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합적인 장 방정식을 얻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전수 받았던 힐베르트(D. Hilbert)는 변분 원리를 사용해서 최초로 올바른 장 방정식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을 제공하는 작용을 ‘아인슈타인-힐베르트 작용’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바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는 출발점이 된다.

일반 상대론의 실험적 검증

아인슈타인이 완성한 일반 상대성 이론은 실험적인 검증을 통과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대표적인 사항들을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첫째, 수성의 근일점 이동에 대해서, 당시까지 설명되지 않았던 오차를 일반 상대론적 보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었다.

둘째,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이 큰 천체 부근에서의 빛의 굴절을 예측한다. 실제로 에딩턴(A. S. Eddington)은 태양 근처를 지나는 빛이 일반 상대론이 예측한 대로 굽어진다는 것을 관측으로 확인하였다. 중력은 빛을 굽어지게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효과를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하며, 오늘날 수많은 사례가 관측된 바 있다.

셋째,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파(gravitational waves)를 예견한다. 중력파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움직임에 따라 중력장이 변할 때, 이 중력장의 변화가 파동을 통해 전달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력파에 대한 간접적인 관측은 테일러-헐스 펄서를 통해 이루어졌고, 직접적인 관측은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를 통해 이루어졌다.

일반 상대론의 미래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왜 아인슈타인의 업적이 대단하고 위대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해 보자. 여기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아인슈타인은 자연을 기술하는 ‘올바른’ 방정식을 얻었던 것이다. 뉴턴의 방정식은 주관적인 좌표의 설정에 의존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좌표계에 대해서 공변적인 방정식을 얻었던 것이다. 데카르트가 ‘자연을 수로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라면, 아인슈타인은 그 작업을 완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물리학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일까? 아쉽지만, 또는 다행히도, 물리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사실은 자연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기술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현대 물리학에서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기술 방식은 양자 역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반 상대성 이론도 양자 역학적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잘 정의된 모든 양자 역학은 시공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시공간 자체를 다룬다. 따라서 시공간 자체를 양자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양자 역학의 관점에서는 섭동적으로 중력을 양자화할 때, 재규격화(renormalization)의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 상대론의 관점에서는 중력이 강해질 때, 특이점(singularity)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두 가지 문제가 이른바 양자 중력 이론(quantum gravity)이 다루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된다. 필자는 여기에 추가로 블랙홀의 정보 손실 문제라는 것도 양자 중력 이론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 중의 하나로 남겨두고 싶다.

일반 상대론을 넘어선 물리학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고전 물리학을 기술할 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를 생각했다 (그림 1).

1. 자연을 기술하는 것: 위치
2. 자연의 근본적 대상: 입자
3. 자연의 변화를 기술하는 방식: 시간의 함수
4. 수학적 질서: 벡터

양자 역학에서는 ‘위치’를 ‘파동 함수’로 바꾸어야 한다. 장 이론에서는 ‘입자’라는 것을 ‘장’으로 확장해야 할 것이다. 끈 이론에서는 ‘시간의 함수’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 변수의 함수’로 기술하게 될 것이다. ‘벡터’라는 수학적 대상을 스칼라나 텐서 등으로 확장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대칭성을 도입해야 할 수도 있고, 또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제3의 개념을 도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의 상상력을 더 확장시켜서, 파동 함수가 아니라,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수학적 개념으로 자연을 기술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이 작업들은 바로 아인슈타인의 후예인 우리들이 담당해야 할 몫으로 남아있다.

물리대회물리대회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