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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막 플라즈마 연구와 1억도 30초 운전

작성자 : 한현선 ㅣ 등록일 : 2022-03-28 ㅣ 조회수 : 152

저자약력

한현선 박사는 201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핵융합전공)를 취득하고, 현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 연구본부의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예전에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이 책의 자세한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사막을 건너는 것과 닮았다는 주제는 당시에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재 핵융합 플라즈마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서, 필자가 속한 연구의 진행 과정도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막을 건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계속 위로만 올라간다면, 결국 정상을 밟게 되는 산행과 달리, 사막에서는 다른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이 필요한데, 핵융합 플라즈마의 연구 목표는 분명하다. 우리는 마치 아이언맨이 가지고 있는 아크 원자로처럼, 다른 동력원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핵융합 반응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관한 과학적 원리는 이미 20세기 초에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로부터 당연시되었고, 장치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20세기 중반에 확립되었다.

그림 1. KSTAR 토카막 전경.그림 1. KSTAR 토카막 전경.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KSTAR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장치라고 명명한, 핵융합 연구의 대표적인 장치 중 하나인 토카막을, 현재까지는 가장 최신형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 장치의 최초 버전은 1968년 당시 소련에서 고안한 T-3 장치이다. 물론 당시의 장치와 비교해서, 우리의 장치는 같은 장치라고 얘기하기 힘들 정도의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고, 세기가 지나는 시간 동안 핵융합 연구계가 달성한 성과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단지, 처음 핵융합 연구를 시작할 당시의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아직도 최종적인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사막을 건너고 있을 뿐이다.

그림 2. KSTAR 토카막 내부(좌) 및 플라즈마 합성사진(우).그림 2. KSTAR 토카막 내부(좌) 및 플라즈마 합성사진(우).

달성 목표를 보다 기술적으로 표현해 본다면, 플라즈마의 상태가 점화 조건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점화 조건은 외부에서 추가되는 에너지 없이, 플라즈마 내부의 핵융합 반응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만으로도 핵융합 반응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을 얘기하는데, 영국의 핵물리학자 Lawson이 처음 정의한 것으로 대략 대기압의 30만분의 1 정도가 되는 입자밀도, 1억도 이상의 온도, 1.5초 이상의 에너지 가둠시간을 만족하여야 한다. 여기서 에너지 가둠시간은 다른 부가적인 가열이 없다고 하여도, 에너지가 플라즈마 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얘기한다. 몇 개의 대형 토카막 장치에서 일시적으로 위의 점화 조건을 달성한 적은 있으나, 수 초가 넘는 장시간을 유지한 적은 아직 없다.

무엇이 우리의 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일까? 거두절미하고 그것은 난류(turbulence)이다. 토카막 장치의 자기장 안에 플라즈마가 잘 가둬져만 있다면, 이미 연구가 끝났어야 하는데, 플라즈마는 자꾸 입자를, 또 에너지를 장치 밖으로, 예상보다 훨씬 많이 흘려보낸다. 핵융합 연구는, 마치 모래 늪 같은, 난류가 널려져 있는 사막에서 목적지를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난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획기적인 전기는 1982년 독일 ASDEX 장치에서 플라즈마 바깥쪽 경계영역에서 난류가 억제되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하였을 때이다. 이를 H-모드(혹은 High confinement mode)라고 명명하였는데, 핵융합 플라즈마 연구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운전영역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플라즈마 운전 성능의 지표로 사용하는 기준이 되었다. 

난류는 미시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잃어버리는 데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즈마의 모양 자체를 어그러지게 할 수도 있는 거시적인 불안정성에도 관여한다. 플라즈마는 입자를 가지고 있는 매질로써 난류에 기인한 다양한 힘이 내부에서 발생하는데, 무형의 자기장으로 이를 수월하게 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솜사탕 기계가 있더라도, 숙련된 기술이 없으면 크고 먹음직한 솜사탕을 만들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러한 플라즈마 형상 관련 불안정성 문제는, 위의 에너지 손실 문제를 넘어서, 플라즈마 유지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H-모드의 발견으로 난류가 억제되었으니, 이 형상 관련 불안정성 문제도 H-모드에서는 그 해결 난이도가 낮아졌을까? 이는 그럴 것 같지만, 아니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겠다. H-모드 상태처럼, 플라즈마 입자 및 에너지의 밀도가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플라즈마 형상 제어는 쉬워진다. 하지만, 이 덕분에 더욱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면, 플라즈마 붕괴라고 하는, 플라즈마 상태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의 큰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H-모드에서는 플라즈마 경계영역에서 주기적으로 에너지와 입자를 방출하는 국지적인 불안정성, 즉 ELM (Edge Localized Mode)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관측되는데, 방출되는 고에너지 플라즈마 입자들이 장치의 내벽에 손상을 입힐 수 있어, 현재 H-모드에 관련하여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연구 주제이다. 플라즈마 붕괴 및 ELM이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앞으로 상용 발전을 위해서는 더 큰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장치에 미치는 손상 정도가 그 크기에 비례하여 커진다는 점이다. 난류 억제의 획기적인 전기를 1982년에 마련하고도 지금까지 상용발전소를 만들지 못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위의 위험 요소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자기력을 이용한 핵융합 연구의 주류는 여전히 H-모드 기반이지만, 성능 개선의 진도가 다소 느려 보이기에, 새로운 운전 방법에 관한 연구도 간간이 진행되는데, 그중 하나는, 플라즈마 경계영역이 아닌 플라즈마 중심부 영역 일부 구간의 난류를 억제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KSTAR 장치도 이러한 방법을 시험해보았고, 2018년에 섭씨 1억도 플라즈마 이온온도를 달성하였다. 애초, 1억도를 목표로 하여서 시도한 연구는 아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한적인 가열장치를 가지고도, 1억도에 도달하는 방법을 우연히 확보한 것이다. 이후 1억도의 유지 시간에 집중하여 운전 방법을 개선했는데, 최근에 30초 이상의 시간을 유지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위에서 언급한 점화 조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여유 있게 맞춘 것인데,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다수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핵융합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KSTAR에서 달성한 1억도 30초는 H-모드라는 현재 토카막 핵융합 연구의 주류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만약 H-모드 운전 방법을 사용한다면, 높은 밀도를 가지기 때문에,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가열장치를 갖추어야 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높은 이온온도를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서, 불안정성을 억제할 수 있는 운전 기술 혹은 운전 조건을 찾는데 많은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1억도라는 플라즈마 온도에 집중하면서,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인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열장치 내에서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 플라즈마 중심부만을 가열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가열지점을 플라즈마 중심부에 집중하기 위하여, 플라즈마의 밀도는 다소 낮게 운전되었으므로, 세 가지 점화 조건 중의 하나는 목표치에 가까워지고, 다른 하나는 멀어진 셈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실익이 더 큰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증가한 온도에 비해, 밀도 수준이 많이 낮아진 것은 아니며, 높아진 온도와 낮아진 밀도는 입자 간의 충돌확률을 떨어뜨려서 난류 효과를 억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막을 건너는 새로운 방법을 완전히 알아냈다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가진 능력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하나씩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시도한 방법은 운전 시간 동안, ELM은 존재하지 않았고, 다른 플라즈마 불안정성에 관한 문제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또한, 입자 밀도를 제외하고는, KSTAR 장치에서 보여주는 일반적인 H-모드보다 에너지 가둠시간 등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계속 연구 및 기술개발에 매진한다면, 점화 조건을 모두 만족할 수 있을 만큼 개선할 여지가 충분하리라고 생각하며, 다른 연구자들도 우리의 방식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실크로드의 개척에 합류하길 희망해 본다.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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