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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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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존 기술을 넘어선 신개념 광학 현미경

근접장 광학 현미경의 새로운 지평

작성자 : 박경덕 ㅣ 등록일 : 2023-02-22 ㅣ 조회수 : 1,774 ㅣ DOI : 10.3938/PhiT.32.005

저자약력

박경덕 교수는 2017년 12월 미국 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물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8년 10월까지 동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으며, 2018월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였고, 2022년 3월부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노광학 및 근접장분광학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주로 저차원 양자물질의 광학적 특성 이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parklab@postech.ac.kr)

New Horizons of Near-field Optical Microscopy

Kyoung-Duck PARK

Structure, functions, dynamics, and interactions are the basic properties to systematically understand physical systems existing in nature. In particular, there have been many scientific adventures to understand optical properties of materials and light-matter interactions, yet in the classical regime at the microscale due to the diffraction-limited optical resolution. Near-field optical microscopy enables to probe them at the nanoscale and even induces light-matter interactions in a reversible fashion. In this article, we introduce the fundamental concept of various types of near-field microscopy and several applications studies reported recently. Furthermore, we provide several new directions of nano-spectroscopy and -imaging based on tip-enhanced approach, which have not been thought in the near-field optics community before.

들어가며

직진성을 가진 빛은 굴절률이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경로를 바꾼다. 이 특성을 잘 활용하면 투과율이 높은 물질을 적절한 모양으로 제작하여 빛을 모으거나 퍼뜨릴 수 있는 렌즈를 만들 수 있고, 렌즈들의 적절한 조합을 이용해 광학 현미경을 제작할 수 있다. 광학 현미경은 관찰대상에 의해 산란 혹은 반사된 빛을 렌즈를 통해 확대된 이미지로 관찰한다. 이처럼 간단하지만 매우 강력한 기능을 통해 광학 현미경은 여러 분야의 과학 연구에 필수적으로 사용됨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그러면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을 이용하면 얼마나 작은 사물까지 관찰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현미경의 광원으로 사용할 경우 대략 500 nm 정도의 공간분해능을 가진다. 이는 빛이 가지는 회절한계에 의한 것으로 성능이 매우 좋은 대물렌즈를 사용할 경우에 대략 광원의 반 파장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 관찰 대상은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보다 크기가 작은 사물이나 더 미세한 구조는 흐릿한 이미지로 보이거나 매우 작을 경우 아예 보이지 않는다. 첨단 과학 연구에서 약 500 nm라는 크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일반인들에게는 머리카락 지름보다 무려 100배나 작은 500 nm가 매우 짧은 길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는 실제 과학의 영역에서는 매우 긴 길이다. 21세기 과학에서는 나노미터의 길이 단위를 사용하지 않는 분야를 오히려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물리, 화학, 생명과학은 물론이고 전자전기, 신소재, 기계 등 대부분의 공학 연구에서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나노미터 세계를 연구하고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격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노미터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위에 언급된 분야의 연구들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광학 현미경의 공간분해능 한계보다 훨씬 작은 100 nm 이하의 물질 혹은 물질의 세부 구조에서 발생하는 광학적 현상은 어떻게 관찰이 가능할까? 이 글에서는 광학 현미경의 분해능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인 근접장 광학 현미경에 대해 소개한다. 서론에서는 근접장현미경의 기본적인 원리와 특성을 소개하고, 시대에 따라 발전된 근접장현미경의 종류에 대해 설명한다. 본론에서는 ‘작은 곳의 물리현상을 자세히 보는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과 ‘빛-물질 간 상호작용을 제어하는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근접장현미경에 관한 세계 최전선의 연구결과를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로 서술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맺음말에서는 근접장현미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제시한다.

서 론

가시광선이란 400—750 nm 정도의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를 말한다. 쉽게 빛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빛은 파동이기 때문에 간섭과 회절의 특성을 가지며, 앞서 언급한 회절한계에 의해 광학 현미경은 약 500 nm 정도의 공간분해능을 갖는다. 광학 이미징에서의 회절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1928년 아일랜드의 과학자인 Edward Synge에 의해 제안되었다. 그는 그림 1과 같이 파장보다 훨씬 작은 약 100 nm 이하의 개구(aperture)를 만들어 빛을 통과시키고 빛이 통과하는 개구를 시료 표면 위에 스캔하는 방식을 통해 약 100 nm 급의 초고분해능 광학이미징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제시하였다.1) Synge는 이 개념을 논문으로 정리하여 Phil. Mag.이라는 저널에 게재하였는데, 이 논문은 당시 그 저널의 편집장으로 있던 Albert Einstein과 활발하게 논의하여 도출된 아이디어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개념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이 아이디어가 실험적으로 구현되기까지는 무려 56년의 시간이 걸렸다. 요즘 시대에는 100 nm의 개구를 제작하는 것과 수 나노미터의 정밀도로 시료를 스캔하는 것이 쉬운 기술로 가능하지만, 1900년대 중반에는 나노공정 기술과 정밀스캐너 기술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Synge의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Fig. 1. (A) The simple optical schematics of far-field optical microscopy, Synge’s conceptual idea, and NSOM. (B) The brief schematic diagrams of s-SNOM, TERS and TEPL, and tip-enhanced strong coupling (TESC) spectroscopy. Copyright (2020) De Gruyter.[2]Fig. 1. (A) The simple optical schematics of far-field optical microscopy, Synge’s conceptual idea, and NSOM. (B) The brief schematic diagrams of s-SNOM, TERS and TEPL, and tip-enhanced strong coupling (TESC) spectroscopy. Copyright (2020) De Gruyter.2)

이 아이디어는 1984년에 근접장주사광학현미경(near-field scanning optical microscopy, NSOM)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실험적으로 구현되었다. NSOM의 기본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광통신에 사용하는 광섬유를 이용해 빛을 가두어 도파시키되, 끝단의 크기가 수십 나노미터 정도인 바늘처럼 뾰족한 탐침을 제작한다. 이때 빛이 탐침의 끝단에서 투과되게 하기 위해 약 100 nm의 개구를 만드는데, 개구를 제외한 탐침의 옆 부분은 금속으로 코팅한다. 이를 통해 파장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광학적 탐침을 제작할 수 있다. 이 광학적 탐침은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된 주사탐침현미경(scanning probe microscopy, SPM) 방식을 이용해 시료 표면을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스캔할 수 있으며, 2차원 영역의 각 좌표에서 얻어진 높이 정보와 광 신호를 맵핑하여 표면형상이미지와 더불어 100 nm의 공간분해능을 갖는 광학이미지를 얻는 방식이다. NSOM은 초고분해능 광학 현미경의 원조로서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에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현미경계의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광학 현미경과 달리 NSOM은 극히 일부의 과학자들만 구축이 가능했으며, 이미 구축된 NSOM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숙련된 연구원들이 필요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에서 기인하였는데, 첫째로 100 nm의 개구를 통과하는 빛의 세기가 매우 약했기 때문에 주변 잡음 신호가 제거된 순수한 근접장 신호만을 검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두 번째로는 광섬유 탐침의 길이가 약 1—2 m 정도로 길고 이를 SPM의 탐침과 시료 표면의 거리제어 센서로 사용되는 쿼츠튜닝포크에 부착해야 하는 구조이므로 쿼츠튜닝포크의 민감도 성능이 급격히 낮아지는 단점이다. 탐침-시료 간 거리제어 민감도가 낮을 경우에는 시료 표면을 스캔하는 과정에서 탐침이 물리적으로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두 가지 이유로 NSOM은 매우 매력적인 현미경이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이용되지 못하였다.

광섬유 타입 NSOM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1990년대 초에 제안된 방식은 개구가 없는 실리콘 탐침을 이용해 시료 표면에 형성된 근접장을 산란시키며 시료를 스캔함으로써 탐침 크기 정도의 공간분해능을 갖는 근접장 광학이미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언급된 근접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빛이라고 생각하는 원거리장과 달리 시료의 표면에 머금어져 있는 빛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근접장을 파장보다 더 큰 스케일의 산란체로 산란시켜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할 경우, 약 반파장보다 작은 영역에서 산란된 광신호는 시료 표면에서 멀어질수록 세기가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반파장보다 큰 영역에서 산란된 광신호는 평면파로서 큰 손실없이 광검출기에 도달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작은 영역으로부터 산란된 광신호의 검출이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고분해능의 광학이미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반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탐침을 이용해 오직 국소적으로만 근접장을 산란시키는 것이다. 산란형 주사근접장광학현미경(scattering-scanning near-field optical microscopy, s-SNOM)은 이 원리를 적용하여 약 10 nm 크기의 실리콘 탐침을 이용해 근접장이미징을 하는 방식이다. s-SNOM은 NSOM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분해능이 높고 탐침-시료 표면 간 거리제어를 민감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 10×10 nm의 영역에서 산란되는 근접장의 세기는 매우 작기 때문에 근접장현미경은 여전히 대중화되지 못하는 기술로 인식되었다.

이와 같은 제약사항으로 큰 벽으로만 느껴지던 근접장현미경의 활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은 유전체인 실리콘 탐침 대신에 금, 은과 같은 플라즈모닉 탐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벌크 상태에서 금은 금색으로 보이지만 100 nm 이하로 금 입자를 제작하면 금의 색깔은 와인색으로 바뀐다. 그 이유는 금의 크기가 나노입자로 작아지면 유전율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화된 유전율에 의해 금 나노입자 내의 전자들이 가시광선 영역의 전자기파와 공명진동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현상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공명진동에 의해 빛을 파장보다 훨씬 작은 크기인 금 나노입자에 높은 광밀도로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공명진동은 나노광학안테나효과를 유도하고, 이에 의해 나노스케일의 영역에서도 매우 강한 세기의 근접장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앞서 설명한 s-SNOM의 원리를 상기해보면, 실리콘 탐침 대신에 금 탐침을 이용할 경우, 매우 높은 감도의 근접장현미경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플라즈모닉 탐침을 사용하는 근접장현미경을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이라고 일컫는다. 흥미로운 것은 플라즈모닉 탐침에 의해 증강된 근접장의 세기가 주변 잡음 신호를 압도할 만큼 매우 크기 때문에, 레일리(Rayleigh) 산란과 같은 단순한 탄성 광산란 신호만을 이미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광발광(photoluminescence)이나 라만산란(Raman scattering)과 같이 시료로부터 발생하는 매우 세기가 작은 비탄성 광산란 신호도 충분한 감도로 분광 분석을 하고 이미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처음 개발된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tip-enhanced Raman spectroscopy (TERS)로 2000년도에 처음 개발되었으며, 현재 UNIST 화학과에 재직 중인 서영덕 교수가 ETH 취리히에 연구원으로 있던 시절 주도하여 개발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최근 물리학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확대될 수 있을까?

작은 곳의 물리현상을 자세히 보는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

2015년 개봉한 영화 앤트맨을 보면 특수제작된 슈트와 헬멧을 장착한 사람이 개미 정도의 크기로 작아져서 인간이 침범할 수 없는 미세 공간을 휘젓고 다닌다. 인간 본래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부피가 약 백만 배 작아지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이해는 차치하고, 우리는 개미처럼 작아진 사람이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신체능력을 유지할 경우에 슈퍼히어로의 역할을 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의 시각에서 앤트맨은 매우 흥미롭다. 현실세계에서 앤트맨이 존재한다면,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의 나노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할 것이다. 앤트맨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과학적 현상을 관찰하는 새로운 세계를 사는 기분일 것이다. 서론의 말미에 소개한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마치 앤트맨과 같다. 매우 작으면서도 엄청나게 강력한 세기의 빛을 만들 수 있는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많은 과학자들에게 매일매일 나노 세계의 새로운 탐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번 장에서는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을 이용해 본 저자의 연구실에서 최근 수행한 연구 두 가지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Fig. 2. Schematic diagram of adaptive tip-enhanced nano-spectroscopy for wavefront shaping of near-field optical source. Copyright (2021) Nature Publishing Groups.[3]Fig. 2. Schematic diagram of adaptive tip-enhanced nano-spectroscopy for wavefront shaping of near-field optical source. Copyright (2021) Nature Publishing Groups.3)

카멜레온처럼 관찰 대상에 따라 관찰 방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근접장현미경 기술이 개발되면 어떨까? 특정 방향으로 굽혀진 분자만 골라 관찰하거나 모드를 바꿔 다양한 물질의 광 신호를 검출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본 저자의 연구진은 생물학적 바이러스, 화학적 단일분자, 반도체 입자와 같이 종류가 다른 초미세 입자의 특성을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근접장현미경 하나로 분석할 수 있는 연구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천체물리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적응광학 기술을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에 접목한 새로운 광학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그림 2) 기존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탐침에서 시료로 전달되는 빛의 편광을 조절할 수 없었는데 적응광학 기술을 접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적응광학은 빛의 파면을 조절해 산란 등에 의한 파면왜곡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의 금 탐침은 외부 레이저빔을 모으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탐침 끝에 모인 근접장을 시료에 쪼여 다양한 광학적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금 탐침 표면에 수직 방향으로만 빛의 편광이 고정돼 편광 제어가 불가능한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분자의 정렬방향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관찰하기 어려웠다. 똑같은 분자라도 눕거나 서있는 방향에 따라 화학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해 맞춤형 레이저빔을 만드는 적응광학 방식을 접목하였다. 탐침에 쏘아주는 레이저빔의 파면이 고정된 기존 기술과 달리 탐침 모양에 맞춰 파면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15 nm 크기의 정밀도로 편광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으며, 배향이 서로 다른 단일분자를 구분해서 측정함으로써 기술을 검증했다. 레이저빔으로 가시광선 대역 빛을 씀에도 불구하고 적외선 흡수분광 신호를 얻을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전자기장의 기울기가 매우 작은 공간에서 급격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이를 응용하면 개발한 장비 하나로 가시광선을 이용한 라만분광 신호와 적외선 흡수분광 신호를 목적에 따라 선택적으로 얻을 수 있다. 고가의 적외선 레이저와 탐지기 없이 가시광선 나노현미경으로 매우 다양한 종류의 미세 입자를 연구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적응광학, 근접장광학, 계산영상학을 결합해 새로운 융합형 나노현미경 모델을 제시한 연구로서 독립적으로 연구되던 적응광학과 근접장 광학을 최초로 접목한 사례로 추후 근접장 광학분야에 적응광학을 도입하는 시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약 10 nm2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빛은 그 세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근접장현미경에서는 검출 신호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적응광학 기술로 탐침에 모이는 레이저 빔의 효율을 높여 검출 신호도 200% 이상 높일 수 있었다. 망원경의 개발이 천체물리학의 발전으로 이어져 왔듯 새로운 측정장비의 개발은 새로운 연구 분야의 개척으로 이어진다. 이 연구를 통해 개발된 능동형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코로나 바이러스나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Fig. 3. TERS image and spectra of single isolated BCB molecules measured at room temperature. Copyright (2022) Nature Publishing Groups.[4]Fig. 3. TERS image and spectra of single isolated BCB molecules measured at room temperature. Copyright (2022) Nature Publishing Groups.4)

약 1 nm 크기의 단일분자는 상온에서 매우 불안정하게 존재한다. 약 100 nm 크기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생각하면 단일분자 관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본 연구팀은 단일분자 위에 얇은 절연층을 ‘이불 덮듯이’ 덮어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을 통해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관측할 방법을 찾았다. 단일분자의 구체적인 모양새를 보고자 하는 화학자들의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이다. 공기에 노출된 분자는 주변 환경과 수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때문에 ‘분자 지문’이라고 불리는 라만 산란 신호를 검출하기 매우 어렵고, 분자를 영하 200 ℃ 이하로 얼려 가까스로 신호를 검출하더라도 단일분자 고유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금 박막을 입힌 기판 위에 단일분자를 올리고, 매우 얇은 산화알루미늄층을 그 위에 이불처럼 덮어 ‘꽁꽁’ 묶었다. 금과 산화알루미늄 사이에 갇힌 분자는 주변 환경과 분리돼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데다가 움직임 또한 억제됐다. 이렇게 고정된 분자는 연구팀이 개발한 탐침증강 근접장라만현미경을 통해 관측됐다.(그림 3) 개발된 근접장라만현미경을 이용하면 날카로운 금속 탐침의 광학 안테나 효과 덕택에 단일분자의 미세한 광신호도 정확히 검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의 해상도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1 nm 크기의 단일분자가 누워 있는지 서 있는지의 자세 변화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제임스웹 망원경이 가장 먼 곳을 관측하여 우주의 기원을 밝힌다면, 본 연구팀의 단일분자 근접장현미경은 가장 작은 것을 관측하여 생명의 기원을 밝힐 수 있다. 또한, 이 연구는 난치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연구로 볼 수 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나 DNA의 분자 배향을 나노미터 수준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료 위에 얇은 층을 덮는 방식이 매우 간단한 데다가 상온 또는 고온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그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 연구는 강민구 학생이 주도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빛-물질 간 상호작용을 제어하는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단순히 보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료의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빛과 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강하게 유도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전통적인 광학 현미경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보면서 동시에 나노스케일에서 물성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같은 근접장현미경의 새로운 시각은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광학 및 응집물질물리학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이번 장에서는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을 이용해 빛-물질 간 상호작용을 제어하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본 저자 연구실의 최근 연구결과 네 가지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Fig. 4. Adaptive tip-enhanced photoluminescence (a-TEPL) spectroscopy and imaging for hyperspectral analysis and nanoscale control of nano-wrinkles in a WSe2 monolayer. Copyright (2021) Wiley.[5]Fig. 4. Adaptive tip-enhanced photoluminescence (a-TEPL) spectroscopy and imaging for hyperspectral analysis and nanoscale control of nano-wrinkles in a WSe2 monolayer. Copyright (2021) Wiley.5)

2021년 본 연구팀은 독자 개발한 탐침증강 광발광나노현미경을 이용해 2차원 반도체 나노주름의 물리적 특성을 수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이 기술로 2차원 반도체의 결함으로 여겨지던 나노주름이 발광소자 제작에 유리한 특성을 지닌다는 점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2차원 반도체 물질은 두께가 원자 수준으로 얇아 제조과정에서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주름이 불가피하게 생기는데, 이 주름은 반도체 물질의 기계적·전기적·광학적 균일성을 해치는 요소로 꼽힌다. 주름의 크기가 작아 기존 분광 기술로는 정확한 특성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차원 반도체의 상용화가 더딘 것이다. 탐침증강 광발광나노현미경은 나노주름의 구조적, 광학적 특성 등을 15 nm 수준의 공간분해능으로 정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빛 입자’로 불리는 엑시톤이 이셀레늄화텅스텐(WSe2)의 나노주름으로 모여드는 엑시톤깔때기 현상을 규명할 수 있었다.(그림 4) 빛 입자가 주름으로 몰려 나노 주름의 발광 특성이 오히려 주름이 없는 상태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또한 나노스케일에서 자유자재로 물리적 특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식의 초소형 튜너블 나노광원 플랫폼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 금 탐침의 압력에 의한 나노주름 구조 변형으로 전자띠구조, 발광 양자수율, 엑시톤 거동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바꾸는 원리다. 기존 통념에 기반한 단순 관찰에서 멈추지 않고 능동형 근접장현미경의 독특한 기능을 활용해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나노주름이 스위칭과 변조가 가능한 양자광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 연구는 물질의 구조적·광학적 특성을 3차원 공간에서 초고분해능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원자현미경 기술을 접목해 물질의 기계적 특성과 이와 연관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4차원 복합현미경을 개발한 것으로 이를 통해 나노현미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구연정 학생이 주도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어 게재되었다.

Fig. 5. Tip-induced control of exciton funneling and trion conversion of atomically thin semiconductors. Copyright (2022) AAAS.[6]Fig. 5. Tip-induced control of exciton funneling and trion conversion of atomically thin semiconductors. Copyright (2022) AAAS.6)

후속 연구로써, 2022년 본 연구팀은 엑시톤 입자를 손실 없이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차세대 반도체 칩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엑시톤은 절연체나 반도체 소재 안에 생기는 입자다. 음전하(—)인 전자와 양전하(+)인 정공이 합쳐진 형태라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이 특성 덕분에 엑시톤을 전자 대신 활용하면 더 빠르게 작동하고 발열이 없는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다. 칩 성능을 높이기 위해 소자를 많이 집적할수록 불필요한 전기장 간섭이 생기는데, 전기적으로 중성인 엑시톤은 소자를 집적해도 이러한 간섭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시톤 입자는 쉽게 소실되는 문제가 있다. 엑시톤 기반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소재를 구부리는 기계적 변형 방식을 써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변형이 충분치 못하면 열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소재 내 엑시톤 입자가 사라지고 만다. 또 너무 강하게 구부리면 소재 자체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나노 틈새 구조를 갖는 소자(나노 갭 소자)를 만들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틈새 구조 위에 걸쳐진 얇은 2차원 반도체 소재가 틈새 사이로 말려 들어가 있는 형태다. 엑시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2차원 반도체 소재의 변형률이 커야만 하는데 이 틈새의 길이가 수백 나노미터 단위로 매우 짧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능동형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의 탐침으로 2차원 반도체 소재를 누르면 2차원 반도체 소재 안에 생기는 엑시톤 입자의 거동을 더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그림 5) 이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나노스케일에서 엑시톤 거동 현상을 이론과 실험을 거쳐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엑시톤 거동 제어 연구의 한계였던 효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기존의 엑시톤 거동 제어 연구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연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근접장현미경을 통해 실험적으로 구현한 엑시톤 기반 소자는 자유자재로 제어가 가능한 동적 소자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양한 엑시톤 기반 나노 반도체, 광통신 소자 등의 개발과 성능 향상 연구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이형우, 구연정 학생이 주도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다.

Fig. 6. Schematic of GPa scale pressure TEPL spectroscopy to probe and control the optical properties of single perovskite quantum dot. Copyright (2021) American Chemical Society.[7]
Fig. 6. Schematic of GPa scale pressure TEPL spectroscopy to probe and control the optical properties of single perovskite quantum dot. Copyright (2021) American Chemical Society.7)

TV 같은 디스플레이 소자에 쓰는 양자점의 밝기와 색깔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식은 없을까? 양자점 입자 하나를 플라즈모닉 탐침으로 누르면 밝기와 파장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매우 얇고 소비전력이 낮은 양자점 TV와 같은 차세대 양자점 디스플레이 소자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본 저자의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양자점 입자 하나가 내는 빛의 밝기와 파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능동형 탐침증강 광발광나노현미경의 탐침으로 페로브스카이트 양자점에 높은 압력을 가해 구조적 변형을 유도함으로써 양자점 빛의 밝기와 파장을 바꾸는 기술을 썼다. 이 기술은 양자점의 밝기를 10만 배 이상 밝게 만들 수 있어 초고휘도 디스플레이에 응용할 수 있다.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은 반도체 입자다. 스스로 특정 색의 빛을 낼 수가 있어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나 컬러필터가 필요 없는 얇고 가벼운 TV나 휴대폰 화면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양자점이 합성된 이후에는 그 밝기나 색깔 같은 발광 특성을 조절하기가 매우 어려워 응용 소자 개발에 제약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능동형 탐침증강 광발광나노현미경의 원자힘 탐침을 압전소자와 연결하여 페로브스카이트 양자점에 압력을 가해 발광 특성을 조절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능동형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은 제어 가능 단면적이 10 nm 정도로 좁기 때문에 압력(단위면적에 가해지는 힘)을 기가파스칼(GPa)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그림 6) 또한, 탐침을 양자점에서 제거하면 양자점에 생긴 기계적 변형이 회복되는 것도 이 기술의 장점이다. 따라서 양자점이 구조적으로 손상돼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근접장현미경 기반의 이 연구는 세계 최초로 단일 양자점의 특성을 가역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양자점 발광에너지 제어 연구의 한계였던 효율 저하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기존 양자점 광특성 조절 연구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연구로 볼 수 있다. 또한, 능동형 탐침으로 기계적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기계적 변형에 따라 변화하는 양자점의 발광 특성을 빛의 회절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약 15 nm의 공간분해능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양자점을 금 소재인 원자힘 탐침과 금 박막 사이에 위치시킬 경우 퍼셀 효과를 통해 발광 세기가 약 10만 배 이상 커지는 것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양자점의 색깔을 결정하는 에너지 밴드갭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응용 면에서는 파장가변 초고휘도 단일 페로브스카이트 양자점 기술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경우 매우 얇고 소비전력이 낮은 양자점 TV를 지금보다 훨씬 낮은 단가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며 디스플레이 외에도 다양한 초소형 나노 광전자 소자의 개발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이형우 학생이 주도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Nano에 게재되었다.

Fig. 7. Schematic of triple-tips cavity-spectroscopy to induce and probe the localized excitons at room temperature. Copyright (2021) Wiley.[8]Fig. 7. Schematic of triple-tips cavity-spectroscopy to induce and probe the localized excitons at room temperature. Copyright (2021) Wiley.8)

기존 액체질소나 액체헬륨, 온도제어장비 같은 번거로운 극저온 설비 없이 상온에서 원하는 위치에 밝은 양자광원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이 근접장현미경을 통해 가능할까? 2021년 본 저자의 연구진은 능동형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을 이용해 2차원 물질의 양자광원을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2차원 물질 양자광원을 실제 소자로 제작하여 활용하기 위해서는 임의의 위치에 무작위로 존재하는 양자광원의 위치를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며, 주로 저온에서만 양자광원의 생성과 검출이 가능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기존 나노광학 공진기는 광원의 위치는 제어할 수 있지만 공간분해능에 제약이 있었고, 탐침증강 광발광나노현미경은 분해능은 높지만 양자광원 생성은 어려웠다. 이에 본 저자의 연구팀은 이 둘을 결합, 공진–나노현미경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용한 빛 제어 및 측정 시스템을 설계했다. 우선, 연속 도미노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원자수준으로 뾰족한 나비넥타이 형태로 나노광학 공진기를 제작, 2차원 반도체 물질의 양자광원을 원하는 위치에서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 공진기에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을 결합, 삼중안테나 효과를 유도함으로써 높은 효율로 양자광원을 생성, 상온에서 약 15 nm의 공간분해능으로 양자광원을 검출할 수 있었다.(그림 7) 이렇게 생성된 양자광원은 안테나 효과를 적용하지 않은 반도체 양자광원 대비 밝기가 약 4만 배 이상 강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삼중안테나 효과를 적용한 LED 한 개에서 방출되는 빛이 기존 LED 4만 개에서 방출되는 빛의 밝기와 같아지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 결과는 양자정보통신 소자를 위한 광원이자 나노스케일에서 양자물질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는 이형우 학생이 주도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어 게재되었다.

맺음말

이번 글에서는 근접장현미경의 발전 역사에 대해 소개하였고, 과거의 근접장현미경이 종류에 따라 각기 가지고 있었던 기술적 한계에 대해 알아보았으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의 근접장현미경은 탐침증강 기반 분광학 및 이미징 기술로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저자의 연구실은 최근 보고한 연구들을 통해 근접장현미경의 역할이 단순한 관찰에 국한되지 않고 물질의 국소 특성 변화나 빛-물질 간 상호작용을 나노스케일에서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근접장현미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능동적 제어기능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 방법론을 다양하게 하는 연구는 본 저자의 연구팀은 물론 전 세계의 다양한 그룹들로부터 향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물리학 연구의 관점에서는 전통적으로 분리된 광학과 응집물질물리 분야에 국한되어 있는 연구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두 분야와 나노과학기술을 융합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물리학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물리학계에서는 소재 물성 규명이나 고성능 소자 제작 연구에 비해 측정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편이다. 과학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측정에 관한 원천기술 개발 연구가 물리학 연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장비 산업의 발달로 인해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새로운 계측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는 물리학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현재처럼 장비 개발 연구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관련 연구자들이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고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다행히 현재 탐침증강 근접장현미경 분야의 우리나라 경쟁력은 세계 유명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있다. 소수가 연구하는 분야이더라도 혹은 출판하는 논문의 피인용지수가 적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연구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나노 계측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는 국내 그룹들이 더 늘어나고, 그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소재와 소자 분야의 물리 연구 경쟁력도 더욱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E. H. Synge, Phil. Mag. 6, 35 (1928).
2)H. Lee et al., Nanophotonics 9, 3089 (2020).
3)D. Y. Lee et al., Nat. Commun. 12, 3465 (2021).
4)M. Kang et al., Nat. Commun. 13, 4133 (2022).
5)Y. Koo et al., Adv. Mater. 33, 2008234 (2021).
6)H. Lee and Y. Koo et al., Sci. Adv. 8, eabm5236 (2022).
7)H. Lee et al., ACS Nano 15, 9057 (2021).
8)H. Lee et al., Adv. Funct. Mater. 31, 210289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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