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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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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기고

현장의 물리교육

2023년 물리페스티벌 체험 수기

등록일 : 2023-11-13 ㅣ 조회수 : 1,023

물리페스티벌: 꿈을 되찾다

김 시 후

민족사관고등학교 2학년

나의 어린 시절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몇 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던 지식을 발견하여, 세상을 더욱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내 목표는 여러 갈래의 과학자 중에서도 가장 이끌리게 됐던 물리학자로 더욱 좁혀졌다. 보편적인 자연법칙에 대한 탐구를 통해 개별적인 현상들을 분석한다는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신비가 나를 물리학의 세계로 빠져들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엔 비단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몇날 며칠을 전전긍긍해도 풀지 못했던 문제를 단 수 분만에 풀어내는 학교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다. 착잡했다. 나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데, 감히 나 따위가 물리학을 하는게 맞는 것일까 싶었다. 난 물리학자를 포기하기로 하고, 막연히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맹목적인 노력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내신 공부만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예전에 신청한 물리페스티벌 참가 안내 문자가 왔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저 진정성 없는 의무감으로 말미암아 참가했다. 처음 먹었던 ‘적당히 시간이나 보내야지!’라는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첫날에 들었던 양자컴퓨팅 이론 연설은 그 공기마저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난다. 양자역학의 기본부터 시작해, 양자컴퓨팅의 기본적인 원리까지 배우고 나니 턱을 괴고 있던 내 손은 자연스레 필기를 하기 시작했으며, 배운 내용을 이해했는지 당장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들었다. 다행히도 곧바로 양자컴퓨팅 실습이 있던 덕분에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친구에게 설명을 하며 배운 것을 재확인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그것을 시각화했던 것은 정말 오래토록 남을 경험이다. 또 부스 체험을 하며 UNIST에서 진행되는 연구들을 보고, 이 내용을 학생들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시던 대학원생 분들을 보니, 나도 언젠가는 커서 꼭 저렇게 되고 말 것이라는 욕구가 나도 모르게 들었다.

나는 물리학에 재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게 중요할까? 물리학에 대한 애정은 그런 현실적인 고민마저 전부 잊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리페스티벌을 통해 나는 다시 망각하고 있던 물리학에 대한 꿈을 되찾았다. 재능의 벽 앞에 좌절하는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의사에 비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내 심장을 뛰게 해주는 물리학에 삶을 바치고 싶다.

물리 트라우마 극복기

최 연 경

서원중학교 2학년

사실 지난 내 학교생활을 돌이켜보면, 나는 물리와는 결코 친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내 지긋지긋한 물리 트라우마는 바야흐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마찰력의 정의를 답해보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대답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의 기억은 큰 트라우마로 남아 물리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내 뇌리에 선명히 각인되고 말았다.

물리 페스티벌을 신청하기까지 나는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이를 계기로 물리와 친해진다면 물론 너무나도 좋은 일이겠지만 그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물리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기만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일정이었던 이강영 교수님의 강연과 양자 컴퓨팅 실습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천문우주 강연이 시작되었다. 별 기대없이 자리에 착석하고 기다리던 나는 어느새 무아지경으로 강연에 빠져들었다. 강연을 마치고 운이 좋게도 비가 오지 않아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망원경으로 본 크고 밝은 달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정은 물리의 다양한 면모들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그날 나는 온종일 바쁘게 유니스트를 돌아다니며 부스 체험을 하고, 첨단 과학 장비들을 구경했다. 퀴즈쇼까지 마치고 기숙사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었다.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이 이틀간의 경험은 평생 동안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소중했다.

나는 물리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리고 나에게 물리 페스티벌은, 이 물리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물리 페스티벌을 통해 마주한 물리의 실체는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앎의 즐거움을 주었다. 나처럼 물리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 물리 페스티벌을 통해 물리와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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